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사·참여연대 공동주최 연속 토론
"국민주권시대 이것부터 바꾸자"
노무현 정무가 추진해야 할 개혁과제 ⑥ 사회복지
더불어 사는 사회
사회안전망 만들기
2003. 2. 4 (화)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
한겨레신문사·참여연대
[발제문]
목 차
"새정부 보건복지정책 과제 : 이제는 복지국가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이영환 (위원장, 성공회대 교수)
1. 새정부의 복지정책 공약에 대한 총평 1
2. 새정부 복지정책 개혁의 방향과 핵심수단 4
가) 국내외 환경변화와 도전
(1) 세계화
(2) 지방화
(3) 고령화
(4) 저출산 시대
(5) 남북통일의 전망
나) 적극적 보건복지정책의 시대적 당위성 7
(1) 격화되는 무한경쟁의 폐해 극복
(2) 우리사회의 전근대성 극복
(3) 경제성장의 잠재력 극대화
다) 적극적 복지정책의 전개구도 : 복지국가의 기틀 확립 9
(1) 적극적 복지정책의 기본방향 9
① 절대빈곤의 해소와 예방
② 빈부격차 완화
③ 보편적 복지의 실현
④ 기본적 권리로서의 복지권 수용
(2) 적극적 복지정책의 기초 11
① 보건복지 행정 인프라 개혁
② 적정 재원의 확보
(3) 적극적 복지정책의 수단적 원리 12
① 실질적인 국민참여의 실현
② 성평등 관점의 관철
③ 사회정책의 공공성 확대
④ 적정급여와 적정부담을 향한 사회적 합의
3. 새정부의 핵심적 보건복지개혁과제 14
가) 보건복지의 공·사(公·私) 인프라 정비와 확대 14
(1) 공공부문 인프라 확립과 체계화
① 중앙행정기관의 개혁: 보건복지부와 노동부의 통합
② 사회보험 공단의 기능 개편: 대국민 서비스 중심으로
③ 공공부조와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의 개편
ㄱ. 전담기구의 설치: 사회(보건)복지사무소와 주민보건복지센타
ㄴ. 보건복지 전문 인력 확충
ㄷ. 주민참여의 보장
④ 공공의료의 확충
ㄱ. 보건소 확충
ㄴ. 병원급 공공의료기관 확충
(2) 민간 복지인프라의 확충과 내실화
① 사회복지시설의 확충
② 사회복지전문인력의 처우 개선 및 전문성 제고
나) 공공부조제도의 개혁 23
(1) 방치된 절대빈곤층 : 부양의무자 기준의 개선 필요
(2) 준빈곤층에 대한 교육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자활급여의 확대적용
(3) 상대적 빈곤개념의 도입
(4) 준빈곤층의 자활을 위한 대규모 사회적 일자리 창출
다) 사회보험제도의 개혁 27
(1)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보험료 부과징수 기능의 국세청 이관
(2) 국민연금의 개혁과제: 기금관리체계와 재정 재계산제도
① 기금관리체계 개선: 기금운용위원회의 상설화
② 재정 재계산과 기여ㆍ급여율 조정: 적정급여수준 보장 전제되어야
라) 공공보건의료체계 확립 33
(1) 건강보험재정 안정과 급여의 획기적 확대
① 본인부담 상한제의 개선: 총진료비를 기준으로
② 급여범위의 확대
(2) 노인건강보장 강화
(3) 적정부담을 통한 재정확충
마) 복지재정의 과감한 확충 36
(1) 추가적인 세원의 확보
(2) 예산편성 기조의 개혁
(3) 성장잠재력 발굴을 위한 복지투자
4. 결론 39
부록 1 41
---- 토론문 -----
토론문 1 김홍신 46
토론문 2 남윤인순 73
토론문 3 김창엽 77
토론문 4 강윤구 80
새정부 보건복지정책 과제
: 이제는 복지국가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이영환 (위원장, 성공회대 교수)
1. 새정부의 복지정책 공약에 대한 총평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참여복지의 구현"을 내세우며 "빈부격차 해소"와 "70% 중산층 시대"를 통해 우리 사회를 "따뜻한 사회"로 만들겠다고 공약하였다. 이에 기초하여 구체적인 보건복지 공약들을 제시하면서 '복지확대'기조를 분명히 해 왔음을 알 수 있다(공약 내용은 부록 1 참조).
DJ 정부의 '생산적 복지'라는 복지정책의 기조에 비교되는 '참여복지'가 정확히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지는 차치하고, 일단 노무현 당선자의 공약은 복지정책에 있어 DJ 정부정책을 기본적으로 계승하면서 좀더 진전된 복지정책을 구사하려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충실화, 의약분업의 안정화, 건강보험 재정통합의 완성 , 국민연금의 현 골격 유지하의 내실화 등의 공약이 DJ 정부가 추진한 보건복지 정책을 그대로 승계하려 한다는 점을 나타내주고 있는 부분이다.
이에 비해 보육료 50% 국가부담, 공공보건체계의 확충, 장애인·비정규직 등 사회적 차별금지 등이 DJ 정부보다 한 걸음 진전된 복지정책을 뒷받침하는 부분이다. 이외에도 국민연금기금 관리감독체계 강화를 위한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상설화, 4대 사회보험 부과징수 업무의 국세청 이관, 장애수당 확대와 금액의 현실화, 경로연금의 보편적 지급, 건강보험 지불제도에있어 총액예산제 도입 등도 DJ 정부를 넘어서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공약내용을 기초로 판단할 때 노무현정부의 복지정책을 '적극적 복지전략'이라고 규정한다. 이러한 적극적 복지정책의 추진전략은 매우 고무적이며 시의적절한 것으로서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실행하지 못한 복지국가로의 진입에 대한 기틀의 확립을 기대해 볼 만하다. 이제까지 대부분의 정권이 복지부분에 대하여 국가정책상의 명확한 자리매김이나 의지 없이 정권의 정당성 유지 차원이나 경제성장 또는 경제안정의 보조적 수단으로서 복지제도를 인식하고 소홀히 다뤄온 것이 사실이다.
비록 복지재정의 괄목할만한 증가와 몇몇 주요제도의 도입 또는 개혁을 단행했다고 하는 DJ 정부도 본질적으로는 이러한 추세에서 크게 예외적인 존재는 아니었다. 즉, DJ 정부는 IMF 경제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실업과 경기침체로 인한 실질소득의 미회복 등에 대한 대응책으로 '사회안전망(social safety net)' 정도의 의미부여로 진행된 '생산적 복지 정책'을 실시하였다고는 하지만, 이는 신자유주의에 입각하여 전개된 경제정책의 보완책의 역할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따라서 '생산적 복지'를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와 함께 3대 국정지표의 하나로 선언한 것과는 달리 DJ 정부하의 복지정책은 이미 주어진 한계가 명백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역대정부의 복지정책에 대한 미진한 인식을 생각할 때, 노무현정부로부터는 일단 차별적 기대감을 가져볼 만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 이면에는 섣부른 판단을 유보할 수밖에 없는 점들도 존재한다. 아직 책임있는 정책집행을 하지 않은 차기정부에 대해 오로지 공약만을 가지고 판단한다는 제약이 있고, 현시점에서도 중대한 의문점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적극적 복지전략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줄이는 요인이 되므로 새정부의 복지공약이 실행되기 위하여 갖추어져야 하는 조건이기도 하다.
가장 먼저 지적해야 할 것은 '참여복지'라는 복지기조이다. 이 부분에 대해 당선자측도 충분한 함의를 내놓지 않고 있어 해당부처에서 오히려 추측성 해석으로 법석을 떠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당선자측이 나열한 적극적 복지정책 과제들과 참여복지라는 용어가 낳는 부정합성에 대해서는 분명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우선 참여복지란 신자유주의자들이 '복지다원주의(welfare pluralism)'에 입각하여 사용하는 용어로서 국가와 민간의 대등한 역할을 강조하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이 아니라면, 현재 당선자측에서 화두로 삼고 있는 참여민주주의(participatory democracy)에 입각한 국민의 자기결정권을 말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것이 현재 우리나라 복지부문의 제1과제라고 할 수 있는 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 용어가 지닌 합리적 의미를 제시하든지 아니면 폐기하든지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생산적 복지'라는 애매한 용어로 지난 5년간 불필요한 개념정의 작업에 충분히 지쳤기 때문이다.
둘째, 복지예산의 획기적 증대가 필요할 것인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분명치 않다는 점이다. 예산 증대를 위해서 세수를 증대하는 방안과 정부의 재정지출 구조를 변화시키는 방법이 있는데, 특히 후자와 관련된 계획이 분명치 않다. 아울러 수많은 보건복지 정책 중에서 어떠한 분야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 판단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현재 노 당선자의 공약 중 우선적이고 핵심적인 과제가 무엇인지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셋째, 실효성 있는 행정인프라의 정비에 대한 정교한 추진계획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 행정체계 개편과 전문인력 확충 등 전달체계 개혁에 대한 부분적인 언급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에 대한 전체적 조망이 부족하다는 점은 추후 보완되어야 할 지점이다.
넷째, 복지정책의 구현을 위한 적절한 인물의 발굴 및 등용에 있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최근 적극적 복지공약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직 인수위원 중 복지전문가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는 인사를 과감히(?) 단행했다는 사실은 과연 새정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이미 복지진영에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역대 정권이나 보건복지부 장관 자리는 전문성과 개혁성을 겸비한 인사가 등용되기 보다는 정파적, 지역적 고려에 의해 안배하는 자리로 전락하였는데, 복지개혁의 출발은 적합한 인물의 발탁과 등용을 통한 합리적 인사정책의 구현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특히 DJ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DJP 연합에 따라 자민련에 대한 안배차원에서 인선되어 의약분업과 국민연금 확대, 건강보험재정통합 등 주요한 복지개혁 작업에서 '정책실패'가 아닌 '행정실패'를 야기하였고, 이로 인해 급기야 민심의 이반까지 불러왔다는 사실을 타산지석으로 하여, 적절한 인사의 등용이 핵심적인 개혁과제임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다섯째, 궁극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서, 과연 적극적 복지정책을 뒷받침할 확고한 복지철학과 비전이 진정으로 존재하는가 하는 점이다. 적극적 복지정책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차원을 넘어 보편적 복지에 입각한 사회경제적 발전전략을 선택하는 문제이다. 당선자는 수차례 복지와 경제의 선순환을 언급하였으며, '분배는 목적이고 성장은 수단'이라는 자신의 철학의 일단을 내비쳤다. 이제는 이것이 정치적 수사가 아님이 입증되어야 한다. 이제까지의 낙후된 복지정책이 가져온 사회적 후진성에 대한 인식, 현재 한국의 구조적 모순이 해결되는 가장 주요한 수단으로서의 소득분배 정책이 가지고 있는 당위론적 필요성에 대한 수용, 그리고 분배와 경제성장이 결코 배타적이지 않고 상호견인적이라는 신념 등 적극적 복지의 사회경제적 효과에 대한 진정한 철학과 비전이 필요하다. 공약수준에서 이러한 점이 확연히 드러나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확고한 복지철학에 입각한 수미일관된 정책전망을 명료히 읽어내기에는 부족한 면모가 많다는 점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몇 가지 의문점을 빠른 시간 내에 불식시키면서 보완적인 조치들을 시도하지 않는다면 신정부의 보건복지정책은 표류하지 않을 수 없으며, 우리가 걸고 있는 일말의 기대감도 더 이상 의미없는 것일 수 있다.
그렇다면 새정부의 공약들을 염두에 두면서 우리가 그려낼 수 있는 복지정책의 전망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 보기로 한다.
2. 새정부 복지정책 개혁의 방향과 핵심수단
가) 국내외 환경변화와 도전
새정부가 이루어야 할 복지정책의 개혁과 관련하여 국내외 환경의 변화가 사회복지에 미치는 영향력을 깊이 고려할 필요가 있다. 수많은 국내외 환경의 변화들 가운데 다음과 같은 5가지 변화가 대표적일 것이다.
(1) 세계화
세계적 차원의 무한 경쟁 시대를 맞아 사회복지의 발전을 통한 사회안전망의 확보와 인력의 질 향상이 경쟁력 확보의 첩경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전국민에 대한 복지권 보장과 외국인 노동자 보호 등 세계화 시대에 걸맞는 사회복지제도의 수준 향상이 우선적 과제이다.
(2) 지방화
우리 사회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포화상태에 이르러 정치, 경제, 사회적 경색현상을 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화는 우리 사회의 사활이 걸려있는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고, 이를 위해 지방의 복지정책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3) 고령화
고령사회로의 진입은 이제 현실이 되고 있고, 적절한 대응이 없으면 재앙이 될 것이다. 2002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전체인구의 7.9%인데, 2019년에는 14.4%에 달하게 되어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노년부양비는 2002년 현재 11.1%에서 2019년에는 20.2%로 늘어나 5명이 1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고령사회에 대한 대응책은 다양하겠지만, 노인의 활력을 유지하고 활용하는 적극적 복지정책이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4) 저출산 시대
세계 최저수준에 육박한 출산율로 비생산인구 부양에 필요한 사회복지재정은 물론 경제활동 전반이 심각한 악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러한 저출산율은 그동안 남녀차별과 경제성장지상주의 그리고 빈약한 사회복지로 일관한 정책의 예고된 결과라 할 수 있다.
(5) 남북통일의 전망
머지 않은 장래에 남북통일 혹은 그에 버금가는 상황이 전개될 경우 발생할 복지수요는 매우 큰 규모가 될 것이다. 독일통일의 경험을 참고한다면, 이에 대비하는 복지체계의 정비는 벌써 늦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림 1> 국내외 환경의 변화와 영향력
이상과 같은 내외적 환경의 변화는 대체로 복지수요를 큰 폭으로 증대시킴과 동시에 복지제도에 대한 엄청난 부담을 지우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고 미리 준비하는 전략은 새정부에 요구되는 필연적인 요청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향후 우리 사회와 국민이 치러야 할 대가는 엄청날 것이기 때문이다.
나) 적극적 보건복지정책의 시대적 당위성
앞에서 언급한 대로 현시점에서 복지제도의 개혁과 발전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국내외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의미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당위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지속적인 복지정책의 확대 또는 신정부가 표방할 것으로 예상되는 적극적 복지정책의 추진은 다음과 같은 시대적인 당위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1) 격화되는 무한경쟁의 폐해 극복
무엇보다는 21세기는 의심할 여지없이 세계적 차원에서의 경쟁 격화가 사회의 지배적 특징이 될 것이다. 자본과 노동의 폭넓은 자유이동을 수단으로 하여 세계자본주의체제 하에 관철되고 있는 자유무역과 자유경쟁의 결과는 '20대 80의 사회' 혹은 '승자가 독식하는 사회(winner-take-all society)'임은 명확하다. 인위적 조정기제가 발동되지 않는다면 소수에 대한 부의 집중과 다수의 상대적 박탈감의 확산은 막을 길이 없어진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무한경쟁에 예외없이 노출된 상태에서, 그리고 그 정도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에서 복지정책의 적극적 구현은 필연적인 방책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IMF 경제위기를 구조조정과 대외적인 문호개방을 기조로 대응해온 과정에서 이미 소득분배구조는 IMF 위기 이전보다 악화되었으며, 심지어 하위층의 실질소득은 1997년의 수준조차 회복하지 못하였다. 이와 같은 우리사회의 자화상은 향후 무한경쟁의 궤도에 더욱 더 깊게 진입되면서 펼쳐질 암울한 미래상의 전조이기도 하다. 이러한 의미에서도 복지제도의 충실한 강구는 필연적이다.
(2) 우리사회의 전근대성 극복
이미 서구의 선진국가들은 20세기 전반기에 복지국가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인지하고 그 기반을 마련하기 시작하여 1950년대에서부터 1970년대 사이에 복지국가의 기틀을 확립하였다. 그러한 과정은 인류사회에서 그간 극복하지 못했던 야만성을 배제하고 근대성(modenity)이 진정으로 모색되는 과정이었다고도 표현할 수 있다. 즉,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보장하는 보편적 복지정책의 실현을 통해 인간의 진정한 본성을 회복코자 하는 것이 복지국가의 진정한 함의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국가가 '리바이어던(Libiathan)'으로 인간과 사회 위에 군림하지 않고 인간을 위해 존재하게 되는 근대시민사회 이념의 현실적 구현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20세기 한국사회는 이러한 근대성의 확립과는 거리가 멀어 서구와 최소한 반세기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늦게라도 이러한 격차를 줄이는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출발점이 곧 복지국가의 길이라는 것이 역사로부터 얻을 수 있는 지혜이다. 빈민이나 장애인, 아동 등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한사람 한사람에 대한 인권의식이 없이 우리가 우리사회의 합리성(rationality)과 근대성을 논할 수 없기 때문이다.
(3) 경제성장의 잠재력 극대화
우리의 경제동력은 현재 고갈되어가고 있다. 단기적인 의미의 경제성장지상주의가 노동력의 재생산 구도를 오히려 악순환의 고리로 내몰았다. 건강한 가정구도를 깨고, 장애인과 노인, 여성 등 취약계층에 대한 노동력 보전 및 회복기능을 상실케 하여 원활한 경제성장의 잠재력 발굴을 저해한 측면이 뚜렷하다.
아동과 청소년이 사회의 건전한 자원으로 육성되지 못하고 여성들은 가사부담에 짓눌리고, 장애인이 훈련과 치료를 통해 자신의 노동력을 재활시키지 못하고 또한 노인들 역시 조기은퇴와 더불어 자신들의 노동생산성을 일찌감치 사장시키는 이러한 사회상 속에서 우리는 엄청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함과 동시에 성장의 동력을 스스로 방기해 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제도의 확대 및 충실화는 이러한 경제성장지상주의의 폐해를 불식하고 성장잠재력을 복원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문명성 회복에 크게 기여할 것임에 틀림없다.
다) 적극적 복지정책의 전개구도 : 복지국가의 기틀 확립
'복지국가로의 불안한 출발'을 보인 DJ 정부를 승계하는 새정부의 목표는 당연히 복지국가의 기틀을 확립하는 것이라 하겠다. 복지국가(welfare state)는 정확한 개념적 정의를 내리기 쉽지 않은 정치적 수사(retholic)의 의미가 크지만, 적어도 "국민전체의 복지증진과 확대를 국가책임하에 달성하고자 하는 국가"라고 정의할 때 우리도 이제 그러한 국가체제를 만든다고 선언하고 사회적 합의 하에 이를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책무를 새정부가 이행하여야 한다. 이러한 복지국가의 기틀을 확립함에 있어 현재의 미약한 복지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기본 정책방향을 수립하는 등 혁신적인 정책전개구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1) 적극적 복지정책의 기본방향
복지국가의 기틀을 확립하기 위한 적극적 복지정책의 기본방향은 다음과 같이 4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① 절대빈곤의 해소와 예방
아직도 우리 사회는 엄청난 규모의 절대빈곤을 안고 있다.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계층 300여만 명 중 절반 정도만이 기초생활보장을 받고 있으며, 최저생계비와 이의 120% 수준 사이에 있는 200여만 명의 차상위 빈곤층도 이들과 별반 형편이 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책이 거의 없는 사회보장의 사각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가구도 전체가구의 23.1%(약 330만 가구)에 이르고, 비닐하우스나 쪽방, 지하셋방, 옥탑방, 노숙 등 비정상가구도 광범위하다.
바로 이러한 절대빈곤자가 발생할 때 국가가 즉각 국민최저선(national minimum) 수준에 해당하는 복지혜택을 발동시킬 수 있는 제도적 완결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또한 한 걸음 더 나아가 일상적인 고용기회의 획득과 자립지원체계의 확보를 통해 절대빈곤자 자체가 등장하지 않는 예방적 복지체계가 수립되어야 하는 것이다.
② 빈부격차 완화
IMF 외환위기 이후 소득분배구조가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빈부격차 완화를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경제정책과 조세정책의 개혁이 필요하지만, 사회보장제도의 재분배성격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차피 자본주의의 생리상 자본과 노동 사이의 1차 분배단계에서의 경제정의를 달성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시점에서 조세정책과 복지정책의 소득재분배 역할은 지대하지 않을 수 없다.
<표 1> 도시근로자의 소득을 중심으로 한 소득분배 구조
(자료: 통계청)
특히 우리사회는 현재 자영자소득파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상태에서 간접세 위주의 조세정책을 펼치고 있으므로 조세정책을 통한 분배효과 제고에는 일정한 한계가 지워질 수밖에 없으므로 복지정책을 통해 그 효과를 보완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우리나라가 조세정책과 복지정책을 통해 일차적 소득분배상태가 개선되는 정도는 약 11%정도에 그치는 데에 비해 서구의 복지국가들은 30-60%정도까지 도달하는 것을 보더라도 적극적인 복지정책을 통한 소득재분배효과 강화와 이를 통한 빈부격차 완화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③ 보편적 복지의 실현
그동안 공공부조와 사회복지서비스는 최저빈곤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극히 선별적인 제도를 유지해 왔으며, 사회보험은 비정규직이나 영세사업장 근로자 및 영세자영자들을 소외시키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로 인해 사회보장제도가 목적으로 하는 빈곤의 치유와 예방 및 재분배 효과 등에 치명적인 결함이 야기되었다. 이제 이러한 사각지대가 해소되고, 차별이 철폐되며, 복지서비스가 보편적으로 확대되는 '전국민복지시대'를 열어야 할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④ 기본적 권리로서의 복지권 수용
사회복지에 대한 권리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지만, 역대 정권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기본적 인권으로서의 사회복지를 수용하는 것이 개혁의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인간다운 생활의 보장, 차별철폐는 물론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 등 새롭게 부각된 욕구들도 같은 맥락에서 수용되어야 한다.
(2) 적극적 복지정책의 기초
적극적 복지정책의 기본방향을 실천하기 위한 정책노력의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행정 인프라와 재정확보이다.
① 보건복지 행정 인프라 개혁
행정인프라는 복지정책의 실효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복지와 노동을 결합하는 효율적인 행정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고, 사회보험과 공공부조 전달체계도 확대개편할 필요가 있다. 전문인력의 확충도 시급한 과제이다.
② 적정 재원의 확보
적극적 복지전략의 실현에서 궁극적인 관건은 결국 재원확보의 문제이다. 그러나 이는 당위성만 앞세울 수도 없는 문제이지만, 그렇다고 역대정권과 마찬가지로 현실적인 제약만을 강조한다면 새정부의 복지공약은 구두선에 그치게 된다. 현재 OECD 국가중 최하위에 버금가는 사회보장비용의 지출수준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기존 재정구도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3) 적극적 복지정책의 수단적 원리
이러한 기초조건의 확립 위에서 추구되어야 할 수단적인 원리들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① 실질적인 국민참여의 실현
대부분 복지제도의 결정과 집행과정에는 위원회 제도 등을 통해 가입자나 시민의 참여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미약하다. 위원회의 권한이 불분명하거나 운영의 부실도 문제이고, 무엇보다도 정부의 입장을 용이하게 관철할 수 있도록 설계된 위원회 구성이 문제이다. 이러한 형식적 참여를 지양하고, 복지당사자를 포함한 시민적 참여권을 보장하는 획기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② 성평등 관점의 관철
정부정책의 수립과 실천 및 평가에 있어 성평등 관점의 관철은 의무사항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 정책과정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성평등 관점은 우리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필수적 요청으로 인식해야 한다.
③ 사회정책의 공공성 확대
주거와 교육, 보육 및 의료 등 영역에서의 고비용구조는 모든 국민의 삶에 질곡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차적으로 이들 영역을 담당하는 사회정책의 공공성 결여가 문제이다. 공공임대주택은 전체 주택의 5% 정도에 불과하며, 공공보육시설은 7% 정도, 공공의료시설은 10-15%에 불과하고, 교육 역시 사교육비 부담에 질식할 정도이다. 노동자와 서민의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는 사회정책의 확대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산업평화를 유지하는 전략적 투자가 절실하다.
④ 적정급여와 적정부담을 향한 사회적 합의
사회보장의 보편적 확대와 급여수준의 제고, 재분배 효과의 강화 등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전략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의 재원이 필요하며, 이는 국민적 부담으로 이어진다. 부담의 증대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발전 전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다. 노사정 위원회를 뛰어넘는 사회적 합의 기구와 절차의 수립이 중요한 과제이다.
<그림 2> 적극적 보건복지정책의 전개구도
3. 새정부의 핵심적 보건복지개혁과제
이제까지 살펴본 새정부의 보건복지정책의 기본 목표와 방향, 그리고 전개수단 등을 염두에 두고, 여기에서는 공론화를 통해 좀더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하는 핵심과제 4가지에 대하여 언급하고자 한다. 이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거쳐 새정부에서 택할 복지정책의 주춧돌이 올바로 놓여야 할 것이다.
가) 보건복지의 공·사(公·私) 인프라 정비와 확대
보건복지분야 인프라의 정비와 확대는 정책의 실효성있는 개혁을 위하여 가장 기본적이고 우선적인 과제로 강조되어야 한다. 그동안 사회복지 제도나 정책들이 공·사간에 걸쳐 부족하고 부적절한 행정조직과 인력, 시설 등 인프라의 결함으로 인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1) 공공부문 인프라 확립과 체계화
우선, 공적인 측면에서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개혁의 기본과제는 첫째, 보건, 복지, 고용 등 관련 서비스 제공기관의 연계와 통합체계 구축, 둘째, 일선 보건복지 전달체계의 확충, 셋째, 주민참여의 보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보건복지행정체계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차원으로 나누어 볼 수 있고, 영역별로는 사회보험과 공공부조 및 사회복지서비스 그리고 보건행정체계 등으로도 나누어 볼 수 있다. 각각의 부문에서 개선되어야할 행정체계 또는 기관의 기능 등에 대하여 차례대로 언급해 보기로 하자.
① 중앙행정기관의 개혁: 보건복지부와 노동부의 통합
복지부의 기능이 보편성에 입각하여 전국민의 삶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확대되면서 특히 각인의 자립과 자활에 대한 역할이 중요하게 될수록 노동부의 고용정책과 대단히 밀접한 관련을 갖게 된다. 또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역시 노동부가 관장하는 산재, 고용보험과 함께 4대 사회보험을 구성하면서, 피보험자의 자격관리나 보험료 부과, 그리고 급여 제공 등에 있어 공통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한편, 노동부도 과거의 노정(勞政)업무 비중이 축소되고 고용알선 및 직업훈련 등의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의 역할이 많아지고 있고, 이에 따라 복지제도와의 연계성을 적극적으로 확보해야 됨은 이미 선진국의 예에서 충분히 예견되는 일이다.
DJ 정부하에서도 시도되었지만, 결국은 부처이기주의에 의해 성사되지 못했던 노동부와 복지부의 통합문제는 언젠가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일이다. 특히 수요자인 국민의 욕구에 효과적으로 부응한다는 원칙을 생각하면 이러한 부처간 통합의 당위성은 더욱 자명해진다. 그러나 부처간 통합은 DJ정부에서처럼 집권 초기에 밀어붙이기 식으로 강행할 것이 아니라 해당부처의 구성원들이 합리적인 방식으로 동화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므로 서둘러야 할 과제는 아닐 것이다.
② 사회보험 공단의 기능 개편: 대국민 서비스 중심으로
국민연금관리공단, 건강보험관리공단, 그리고 근로복지공단 등 한국의 사회보험관련공단들은 사회보험의 확대, 정착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가입자의 관리, 보험료 부과징수, 그리고 급여 업무 등 사회보험의 모든 과정을 공단에서 관리하는 현행 체계는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첫째는 사회보험관련공단 기능의 대부분이 보험료 부과징수 기능에 몰려 있어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기능이 너무 취약하다는 점이고, 둘째는 행정관리능력과 제한된 인력으로 인해 각 사회보험이 가지고 있는 대규모의 사각지대 해소에 무력하다는 점이다.
사회보험관련공단은 설립 때부터 보험료 부과, 징수 업무 위주로 직제가 짜여져 있고 이 체제는 수십 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공단마다 차이는 있지만 46%∼61%의 직원들이 보험료 부과, 징수 업무와 자격관리에 매달려 있으며 서비스행정에는 극히 적은 인력이 배치되어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외국의 공단처럼 가입자인 국민들에 대한 서비스 업무의 개발과 시행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보험 공단들은 보험료 부과징수 기능에서 과감하게 탈피하고 가입자 친화적인 행정의 개발을 통해 사회보험의 급격한 확대과정에서 야기된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에서 시행한 진료비내역 인터넷조회, 의료기관별 제왕절개수술율 공개 등은 가입자 친화적인 행정의 대표적인 예에 해당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00년 의료기관별 제왕절개 분만율을 실명으로 공개함으로써 세계 최고수준에 달하던 제왕절개 분만율을 낮추어 가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공단의 대국민서비스 기능 강화가 긍정적인 사회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상징적 사례이다. 나아가 약가 거품을 제거하기 위한 약품의 공단일괄구매제를 비롯하여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공개, 진료기록카드의 대리 청구제 및 사례관리자(case manager) 역할을 통한 만성질환자의 건강관리 등등 무궁한 소재가 발굴될 수 있는 것이다.
이때 한가지 선결되어야 하는 조건은 4대 사회보험 운영에 있어 보험료 부과징수업무를 과감히 국세청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자영자소득파악율의 개선과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전향적으로 추진하면서 공단들은 대국민 서비스 조직으로 완전히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③ 공공부조와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의 개편
ㄱ. 전담기구의 설치: 사회(보건)복지사무소와 주민보건복지센타
현재 공공부조와 사회복지서비스는 독자적인 지방전달체계가 없이 행정자치부의 행정조직에 의존하고 있어 사회복지전담기구의 설치가 필수적이다. 전담기구는 보건과 복지 그리고 고용정책을 연계한 통합적인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하고, 정책영역별 혹은 대상자별로 분립된 전달체계의 비효율성을 방지하여야 한다.
시·군·구 단위에서는 현재 각 지자체에 속한 보건소, 노동부에 속한 고용안정센터, 시·군·구 조직내의 사회복지업무를 통합하는 독자적인 행정체계로서의 보건복지사무소 혹은 사회(보건)복지사무소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최일선 단위의 경우 농어촌 지역의 읍·면은 현재 규모 수준에서 (가칭)주민보건복지센터를 설치하고, 도시 지역은 2-3개 동 단위를 묶어 하나의 주민보건복지센터를 설치한다. 특히 민간 보건복지인프라가 취약한 농어촌 지역이나 저소득층 밀집지역은 주민보건복지센터 운영이 시급한 과제이다.
ㄴ. 보건복지 전문 인력 확충
복지분야의 일선 전담조직의 구축과 동시에 전문 인력의 대폭 확충이 요구된다. 현재 읍·면·동 단위에 배치된 1∼2인의 전문인력이 기초생활보장과 자활, 노인, 장애인 등 사회복지서비스 업무를 전부 처리하는 것은 엄청난 무리이다. 더욱이나 고용 등 관련서비스의 확대와 고령사회로의 진입에 따른 관련서비스의 폭발적인 증가는 현행 인력수준으로는 감당이 어렵다. 따라서 조직 개편과 동시에 사회복지전문인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하여야 할 것이다. 일선 주민보건복지센타가 담당해야 할 방문복지, 민원처리, 고용과 자활, 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복지서비스 업무를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센타당 5-7인의 인력배치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ㄷ. 주민참여의 보장
지역에서 보건복지 서비스의 일차적인 제공 주체는 공공기관이지만, 지역주민들도 공공과 민간 사회복지기관을 이용하는 단순한 수요자의 역할에 한정되어서는 안되고, 지역보건복지계획 수립부터 정책결정 및 실행 그리고 평가단계까지 공공과 그 책임을 공유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역주민들이 공공 보건복지위원회는 물론이고 민간 사회복지기관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
④ 공공의료의 확충
국민건강보장제도를 실제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공공의료의 확충이며, 우선적으로 공공 보건의료기관의 확충이 시급하다.
ㄱ. 보건소 확충
보건소의 확충과 기능의 획기적 개선은 물론, 보건지소를 국민건강보장을 위한 기간조직으로 육성하여야 한다. 농촌지역의 읍, 면 단위에 배치된 보건지소는 시설과 인력을 개선하여 예방사업과 건강증진사업, 노인건강 관리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 도시지역에도 인구 5만 명에 1개소 정도의 도시형 보건지소를 설치하여 저소득 계층, 거동불편 노인 및 장애인 등을 위한 포괄적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방문보건사업의 기반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ㄴ. 병원급 공공의료기관 확충
병원급의 공공의료기관도 대폭 확충하는 것을 추진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군 지역에는 지역별 거점병원을 육성하고, 도시지역에서도 시·구 당 1개 정도의 공공의료기관을 확보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병원급 의료기관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신설의 방법 외에 기존 민간의료기관을 인수하여 공공의료기관으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2) 민간 복지인프라의 확충과 내실화
사회복지서비스 분야는 복지제도의 운영과 재원의 조달에 있어서는 국가의 책임이 중요하지만 실제 서비스의 제공은 민간에 상당부분 위임하는 형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관건은 민간부문에 얼마마한 수용능력이 있고 또 어떤 인력이 그 업무를 담당하느냐이다. 현재 사회복지서비스 분야에 있어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사회복지서비스기관이 국민의 욕구 수준에 비하여 양적으로 절대 부족하고, 전문인력도 양과 질에 있어서 적정 수준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① 사회복지시설의 확충
사회복지서비스의 실행 기반인 사회복지시설은 가족에 의해 부양받을 수 없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데, 실제 보호가 요구되는 대상자의 극히 일부만을 보호하는 실정이다. 2002년 말 현재 924개 시설에 80,463명의 입소자가 생활하고 있는 형편이나 이는 턱없이 부족한 것임에 틀림없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탈시설화(de-institutionalism)을 전제한다 하더라도 아래 <표 2>와 같이 2010년에는 1,300개소 가까이 시설수가 증대해야한다고 제시되고 있다. 특히 노인, 여성, 부랑인시설 등의 시설수가 대폭 증대되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표 2〉사회복지생활시설 수요 및 공급
주 : 그룹홈 및 사회복귀시설은 계에 포함되지 않음.
출처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복지시설 운영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공청회
자료집」, 1999. 6.
그러나 이러한 생활시설 외에도 향후 지역사회 주민들에 대한 복지서비스 기능이 대대적으로 확충된다고 할 때 이용시설은 생활시설보다 훨씬 큰 폭으로 확충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장애인, 노인, 아동분야의 탈시설화 경향이 강화되면서 지역사회내의 재활 및 상담, 중간시설 등의 역할을 수행할 시설 확충을 위한 단계적 계획의 수립과 실천이 절실하다.
② 사회복지전문인력의 처우 개선 및 전문성 제고
지금까지 사회복지기관 및 시설에 종사하는 민간전문인력들은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희생과 봉사 등 자신의 내적 동기만을 의지 삼아 버텨내야 했다. 그 결과 인력의 전문성과 안정성, 우수성이 확보되기 어려운 조건이 온존되었고 이는 사회복지서비스의 효과적 전달에 결정적인 한계로 작용하였다.
2001년 사회복지시설의 임금현황을 보면, <표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월평균 임금총액 1,318,110, 통상임금 1,131,769원, 기본급 643,450원으로 나타난다.
<표 3> 사회복지노동자 임금현황 단위: 원
주1) 임금평균 : 이용시설, 거주시설 기초실태조사에 따른 평균 임금총액 수준(자료 : 한국사회복지사협회,「한국사회복지사 기초실태조사보고서」, 2000. 12.)
주2) 통상임금 : 이용시설, 거주시설 운영규정에 따른 평균 통상임금 수준(자료: 종합사회복지관(노인복지관 동일), 자활후견기관, 사회복지시설)
주3) 기 본 급 : 이용시설, 거주시설 운영규정에 따른 평균 기본급 수준(자료: 종합사회복지관(노인복지관 동일), 자활후견기관). 사회복지시설은 기본급 구분이 없이 월 정액제인 관계로 기본급 산정에서는 제외하였음.
그러나 이는 표준생계비에 크게 못 미친다. 사회복지노동자의 평균 부양가족수(본인 포함) 3명을 기준으로 하여(민주노총의 경우 평균가족수는 3.7명임) 볼 때 3인 표준생계비는 2,193,807원이다. 따라서 사회복지노동자의 평균 임금 1,318,110원과 표준생계비와의 차액은 875,697원에 이르고, 표준생계비 대비 60%에 그치고 있다. 이와 같이 사회복지시설 노동자의 임금과 표준생계비의 격차가 벌어진 것은 1998년∼2000년 3년간의 임금동결과 2001년의 낮은 임금상승률(본봉 3%, 임금총액 5%)이 주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IMF 경제위기 이후 임금이 크게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 임금 회복은 물가 상승과 경제성장률(11.3%) 등에 크게 못 미쳤던 것이다. 따라서 생계비 확보를 위해서는 표준생계비와 동일한 수준으로의 임금 수준이 절실히 요구된다.
또한 현재 사회복지노동자의 임금수준은 제조업 노동자 평균임금의 89.2%, 공무원의 68%에 그치고 있고, 사회복지 기관과 시설에 따라 임금책정이 상이하기도 하다. 열악한 임금수준은 복지인력의 잦은 이동과 상대적인 박탈감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새정부는 사회복지인프라의 개선 및 내실화에 있어 민간복지인력의 처우개선에 높은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