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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키아우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난 후 짐을 꾸리고는 11시에 출발하는 므앙응오이행 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내려왔다.. 배 출발 시간이 한시간 가까이 남아 있어서 나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커다란 나무가 만들어 놓은 그늘 어느 한귀퉁이에 자리를 잡고는 강물을 가로질러 오가는 배들을 바라보며 이곳 농키아우는 트래킹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일까.. 어제 오늘 유난히 많이 보였던 서양인들의 모습, 낯선 사람들에게 익숙한 현지인들의 모습이 그만큼 이곳이 탐험과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에겐 많이 알려진 적합한 마을이라 생각이 들었다..
출발시간이 다가올수록 선착장 대기실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배를 타는 사람들은 전부다 노랑머리를 가진 서양인들 뿐이어서 여기가 라오스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신기했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한국보다 먼저 선진국이 되어 먼저 복지를 했고 먼저 여행이 일상이 되어버린 사람들이 찾는 그곳이 얼마나 멋진 곳인지, 또 그들은 여행지에서 어떻게 시간을 가지는지 보고싶기도 했다..

배는 강물을 거슬러 힘차게 출발했다.. 날렵하게 생긴 배라서 사람과 짐을 가득 실은 무게를 가라앉지 않고 버텨내는게 신기했다.. 주변의 높은산에서 만들어진 시원한 공기와 강바람이 만나 달리는 배안에서 맞으니 체감온도는 훨씬 낮게 느껴졌다.. 지나가는 곳곳마다 얕은곳에서 동네 아이들이 모여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고 체온을 식히러 나온듯 물소가 머리만 살짝 내밀고 무리를 지은체 달려가는 우리를 응시하고 있었다.. 소음을 듣고 일치감치 하늘을 날아 다른곳으로 이동하는 하얀 두루미떼와 하얀 나비들이 내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그렇게 시간 가는줄 모르고 구경하고 있다가 배의 속도가 느려지는걸 느낄수 있었다.. 뱃머리를 돌리는 방향을 먼저 짐작해서 그곳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선착장이 보였다.. 저기가 내가 정말 가보고 싶어했던 므앙응오이 마을이란걸 알았다..

드디어 두 발은 땅에 닿았고 난 설레임으로 가득한 기분을 좀 더 느끼고 싶어서 잠시 제자리에 서서 한바퀴를 돌면서 풍경을 눈에 담았다.. 그리고 계단을 걸어 올라가니 자기네 숙소로 가자는 호객하는 사람들중에 한사람의 손에 이끌려 선착장 바로 앞에 있는, 강이 잘 보이는 숙소에서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짐을 내려놓고 아침겸 점심으로 맥주 한병과 카오팟을 주문해서 먹었다.. 그런데 밥을 먹는동안 주인은 내곁에서 떠나질 않고 계속 말을 꺼냈다.. 맥주가 이곳에서는 모두 15000킵 한다고 했고 (몇일 지내면서 이곳저곳 둘러봤는데 가격은 다양했다) 여기가 제일 좋으니 계속 여기서 지내라고 했고 땅도 많이 있으니 자기 땅을 사라고 하면서 나에게 땅 사는 방법과 라오스에 장기체류 할수 있는 방법등을 계속해서 설명해 주었다.. 나중에 알았는데 이 주인은 강가쪽으로 두개의 숙소를 운영하고 있었고 친동생은 중심부에 신축 건물을 짓고 있는 이 마을의 재력가였다.. 그래서 돈에 많이 굶주려 있는것 같아 하루만 머물고는 숙소를 옮겨버렸다..
점심을 먹었으니 산책할 시간.. 숙소 위를 돌아 걸어올라 가니 땅을 비교적 고르게 다져놓은 직선거리로 500여미터 정도 되어보이는 큰길이 나타났다.. 이 길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왕래하면서 살아가는 것일거라 짐작이 들었다.. 몇년전만해도 전기가 안들어왔다는 오지마을이었는데 금새 전기가 들어왔고 인터넷의 발달로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관광객들로 붐벼 이곳은 어느새 커다란 관광지로 변모했다.. 내가 방문한 때는 비수기여서 곳곳에 문을 닫은 가게가 많이 있었지만 맛사지샵이며 환전소까지 있는걸 보면 더이상 오지는 아닌듯 보였다..

아직 해가 질려면 시간이 다소 남은듯 해서 소화도 식힐겸 마을 안쪽으로 나있는 큰길 따라 걷기 시작했다.. 복통을 앓아봤기에 아직 아무거나 먹는거에 조심스러워서 농키아우에서 구입한 대용량 생수통 하나 달랑 들고서..
얼마쯤 걸었을까, 입장료를 받는 매표소가 나왔다.. 만킵의 요금을 받고 있었는데 돌아가자니 둘러볼 시간은 약간 남아있었고 들어가자니 이 큰길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알수 없었다.. 그래서 직원에게 물어보니 가다보면 마을이 하나 나오는데 마을 사람들도 좋고 충분히 다녀와도 되는 시간이라고 말해 주었다..
(나중에 숙소에 와서 확인해보니 매표소는 tham kang cave 입구 매표소였고 마을 이름은 ban na 와 ban hoy seen 마을 둘중에 하나였는데 나는 ban hoy seen 에 다녀온 것이다..)

공상과학영화의 배경에서 본듯한 아주 커다란 나무가 깊은 계곡으로부터 높이 솟아나 있다.. 온몸에는 덩쿨로 잔뜩 둘러쌓인채..

주변이 조용하다보니 웬만한 곤충과 짐승울음 소리는 다 들렸다.. 그중에 아주 요란한 소리가 들렸는데 출처를 찾아보니 바위에서 나는 소리였다.. 카메라 줌을 당겨서 화면을 보니 갈색 덩어리로 되어 있는데 이게 살아있는것 처럼 조금씩 움직였다.. 신기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지만 저게 혹시 예전에 들었던 "목숨걸고 딴다는 석청" 이 아닐까 싶어 기다렸다가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남펑, 이라했고 먹을수 있다" 고 했다..

아마 석청이 아닐까 하는....

해는 어느덧 뉘웃뉘웃 넘어가고 있었고.. 시간 내로 다녀올수 있다던 매표소의 직원이 말한 마을은 안나오고.. 인적은 드물고.. 곧 어두워지면 산짐승이 활동할 시간인데 큰일이다 싶어 슬리퍼 신은채로 달리기 시작했다.. 어딘지가 모르기 때문에 더 두려운 법.. 라오스 시간 재는 방식에 다시 한번 몸서리 쳤다..

뭐가 나타났다.. 일단 숙소로 못 돌아가더라도 사람 사는 곳에서 하루밤은 보낼수 있겠다는 생각에 절반쯤의 두려움은 사라졌다.. 근데 이 마을은 도대체 어디 붙어 있냐고....

숨이 차서 한번, 다시 달리다 숨이 차서 한번 쉬고 나서 보니 저 멀리 인가가 보였다.. 살았구나 하는 생각, 누구나 한번쯤 그런 경험 해봤을 것이다.. 내가 진짜 그랬다는..

사람을 만나니 무척 반가웠다.. 생김새를 비롯 나이 국적 불문하고 사람을 만나니 좋았다.. 숙박비가 10000킵이고 맥주값이 15000킵인 방값보다 맥주값이 더 비싼 이상한 요금체계였지만 하늘을 보니 열심히 달려 되돌아 가면 완전히 어두워 지기전에는 숙소에 도착할수 있을것 같아 주인에겐 내일 다시 오겠다는 거짓말을 하고 되돌아 왔다.. 그땐 이게 거짓말이었다.. 왜냐하면 오늘 와본곳을 내일 뭐하러 오겠냐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음날 다시 왔고.. 그 다음날도 다시 왔다.. 그러니 거짓말은 아니었지 않을까 하는 이상한 논리....

마을에 있는 학교.. 그냥 형식이라 보면 될것 같다.. 다시 한번 비엔티엔에 두고온 약상자가 그리웠다.. 그거라도 들고왔으면..

숙소로 돌아오는 길은 덜 외롭고 덜 무서우라고 하늘엔 둥근달이 길을 밝혀주었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지 마라고 무수히 많은 반딧불이가 내 주변을 좀 더 밝혀주었다.. 어디서인지 바람을 타고 향기로운 꽃향기가 내 코끝으로 들어와 힘든 걸음을 느끼지 못하게 해주었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이마에 맺힌 땀을 식혀주었다.. 늦은 시간 돌아오는 길은 어릴적 산간마을에 살았던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해준 아름다운 밤거리이자 나의 오감을 모두 깨워준 아름다웠던 순간이었다..

전기가 들어오는 큰 길가에, 아직 불이 켜져있는 한국어가 적혀있는 가게에 들러 저녁을 먹었다.. 메뉴는 비어라오 한병과 쯘까이 (계란후라이) 4개..

숙소에서 오늘 다녀온 곳을 찾아보았다.. 알았었다면 안갔을 그곳을 몰랐기에 다녀온.. 나 참 대단하다..
그런데.. 내일도, 모래도 다녀왔다는.. 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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