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학선전(白鶴扇傳)
■ 줄거리
명나라 홍무 연간에, 남경에 사는 유태종은 간신을 피해 벼슬을 버리고 고향에서 지내다가 아들 유 백로를 얻는다. 부인의 꿈에 선동이 ‘천상에서 죄를 지어 당신의 자식이 되고자 한다'라는 말을 하고, ‘이 아이의 배필은 서남에 있다'라고 선녀가 말을 한다. 이부상서 조경노도 자식이 없던 중 ‘천상의 시녀’가 딸로 태어나게 되니, 이름을 은하라고 한다. 운수 선생에게 가던 백로는 길가에서 열 살의 은하를 만나, 집안의 보물인 백학선에 ‘窈窕淑女 君子好求'라는 글귀를 써주고는 훗날을 기약한다. 병부상서 문 상서가 유백로를 사위로 삼고자 하나, 벼슬을 얻은 뒤에 하자고 거절하자 앙심을 품는다. 최국양도 은하를 며느리로 맞고자 하나, 거절하자 앙심을 품는다. 유백로가 과거에 급제하여 남방순무어사로 부임하며 은하를 찾았으나, 끝내 찾지 못하고 병이 들어 벼슬을 버린다. 이때 오랑캐 가달이 쳐들어오자, 최국양이 출전하면서 백로의 외숙 전홍뢰에게 은하를 죽이도록 한다. 하지만 은하의 신세가 딱함을 알고 전홍뢰는 은하를 놓아 준다. 방황하는 은하에게서 유태종이 백학선을 뺏으려고 옥에 가두지만 실패하자 일 년 만에 풀어 준다. 유 백로는 대원수가 되어 가달을 막으려 하다가 가달에게 잡히고 만다. 주막에서 점괘를 본 은하는 백로가 위험함을 알고는 전장에 나가기를 자원한다. 이때는 최국양의 모함으로 백로의 가족이 옥에 갇힌 때다. 병법과 무술에 신통력을 알아본 임금은 은하에게 가달을 치도록 허락한다. 은하는 선녀의 도움으로 오랑캐를 물리치고 백로를 구해 돌아온다. 그 후 최국양은 처벌을 받고, 백로와 은하는 연왕, 연왕비가 되어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팔순에 하늘로 올라간다.
■ 작품 개관
▶작자-미상
▶갈래 : 염정 소설, 영웅 소설
▶주제 : 남녀 간의 신의 있는 사랑
▶특징 :
* 천상세계에서 죄를 지은 선관·선녀가 인간세상으로 쫓겨 와서 [적강소설(謫降小說): (신선이) 사람으로 태어남)]
* 갖은 고초 끝에 서로 만나고 또 오랜 역경 끝에 행복을 찾아 영화를 누리다가 삶을 마치는 과정을 그림. [영웅소설, 애정소설]
* 유교적 충의보다는 남녀 간의 애정의 관념을 더 중시하는 인물들.
* 여성의 권위 향상된 모습을 보임(여성의 전쟁 출전, 혼인의 자유의사 존중)
* 남주인공 유백로와 여주인공 조은하가 천상계에서 애정을 나눈 죄로 적강했다고 하는 사실과 지상계에서의 인생 편력 과정은 유기성을 지닌다.
▶등장 인물
* 유 시랑(劉侍郎): 주인공 백로(伯魯)의 아버지
* 유 한림(유 백로) : 주인공으로 천상세계의 선동(仙童)으로서 옥황상제께 죄를 지어 지상세계로 쫓겨온 인물. 은하와 백년가약을 맺고 끝까지 신의를 지킴
* 조 은하 : 여주인공. 백로를 적에게서 구출하는 적극적인 여인임
* 문 상서 : 반동인물1. 유 백로를 사위로 청혼하나, 벼슬을 얻은 뒤에 하자고 거절하자 앙심을 품는다.
* 최 국양 : 반동인물2. 조은하를 며느리로 맞고자 하나, 백로를 생각하고는 거절하자 앙심을 품는다.
* 가 달 : 오랑캐의 수령.
* 전홍뢰 : 주인공 백로의 외숙.
▶ 줄거리2
❶ 명나라 시절 남경 땅에 사는 유시랑(劉侍郎)은 대대로 충과 효로써 이름 높은 가문의 후예로 늦도록 자식이 없어 안타까워하였다.
❷ 부인이 일월성신에게 빌어 북두성의 지시로 아들을 얻게 되었는데, 그 이름을 백로(伯魯)라 하였다. 백로는 실상 천상세계의 선동(仙童)으로서 옥황상제께 죄를 지어 지상세계로 쫓겨온 인물이었다. [백로=한림]
❸ 운수 선생에게 가던 장성한 백로는 길가에서 여주인공인 열 살의 조은하를 만나, 집안 대대의 보물인 백학선에 ‘요조숙녀군자호구(窈窕淑女 君子好求)’라는 글귀를 써서 주고는 훗날을 기약한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헤어졌던 이들 남녀 주인공이 다시 만나서 행복을 누리게 된다. 그런데 이 조은하 역시 천상세계의 선녀로서 옥황상제께 득죄하여 지상세계로 쫓겨온 인물이었다.
❹ 병부상서 문상서가 유 백로를 사위로 청혼하나, 벼슬을 얻은 뒤에 하자고 거절하자 앙심을 품는다. 최국양도 은하를 며느리로 맞고자 하나, 백로를 생각하고는 거절하자 앙심을 품는다.
❺ 유 백로가 과거에 급제하여 남방순무어사로 부임하며 은하를 찾았으나 찾지 못하고 병이 들어 벼슬을 버린다. 이 때 오랑캐 가달이 쳐들어오자, 최국양이 입궐하여 출전하며 백로의 외숙 전홍뢰에게 은하를 죽이도록 한다. 그러나 조은하의 신세가 딱함을 알고 전홍뢰는 은하를 놓아 준다. 방황하는 은하에게서 유 태종이 백학선을 뺏으려고 옥에 가두나 실패하자 일 년만에 풀어 준다.
❻ 유 백로가 최 국양에게 원하여 대원수가 되어 가달을 막으려 하나, 최국양이 군수를 해 주지 않아 군사들은 몰살 당하고 백로는 가달에게 잡히고 만다. 방황하던 은하가 주막에서 점괘를 보고 백로가 위험함을 알고는 임금에게 자원한다. 이때는 최국양의 모함으로 백로의 가족이 옥에 갇힌 때다. 병법과 무술에 신통력이 있음을 본 임금은 조은하를 원수 가달을 치게 허락한다. 선녀의 도움으로 오랑캐를 물리치고 가달을 잡으며 백로를 구해 돌아 온다.
❼ 최국양은 처벌을 받고, 유백로, 조은하는 연왕, 연왕비가 되며 팔 순에 하늘로 올라 간다.
▶구성 : 적강구조(천상에서 유배되어 지상으로 내려옴)
* 발단-천상계의 선관 선녀가 죄를 짓고 인간계로 쫓겨와 각각 유 백로와 조 은하로 환생한다.
* 전개-운수 선생에게 가던 백로는 길가에서 열 살의 은하를 만나 집안 대대의 보물인 백학선에 백년가약을 맺고자 하는 글귀를 써주고 훗날을 기약한다.
* 위기-병부상서 문상서가 백로를 사위로 청혼하나 벼슬을 얻은 뒤에 하자가 거절하자 앙심을 품는다. 최국양도 은하를 며느리로 맞고자 하나 백로를 생각하고는 거절하자 앙심을 품는다. 백로가 과거에 급제하여 남방순무어사로 부임하며 은하를 찾았으나 찾지 못하고 병이 들어 벼슬을 버린다.
* 절정-오랑캐 가달이 처들어오자 최국양은 백로의 외숙 전홍뢰에게 은하를 죽이도록 하나 은하의 신세가 딱함을 알고 전홍뢰는 은하는 놓아 준다. 백로는 대원수가 되어 가달을 막으려하나 최국양이 군수를 해주지 않아 군사들은 몰살 당하고 백로는 가달에게 잡히고 만다. 주막에서 점괘를 보고 백로가 위험함을 알게 된 은하는 임금께 지원한다. 은하가 병법과 무술에 신통력이 있음을 본 임금은 이를 허락하고 은하는 오랑캐를 물리치고 백로를 구해 돌아온다.
* 결말 - 최국양은 처벌을 받고, 유백로, 조은하는 연왕, 연왕비가 되며 팔순에 하늘로 올라간다.
■ 해제
-이 작품은 내용과 문체상의 특성으로 미루어 18세시 이후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는 작자 미상의 한글 소설이다. 이른바 적강소설(謫降小說)이면서 영웅소설이고, 애정소설에 해당한다. 천상계에서 죄를 지은 선관·선녀가 인간 세상으로 쫓겨와서 갖은 고초 끝에 서로 만나고 또 오랜 역경 끝에 행복을 찾아 영화를 누리다가 삶을 마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른바 적강소설(謫降小說)이면서 영웅 소설이고, 애정 소설에 해당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남녀 주인공들의 애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애정 소설의 성격이 짙다. 혼인에 있어서 부모나 임금의 뜻보다는 주인공들의 뜻이 더 존중되고 있고, 선뜻 받아들여지고 있는 점에서 이를 알 수 있다. 또한 남녀 주인공이 각기 싸움터에 자원하여 나아가는 것도 국가나 군왕에 대하여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애인을 찾기 위해서라는 점도 특징적이다. 여성의 출전을 황제가 허락하고 있다는 사실도 여성의 지위 향상 및 여권의 신장 등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는 "백학선"이라는 부채가 주제를 실현하면서 사건과 인물들을 얽히게 하고 갈등과 극적 긴장성을 조성하고 있다. 또한 인물들의 무훈담을 통하여 주제인 애정 윤리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 이 소설은 무엇보다도 남녀 주인공들의 애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철저한 애정소설이라고 하는 것에 특색이 있다. 혼인에 있어서, 부모나 임금의 뜻보다는 주인공들의 뜻이 더 존중되고 있고, 선뜻 받아들여지고 있는 점 또한 특징적이다.
- 남녀 주인공이 각기 싸움터에 자원하여 나아가는 것도 국가나 군왕에 대하여 충성하고 부모에 대해서 효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애인을 찾기 위해서라고 하는 점 또한 특기할 만하다. 여성의 출전을 황제가 허락하고 있다고 하는 사실도 여성의 지위 향상 및 여권(女權)의 신장 등과 관련이 있다고 하겠다.
- 이 소설은 비교적 진보적인 사상을 담고 있는 특징 있는 작품으로서 조선조 후기의 작품이 아닌가 한다. 이것을 소설로 문제 삼을 때, 남주인공 유백로와 여주인공 조은하가 천상계에서 애정을 나눈 죄로 적강했다고 하는 사실과 지상계에서의 인생 편력 과정은 유기성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 그러나 조은하의 경우, 적강의 죄목이 ‘ 은하수에 오작교 놓은 것 ’ 으로 되어 있는 데 대해 유백로의 경우, 그저 ‘ 상계에서 득죄 ’ 한 것으로 되어 있는 점이 주목된다.
<더 생각해 볼 문제>
1. 백학선(白鶴扇)’의 의미
- '백학선'은 흰 학이 그려진 부채를 말하는데, 사물의 이름을 제목으로 설정한 것이 매우 특징적이다.
- 사건을 이끌어 가는 것은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이 부채이다. 부채가 등장하는 부분이 유백로와 조은하의 만남이요, 그 부채에 쓰인 말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조은하의 집안은 몰락하고 그녀의 부모는 죽게 된다. 부채를 소유한 조은하는 시아버지로 인해 옥에 갇히고, 후에 대원수가 되어 적을 무찌르는 대목에서 부채에 그려진 학이 솟아 도움을 받는다.
- 남자 주인공인 '유백로'의 이름 또한 어머니인 김씨의 꿈에 백학을 타고 내려온 청의동자를 보고 낳았기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다. 이와 같이 이 작품은 이미 태몽과 이름에서 '백학선'의 존재를 암시하고 있다. 그리하여 '백학선'은 주인공 자체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귀중한 존재가 된다. 이 작품의 제목이 '유백로전'이 아니라 '백학선전'이 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백학선전"에서는 주인공의 탄생 그 이전에 "백학선"이 먼저 존재한 것이다.
* 주인공의 존재 이유 설명 : 태몽과 주인공의 이름에서 암시
* 마음을 전하는 매개체 : 조낭자에게 유백로의 마음을 전함
* 조낭자의 절개를 상징 : 최국낭과의 혼인을 거절함
* 조낭자의 정체를 알게 되는 계기 : 전쟁터에서 학 나와 조낭자를 도움
* 앞으로 일어날 것을 암시 : 조낭자가 처음 본 소년에서 백학선을 받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백학선전(白鶴扇傳) (2011년도 EBS 수능 특강)
◈ 본문 읽기(동일한 인물을 가리키는 표현에 유의)
-------------------------------------------------------------------
유 자사는 백학선(白鶴扇)을 찾으려고 남자로 변복(變服)한 조 소년(少年)을 오래 옥중에 가두고 추궁하였으나, 그의 철석간장을 굽히지 못하여 주야로 근심하다가, 하루는 홀연히 깨닫고,
“소년을 너무 고생시키는 것도 잔인하다. 백학선을 잃은 것도 또한 하늘이 주신 운수니 할 수 없다.”
하고, 조 소년을 옥에서 석방하였으나, 은하 낭자는 옥중에서 수척한 심신이 일시에 긴장이 풀리는 통에 새로운 충격으로 기절하더라. / 시비 춘낭이 정성껏 간호한 공으로 낭자가 소생하여 꿈에 본 천상의 사변을 생각하고 심중으로 신기하게 여기면서, 사모하는 천정배필인 유 한림과 만날 희망을 품게 되더라. ▶은하 낭자가 옥에서 석방됨.
출옥한 은하 낭자는 유 한림을 찾으려고 곧 청주로 출발하였으며, 수십 일 만에 수백 리를 갔으나 기력이 더욱 좋아져서 조금도 피로를 느끼지 않았으므로 계속 길을 달려가니, 하루는 도중에서 홀연히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그는 다행히도 시비 춘낭이가 아는 형주 사람이니라. 춘낭이 반가워하면서 순무 어사의 소식을 물으니,
“그 유 어사께서는 신병으로 황제께 표를 올리고, 지금 고향으로 가서 휴양하신다더라.”
춘낭이 낙망(落望)하고 은하 낭자에게 그 사실을 전하자 낭자가 깜짝 놀라며,
“네가 잘못 들은 지 모르니 다시 자세히 물어 보라.”
하고 반신반의(半信半疑)로 근심하였으니, 춘낭이 다시 아는 사람에게 묻기를,
“순무 어사께서 병환으로 고향에 돌아가셨다는 것이 정말인가요?”
“거짓말이 어디 있느냐? 우리는 지금 군관(軍官)으로서 직접 호송해 드리고 돌아오는 길이다.”
그 말을 다시 춘낭에게 전해들은 은하 낭자는 하는 수 없이 길을 돌이켜서 남경으로 향하더라. ▶은하 낭자는 유 한림을 만나려고 청주로 향하다가 남경으로 길을 돌림.
한편 유 어사(유 한림)는 백학선을 선사한 옛날의 여자를 사방으로 염탐(廉探)하였으나 종시(終始) 만나지 못한 탓으로 심화병(心火病)을 얻고 증세가 날로 위독해 갔으므로, 하는 수 없이 황송한 사연으로 표를 지어서 병치료의 휴양을 황제께 청하였더니 황제가 보시고 병세가 위중함을 아시고 근심한 끝에, 어사를 대사도(大司徒)로 승진시키고, 그의 부친 형주 자사를 예부상서로 삼아서 즉시 서울로 올라오라는 분부를 내리셨으므로 위전(位典)이 더욱 융성하고, 부귀 또한 혁혁하더라. ▶유 어사는 은하 낭자를 만나지 못해 병이 남.
대사도가 병중의 행차를 강행하여 궐하(闕下)에 명령을 받드니, 황제가 반갑게 맞아 위로하시고, 어서 물러가서 병을 조리하라고 분부하시니, 은혜에 감사하면서 부중(府中)으로 돌아와서 휴양하였으나, 가슴에 품은 근심은 더욱 간절하기만 해서, 부귀공명도 헛된 꿈만 같고, 사모하는 여자의 생각만 인생의 보람 같아서 믿을 수 없더라./
뒤 이어 상경한 부친이 아들 사도(유 한림)의 병세가 심상치 않음을 근심하고 천하의 명의(名醫)를 청하여 약을 쓰는 한편 병의 원인이 여자를 사모하는 점에 있음을 짐작하고, 좋은 규수에게 구혼하려고 널리 간택하였으나 마땅한 곳이 없었으며, 부친은 근심 끝에 멀리 하황현의 현령 전흥뢰를 청하여 상의하기를,
“내 아들의 성질이 특이하여 공명을 이룬 후에 숙녀를 구하겠다 하므로, 그 뜻에 맡겨서 지금껏 성혼하지 않았더니, 이제는 공명이 족하게 되었으니 더 기다릴 것이 없어서, 널리 구혼코자 하나 마땅한 곳이 없어서 근심 중이니, 형은 나를 위하여 마땅한 숙녀를 천거해 주시오.” / 하고 신신 부탁하였다.
“사도의 혼사는 염려 마십시오.” / 전 현령은 뜻밖에 침착한 태도로 대답하거늘,
“그게 무슨 말이요?” / 유 상서가 놀라서 다시 묻기를,
“소제(小弟)가 벼슬살이를 할 때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는데, 그 조 소저(小姐)가 무죄 애매함을 가련히 여겨서 이리이리하여 피하라고 일러서 놓아 보냈사옵니다. 그 후에 백로의 말을 들은즉, 그 여자가 분명히 백로가 심중에 맹약한 여자로 믿으니 어찌 애달프지 않겠습니까?”
하고, 전후 사연을 자세히 말하니, 유 상서가 다시 놀라면서 그런 사실이 있으면, 그 애가 왜 나를 지금까지 속이고 병이 되도록 있느냐고 탄식하기를,
“그러니 생각하는 일이 있소. 내가 기주에 자사로 있을 때 어떤 관속이 보고하기를 어떤 선비가 백학선을 가졌더라고 하기에, 내가 곧 잡아다가 옥에 가두고 위세로 백학선을 바치라고 위협하였으나 끝끝내 죽기로 거절하기로 옥중에 가두어 두었으나, 해가 지나도 마음을 돌리지 않으므로 인력으로는 어쩔 수 없다고, 석방한 일이 있었소. 그런데 그 선비의 음성이 옥소리 같아서 여자가 아닌가 하고 의심하고 몸을 검사하려다가, 아직 소년이라 음성이 그러려니 다시 생각하고 그냥 석방하였는데, 지금 현령의 말을 듣고 보니, 여자가 위급한 경우에 남복을 하고 난을 피하려 하였던 모양이구료.”
하고, 아들 사도를 돌아보고 은근히,
“부자지간에 이런 사연을 왜 오래 속이고 있었느냐. 네가 그 여자의 생각으로 병까지 났지만, 그 여자인들 어찌 참혹하지 않으랴. 그 여자 역시 필경 너를 찾아다니며 천신만고할 테니 어찌 가엾지 않으랴. 그 여자가 필경 남경으로 갔을 것인데, 공교롭게도 지금 오랑캐 가달이 남경을 점령하고 있으니, 혹은 그 여자가 도적의 화를 입고 죽었을지도 모르니 이 일을 어찌하랴. 옛말에 일녀함원(一女含怨)하면 오월비상(五月飛霜)이라 하니, 어찌 너에겐들 앙화(殃禍)가 없겠느냐?” ▶유 사도의 혼인 문제로 은하 낭자와의 관계를 알게된 유 상서
“부친의 말씀을 들으니, 가슴이 막혀서 말씀을 드리지 못하겠습니다.”
하고, 유사도는 망연히 앉아 있었고 사도의 외숙인 현령이 위로하며,
“조카는 부질없이 너무 염려 말고 마음을 진정하고 몸을 회복하라. 하늘이 이런 숙녀를 내심이니, 어찌 조카의 정열이 헛되리오. 반드시 하늘이 도울 것이니, 머지않아 만나게 될 거다.”
“아아, 그 여자가 저를 위하여 천만간고(千萬艱苦)를 다 겪고, 지금은 생사를 알 수 없으니 제 마음이 어찌 편하겠습니까? 마땅히 죽기를 결심하고 남경으로 가서 그 여자를 찾아서 비상지원(飛霜之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은하 낭자를 만나기 위해 남경으로 가려는 유 사도
* 위전 : 지위에 따른 위세
* 일녀함원(一女含怨)하면 오월비상(五月飛霜)이라 :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 앙화 : 죄의 앙갚음으로 받는 재앙.
◈ 작품 읽기
[지문의 핵심 내용]
1) 은하 낭자가 감옥에서 풀려남
↓
2) 은하 낭자가 청주로 가다 유 한림의 소식을 들음
↓
3) 병이 난 유 어사가 집으로 돌아와 휴양함
↓
4) 유 상서(유 어사의 부친)과 전흥뢰의 대화
↓
5) 현령의 위로와 은하 낭자를 만나기 위해 남경으로 가려는 유 사도
◈ 각 부분에서 중요 내용 생각해 보기
1) 은하 낭자가 감옥에서 풀려남
- 백학선의 의미
2) 은하 낭자가 청주로 가다 유 한림의 소식을 들음
- 우연적 사건 전개
3) 은하 낭자에 대한 그리움으로 병이 난 유 어사가 집으로 돌아와 휴양함
4) 유 상서(유 어사의 부친)과 전흥뢰의 대화
- 은하 낭자에 대한 정보
5) 현령의 위로와 은하 낭자를 만나기 위해 남경으로 가려는 유 사도
◈ 지문 해설
동일 인물을 가리키는 표현들이 많아 인물을 중심으로 사건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작품 전체의 줄거리를 모를 때 일부 내용 또한 이해하기 어려운 점도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주요 인물들을 동일하게 표시하며 전체 줄거리를 덧붙이는 식으로 해설하도록 하겠습니다.
▶ 인물 정리
유 한림(□로 표시함), 은하 낭자(○로 표시함), 유 자사(△로 표시함)
유 자사(△)는 백학선(작품의 제목이자 주요 소재. 주어진 제시문에서 그 기능이 크게 부각돼 있지 않지만 주어진 제시문만으로 정보를 찾자면 유 한림이 은하 낭자에게 준 것으로 은하 낭자가 자기 목숨보다 중히 여기는 것일 할 수 있음. 참고로 전문을 바탕으로 할 때 ‘백학선’은 유 한림이 열 한 살 때 수학을 하러 가던 중 우연히 은하 낭자를 만나 은하 낭자가 건네 준 유자 대신 주었던 것으로 일종의 징표라 할 수 있고 은하 낭자는 백학선을 소중히 간직하며 유 한림과의 재회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음)을 찾으려고 남자로 변복(變服)한 조 소년(○)을 오래 옥중에 가두고 추궁하였으나, 그의 철석간장을 굽히지 못하여 주야로 근심하다가, 하루는 홀연히 깨닫고,
“소년을 너무 고생시키는 것도 잔인하다. 백학선을 잃은 것도 또한 하늘이 주신 운수니 할 수 없다.”(운명론적 인식)
하고, 조 소년을 옥에서 석방하였으나, 은하 낭자(○, 이어지는 옥중에서 심신이 수척해졌다는 내용을 참고할 때 유 자사가 옥에 가두었던 조 소년과 동일 인물임을 추측할 수 있음)는 옥중에서 수척한 심신이 일시에 긴장이 풀리는 통에 새로운 충격으로 기절하더라. 시비 춘낭이 정성껏 간호한 공으로 낭자가 소생하여 꿈에 본 천상의 사변(주어진 지문만으로 그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는 없으나 유 한림을 만날 희망을 품게 된 것으로 보아 그와의 재회를 암시하는 내용이라 추측해 볼 수 있음. 참고로 전문을 참고할 때, 꿈속에서 은하 낭자가 요임금의 딸과 순임금의 아내를 만나 그녀들로부터 장차 유 한림을 만날 것이라는 말을 들음)을 생각하고 심중으로 신기하게 여기면서, 사모하는 천정배필인 유 한림(□)과 만날 희망을 품게 되더라.
(사건 1) : 은하 낭자가 감옥에서 풀려남
출옥한 은하 낭자는 유 한림을 찾으려고 곧 청주로 출발하였으며, 수십 일 만에 수백 리를 갔으나 기력이 더욱 좋아져서 조금도 피로를 느끼지 않았으므로 계속 길을 달려가니(제시문만 보았을 때 앞뒤 맥락을 통해 유 한림과 만날 희망으로 인해 피로를 느끼지 못했으리라 추측할 수 있지만, 전문을 고려할 때 꿈속에서 만난 여인들이 어려운 때 부리게 할 용력-씩씩한 힘-을 점지해주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음. 다른 이본에서는 불과 백 리를 가자 곤핍하고 발이 아파 서로 안아 울었다로 돼 있는 것도 있음), 하루는 도중에서 홀연히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그는 다행히도 시비 춘낭이가 아는 형주 사람이니라.(우연적 사건 전개) 춘낭이 반가워하면서 순무 어사(□, 은하 낭자가 유 한림을 찾으러 가는 중이므로 맥락상 유 한림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음)의 소식을 물으니,
“그 유 어사(□)께서는 신병으로 황제께 표를 올리고, 지금 고향으로 가서 휴양하신다더라.”
춘낭이 낙망하고 은하 낭자에게 그 사실을 전하자 낭자가 깜짝 놀라며,
“네가 잘못 들은지 모르니 다시 자세히 물어 보라.”
하고 반신반의로 근심하였으니, 춘낭이 다시 아는 사람에게 묻기를,
“순무 어사께서 병환으로 고향에 돌아가셨다는 것이 정말인가요?”
“거짓말이 어디 있느냐? 우리는 지금 군관(軍官)으로서 직접 호송해 드리고 돌아오는 길이다.”
그 말을 다시 춘낭에게 전해들은 은하 낭자는 하는 수 없이 길을 돌이켜서 남경으로 향하더라.
(사건 2) : 은하 낭자가 청주로 가다 유 한림의 소식을 들음
한편 유 어사는 백학선을 선사한 옛날의 여자(○, 지문 앞부분에서 은하 낭자가 백학선을 가지고 있었으니 유 어사가 백학선을 준 여자는 은하 낭자라 할 수 있음)를 사방으로 염탐하였으나 종시 만나지 못한 탓으로 심화병(心火病)을 얻고 증세가 날로 위독해 갔으므로, 하는 수 없이 황송한 사연으로 표를 지어서 병치료의 휴양을 황제께 청하였더니 황제가 보시고 병세가 위중함을 아시고 근심한 끝에, 어사를 대사도(大司徒)로 승진시키고, 그의 부친 형주 자사를 예부상서로 삼아서(이런 이유로 이후 유 어사는 대사도와 사도로, 유 어사는 유 상서로 지칭어가 바뀜) 즉시 서울로 올라오라는 분부를 내리셨으므로 위전(位典)이 더욱 융성하고, 부귀 또한 혁혁하더라
대사도(□, 황제의 명으로 어사가 대사도로 승진되었으므로 어사가 대사도로 지칭어가 바뀜)가 병중의 행차를 강행하여 궐하(闕下)에 명령을 받드니, 황제가 반갑게 맞아 위로하시고, 어서 물러가서 병을 조리하라고 분부하시니, 은혜에 감사하면서 부중(府中)으로 돌아와서 휴양하였으나, 가슴에 품은 근심은 더욱 간절하기만 해서, 부귀공명도 헛된 꿈만 같고, 사모하는 여자의 생각(은하 낭자에 대한 그리움)만 인생의 보람 같아서 믿을 수 없더라.
(사건 3)
은하 낭자에 대한 그리움으로 병이나 유 어사가 집으로 돌아와 휴양함.
뒤 이어 상경한 부친(△)이 아들 사도의 병세가 심상치 않음을 근심하고 천하의 명의(名醫)를 청하여 약을 쓰는 한편 병의 원인이 여자를 사모하는 점에 있음을 짐작하고, 좋은 규수에게 구혼하려고 널리 간택하였으나 마땅한 곳이 없었으며, 부친은 근심 끝에 멀리 하황현의 현령 전흥뢰를 청하여 상의하기를,
“내 아들의 성질이 특이하여 공명을 이룬 후에 숙녀를 구하겠다 하므로, 그 뜻에 맡겨서 지금껏 성혼하지 않았더니, 이제는 공명이 족하게 되었으니 더 기다릴 것이 없어서, 널리 구혼코자 하나 마땅한 곳이 없어서 근심 중이니, 형은 나를 위하여 마땅한 숙녀를 천거해 주시오.” / 하고 신신 부탁하였다.
“사도(□)의 혼사는 염려 마십시오.” / 전 현령은 뜻밖에 침착한 태도로 대답하거늘,
“그게 무슨 말이요?” / 유 상서(△, 황제의 명으로 형주 자사에서 예부상서로 승진해 유 자사가 유 상서로 지칭어가 바뀜)가 놀라서 다시 묻기를,
“소제(小弟)(△)가 벼슬살이를 할 때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는데, 그 조 소저(小姐)(○)가 무죄 애매함을 가련히 여겨서 이리이리하여 피하라고 일러서 놓아 보냈사옵니다. 그 후에 백로(□, 전후 맥락을 통해 볼 때 유 어사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음)의 말을 들은즉, 그 여자(○)가 분명히 백로가 심중에 맹약한 여자로 믿으니 어찌 애달프지 않겠습니까?”(본문만 봤을 때 의미 파악이 쉽지 않은 부분으로. 전문을 참고해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은하 낭자의 부친이 은하 낭자를 최국양의 자제에게 시집 보내려 했으나 은하 낭자가 유 한림과의 약속을 깰 수 없다며 부친을 설득하고, 이에 부친이 최 국양에게 딸의 뜻을 전하자 최국양이 분한 마음이 들어 은하 낭자의 부친을 거짓 죄를 물어 잡아들이고, 그의 딸을 노비로 만들라 전흥뢰에게 지시함. 이에 전흥뢰가 은하 낭자의 부친을 잡아들여 자초지종을 물으나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아 도망할 것을 권한 적이 있음)
하고, 전후 사연을 자세히 말하니, 유 상서가 다시 놀라면서 그런 사실이 있으면, 그 애가 왜 나를 지금까지 속이고 병이 되도록 있느냐고 탄식하기를,
“그러니 생각하는 일이 있소. 내가 기주에 자사로 있을 때 어떤 관속이 보고하기를 어떤 선비(○)가 백학선을 가졌더라고 하기에, 내가 곧 잡아다가 옥에 가두고 위세로 백학선을 바치라고 위협하였으나 끝끝내 죽기로 거절하기로(백학선에 대한 은하 낭자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부분으로, 이는 유 한림과의 약속을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음) 옥중에 가두어 두었으나, 해가 지나도 마음을 돌리지 않으므로 인력으로는 어쩔 수 없다고, 석방한 일이 있었소. 그런데 그 선비의 음성이 옥소리 같아서 여자가 아닌가 하고 의심하고 몸을 검사하려다가, 아직 소년이라 음성이 그러려니 다시 생각하고 그냥 석방하였는데, 지금 현령의 말을 듣고 보니, 여자가 위급한 경우에 남복을 하고(남장 모티브-고전소설에서 남장 모티브는 대개 다음과 같은 두 경우에 나타남. 첫째, 여자 주인공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남장을 함. 둘째, 여자라는 신분으로서 뜻-과거를 통해 출세나 복수 등-을 이루는 것에 한계가 있을 때 남장을 함. 이 작품에서는 첫 번째 이유라 할 수 있음) 난을 피하려 하였던 모양이구료.”
하고,
(사건 4)
유 상서와 전흥뢰의 대화
- 유 상서가 유 한림이 마음속으로 사모하는 여자가 누군지 알게 됨.
아들 사도를 돌아보고 은근히,
“부자지간에 이런 사연을 왜 오래 속이고 있었느냐. 네가 그 여자의 생각으로 병까지 났지만, 그 여자인들 어찌 참혹하지 않으랴. 그 여자 역시 필경 너를 찾아다니며 천신만고할 테니 어찌 가엾지 않으랴. 그 여자가 필경 남경으로 갔을 것인데, 공교롭게도 지금 오랑캐 가달이 남경을 점령하고 있으니, 혹은 그 여자가 도적의 화를 입고 죽었을지도 모르니 이 일을 어찌하랴. 옛말에 일녀함원(一女含怨)하면 오월비상(五月飛霜)이라 하니, 어찌 너에겐들 앙화(殃禍)가 없겠느냐?”
“부친의 말씀을 들으니, 가슴이 막혀서 말씀을 드리지 못하겠습니다.”
하고, 유사도는 망연히 앉아 있었고 사도의 외숙인 현령이 위로하며,
“조카는 부질없이 너무 염려 말고 마음을 진정하고 몸을 회복하라. 하늘이 이런 숙녀를 내심이니, 어찌 조카의 정열이 헛되리오. 반드시 하늘이 도울 것이니, 머지않아 만나게 될 거다.”(현령의 위로, 이어지는 사건에서 만약 두 인물의 재회가 나온다면 앞날을 암시하는 복선이라 할 수도 있음. 천우신조)
“아아, 그 여자가 저를 위하여 천만간고(千萬艱苦)를 다 겪고, 지금은 생사를 알 수 없으니 제 마음이 어찌 편하겠습니까? 마땅히 죽기를 결심하고 남경으로 가서 그 여자를 찾아서 비상지원(飛霜之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은하 낭자에 대한 유 한림의 사랑)
(사건 5)
현령의 위로와 은하 낭자를 만나기 위해 남경으로 가려는 유 사도
첫댓글 안방에서 전국의 꾼들과 섯다의 짜릿함!
http://imb85.net
승부사들의 진정한 한판 승부! “ 화투 “
회원가입만 하셔도 5000원의 무료머니를 드립니다
귀찮은 다운로드 이제그만,웹에서 바로 즐기는 화투!
http://imb85.net
국내 최다 회원보유 고객만족도1위!!!
화투의 짜릿한 손맛을 즐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