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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봉-매봉(900-929m : 가평)
*일 시 : 2005. 7. 17(일), 제36차(27명), 날씨(흐리고 취우)
*코 스 : 국수당 앞 3거리-동막골 계곡-매봉-회목고개-칼봉-목넘이고개-790봉-용추구곡
-물안골-칼봉휴게소-출렁다리휴게소-주차장
*소 시 : 오전 8시 35분~ 오후 2시 40분 산행완료 → 총 00Km(6시간 소요)
백두산에서 남하하는 백두대간이 금강산 북쪽 분수령에서 서남쪽으로 분가한 한북정맥은 휴전선을 넘어 대성산과 백운산을 일으키고 서울의 진산인 삼각산으로 달려가다가 동남쪽으로 갈래친 명지산 줄기 아래에다 매봉을 떨구었다.
매봉이라는 산 이름은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숱하다.
그 중 가평군 매봉은 행정구역상 가평군 하면 마일리와 가평읍 경반리에 위치한 산으로 용추구곡 발원지다. 북쪽으로는 연인산과 명지산이, 남으로 깃대봉(910m) 대금산(704m)이, 동쪽에는 칼봉산(900m)이 매봉을 각각 호위하는데, 매봉의 모산은 명지산이다. 연인산 동쪽의 장수봉, 서쪽의 우정봉, 남쪽의 매봉-칼봉이 "ㄷ"자 형태로 용추구곡 발원지를 옹성처럼 감싸고 있다. 용추구곡은 용이 하늘로 날아오르며 아홉 굽이의 그림같은 경치를 수놓았다는 데서 유래되었으며 생태계가 훼손되지 않은 수도권 주변의 보기 드문 청정계곡이다.
칼봉과 매봉 북쪽에서 흐르는 승안골계곡과 용추계곡은 맑고 풍부한 물과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며 여름철 산행지로 適地다. 울창한 숲과 참나무 그늘 속에 많은 철쭉이 자생하는 용추계곡은 와룡추, 귀유연 등 구곡의 명칭이 있으며 근년 수차례 대규모태풍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으나 그 아름다움만은 변함없다.
회목고개를 경계로 칼봉과 마주하고 용추계곡과 경반리계곡(수락폭포)으로 양분하고 있는 매봉은 전체적으로 육산의 형태를 띠고 있으나 능선 요소마다 바위지대와 암봉을 섞어 짐짓 골산의 분위기도 맛볼 수 있는 산이다.
칼봉산과 매봉은 육산으로 수림이 울창하고 아직 때가 묻지 않아서 좋으나 칼봉산 정상에서는 조망이 전혀 없는 단점이 있으나, 매봉에 올라서면 가평 방향의 조망이 좋으며 산불 감시용 전망대가 있다.
칼봉은 본래 '칼봉산'으로 불리었으나 지난 1999년 3월 가평군 지명위원회에서 가평군을 찾는 등산인 및 관광객 등에게 좀 더 정확한 관광 안내도 제공 및 관내 명산을 알리고 지자체재정자립도를 높이자는 취지에서 우목봉을 '연인산', 전패봉을 '우정봉', 전패고개를 '우정고개' 구나무산을 '노적봉' 등으로 산 이름을 개명하며 칼봉산도 '산'자를 뺀 '칼봉'으로 개명한 바 있다.
새벽 5시 45분.
어제 오후 구입해 둔 소주박스와 간식이 담긴 두 개의 박스를 안고 불편한 자세로 집을 나섰다. 미즈메디 병원 앞으로 건너가는 건널목 못 미친 지점에서 배낭차림으로 장다름 정기산행에 참여하기 위해 버스 출발지점으로 향하는 김영식군을 만났다. 그는 장다름산악회 김영준 대장의 아우로 현재는 산악회리더를 맡고 있다. 1990년도 말 당시에도 산행리더를 담당한 그도 이젠 40대 중반에 접어든 장년의 나이다. 술끝이 어지러운 그는 가끔 핀잔의 대상이 되지만 성격 자체가 단순하고 물러 이내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는 편이다. 현재는 실내인테리어계통에서 일을 하며 주로 지방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 자주 접할 기회는 적지만 예나 지금이나 각별한 교분을 쌓고 있다. 그가 얼른 인사를 청하며 반짐 부담을 해준다. 짧은 시간을 통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며 아쉽게 헤어졌다. 흘러간 이야기지만 많은 것이 생각나는 새벽이었다.
당산역에서 멈추는 시간 도솔-묘적봉 산행에 동행한 바 있던 정금숙씨를 만났다.
왕영주씨의 권고로 일요산악회 칼봉산 산행에 참여한다는 그네다. 당산역은 일종의 求人市場처럼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곳이다. 때론 만나기 거북하거나, 않았으면 하는 인사도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되는데 그때마다 겪는 역겨움이 새벽을 흐리게 한다. 사람의 일생은 자발없이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거기엔 일정한 규칙과 보이지 않는 순리가 작용한다. 그냥 한번 뇌까린 아침이다.
오전 8시 28분.
가평군 상면 태봉리 ‘물골하얀집 가든’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아침버스가 현리로 들어섰다. 매봉들머리인 마일리 삼거리(국수당과 동막골 갈림길) 길을 찾기 위해 잠시 머뭇거렸다. 조종초교 정문 앞에서 우측으로 갈라진 좁은 도로를 따라 북동향이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 가평군 현리 시내는 휴일이 아니라도 늘 조용한 마을이다.
현리에서 상판리를 연결하는 362번 지방도로좌우에는 친근한 산들이 많다.
상판리를 따라 들어가는 좌측에는 애기봉과 운악산-원통산, 길매봉-청계산이, 우측에는 매봉-칼봉-우정봉-연인산이 시립하고, 그리고 더 뻗을 수 없는 362번 상판리 북쪽에는 귀목고개를 중심으로 좌측엔 귀목봉과 강씨봉이, 우측엔 명지산 일대가 솟아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수도권에서 가까워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 곳이다.
또 현리 남쪽 362번 도로좌우의 주금산-철마산, 서리산-축령산은 시외버스를 이용한 당일산행이 가능해 찾는 사람들이 많다. 현리마을은 조용한 곳이지만 이곳 일대는 항상 산꾼들과 행락객, 군인들이 많은 붐빈다.
밝아야 할 아침이다. 표정에 신경을 곤드세우고 차창밖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선명하게 가슴에 잠시 머물고 주마등처럼 후딱 지나가는 풍광에 恒心을 생각게 한다. 어느 禪僧의 말처럼 여름의 더위를 잊으려 하기보다 가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살아가라는 권고가 새로워 잠시 기지개를 켰다.
난간없는 시멘트 다리를 건너 현리성당을 좌측에 끼고 직진이다.
이어 신하교를 건너면 3거리 갈림길이다. 우측은 마일2리로 들어가는 입구다.
<마일리 3Km>
이정표를 바라보며 2년 전의 이 길을 생각했다. 왕복2차선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해발이 높아간다. 현리유원지-연인산수련원을 지나는 우측의 마일천 계곡엔 각종 영업장소가 틈새 없이 쉴만한 지점을 모두 차지하고 있다. 자연에 대한 횡포치곤 단연 우수하다.
8시 35분.
국수당 아래 3거리에서 동쪽인 우측길로 접었다.
삼거리에서 곧장 가면 국수당을 지나 우정고개로 좌측의 연인산이나 우측의 매봉을 오르는 길이다. 당초계획은 국수당-우정고개-능선-매봉을 오르려 했으나 거리와 시간절약을 위해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나있는 동막리를 들머리로 변경했다. 한적하고 깨끗한 왕복 2차선 아스팔트 포장길을 따라 약 500m 거리 동막골 枝계곡으로 들어선 좌측에 이정표가 보이는 지점에서 하차했다.
<어서 오십시오. 매봉 3.02Km, 2시간 10분소요>
좌측에 올려다 보이는 매봉정상이 꽤 낮고 가깝게 보였다. 錯視인가. 그래도 해발 929m면 가볍게 볼 산이 아닌데도 말이다. 소박한 생각을 가져보자. 우측 계곡건너편에 우거진 숲에 개다래 흰 잎이 축제장처럼 어지럽게 널려있다.
수목도감에 의하면 개다래는 다래와 잎 모양이 비슷하나 잎의 일부 혹은 전부가 하얗고, 햇빛을 강하게 받은 것은 분홍 빛을 띠기도 하여 짙푸른 잎만 있는 다른 나무의 잎과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전국에 자라는 낙엽활엽수 덩굴로서 길이 10m에 이른다. 작은 가지는 털이 있고 골속은 흰빛이며 차 있다. 잎은 어긋나기로 달리고 넓은 달걀모양이다. 꽃은 잡성화로 6월에 피고 지름 1.5cm로 흰빛이며 향기가 있고 가지 윗부분의 잎의 겨드랑이에 1∼3개씩 달린다. 장과는 달걀모양의 타원형으로 끝이 뾰족하고 길이 2∼3cm로 다래 보다는 약간 길며 9∼10월에 노란빛으로 익는다.
개다래의 특징의 하나로 하얗게 변한 잎새는 곤충을 유인하가 위한 노력으로 일단 受粉을 마치면 다시 제 색깔로 변환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식물의 다양한 생태현상에 대한 오묘함에 대한 새로운 차탄이다.
이정표 내용을 확인하고 도로를 가로질러 우측에 동막골 枝계곡을 낀 얕은 포장 오르막 소로다.
잠시 후 포장이 끝나는 지점 양편 둔덕에 몇 채의 산촌가옥들이 보이는 삼거리다. 吠犬소리가 요란하다. 양경태 선두대장과 함께 좌측 잣나무가 우거진 산록아래 산촌가옥방향으로 옮겼다. 6월 국화-개다래-칡덩굴-개망초가 우거진 소로를 따라 오르면 좌편 비탈밭엔 깨가 심어있다. 깨밭을 가로질러 빨판에 걸린 액체처럼 잣나무 숲으로 빨려들어 갔다.
잣나무 지대를 막 벗어난 오르막 너른 공간에 개망초가 무성하다.
산속의 여름무덤들이 그러하듯 눈여겨보지 않으면 봉분을 중심으로 잡초가 무성하게 덮여 식별이 곤란하다. 토실하고 빨갛게 익은 각종 딸기나무 열매가 먹음직하게 보였다. 영양면에서 사과 여섯 개와 한 줌의 산딸기와 같다며 기막힌 웰빙식품이라는 어느 주부회원의 토다. 잡초가 행보를 막는 밀림지대 길섶엔 파리풀이 지천이다.
지난주부터 고르지 못한 신체적 바이오리듬이다.
제2의 갱년기를 지나는 모양인가. 머리가 무겁고 사지가 누구에게 싫건 얻어맞은 것처럼 노작지근하고 은근하게 저미는 뻐근함이 모든 意志를 뒤흔든다. 신체 관절마디마다 간헐적으로 바늘로 찌르듯이 심한 통증의 반복이 이즈음에서 다소 멎었다. 서너 땀을 쏟으면 털어버리게 되리란 예상이지만 지금까지 겪지 않은 여름을 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지난 해 잣나무 落實껍데기기가 발길에 차인다.
잣나무 명소답게 가평일대 산은 온통 잣나무 일색이다. 사방이 산으로 막혀 바람조차 감지할 수 없는 오르막 코스 좌측사면의 잣나무지대는 그 밀도가 답답하도록 촘촘해 간벌의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땀으로 젖은 전신에 잣나무 향기가 스민다.
9시 10분.
작은 안부에서 일행이 모였다.
잠시 객담을 쏟았다. 교목형태의 잡목림이 드리운 오르막엔 제멋대로 자란 숲이 행보를 막는다. 오늘 선택한 코스는 인적이 뜸해 잡초와 잡목들이 방해없이 자란 탓이리라.
잣나무림이 하늘을 가리고 그 낙엽이 카페트처럼 깔린 너른 얕은 비탈을 이룬 지점에서 두 번째 합류를 위한 기다림이다. 주부이면서 날렵한 행보의 왕언니를 비롯해 이복순-최자영-김00-조희순-전금순-K씨와, 다소 처진 홍영미-이원분선생님, 3주 만에 참여한 김자연씨의 행보가 원만하고, 예전보다는 다소 쇠락했지만 정영애씨는 여전히 썩어도 준치다.
후미리더를 맡은 홍기호 대장과 어우른 정재근감사님과 윤00씨는 여전히 鈍步다.
새벽 5시 50분 느닷없는 연락을 취하고 참여한 그네는 언제 봐도 무리수다.
1인 多役의 생활이니 이해할만 하지만 볼 때마다 위태위태하다. 대오를 정비하기 무섭게 왕언니와 이기철씨가 앞장 선 오르막이다. 녹색의 ㅅ자 翅果(열매모양)가 주저리를 보이는 고추나무 관목 아래 총상화서 노란색 꽃을 피운 짚신나물과 네 잎 갈퀴나물이 보이는 된 오르막이다. 하늘은 잿빛 그대로다. 산행이 종료될 때까지 날씨가 이랬으면 하는 바람이다. 곳에 따라 驟雨가 있다는 예보다.
9시 35분.
동남방향의 숲 사이로 ∧자 형의 매봉 정수리가 보이는 오르막이다.
사면을 지나가는 수평능선에 올무 두 개를 발견하고 뽑아버렸다. 철사로 만든 원형 올무를 놓고 그 주변을 나뭇가지와 풀로 꺾어 위장한 솜씨가 얄밉다. 그동안 무거웠던 신체적 어려움이 다소 풀린 상태다. 산꾼다운 신체적 변화이려니 생각했다.
9시 45분.
새로운 된 비알이다. 어느 회원의 표현대로 갑자기 산이 벌떡 일어선 상황이다. 바튼 호흡을 희석하기 알맞게 산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이복순씨 말마따나 산을 타면서 실감했다는 ‘산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그 바람은 고운 바람......’의 동요내용이 절실한 지금이다. 이젠 육감으로도 정상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지점이다. 바위사이를 비집고 올라서면 철쭉이 무성한 수평능선이다. 연인산 철쭉축제 장소로 이곳 매봉일대도 뺄 수 없는 곳이라는 판단이다. 고운 철쭉향연을 봄의 기억에서 꺼내는 여유를 가졌다.
10시 4분.
주능선 삼거리에 올랐다. 좌측 우정고개에서 올라오는 능성과 만나는 곳이다.
<매봉 929.2m>
<깃대봉 2.1Km ← 동막골 2.4Km ↑ 우정고개 2.3Km → >
정방형 대리석에 새긴 정상표지석과 이정표다. 그러나 실상 정상은 예서 동남쪽 7~8분 거리에 있다. 오늘 여름산행으로는 최적의 하늘이다. 잠시 호흡을 돌리며 땀을 씻었다.
후미 정감사님의 연락이다.
올 것이 왔다는 육감대로 윤여사의 아웃이다.
지난 번 도솔봉 산행 때 목도한 산행참사를 경험한바 있어 그네의 요구대로 하산시켰다는 전갈이다. 처음 연락은 매봉까지 올라서면 제2의 방안을 생각했었는데 더 이상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을 성싶다. 다만 그네의 하산리드를 누군가 담당했어야 했으나 거절하며 홀로 용추계곡을 찾아오겠다는 전갈이다.
정상을 향한 수평능선을 따라 이동했다.
꼬리수영 군집지대다. 고고한 자태의 산꿩의 다리 흰 꽃이 아름답다 못해 환각이다. 이렇게 예쁜 자태의 산꿩의다리 흰 꽃은 오랜만의 만남이다. 숙은 쥐오줌풀의 흰색꽃, 연약한 자태로 산바람에 흔들리는 장구채 흰꽃, 깨풀군락지, 물레나물 등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산꽃의 야성이 난무한 주능선에서 젖은 땀을 말릴 사이도 없이 눈에 담기에 바쁘다.
10시 12분.
평평하고 넓은 헬기장을 담은 매봉 정상이다.
<매봉 해발 929m>
<삼각점 1979, 건설부 314>
정상표지는 나무에 걸어놓은 조그마한 표지판 하나와, 연필심보다 더 깊게 삼각점이 박혀있다. 헬기장 주변 무성한 숲에 마타리, 궁궁이, 장구채, 구릿대가 돋보이고 바닥엔 질경이가 깔려있다. 저마다 준비한 음식과 과일, 그리고 막걸리와 소주병을 비우는 차례다. 한참 만에 후미가 올라섰다. 윤여사의 상황을 상세하게 들었다. 왕언니가 홍기오 후미대장을 나무란다. 동행하지 않고 홀로 여자를 내려 보내는 일이 어디 있냐는 詰責이다.
비로소 사방 전망이 트인다.
매봉은 본디 전망이 없던 봉우리였지만 나무를 베어내고 정상을 만들어 놓아 그런대로 북쪽으로 연인산과 명지산이 잘 조망된다고 하나 오늘의 사정은 여의치 않다. 남쪽으로 100m 떨어진 숲으로 우거진 전위봉에 산불 감시 카메라가 설치 되어있는 평평한 봉우리가 막아서 있고, 동쪽 멀리 칼봉을 비롯해, 가평시내 일부가 짙은 잿빛 하늘이 깔아놓은 이내아래 묻혀있다. 북쪽의 우정산-연인산 일대도 투명한 전망은 아니다. 짐작만으로도 충분하다.
12시 35분.
회목고개를 향한 이동이다. 막 내려선 안부에 박힌 이정표다.
<← 깃대봉 1.8Km ↓회목고개 1.4Km 우정고개 2.6Km → >
허리께를 차고 오르는 숲 사이를 뚫고 철망으로 울타리를 두른 무인경보기 좌측 옆구리를 지났다. 지형관찰을 위해 먼저 나섰다가 너른 풀 위에 또아리를 틀고 앉은 독사를 보고 섬찍했다. 장마철이라 습기를 피하려고 풀 잎 위로 올라선 녀석이려니 판단했다.
물끼를 잔뜩 머금은 내리막 바닥은 몹시 미끄러웠다.
10시 45분.
철쭉이 무성한 수평능선을 지난 안부3거리다.
<회목고개 0.7Km ↔ 매봉 0.7Km>
남쪽 깃대봉과 두밀리-경반리 일대는 짙은 산안개가 무겁게 내려앉고 있다. 머지않은 시간에 한소내기하려나 걱정된다. 단풍나무-말채나무가 섞인 낙엽송지대다.
11시 00분.
회목고개 갈림길 임도에 내렸다.
<매봉 1.1Km, 칼봉산 1.0Km, 마일리 국수당 6.6Km>
<칼봉산 국선왕>
칼봉산 국선왕을 알리는 간판과 거대한 고목 밑에 서 있다.
운치있던 옛 모습과 달리 조용한 임도에는 피폐하고 고독한 과거가 깔려있을 뿐이다.
과거는 항상 멎어있는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생선처럼 비린내를 풍기며 요동한다. 그래서 과거는 현재와 미래를 위한 조미료로 제외할 수 없는 우리 모두의 역사다.
예서 좌측으로 뻗은 임도는 우정고개로, 우측은 경반리리로, 직진하면 칼봉산오르막이다.
임도를 가로질러 리본이 걸린 칼봉산을 향한 가파른 오르막으로 들어섰다.
딸기나무에 맺힌 검붉은 딸기열매가 흩어져있다. 하산했다는 윤여사로부터 몇 차례 송신이 왔으나 통화불능이다. 두 차례 땀을 쏟았다. 국부적인 산죽지대다. 몇 잎 따며 하늘을 봤다. 아까보다 더 짙은 색깔이다. 한소내기 할 기세다.
일부 너덜길을 지나 전망바위에 올라 매봉쪽을 돌아봤다. 엇비슷한 눈높이다.
바위를 우회한 지점에 서니 칼봉산이 눈 끝에 걸려있다.
11시 35분.
힘겹게 칼봉산 정상에 올랐다.
개옻나무-단풍나무-졸참나무-갈참나무가 둘러싸여 있는 칼봉은 사방조망은 어렵다.
가평군에서 세운 정방형대리석에 새긴 표지석이 외롭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 칼봉산 해발 900m >
배낭을 내리고 긴 휴식시간을 가졌다.
후미그룹에 선 오이사께서 두 차례 연락이 왔으나 신호만 닿을 뿐 통화불능이다.
무슨 일인가 의심이 들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늘 그렇듯 정상에 오르면 신선이 된 야릇한 기분이다. 때론 聖者라도 된 양 모든 것이 너그럽게 보이고 넉넉한 생각에 마음은 자못 풍성하다.
不當趣所愛 (부당취소애)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지 말고,
亦莫有不愛 (역막유불애) 미워하는 사람도 만들려 하지 말라.
愛之不見憂 (애지불견우) 사랑하는 사람은 보지 못해 고통스럽고,
不愛亦見憂 (불애역견우) 미워하는 사람은 보는 것으로 괴롭다.
是以莫造愛 (시이막조애) 이런 까닭에 사랑을 하지 말라.
愛憎惡所有 (애증오소유) 사랑은 증오의 원인이 된다.
已除結縛者 (이제결박자) 이미 결박을 벗어난 자는,
無愛無所憎 (무애무소증) 사랑도 미워함도 없다.
好樂生憂 (호락생우) 쾌락을 탐하면 걱정이 낳고
好樂生畏 (호락생외) 쾌락을 탐하면 두려움을 낳나니
無所好樂 (무소호락) 쾌락을 탐하는 마음이 없으면
何憂何畏 (하우하외) 무엇을 근심하고 무엇을 두려워함인가?
愛喜生憂 (애희생우) 사랑하고 기뻐함이 근심을 낳고
愛喜生畏 (애희생외) 사랑하고 기뻐함이 두려움을 낳고
無所愛喜 (무소애희) 사랑하고 기뻐함이 없으면
何憂何畏 (하우하외) 무엇을 근심하고 무엇을 두려워함인가?
愛樂生憂 (애락생우) 좋아하고 즐겨하면 걱정이 생기고
愛樂生畏 (애락생애) 좋아하고 즐겨하면 두려움 있나니
無所愛樂 (무소애락) 좋아하고 즐거움이 아예 없으면
何憂何畏 (하우하외) 무엇을 근심하고 무엇을 두려워함인가?
愛欲生憂 (애욕생우) 애욕을 탐하면 걱정이 생기고
愛欲生畏 (애욕생외) 애욕을 탐하면 두려움이 생긴다.
無所愛欲 (무소애욕) 애욕의 생각이 마음에 없으면
何憂何畏 (하우하외) 무엇을 근심하고 무엇을 두려워함인가?
수년 전 어느 날 作心하고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찾았던 <법구경> 제24편 好喜品에 실린 인간애욕 警戒文이다. 한 때 잠들기 전에 몇 번을 곱씹으며 노래처럼 시선을 꽂았던 구절이문득 생각났다. 대중적인 緣起론에서 비롯한 불경의 잠언으로 생각하고 싶은 대목이다. 최근 하루에도 몇 차례씩 급상승과 급하강을 오락거리는 혈압처럼 生曲은 몇 차례나 곤두박질이다. 그래서 못 벗는 속물인생의 악순환인가 보다.
山의 여백과 人間의 여백을 생각해 봤다.
희열의 근원을 찾아가는 가슴이 그저 음울하고 답답하다. 세속의 욕심을 언제면 끊을꼬?
자신의 나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늙어가는 사람들일수록 자기연민이 많고 그에 따라서 점점 고독해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 생각나는 지금이다.
11시 55분.
성난 코뿔소처럼 거친 호흡을 뱉는 후미일행이 당도했다.
생각보다 늦은 이유는 칼봉산을 오르는 코스 중 갈림길이 있는데 그쪽으로 갔다가 오류인줄 깨닫고 환원하느라 약 20여분 소진한 모양이다. 선두가 왜 갈림길에서 바닥표지를 깔지 않았느냐는 詰問이다. 갈림길이 있었는지도 보지 못했지만, 아무튼 짜증스러운 과정을 겪은 그들에게 다른 할 말이 없었다.
칼봉산 정수리에서 막 올라온 강서구 일요산악회 선두를 만났다.
생소한 얼굴이지만 같은 동네에서 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반가웠다. 뒤이어 또래집단처럼 두세 명씩 산정에 올라서고 있다. 일요산악회원 중 2년 전 교직에서 정년퇴임했다는 여자 분이 먼저 인사를 청해왔다. 악수를 나누며 수인사를 마치고 돌아섰다. 동행인 이복순씨가 그네에게 가까운 시일에 우리 산악회 산행에서 만나자는 후렴에 그러자는 그네의 대꾸가 미더워 오래도록 각인이 되어 뇌리에 남았다.
12시 00분.
하산코스로 접었다.
칼봉휴게소-용추유원지까지 약 6.6km, 능선과 계곡 내리막길이다.
하산지점에 머물며 식당예약을 담당한 김부장의 전화다.
출렁다리 휴게소에서는 적정액의 식사주문이 어렵다는 내용이다. 상당히 어렵겠지만 용추계곡 진입삼거리부근으로 내려가 식사를 주문하라는 부탁에 그가 짜증을 부리며 신경질적인 반응이 수화기로 전달됐다. 산악회와의 교류가 일천하다지만 가끔 이해할 수 없는 그의 언행에 실망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최근 기름값 상승으로 스트레스가 되는 점을 감안하고 있지만 그런 점에 대한 해소를 위해 누차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의 요구에 타당성은 있지만 당초 1년계약서를 생각하면 쌍방이 노력해서 재조정할 사안이다. 현재 우리의 요금지불은 다른 산악회와 대비하면 중간을 유지한다. 문서상의 계약 외에 여러 가지로 협조하려는 집행부의 노력을 경박하게 받는 그가 자꾸 섭섭하다. 가능하면 좋은 방향으로 유도하고 흘러가려는 서로의 노력이 요구된다. 오늘의 사안도 참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른 회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배려다. 증폭하는 새로운 생각이 혼돈하게 오갔다.
12시 8분.
목넘이 안부를 지났다. 뒤이어 올라오는 일요산악회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짧은 된 오르막이다. 새벽 당산역에서 만나 잠시 환담했던 정금순씨를 만났다.
하이파이브로 가벼운 山인사를 나눴다.
12시 21분.
무명봉이다. 칼봉에서 못한 조망을 예서 만회할 기회다. 북쪽으로는 명지산-화악산이, 서쪽으로는 방금 내려온 칼봉산 정상과 매봉이, 동쪽으로는 790봉이 가로막고, 그 아래로 북한강 줄기 일부가 어렴풋하다.
<칼봉이 2.3Km, 칼봉산 0.6Km>
완만한 긴 내리막이지만 바닥은 여간 미끄러운 게 아니다.
막 올라오는 일요산악회 후미그룹의 김충덕씨와 조우했다.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려다 다시 그를 붙잡았다. 지난 5월 말에 겪은 불쾌한 사연이 생각나서다.
“이미 지난 일이지만 김선생님, 그렇게 전화를 받으면 되겠습니까? 사람을 잘못 본 게 아닌가 해서 몹시 기분이 나빴소. 꼭 하고 싶은 말이기에 하는 거요. 아시겠습니까?”
“미안하게 됐습니다. 어쩌다가 그리 대답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얼굴이 벌게지며 머쓱한 그의 대답에 더 이상 할 말을 잃고 돌아섰다.
길고 지루한 미끄러운 내리막은 끝없이 이어갔다.
12시 50분.
그에 翠雨가 아닌 驟雨를 만났다. 잊고 온 배낭카바 대신 판초우의를 뒤집어썼다.
완전히 훈증탕이다. 땀이 머리에서 발끝까지 느물느물 흘러내린다.
오후 1시 15분.
< 용추휴양소 주차장 4.3Km, 연인산 5.5Km, 칼봉 2.31Km>
서둘러 내려선 용추계곡 내곡분교터이며, 제3경이 있는 4거리 합류지점이다.
예정은 공무원 휴게소 앞 계곡 중산리로 직접 내려가려던 계획에 착오가 생겼다.
당초 계획대로 용추구곡 내곡분교터에서 물안골-칼봉휴게소를 우회한 정석코스를 답파하는 결과가 됐다. 용추계곡을 만났다는, 계류를 만난 것 자체만으로도 모든 갈증이 씻기는 기분이다. 예서 동쪽으로 꺾인 용추계곡이다. 편무암 암반을 타고 흐르는 계류수에는 맑고 큰 沼가 옥빛처럼 빛나고 증류수보다 더 깨끗하다. 가랑비로 변한 하늘을 보고 판초우의를 벗었다. 후미의 착오가 염려되어 바닥표지를 깔았다.
용추구곡은 해발 1068m의 연인산을 발원지로 형성된 용추구곡은 용이 하늘로 날아오르며 아홉 구비의 그림 같은 경치를 수놓았다는 데서 유래되었다. 생태계가 훼손되지 않은 수도권 주변의 흔치않은 계곡으로 샘물처럼 맑은 계류가 옥반과 백암이 어울려 물이 흐르는지 바위가 흐르는지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용추구곡을 시작으로 ‘와룡추-무송암-탁령뇌-고실탄-일사대-주월담-청풍협-귀유연-농완개’ 등 아홉 군데 비경을 자랑하고 있어 이를 옥계구곡이라고도 부르고 있다. 또한 연인산을 중심으로 동북쪽으로 향하면 북면, 서북쪽으로 향하면 마일리로 통하는 등산코스가 있어 산행을 즐기는 등산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지루한 길이다.
계류가 넘쳐 위험한 돌다리를 딛고 5차례 渡溪했다.
1시 38분.
삼거리 갈림길이다.
<칼봉 ↖↗ 연인산 MTB코스, 119긴급연락처 용추계곡 2-2>
1시 55분.
용담을 지나 칼봉산 쉼터에 닿았다.
많은 피서객들이 가랑비 아래에서 저마다의 휴식시간을 즐기고 있다. 예서 가래휴게소가 있는 주차장까지는 아직 한참이다. 휴식없이 발 빠른 행보다. 예의가 바랜 사람들이다. 인사말 한마디가 천 냥의 부채를 탕감한다는 옛 말이 결코 허언은 아니다. 그냥 지나가며 마음을 비워두기로 했다. 잠시 엉뚱한 길로 접어드는 시행착오가 있었다.
오후 2시 30분.
중산리 출렁다리휴게소 앞에 닿다.
대강 땀털이 과정을 마치고 휴게소 앞 작은 주차장에 머문 버스에 오른 시각은 오후 2시 40분이었다.
산행을 중단하고 먼저 하산했던 윤여사를 제외한 대부분 회원들이 모두 합류했다.
국수당 앞 3거리에서 동막골 계곡으로 꺾어 산행을 시작해 매봉-회목고개-칼봉-790봉-용추계곡-물안골-공무원휴양소-주차장에 이르는 총 13.2Km 거리에 산행소요시간은 6시간 안팎이다.
비로소 불통했던 윤여사와의 통화가 이루어졌다.
현재 1호선 전철에 승차했다며 폐를 끼쳐 죄송하다는 얘기다.
그네의 성격상 다분한 처사라는 생각이다. 일행 모두가 안도하는 표정이다.
오후 3시 10분.
중식장소로의 이동했다.
가평읍 명물보리밥-칼치정식(염철교 031-582-1424 또는 5942, 017-379-1526)식당이다.
산행중에 받은 전화내용이 떠오르고, 김부장의 불편한 표정을 보자 예리한 말이 목구멍에서 치고 올라왔다. 혀끝을 말아 올리며 뱉고 싶은 말을 가둬버림과 동시에 마음의 날을 집어넣었다. 칼봉산 하산 지점에서 갈등해소를 위해 다짐했던 생각이 아니던가. 나이라는게 뭔지 두고두고 익힐 숙제다.
오후 4시 00분.
귀로에 올랐다.
경춘가도가 차량증가로 몹시 밀렸다.
술내가 모자란 차내는 酒氣가 가득했다. 예상보다 힘이 든 산행에 대한 落穗다.
염려했던 오이사님의 건강상황도 무난하다는 판정이었다.
청평발전소 입구 휴게소에 잠간 머문 사이 삶은 옥수수배부가 있었다. 정감사님의 배려다.
버스는 지렁이처럼 그렇게 느린 걸음으로 천마산 터널을 통과했다.
아직도 훤한 7시 30분 발산역에 내리다.
다음 주를 기약하며 말이다.
여름땀을 생각보다 많이 쏟아낸 오늘이 다한다.
*교통 :
-대중교통
1) 상봉터미널-가평(직행)-승안리 용추방면(시내버스 1일 8회)
2) 상봉터미널 -현리(직행)-마일리 구판장 방면 종점(시내버스 1일 3회)
청량리 현대코아 앞~현리행 좌석버스(아침 07:20 08:20 09:20),
현리~마일리 시내버스는 오전 07:30, 10:40분에 있다.
3) 상봉터미널-가평(직행)-북면 백둔리방면(시내버스 1일 4회)
4) 상봉터미널(02-435-2122), 가평터미널(031-82-2308), 현리 터미널(031-84-3777)
-열차[청량리역~가평 열차편 (가평역-청량리행 열차는 저녁 18:13, 19:07, 19:47)]
-승용차
․강일IC-강동대교-구리-47번 도로-진접-내촌-신팔리4거리-37번 도로로 우회전
-현리-마일리 들머리
․경춘국도 46번-가평읍-경반리 모네 마을을 찾으면 되고, 명지산은 가평읍에서 363번
지방도로를 타고 30분쯤 북상하면 익근리
․구리시-46번국도(춘천방향)-가평-75번국도(목동방향)-1.5km-용추계곡방향좌회전-승안리
*숙식 :
1) 백둔리 방향 :
칼봉산쉼터(031-582-7488), 허수아비마을(031-581-4477), 꽃피는산골(582-5963),
잣나무골민박(581-1212), 종춘네민박(582-0458), 용두암수련원(582-9788), 송악산민박 (582-0653), 삼거리민박(582-0651), 현우농원민박(581-2552), 용두뜨락(582-7900),
연인계곡하얀집(581-5289), 산사람의집 (582-0625)
2) 승안리 방향 :
연인산농원(582-4888),황토방민박(582-9004),용추밸리하우스 (582-5116), 용추자연휴양림민박(582-9068), 가래나무민박(581-7733), 털보네민박 (582-4930), 용추민박(582-8510), 언덕위의집(582-8673), 별장유원지(582-4858), 가락촌(582-8465), 수정궁(582-1737)
3) 마일리 방향 : 산내방(585-3170), 청암가든(585-0078), 반딧불(585-7744),
명지식당(585-0358), 서울식당(584-3945), 노송가든(585-3896),
그린잔디(585-3864), 청암산장(584-3989)
4) 가평읍 명물보리밥-칼치정식(염철교 031-582-1424 또는 5942, 017-379-1526)
5) 민박 : 익근리 031-82-0561(농협지도계),031-85-0358(귀목 마을)
*주변관광지 : 연인산 철쭉제(5월), 명지산, 용추구곡, 적목용소, 운악산, 현등사
※ 입산통제기간
상반기 : 2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 하반기 : 11월1일부터 12월 15일까지
<이상 일부 정보제공 : 가평군청 문화관광과 (031-580-2065~7) 2004년 03월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