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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으로 퍼갈 수 없습니다.* #2 고구려 유민-이정기 장군의 흔적 글/사진: 이종원
한국에서 최단거리인 항구인 석도항에 도착했다. 인천서 얼마 떨어지지 않았지만 산세나 기후는 판이하게 달랐다. 우선 산에 나무가 없고 흉물스럽게 돌산만 보일 뿐이다. 바다를 끼고 있지만 한국보다는 훨씬 후덥지근하다.
4일동안 우리가 타고 타녔던 버스다. 겉모습은 날렵하게 생겼지만 자리가 비좁고 마이크까지 형편없어 무척 애를 먹었다. 메뚜기 더듬이 처럼 생긴 백밀러가 신기하게만 보인다.
'모놀과정수요.' 버스에 붙은 모놀 팻말이다. 이거이 뭐야..모놀과정 수요모임인가? 한국과 중국간 전화통화의 혼선 때문이다. "단체이름이 뭐야요?" '모놀과 정수입니다. "뭐라구요...잘 안들려요." "모놀과 정수요." "잘 알았습니다. 모놀과정수요."
김철용 가이드 연변출신으로 10년전에 산동에 터를 잡고 가이드를 하고 있다. 중국과 한국 역사를 꽤뚫는 혜안이 돋보인다. 짧은 시간이나마 중국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모놀식구들의 열정에 아주 질려 버렸다고 한다. 귀를 쫑긋하면서 따라다니며 괴롭혔거든.....가이드 생활 10년동안 이렇게 힘든 일정을 소화한 것은 처음이란다. 아주 난처한 질문을 던졌다. "한국과
중국이 축구 시합하면 어디를 응원합니까?"
중국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시원스런 길이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대평원 사이로 곧은 길이 놓여 있다. 중국사람들이 김제 대평원을 보고 웃을 지 모른다. 산동에 가면 가장 흔한 것이 평원인디....
고속도로뿐 아니라 국도도 이렇게 통행료를 내야한다. 무임을 막기위해 해 차단기까지 놓았다. 그러다보니 톨게이트 통과하는데 무척 시간이 걸린다. 만만디..만만디..만만디...세 번 외치면 마음이 편해진다. 물류를 위한 트럭과 버스만 씽씽 달릴뿐 일반 승용차는 가뭄에 콩나듯 보일 뿐이다. 통행료가 엄청나게 비싸기 때문이란다.
역시 중국은 자전거 천국이다. 전동자전거, 세발자전거....등등...원없이 자전거를 구경했다.
짧은 치마, 하이힐에 자전거. 자꾸만 예쁜 여자에게 시선이 간다.
신호등에 대기 시간이 걸려 있다. 한국에도 적용하면 좋으련만... 교통질서는 엉망이다. 버스가 중앙선 침범은 예사이고..불법유턴은 당연하고 ..고속도로 무단횡단도 깜짝 놀라게 만든다. 심지어 고속도로상에서 500미터를 역주행 한 적도 있었다. ^^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점심은 래양에서 먹었다. 식당을 매달려 있는 연등. 중국풍이 물씬 묻어난다.
중국에서 첫 점심식사. 빙글빙글 돌려가면서 먹는다. 좌로 돌려야 할지 우로 돌려야 할지...돌리는 속도는 어떨지....처음엔 무척이나 어색하다. 대략 2끼 정도 먹으면 적응이 된다. 그리고 아주 편하다. 닭, 돼지고기, 두부..마늘쫑 등등...다양한 음식이 나온다. 아마 한 달 동안은 중국집에 얼씬 거리고 싶지 않을 정도다. ^^
고속도로 휴게소다. 꼬치구이와 과일을 주로 판다. 오이와 무도 판다. 중국 사람들이 담소를 나누며 길 게 깍은 오이와 무를 씹어 먹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온다.
4일동안 2천키로를 달렸다. 버스에서 무료하게 지내는 모놀식구들이 아니다. 한국에서 사라졌던 관광버스춤이 산동에서 멋지게 되살아 났다. 이 모놀가족은 누굴까?
청주박물관 달리고 달려서 청주박물관에 도착했다. 붉은색 지붕과 철쭉이 잘도 어우러진다. 중국건물은 우리네 날렵한 고건물에 바람을 잔뜩 불어 넣은 것처럼 포동포동하다. 넉넉한 맛은 느껴질지 몰라도 우아한 곡선미는 찾을 수 없다. 이미 박물관 폐장시간은 훨씬 지났건만 그들은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를 위한 서비스라기 보다도 한푼이라도 벌어보자는 중국인의 상술이 느껴진다.
고구려의 잊혀진 영웅-이정기 우리가 산동의 변방인 청주까지 왜 왔을까? 바로 고구려의 잊혀진 영웅 이정기를 만나기 위함이다. 이정기가 쓰여진 이름을 보니 전율마져 느껴진다. '당신을 위해 이 먼곳까지 왔소.' 하염없이 유리를 어루만져본다. 그곳에 분명 고구려인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본명의 이희옥. 청주가 가장 번성했던 때가 바로 이정기가 지배하고 있었던 때였다. 산동성, 안휘성, 강소성까지 땅을 넓혀 통일신라보다도 넓었고 인구도 540만에 달할 정도로 초강대국이었다. 그는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아버지의 원수 당나라에 복수하는 길을 택했다. 수도를 청주에서 운주로 옮기고 당나라 수도 낙양으로 진격한다. 그러나 인명은 재천. 중국대륙을 손 안에 쥐기 일보직전 갑자기 병사하고 만다. 우리 민족의 큰 별이 떨어진 것이다. 오호통제라. 정말 슬프고도 안타까운 일이다.
그 아버지의 그 아들..아들 이잡은 국호를 '齊'라고 하고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부국강병 정책을 취하며 다시금 아버지의 위업을 달성하고자 했다. 그러나 하늘은 그를 외면했다. 황하를 도강하기 위해 만든 배 3천여척이 때 아닌 가을장마로 떠 내려가 버려 또 한번 좌절한다. 그 역시 제국을 잘 다스리다가 41세의 젊은 나이에 단명하고 만다. 그의 아들 이사고 역시 명이 짧아 14년 제위에 있다가 38세의 젊은 나이에 죽고 만다. 중국인 후처 소생인 이복동생 이사도가 왕위에 오르지만 어머니의 수렴정치에 제나라는 국운을 잃고 만다. 힘을 잃은 것을 간파한 당 현종이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전국의 여러 절도사에게 일제히 공격을 명했고, 하필 바다 건너 신라에도 원군을 요청하여 제나라는 결국 사방에 포위되어 무릎을 꿇고 만다. 고구려, 백제가 멸망한 후, 중국 땅에서 또다시 비비린내 나는 동족상잔의 비극이 일어난 것이다. 우리 민족은 왜 이리 비운의 길을 걸어야만 하는가?
패망한 후 산동에서 자리잡은 고구려인들은 또 한번 유랑길에 나서야만 했다. 보복이 두려워 권력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하염없이 걷고 걸었다. ..결국 터를 잡은 곳이 태국북부와 중국 남방지역이다. 수천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그 피줄이 참으로 질겼다. 수만리 떨어진 그곳에 우리말이 남아있고 명절 때는 마을사람 모두가 색동옷을 입는다고 한다. 바로 우리 고구려의 옷을.......
청주성 박물관 둘레로 성이 둘러 쌓여 있는데 이는 명나라때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안쪽 토성의 흔적은 바로 이정기 시대에 고구려인들이 쌓아 올린 것이다. 끊길 듯 끊길 듯. 끊어지지 않는 우리 고구려의 맥박이다.
이정기 장군의 뜻을 받드는 의미에서...모놀포즈 우리가 박물관을 떠나자 청주박물관의 셔터가 내린다. 붉은 프랫카드 글씨처럼 모놀식구들은 '하늘에서 내려온 귀한 손님'이었다.
고차박물관 옛날 중국녹차를 전시하는 곳인가? 이번 여정에 그렇게 알고 온 회원들이 의외로 많았다. 정확히 말하면 고대 마차 순마갱이다. 하필 화물차가 씽씽 달리는 고속도로 옆에 박물관이 자리잡을 게 뭐람..
도로를 빠져 나오는 것도 아니고 고속도로 변 주차장에 차를 세워둔다. 고속도로 휴게소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매표소를 거쳐 지하계단을 거치고 나서야 왜 고속도로 상에 박물관에 놓였는지 알게 된다.
고속도로 바로 아래에 춘추전국시대의 순마갱이 놓여 있던 것이다.90년대 초 제남-천진간 고속도로 공사중에 우연히 이 유물들을 발견했던 것이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화물차가 내달릴 때마다 땅이 흔들릴텐데... 그럼 유물도 훼손 될 것이고...우리나라 같았으면 고속도로가 빗겨 갔을 것이다. 어쨌든 지하에는 3천년전 마차가 누워 있고 지상에는 최첨단 고속마차가 달리고 있는 것이 아이러니컬하다.
전차 10량과 말 32필이 매장되어 있는데 그 규모도 대단할 뿐 아니라 시설도 견고하다. 화려한 장식품 역시 3천년전 역사의 흔적이라고 여기기엔 너무나 생생하다. 중국에서 첫 번째로 꼽히는 차마유적이어서 중국 10대 고고학의 대발견이라고 말한다. 마차는 화석으로 굳었고 동물뼈와 사람뼈가 가지런히 놓여 있엇다.
말의 얼굴은 서쪽으로 향하고 있다.
3천년전 춘추전국시대를 살았던 사람의 유골. 끔찍하다.
말과 사람 그리고 마차까지.. 왕은 아니고 귀족의 무덤으로 추정된다. 이 지방의 권력자가 아닐까?
순마갱 이외에도 춘추차마 전시관과 중국고차 진열관도 둘러보면 재미 있다. 적을 섬멸하기 위한 첨단무기들이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국 고대 차량과 중국 역대 차량의 진품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파란 밀밭이 지겹도록 펼쳐져 있다. 그 넓은 밭을 어떻게 다 갈아. 하긴 10억 인구를 먹여 살려야하니...국수와 만두 그리고 빵의 원료가 되겠지.
중국의 밤 문화체험 저녁은 치박의 제도 호텔이다. 이곳의 음식 맛이 입에 맞는다.
저녁 먹고 단체로 발맛지를 받았다. 발 뿐만 아니라 전신 맛사지..무려 1시간동안 이어진다. 이 곳에 일하는 아가씨들은 산동사람이 아니라 멀리 사천성이나 안휘성 출신이란다. 고향 한번 가는데 5일씩 걸리는 먼 동네...
이번 답사에서 밤 문화체험은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모놀식구들은 참 대범하다. 좌판에서 중국인과 어울려 술도 마시고 함께 노래하고.....^^ 사람사는 곳이 다 그렇다. 순박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발맛사지도 받았겠다.은근히 술 생각이 절로 난다. 택시를 탔는데 운전석주변에 방탄유리로 둘러쳐 있다. 중국 민초들이 즐겨먹는 양꼬치 집으로 출발. 닭꼬치, 닭똥집도 맛있고.... ^^ 맥주 1박스(12병), 빽알 1병, 양꼬치 60개...8명이 실컷 먹었는데도...1만원도 나오지 않았다. 쪼그려 앉아 밤의 운치를 즐겼다. 이런 허름한 곳에도 우롱차는 빠지지 않는다. 1회용 컵에도 손잡이 달린 잔이 따라 나와 호사를 즐겨본다. 세월을 낚았다는 강태공 사당 처마에 보름달이 걸렸다. "아...조오타. 내가 세월을 낚아야 겠다."
이번 중국여행엔 모닝콜이 필요없다. 매번 붉은 여명이 나를 깨운다. 매연 때문일까 도시는 뿌연 안개로 뒤덮혀 있꼬 굴뚝만 솟아 올라 연기가 피워대고 있다. 산업화로 치닫는 오늘날 중국의 자화상이 아닐까?
여행작가인 아빠를 잘 못 만나서..정수는 눈을 뜨자마자 일기를 써야 한다. 일기장을 보니 별로 본 것이 없네. ^^
아침은 뷔페식^^ 든든하게 먹어야지..오늘 하루도 아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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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만리를 유랑하던 고구려인들은 아리랑을 부르며 눈물을 쏟아 냈을 것이다.
중국어로 된 아리랑 역시 애절합니다.
첫댓글 대장님 또 다른 일정에 바쁘실텐데...후기 너무나 잘 봅니다.. 생생하게 전해져오는 살아 숨쉬는 사진과 감동적인 글 .. 역쉬 대단하십니다.
대장님~..후기 편하게 잘 보고 있습니다~..ㅎㅎ..대장님만의 느낌은 곧 깨달음으로 이어져..감동으로 전해집니다~~수고 많이 하셨어요~~~~~~ㅎㅎ
김철용가이드.. 그건 말 못하겠습니다.. 그 속이 참 궁금해지네요..^^* 그렇게 애교스런 대답도 했었다니. 마이크 때문이여 내가 못들은건.. 고차 박물관 참 인상깊었었죠..^^
뭐라구요?...............모놀과정수요!.................아~ 네에...............아이구 배야.
잘보았습니다. 순마갱의 느낌이 생생하게 전해져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