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무거운 나
-박종철
아무도 없는 산에서
아무도 없는 물길을 내려다본다
아무도 없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산에는 누군가 있다기에 올라와서
아무도 못 만나고
그냥 홀로인 산만을 화인하고
도시에서 챙겨온 나를 내려놓고
그 옆에 한동안 앉았다가
다시 둘러업고 내려온다
참 무거운 나
쌀가마보다도 들독보다도
무거운 나
아무도 안 도와주는 산행의 등짐
오르는 나의 무게만을 온몸에 걸고
오르다 보면
소나무와 참나무가
나를 바라보고 나를 가리키고
나를 불러 세우고 나를 앉히고
또 나를 일으켜 세운다
사람만이 나를 못 본 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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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1987년 그러니까, 벌써 20년이 지났군요.
박종철 군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사망한 날입니다.
세상이 아득해지고
절망이 가득할 때에도
스스로 쓰러져 세상을 일으켜 세우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수도권 지역에 한동안 눈이 내리더니,
오늘 아침엔 경주에서 올해 들어 첫눈이 왔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한 사람이 주저 앉으면 다른 한 사람이 일어나 외치는
한 사람이 기력을 다하면 다른 사람이 어깨 잡아 힘을 주는,
그렇게 다독거리는 역사가 있었더군요.
새해에는 새로운 하늘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새해에도 이 땅의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자비를 선포하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더 많이 사랑하고
더 오래 기다려주는
사람들을 기대하면서 조금씩 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대가 우리들의 봄이 되어 오시지 않으시렵니까?
-2007.1.14. 편집자 한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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