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 그 ‘퇴직금 분할 약정’은 무효이다 2.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이미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으나 그것이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어 사용자가 같은 금원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갖게 된 경우, 이를 자동채권으로 하여 근로자의 퇴직금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
(2010.05.20, 대법 2007다90760)
1. 근로자가 퇴직금을 월급과 함께 매월 분할지급 받았다면 그 돈은 부당이득으로 회사에 돌려줘야 하고 퇴직금을 따로 청구할 수 있다 2.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근로자는 매월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받은 돈을 반환해야 하므로 두 채권을 상계할 수 있다 (2010.05.20, 대법 2007다90760)
【요 지】1. 근로관계의 계속 중에 퇴직금 분할 약정에 의하여 월급이나 일당과는 별도로 실질적으로 퇴직금을 미리 지급하기로 한 경우 이는 어디까지나 위 약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 것인바, 그것이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면, 사용자는 본래 퇴직금 명목에 해당하는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었던 것이 아니므로, 위 약정에 의하여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은 근로기준법 제18조 소정의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이처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법 제18조 소정의 임금 지급으로서의 효력도 인정되지 않는다면, 사용자는 법률상 원인 없이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함으로써 위 금원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근로자는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 2.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 금원의 반환채권으로 근로자의 퇴직금채권과 상계하는 것은 한 마디로 근로자의 퇴직으로 인하여 사용자가 지급할 퇴직금액의 정산, 조정 방법의 하나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이를 허용하지 아니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이다.
* 대법원 판결 * 사건 : 2007다90760 퇴직금 * 원고, 상고인 : 별지 ‘원고 목록’ 기재와 같다. * 원고들 소송대리인 : 법무법인 청안(담당변호사 오동균) * 피고, 피상고인 : 피고 주식회사 * 소송대리인 : 변호사 조영길 외 4인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07.11.30. 선고 2006나86698 판결 * 판결선고 : 2010.05.20.
【주 문】원심판결 중 원고 6, 7, 17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패소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 6, 7, 17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원고 6, 7, 17의 상고비용은 같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 유】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퇴직금 명목 금원의 부당이득 성립 여부의 점에 관하여 가. 구 근로기준법(2005.1.27. 법률 제73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 한다)은 제34조 제1항에서 “사용자는 계속근로년수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제도를 설정하여야 한다. 다만 근로년수가 1년 미만인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제3항 전문에서 “사용자는 근로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에는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근로자가 퇴직하기 전에 당해 근로자가 계속 근로한 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미리 정산하여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법조항의 “퇴직금”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제공에 대한 임금 일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축적하였다가 이를 기본적 재원으로 하여 근로자가 1년 이상 근무하고 퇴직할 때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서, 본질적으로 후불적 임금의 성질을 지니는 것이므로(대법원 2007.3.30. 선고 2004다8333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퇴직금의 지급청구권은 퇴직금 중간정산이 유효하게 성립하는 경우가 아닌 한 근로계약이 존속하는 동안에는 발생할 여지가 없다. 따라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퇴직금 분할 약정’이라 한다)하였다면, 그 약정은 법 제34조 제3항 전문 소정의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인 법 제34조에 위배되어 무효이고(대법원 2002.7.26. 선고 2000다27671 판결, 대법원 2007.8.23. 선고 2007도4171 판결 등 참조), 그 결과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나. 한편, 법 제18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원으로서, 근로자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하고 그 지급에 관하여 사용자가 단체협약, 취업규칙, 급여규정, 근로계약, 노동관행 등에 따라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1999.9.3. 선고 98다34393 판결, 대법원 2006.12.8. 선고 2006다48229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근로관계의 계속 중에 퇴직금 분할 약정에 의하여 월급이나 일당과는 별도로 실질적으로 퇴직금을 미리 지급하기로 한 경우 이는 어디까지나 위 약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 것인바, 그것이 위와 같은 이유로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면, 사용자는 본래 퇴직금 명목에 해당하는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었던 것이 아니므로, 위 약정에 의하여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은 법 제18조 소정의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이처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법 제18조 소정의 임금 지급으로서의 효력도 인정되지 않는다면, 사용자는 법률상 원인 없이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함으로써 위 금원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근로자는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 다.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사용자인 피고가 근로자인 원고들과 퇴직금 분할 약정을 체결한 후 그에 기하여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한 것은 퇴직금 중간정산으로서의 효력이나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고, 위 퇴직금 명목의 금원은 원고들이 피고에게 반환하여야 할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임금, 퇴직금 및 부당이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상계의 허부의 점에 관하여 가. 법 제42조제1항 본문에 의하면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하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으로써 근로자의 임금채권과 상계를 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고, 이는 경제적․사회적 종속관계에 있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바, 근로자가 받을 퇴직금도 임금의 성질을 가지므로 역시 마찬가지이다(대법원 1990.5.8. 선고 88다카26413 판결 등 참조). 다만 계산의 착오 등으로 임금을 초과 지급한 경우에, 근로자가 퇴직 후 그 재직 중 받지 못한 임금이나 퇴직금을 청구하거나, 근로자가 비록 재직 중에 임금을 청구하더라도 위 초과 지급한 시기와 상계권 행사의 시기가 임금의 정산, 조정의 실질을 잃지 않을 만큼 근접하여 있고 나아가 사용자가 상계의 금액과 방법을 미리 예고하는 등으로 근로자의 경제생활의 안정을 해할 염려가 없는 때에는, 사용자는 위 초과 지급한 임금의 반환청구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근로자의 임금채권이나 퇴직금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3.12.28. 선고 93다38529 판결, 대법원 1995.12.21. 선고 94다2672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이미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으나 그것이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어 사용자가 같은 금원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갖게 된 경우에 이를 자동채권으로 하여 근로자의 퇴직금채권과 상계하는 때에도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사용자가 이미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금원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과 근로자의 퇴직금채권은 모두 어디까지나 후불적 임금인 퇴직금의 지급과 직접관련된 것으로서, 그 금원의 지급시기가 근로자의 퇴직 전이냐 후이냐의 점에서 다를 뿐 퇴직금의 지급이라는 본질에 있어서는 다를 바 없어 양자는 서로 밀접 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나아가 퇴직금 명목 금원의 부당이득반환채권에 기한 상계는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을 아예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근로자의 퇴직으로 지급하여야 할 퇴직금에서 기존에 이미 지급한 퇴직금 상당액을 공제하겠다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이는 공평의 견지에서도 당연한 조치이고, 이로써 근로자가 특별히 불리하게 된다거나 임금전액불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경우에는 당해 근로자가 이미 퇴직하여 더 이상 경제생활의 직접적 기반을 이루는 임금을 지급받는 근로계약관계에 있지 아니한 상황일 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기왕의 근로관계와는 전혀 무관한 채권으로 근로자의 퇴직금채권과 상계하겠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위와 같은 상계로 인하여 근로자의 경제생활의 안정을 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 금원의 반환채권으로 근로자의 퇴직금채권과 상계하는 것은 한 마디로 근로자의 퇴직으로 인하여 사용자가 지급할 퇴직금액의 정산, 조정 방법의 하나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이를 허용하지 아니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이다. 나. 그런데 한편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5호[구 민사집행법(2005.1.27. 법률 제73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46조 제1항 제4호도 같다]는 근로자인 채무자의 생활보장이라는 공익적, 사회 정책적 이유에서 ‘퇴직금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급여채권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압류금지채권으로 규정하고 있고, 민법 제497조는 압류금지채권의 채무자는 상계로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금원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근로자의 퇴직금채권을 상계하는 것은 퇴직금채권의 2분의 1을 초과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에 관하여만 허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원심은, 피고의 퇴직금 명목 금원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으로 원고들의 퇴직금채권과 상계한다는 피고의 상계항변을 전부 받아들여 그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부분을 배척하였다. 그러나 피고의 위 상계항변은 근로자인 원고들의 퇴직금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것이므로,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으로서는 상계가 제한되는 압류금지채권인 퇴직금채권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특정한 후 이를 초과하는 범위 내에서만 상계를 허용하였어야 했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원고 6, 7, 17은 피고로부터 이미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이 그들의 퇴직금채권액의 2분의 1에 미치지 못하는 반면, 위 원고들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이미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이 그들의 퇴직금채권액의 2분의 1을 초과함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원심이 원고 6, 7, 17에 대한 피고의 상계항변을 전부 받아들인 것은 정당하나, 위 원고들은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 대하여도 피고의 상계항변을 전부 받아들인 것은 압류 금지 및 상계 제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잘못 판단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 6, 7, 17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 6, 7, 17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위 원고들의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되, 퇴직금 명목 금원의 부당이득 성립 여부의 점에 관하여 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김능환의 별개의견(파기부분) 및 반대의견(상고기각 부분)이 있고, 상계의 허부의 점에 관하여 대법관 양승태,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양창수의 별개의견(파기 부분) 및 반대의견(상고기각 부분)이 있는 외에는(이하, 위 별개의견 및 위 반대의견을 ‘별개 및 반대의견’이라고 한다)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4. 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김능환의 별개 및 반대의견 가. 법 제34조의 퇴직금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제공에 대한 임금 일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축적하였다가 이를 기본적 재원으로 하여 근로자가 1년 이상 근무하고 퇴직할 때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서 본질적으로 후불적 임금의 성질을 지니는 것이므로, 퇴직금 청구권은 퇴직금 중간정산이 유효하게 성립하는 경우가 아닌 한 근로계약이 존속하는 동안에는 발생할 여지가 없으며, 법 제18조의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원으로서, 근로자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그 지급에 관하여 사용자가 단체협약, 취업규칙, 급여규정, 근로계약, 노동관행 등에 의하여 지급의무를 지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 관하여는 전적으로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 한다. 특히,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금원이 위의 요건을 구비하는 한에 있어서는 임금이고 그 명칭이 어떠한지는 문제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0.12.7. 선고 90다카19647 판결 등 참조). 이를 전제로 하여 이른바 퇴직금 분할 약정에 관하여 살펴보면, 그 약정에 따라 월급 또는 일당과 함께 또는 그에 포함되어 퇴직금 명목으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원은, 첫째로 근로계약이 존속하는 동안에 지급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퇴직금일 수 없고, 둘째로 그 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지급의무를 져서 근로자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것이지만 퇴직금은 아니라는 점에서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의 일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퇴직금 분할 약정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매월 또는 매일 일정한 금원을 지급한다는 것과 그 금원의 명목을 퇴직금으로 한다는 것을 그 본질적 구성요소로 한다. 그 중에서 법에 위반되어 무효로 되어야 하는 부분은 퇴직금으로 지급한다는 부분만이다. 다수의견이 적절히 지적하는 바와 같이, 그 부분을 유효하다고 보면 최종적으로 퇴직 시에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강행법규에 위반하여 사전에 포기하는 것을 용인하는 결과로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매월 또는 매일 일정한 금원을 지급한다는 약정은 유효하다. 이를 무효로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 그렇다면 퇴직금이 후불적 임금이라는 점에 비추어 위와 같이 근로자에게 매월 또는 매일 지급되는 금원은 사용자가 위와 같이 유효한 약정에 기하여 근로의 대가로서 지급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따라서 그 명칭에도 불구하고 이는 임금의 일종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이,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원이 퇴직금일 수는 없고 오로지 임금으로서의 성격을 가질 뿐이므로, 근로자가 이를 지급받는 것은 퇴직금 분할 약정이 포함된 근로계약에 따른 정당한 임금의 수령이지 부당이득이 될 수 없고, 따라서 사용자가 그 반환청구권을 가짐을 전제로 하여 근로자의 최종퇴직 시에 사용자가 그 반환청구권을 자동채권으로 하고 근로자의 퇴직금청구권을 수동채권으로 한 상계항변이 성립할 여지 또한 없다. 그런데 다수의견은 퇴직금을 퇴직 전에 미리 지급하는 것은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무효이므로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지급되는 금원에 퇴직금으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고 임금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함으로써 퇴직금 분할 약정 전부가 무효라는 취지이다. 그러나 이는 위에서 본 퇴직금 분할약정의 두 가지 측면 중에서 순수하게 퇴직금의 분할 지급이라는 측면에만 초점을 맞춘 것일 뿐 그 약정에 따라 지급되는 금원이 그 명칭에도 불구하고 임금으로서의 실질을 가진다는 측면을 간과하거나 도외시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어 부당하다. 뿐만 아니라, 다수의견은 위와 같이 퇴직금 분할 약정 전부가 무효라고 본 결과, 그 약정에 따라 근로자가 지급받은 금원은 법률상 원인이 없는 것으로서 부당이득이 되고 따라서 근로자의 최종 퇴직 시에 사용자가 가지는 그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자동채권으로 하고 근로자가 가지는 퇴직금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한 상계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으로 근로계약이 존속하는 동안에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된 금원에 대하여 퇴직금을 분할하여 미리 지급한 효력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과 아무런 차이가 없고, 이는 당초에 다수의견이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지급된 금원에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을 부정하려는 것과는 모순된다. 이 점에서 다수의견에는 찬동할 수 없다. 나. 이 사건에서 원심은, 피고가 원고들에게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이 임금에 해당하지 아니함을 전제로 하여 원고들은 이를 부당이득으로서 피고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 이를 자동채권으로 한 피고의 상계항변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러한 원심판결은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퇴직금 분할 약정 내지 임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다. 원심판결 중 원고들 패소 부분은 이를 이유로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5. 대법관 양승태,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양창수의 별개 및 반대의견 가. 헌법 제32조 제3항은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조건이라 함은 임금과 그 지급방법, 취업시간과 휴식시간, 안전시설과 위생시설, 재해보상 등 근로계약에 의하여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을 수령하는 데 관한 조건들로서, 근로조건에 관한 기준을 법률로써 정한다는 것은 근로조건에 관하여 법률이 최저한의 제한을 설정한다는 의미이다(헌법재판소 2003.7.24. 선고 2002헌바51 결정 등 참조). 이와 같은 근로조건의 법정주의에 관한 헌법 제32조 제3항에 따라 근로기준법은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나. 다수의견이 지적한 바와 같이, 법 제34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퇴직금은 본질적으로 후불적 임금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그 후불적 임금으로서의 성격 이외에도 사회보장적 급여로서의 성격과 공로보상으로서의 성격을 아울러 가지고 있다(대법원 1995.10.12. 선고 94다36186 판결, 대법원 2002.9.6. 선고 2002다29442 판결 등 참조). 또한 임금은 근로에 대한 대상으로 지급되는 일체의 금품으로서, 통상 근로자와 그 부양가족의 생존의 기초를 이루는 것이기 때문에 근로조건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으로 인정되고, 이에 근로기준법에서도 임금의 보호와 관련된 여러 규정을 두고 있다. 특히 법 제42조 제1항 본문은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이른바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는데, 그 취지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임금을 공제하는 것을 금지하여 근로자에게 임금 전액을 확실하게 지급받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경제생활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그 보호를 도모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근로자의 임금채권과 상계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대법원 2001.10.23. 선고 2001다25184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퇴직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다. 다만 다수의견이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계산의 착오 등으로 임금이 초과 지급된 경우 그 초과 지급된 임금을 정산, 조정하기 위한 상계가 일정한 한도에서 예외적으로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바와 같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이미 퇴직금 명목의 금전을 지급하였으나 그것이 퇴직금 지급으로서 효력이 없어 사용자가 같은 금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갖게 된 경우에 이를 자동채권으로 하여 근로자의 퇴직금채권과 상계하는 때에도 예외적으로 상계가 허용된다는 다수의견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찬성할 수 없다. 첫째, 법 제42조 제1항 본문에 규정된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일정한 경우에 예외적으로 상계가 허용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계산의 착오 등으로 임금이 초과 지급되었을 때 그 상계의 시기가 임금이 초과 지급된 시기와 임금의 정산, 조정의 실질을 잃지 않을 만큼 합리적으로 근접하여 있고 금액과 방법을 미리 예고하는 등으로 근로자의 경제생활 안정을 해할 염려가 없는 경우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처럼 퇴직금 지급으로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는 퇴직금 명목의 금전을 지급하여 그 금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가지게 되는 일은 미리 행하여진 이른바 ‘퇴직금 분할 약정’에 기하여 의도적으로 퇴직금을 미리 지급함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으로서 앞서 본 바와 같은 계산의 착오 등으로 임금이 초과 지급된 경우와는 그 법률적 성격을 확연히 달리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상황에서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사용자가 이미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금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과 근로자의 퇴직금채권 양자가 밀접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둘째, 대법원 판례에서 인정된 바와 같이 퇴직금은 후불적 임금의 성격 이외에도 사회보장적 급여로서의 성격과 공로보상으로서의 성격도 아울러 가지고 있는 점, 법 제34조가 법정 퇴직금 제도를 강행규정으로 하면서 엄격한 요건하에 퇴직금 중간정산을 허용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퇴직금을 포함하는 임금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의 허용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도 퇴직금의 사회보장적 급여 및 공로보상으로서의 성격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최근 들어 상당히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나, 근로자의 노후생활에 대한 제도적 대비책은 미비한 상태이어서 그 개인적․사회적 부담은 날로 가중되고 있다. 특히 연봉제 확산, 근속연수 단축등으로 인하여 근로자의 생활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불안정하게 되었음에도 법정 복지제도에 의하여 보호되고 있는 공무원이나 사립학교 교원 등을 제외한 나머지 근로자의 경우에는 그 지위가 상대적으로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퇴직금이 퇴직 후 근로자의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기능하면서 근로자의 경제생활의 기반을 이루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특히 다수의견은 이른바 ‘퇴직금 분할 약정’으로 퇴직금으로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일정한 금전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이 월급이나 일급의 형태로 임금이 지급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입장에서 그 중 퇴직금으로 지급되는 부분과 그렇지 아니한 부분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현실적인지 의문이고(다른 관점에서 말하면, 퇴직금 분할 약정은 퇴직금을 미리 가산하여 지급한다는 명목으로 근로자로 하여금 자신의 임금액에 관하여 잘못된 생각을 가지게 할 소지도 있는 것이다), 사용자의 입장에서도 양자의 구분이 자의적인 경우도 없지 않은 것이다. 무엇보다도 근로자로서는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된 것을 포함하여 그 임금 전체를 기준으로 해서 자신과 가족을 위하여 그때그때의 생활자금 등에 관한 지출계획을 세우고 그 지급받은 임금을 그와 같이 소비하는 일이 많을 것이다. 따라서 상당한 기간 동안 근로관계에 기하여 근로를 제공한 후에 퇴직을 함에 임하여 근로자의 퇴직금채권에 관하여 그 사이에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된 부분을 한꺼번에 사용자로부터 일방적으로 상계당하게 되면, 이는 퇴직 후에도 안정된 생활을 보장한다는 퇴직금의 사회보장적 성격을 현저히 훼손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근로자가 퇴직 이후 그 재직 중 받지 못한 임금이나 퇴직금을 청구하는 경우에, 사용자가 초과 지급한 임금이나 퇴직금의 반환청구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상계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상계를 허용하는 다수의견에는 퇴직금의 후불적 임금의 성격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사회보장적 급여 및 공로보상으로서의 성격을 간과하였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상계를 허용하는 편이 공평의 견지에서도 당연하며,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경제생활의 직접적 기반을 이루는 임금을 지급받는 근로계약관계에 더 이상 있지 아니하므로 근로자의 경제생활 안정을 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도 아니라는 다수의견의 입장은 퇴직금의 사회보장적 급여 및 공로보상으로서의 성격을 기초로 한 사용자 내지 기업의 공공성․사회성 관점을 고려하지 아니한 형식적인 해석론으로서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셋째, 다수의견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상계를 허용하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5호 및 민법 제497조의 각 규정을 근거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금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근로자의 퇴직금채권과 상계하는 것은 퇴직금채권의 2분의 1을 초과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금액만 허용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5호가 사회정책적 고려에서 채무자를 보호하고 사회적 정의를 지향하는 사회국가원리를 구체화하는 의미에서 압류를 금지하되 일반 채권자 이익과의 조화라는 차원에서 퇴직금채권의 2분의 1이라는 기준을 유지하고 있는 입법취지 등을 감안한다면, 일반 채권자와 달리 사용자와 근로자의 관계에서는 법 제42조 제1항 본문에 따라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을 따르는 것이 보다 타당한 해석론이라 여겨진다. 결국 임금이 초과 지급된 경우의 정산과 관련하여 예외적으로 상계가 허용되고 있는 주된 근거는 계산의 착오 등으로 발생하는 임금의 초과 지급인 데다가, 시기상, 절차상 일정한 제한을 가할 수 있어 근로자의 경제생활 안정을 해할 염려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처럼 퇴직금 지급으로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는 퇴직금 명목의 금전을 지급하여 그 금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이 문제되는 때에는 계산의 착오 등으로 임금이나 퇴직금을 초과 지급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수액이 정당하게 지급해야 할 퇴직금 수액에 근접할 정도로 다액인 경우가 많아, 근로자의 경제생활 안정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많다. 또한 퇴직금 명목의 금전을 부당이득이라고 인정하는 것과 관련하여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경우에도 상계를 허용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공제를 인정하게 되면 퇴직금 제도를 두고 있는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근로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할 뿐만 아니라, 당초 임금의 지급과 관련하여 상계를 금지한 제도적 취지를 지나치게 형해화할 우려가 있다. 그렇다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이미 퇴직금 명목의 금전을 지급하였으나 그것이 퇴직금 지급으로서 효력이 없어 사용자가 같은 금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가지게 된 경우에는 이를 자동채권으로 하여 근로자의 퇴직금채권과 상계할 수 없다고 해석함이 여러 면에서 보다 합리적이라고 할 것이다. 라.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상계항변을 판단하면서 원고들에 대한 퇴직금 명목 금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으로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퇴직금채권 전부에 대한 상계를 허용하여 그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청구부분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에는 상계금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상과 같이 별개 및 반대의견을 밝혀둔다.
재판장 대법원장 이용훈 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양승태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김능환 대법관 전수안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차한성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신영철 주 심 대법관 민일영
<임원의 근로자 판단 기준>
[1] 상법상 이사와 감사는 주주총회의 선임 결의를 거쳐 임명하고 그 등기를 하여야 하며, 이사와 감사의 법정 권한은 위와 같이 적법하게 선임된 이사와 감사만이 행사할 수 있을 뿐이고 그러한 선임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다만 회사로부터 이사라는 직함을 형식적·명목적으로 부여받은 것에 불과한 자는 상법상 이사로서의 직무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2] 주식회사의 이사, 감사 등 임원은 회사로부터 일정한 사무처리의 위임을 받고 있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고 소정의 임금을 받는 고용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일정한 보수를 받는 경우에도 이를 근로기준법 소정의 임금이라 할 수 없고, 회사의 규정에 의하여 이사 등 임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도 그 퇴직금은 근로기준법 소정의 퇴직금이 아니라 재직중의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보수에 불과하다.
[3]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므로, 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 등 임원이라고 하더라도 그 지위 또는 명칭이 형식적·명목적인 것이고 실제로는 매일 출근하여 업무집행권을 갖는 대표이사나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관계에 있다거나 또는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외에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러한 임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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