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소식]
불기 2550(2006)년 9월 8일 방글라데시 불교지도자 수만나알안칼 마하테로(좀마족 승가협회 의장) 예방
[언론에 비친 종교]
양주 육지장사 '울림축제' 개최
양주 육지장사 '울림축제' 개최
<연합뉴스 2006/9/11/월>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육지장사는 16일 사찰 소재지인 경기도 양주 도리산에서 '함께 해요' 라는 주제 아래 '2006 가을맞이 육지장사 울림축제'를 개최한다.
3회째 열리는 올해 행사에서는 특히 세종문화회관 소속 무용단과 뮤지컬단이 초청돼 '천상지연' '타의 예' '진도북춤' 등의 무용과 '캬바레' '아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 '아가씨와 건달들 중' 등의 뮤지컬 클라이맥스 부분을 공연한다.
육지장사는 2004년부터 매년 산사영화제와 록뮤직 페스티벌 등 대중이 함께 할 수 있는 축제를 개최하여 일반인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02-352-6406 또는 031-871-0101.
[동정] 허경만 불교인재개발원 이사장
[동정] 허경만 불교인재개발원 이사장
<연합뉴스 2006/9/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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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만 이사장 | |
▲허경만(許京萬·전 국회부의장) 불교인재개발원 이사장은 29일 오전 7시30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불교관계법의 개선 방향'을 주제로 정책포럼을 개최한다.
이날 국회 정각회장으로 활동하는 이해봉(李海鳳) 한나라당 의원이 주제발표자로 나선다.
(서울=연합뉴스)
천주교, '거룩한 순교정신 이어가자'
천주교, '거룩한 순교정신 이어가자'
<연합뉴스 2006/9/11/월>
김대건 신부 순교 160주년 기념미사 등 잇달아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천주교 순교자들의 거룩한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기념미사와 현양행사가 '순교자 성월(聖月)'인 9월중 잇달아 열린다.
천주교 서울대교구(교구장 정진석 추기경)는 16일 오후 혜화동 가톨릭대 성신교정에서 '2006 서울대교구 성체(聖體) 대회'를 마무리하는 장엄미사를 개최한다. 이날은 한국인 최초 사제인 김대건(1821-1846) 신부의 순교 160주년을 맞는 날이다. 장엄미사는 정진석 추기경이 주례하며 1만명 정도의 신도가 참석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서울대교구 한국순교자현양위원회(현양회장 홍화순·위원장 최창화 몬시뇰)는 지난달 23일부터 '김대건 신부 순교 160주년 기념 대축제'를 열고 있다. 이 행사의 일환으로 이달 13일까지 명동 가톨릭회관 3층 대강당에서 '순교와 생명'을 주제로 특별강론이 진행되고 있다. 대축제는 안성 미리내 성지순례(24일), 명동 대성당 기념음악회(11월20일) 등 연말까지 계속된다.
서울대교구 제1지구(중구·용산구, 지구장 홍성만 신부)는 12-23일 '순교성인 모시고 기도하기'와 '순교자 현양의 밤 기념미사'를 개최한다.
'순교성인 모시고 기도하기'는 중림동(약현) 성당과 새남터 성당에 안치된 성인들의 유해를 꽃장식 차량에 싣고 제1지구 15개 본당을 순회하는 프로그램. 이 행사에는 순교자 64위의 만장과 행사기 등이 함께할 예정이어서 장관을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순회행사는 12일 한강 성당을 출발해 22일 중림동 성당에서 막을 내린다.
'순교자 현양의 밤 기념미사'는 23일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에서 중서울지역 염수정 주교와 제1지구 사제단 공동 집전으로 열린다. 미사는 3개 성당의 연합성가대의 웅장한 합창과 함께 진행되며 신도 1천500여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수원교구는 수원 북수동성당 성지(13일), 남한산성 성지(20일), 구산성지(23일) 등 지역별 성지에서 순교자 현양대회와 현양미사를 봉헌한다. 청주교구는 20일 배티성지 순교자 현양대회를 통해 최양업 신부 탄생 185주년을 기념한다.
대전교구는 20일 솔뫼성지에서, 인천교구는 26일 강화도 갑곶순교성지에서 순교자 현양대회를 개최한다. 제주교구는 10일 김기량 순교현양비 앞에서 현양행사를 개최한 데 이어 10월28일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에 '성 김대건 신부 표착 기념관'을 개관한다.
기독교긴급행동, '전작권 반대 서명 美에 전달'
기독교긴급행동, '전작권 반대 서명 美에 전달'
<연합뉴스 2006/9/11/월>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환수 논의에 반대하는 '목회자 5만인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는 '국가안보를 위한 기독교 긴급행동'(이하 기독교긴급행동) 은 목회자 3만명의 서명을 담은 서한을 12일 주한 미대사관측에 전달키로 했다.
기독교긴급행동은 11일 오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일선 목사, 장로들을 상대로 '전작권 환수 논의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여 10여 일 만에 3만여 명의 서명을 모았다"며 "우선 14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미국측에 전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이들은 "기독교긴급행동과는 별도로 한기총과 한국미래포럼을 비롯해 재향군인회, 자유총연맹,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10여 개 단체가 연합해 12일부터 '전작권 논의 중지를 위한 범국민 500만 서명운동' 을 전개키로 했다"고 말했다.
기독교긴급행동은 기독교사회책임(공동대표 최성규.서경석 목사)을 비롯한 11개 기독교 단체가 전작권 환수 시기를 유보토록 촉구하는 활동을 벌이기로 하고 지난 달 22일 연합해 만든 한시적 기구다.
개신교 목사·장로 3만명, '작통권 논의 중단' 성명
개신교 목사·장로 3만명, '작통권 논의 중단' 성명
<조선일보 2006/9/12/화/종합1면>
前경찰총수 26명등 간부출신 241명도
개신교 목사·장로 3만여명이 11일 전시(戰時) 작전통제권(작통권) 단독행사와 관련한 논의중지를 촉구하는 성명서에 서명했다. 허준영(許准榮) 전 경찰청장 등 전직 경찰총수 26명 등 전직 경찰간부 241명도 전시 작통권 단독행사 반대와 한미동맹 강화를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기독교사회책임 등 개신교계 11개 단체로 구성된 ‘국가안보를 위한 기독교긴급행동’(기독교긴급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8월 22일부터 전시 작통권 단독행사 논의중지 서명을 받은 결과, 11일까지 목사 1만5119명, 장로 1만4922명 등 모두 3만41명이 서명에 참여했다”며 “앞으로 계속 서명운동을 벌여 목사·장로 5만명의 서명을 받겠다”고 말했다.
기독교긴급행동은 “14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양국에 전시 작통권 단독행사 추진을 반대하는 한국교회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서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밝혔다.
또 전직 경찰총수 등 전직 경찰간부 241명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전시 작통권 단독행사 반대와 한미동맹 강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에서 “정부는 주한미군 철수를 초래할 전시 작통권 ‘환수’ 논의의 부당하고 자해적인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천주교에도 만장 등장
천주교에도 만장 등장
<한국경제 2006/9/12/화/문화TVA35면>
12~22일 '순교성인 모시고…' 행사에 첫선
스님들의 다비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만장이 천주교 행사에 등장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1지구(지구장 홍성만 신부)는 순교자 성월(9월)을 맞아 12~22일 중림동(약현) 성당과 새남터 성당에 안치된 순교성인 11위의 유해를 꽃장식 차량에 싣고,약현·당고개·새남터 등에서 순교한 64위의 가경자(시복시성 전의 순교자)를 상징하는 만장과 함께 각 성당을 순회하는 '순교성인 모시고 기도하기' 행사를 벌인다.
'순교자들의 꽃을 활짝 피워라'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번 행사는 12일 한강성당에서 시작해 22일 중림동성당에서 막을 내릴 예정이다.
23일에는 천주교 최대 성지인 서소문밖 네거리 순교성지에서 '순교자 현양의 밤 기념 미사'를 드린다.
한국인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 순교 160주년(9월16일)을 기념하는 행사도 마련된다.
서울대교구는 오는 16일 오후 3시 혜화동 가톨릭대 성신교정에서 3개월간의 '2006 서울대교구 성체대회'를 마무리하는 장엄미사를 봉헌하고,PBC 평화방송 TV는 김 신부의 일대기를 다룬 특별기획 드라마 '성(聖) 김대건'을 제작해 14일부터 사흘 동안 하루 세 차례(오전 8시,오후 3시·10시) 연속 방송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한민족 문화유전자를 찾아서] (7) 신앙·사고상징
[한민족 문화유전자를 찾아서] (7) 신앙·사고상징
<서울신문2006/9/12/화/광복61주년 기획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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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민족문화재나 문화상징은 종교문화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종교는 엘리트의 고매한 종교사상이나 우리네 소박한 삶의 논리에서나 늘 궁극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의 상징으로 자리잡아 왔다. 그렇다고 종교라는 것이 늘 추상적인 인식의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종교인의 삶을 대하면서 그것이 현실의 자리에서 늘 삶의 긴박한 문제를 풀어내는 기제임을 쉽사리 확인하게 된다. 갖가지 신앙을 통해 혹은 적극적인 의례나 소극적인 금기와 꺼림을 통해 현실의 질곡과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던 우리의 종교문화는 인식을 넘어선 풀이의 몸짓이었다. 그러면서도 종교는 일상을 지탱할 삶의 핵심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의미망의 토대였다. 어지럽고 혼탁한 세상을 살면서도 아노미에 젖어들지 않는 것은 종교를 자양삼아 삶의 가치와 기틀을 굳건히 유지하기 때문이다.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신앙 및 사고와 관련된 9개의 민족문화 상징들은 삶의 궁극적인 물음과 해답을 향한 몰입과 발산이었으며, 실제로 삶의 응어리를 풀어내려는 바람이자 몸짓이었으며, 세계를 품는 안목과 가치의 본산이자 근원이었다.
분명, 우리 민족은 뜨겁고 화끈한 민족이다. 그러나 우리는 열을 내는 문화와 더불어 능동적으로 그 열을 식히고 가라앉히는, 다시말해 삶의 열기를 조율하는 냉정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선(禪)의 문화가 그것이다.
선은 영혼이 육체를 빠져나가는 샤먼의 엑스터시와는 달리 정신의 몰입(엔스타시스)을 통해 마음의 번뇌를 끊고 내면의 평정을 얻으려는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수행이다. 치열한 일상의 어지러운 삶에 고요와 집중을 끌어들여 삶의 활력을 일으키는 선은 이제 산간의 선방의 문지방을 넘어 도시의 시민문화와 스포츠문화에까지 이르고 있다. 평상의 삶에서 문득 자기의 마음에 도사리고 있는 불성(佛性)을 발견하는 각성과 몰입이야말로 현대의 정신 웰빙과도 통한다.
● 禪 - 내면의 평정을 ‘닦는 의례’
선이 한국인의 내면을 ‘닦는 의례’라면 굿은 한국인의 ‘비는 의례’이다. 굿은 치병, 점복, 의례의 종교전문가인 무당을 중심으로 인간의 삶 속에서 얽히고설킨 문제의 근원을 궁극적으로 살피고 종국에는 그것을 풀어내는 발산의 몸짓이다. 염원을 몸으로 발산하기 때문에 굿이 벌어지는 판에는 늘 열기가 가득하다. 춤과 무악은 그 열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북과 춤으로 신명에 도달한다(‘周易’鼓之舞之以盡神)는 의미에서 고대 부여의 영고(迎鼓)나 동예의 무천(舞天)과 같은 제천의례에서 춤과 음악의 굿 문화를 발견하게 된다. 때론 그런 굿문화가 음사(淫祀)의 굴레로 위축되기도 했으나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정신적인 몰입뿐만 아니라 가무로 삶의 에너지와 열기를 역동적으로 발산하려는 풀이의 몸짓은 한국인을 뜨겁게 만드는 문화였다. 유교문화가 지성인에게 늘 마음 닦을 것(修心)을 강조하고 있을 때, 굿은 삶의 질곡에 지친 민중의 상한 마음을 달래주고(安心) 있었다.
민중의 구복적 욕망을 의례로 분출시키는 무속과는 달리, 신의 은혜에 대한 감사와 인간의 성실한 의무 이행을 목표로 하는 유교문화는 외면적으로는 제물을 다하고, 내면적으로는 성의를 다하는 것이 제사에 임하는 태도임을 늘 강조하였다. 세계문화유산이자 우리 유교문화의 자랑인 종묘와 종묘대제는 이러한 유교의 경건주의적인 태도를 현재까지도 지속하고 있다. 기일에 맞추어 진행된 능제사와는 별도로 납일과 춘하추동 사시를 포함해, 모두 5회에 걸쳐 종묘대제가 정기적으로 거행되었다는 사실은 그것이 단순히 왕실의 조상숭배의 차원을 넘어서 자연의 질서와 주기를 인간의 삶에 아로새기는 우주론적인 차원의 의미를 지닌 의례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무속의 굿문화로 삶의 뜨거움을 발산하기도 했고 선의 문화로 냉정과 고요를 되찾으며 삶의 궁극성에 몰입하기도 했으며, 유교의 경건하고도 정제된 몸짓을 통해 도덕질서와 우주의 질서를 일원화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인은 세계를 바꿀 마지막 희망으로 미륵(彌勒)을 대망하기도 하였다.
● 미륵 - 염원하는 미래-희망의 상징
미륵(산크리트어 Maitreya)은 본래 미래불로서 세상에 하생하기 전까지 성불을 미룬 대승불교의 대표적인 보살이지만 그 어떠한 명상과 기원으로도 희망을 찾지 못할 때 강력하게 요청된 한국인의 메시아였다고 할 수 있다. 미륵의 화신으로 일컬어진 화랑, 정치적인 격변기에 미륵이기를 서슴지 않았던 궁예와 고려말의 이금, 그리고 석가불을 능가하는 미륵불을 강조하며 자칭 미륵불임을 내세웠던 조선후기의 여환 등은 혼란을 일소할 힘과 권위의 상징으로 미륵에 주목했던 것이다. 한말 이후에는 미륵신앙이 영적인 천재들에게 의해 신종교의 형태(미륵불교, 용화교)로 조직되기도 하였다.
한국인은 삼국시대의 미륵반가사유상을 보면 느껴지듯이, 미래의 세계를 예지하는 미륵의 사유를 늘 떠올리면서도 한편으론 경건하고도 엄중한 석가를 능가하는 힘 있는 상징으로 미륵을 떠올렸다. 미륵은 한국의 보통사람들이 염원하는 미래와 희망의 상징이었고, 현실의 질곡과 역사의 공포를 이겨내게 하는 삶의 원동력이었다.
● 도깨비 - 특유의 해학과 재치 상징
거창하게 세상의 운세를 바꿀 미륵을 대망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인이 늘 심각했던 것은 아니다. 위력이 넘치고 재주가 많은 초월적인 존재라 하더라도 한국인의 상상력은 세상을 약간 비켜 볼 수 있는 재치와 여유를 늘 간직하고 있다. 한국인의 신앙적 정서에는 떨리는 두려움과 더불어 친근한 매혹도 함께 있는 것이다. 도깨비가 꼭 그렇다. 변신과 둔갑의 귀재이지만 허깨비로 여겨질 정도의 막힘과 허술함이 남녀노소 누군가에게나 해학 거리로 통한다. 도깨비는 벽사신앙의 상징이면서도 공포에 질린 어린아이마저도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한국인의 상상력의 소박한 유산이다. 인간의 상상력의 산물에 마냥 조아리지 않고 특유의 해학으로 공포마저 되먹임하는 한국인의 내적인 힘에 감동하게 된다.
● 서낭당 - 성스런 공간의 형상화
한국인의 상상의 힘은 공간으로도 형상화된다. 성스러운 공간 속에서 새로운 삶의 기력을 얻고자 했던 서낭당 신앙과 새로운 신성 공간의 구획인 금줄문화는 공간에 투영된 한국인의 상징이다. 마을의 수호신인 서낭을 모시는 어엿한 공간이나 단출한 신수(神樹)와 소박한 돌무더기의 차림새에서 우리네 조촐한 일상에서 삶의 공간을 정화하고 신성화하려는 종교적 상상력을 자연스레 확인할 수 있다. 금줄도 그렇다. 꺼림과 경계 세움을 통해 공간을 구획하고 갱신시키는 것이 금줄이다. 한낱 새끼줄이 획기적으로 공간의 질을 변형시키는 엄청난 힘을 지니는 것이다. 금줄을 보면서 우리는 성역과 속역을 가름하는, 새끼줄에 얹어진 한국인의 감수성과 상상력을 새삼 발견하게 된다.
우리의 유교문화는 그저 동물적인 차원의 보은을 넘어서는 규범으로 효의 가치를 갈고 닦아왔고 그것을 바탕으로 유교의 이상사회를 진전시키고자 하였다.
또한 유교는 이상적인 가치를 실현한 삶의 전형으로 선비에 주목하였다. 이른바 공부하는 사람의 이상적인 삶의 표상으로 선비가 숭앙되었던 것은 선비가 자신의 삶을 맑게 하고 또 타인의 삶마저도 정화해낼 만한 가치의 체계를 굳건하게 확립한 주체였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선비의 중심세력이었던 사림들은 독서와 인격수양을 통해 유교의 이념과 가치를 몸에 익히고 강상과 절의에 찬 의리론을 사회적으로 실현하려 하였다.‘맹자’가 전하는 대로, 선비는 철저하게 자기 자신을 연마하면서도(獨善其身) 자신의 연마에 머물지 않고 세상을 교화하고자 하는(兼善天下) 삶의 목표를 통해 유교의 수기치인(修己治人)의 도를 실현하는 전형이다. 이러한 선비정신이야말로 실리적이고도 현실적인 목표에 사로잡힌 조급한 현대교육의 병을 치유하는 동시에, 양심과 도덕의 완성을 추구하는 건전한 지식사회의 모델로 주목될 수 있다.
사실, 우리의 역사에서 무속-불교-유교-서학(가톨릭)-동학(신종교)-기독교(개신교) 등이 종교문화의 형성에 결정적인 충격과 파장을 일으켜 왔건만 우리의 삶의 넓이에 포진하고 삶의 깊이에 도달한 상징으로 주목받은 것은 아직 무속(굿, 서낭당, 도깨비, 금줄), 불교(선, 미륵), 유교(효, 선비, 종묘와 종묘대제) 등의 문화로 국한되고 있다. 후발의 종교문화도 한국인의 상상과 사고의 기반에서 구체적인 현실성을 얻어간다면 우리는 보다 풍부한 민족문화의 상징을 또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최종성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
[이슬람 문명과 도시] (17)천년의 삶을 이어온 고도, 모로코의 페스
[이슬람 문명과 도시] (17)천년의 삶을 이어온 고도, 모로코의 페스
<서울신문 2006/9/12/기획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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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Fes)는 1200여년 동안의 세월을 거슬러,809년에 도시가 건설될 당시 옛 삶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도시다. 페스는 흔히 ‘시간이 멈춰버린 중세의 도시’라고 불리는데, 그만큼 중세시대 도시의 원형을 그대로 품고 있다. 이곳에서 공부하던 90년대나 귀국 뒤 연구차 몇 번이나 다시 방문했을 때나, 페스는 언제나 변함없이 천년 고도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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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아프리카 모로코의 고도 페스는 아랍권에서 가장 복잡한 도시라는 명성답게 9400개에 이르는 골목을 품고 있다. 좁고 지저분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알라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이슬람 철학이 반영된 도시로도 꼽힌다.이슬람문화연구소 | |
동시에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치열하고 뜨거운 삶을 살아온 페스 사람들의 숨소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다시 찾은 8월에도 페스는 그 모습 그대로 나를 반겨 주었다.
오늘날 페스는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로 나뉜다. 신시가지는 프랑스 식민지배 아래 프랑스인이 건설한 현대식 구역인 반면,‘페스 알 발리’라 불리는 구시가는 중세에 건설된 오래된 구역이다. 페스의 구시가는 거미줄처럼 얽힌 좁은 골목들이 무려 300㎞ 이상 펼쳐져 미로를 이루고, 이 안에는 모스크, 쿠란 학교, 아랍전통시장 수크, 세계적으로 유명한 천연 염색장 등이 몰려 있다. 이곳 대부분의 건축물들은 9세기부터 14세기까지 지어졌고 그 뒤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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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세기 도시를 세운 아버지에 이어 페스를 수도로 지정한 이드리스2세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이드리스2세 모스크. | |
먼저 구시가를 모두 조망할 수 있는 페스 성벽의 언덕에 올라 구시가의 두 구역, 안달루스와 카라윈 구역을 내려다 봤다. 스페인 안달루스에 살다 정치적 박해를 피해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이주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페스에 안달루스 구역을 만들었고, 이곳에 자신들이 가진 모든 예술적 재능을 쏟아 부어 페스의 건축물들을 그리도 아름답게 장식했다. 또 이슬람교를 전파하기 위한 아랍인들의 열정은 튀니지 카이로완을 떠나 이곳 페스로 향하게 했고, 그들은 이곳에 카라윈 구역을 만들었다. 카라윈 구역에다 많은 모스크와 쿠란 학교를 지어 이슬람을 전파했다. 특히 카라윈 모스크와 카라윈 이슬람 신학교는 페스를 북아프리카 이슬람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구시가에 들어서자 시간은 갑자기 멈추어 버린 듯 중세로 되돌아 갔다. 안내자 없이는 출구를 찾을 수 없는 미로처럼 얽힌 길, 그 길은 폭이 두 사람이 겨우 지날 정도로 좁다. 이 골목은 온갖 것들로 가득차 있다. 무거운 짐을 실어 나르는 당나귀들, 끊임없이 소리치는 상인들의 목소리, 가죽제품 상점들마다 풍겨나는 양가죽 냄새들, 골목마다 들려오는 아이들의 쿠란 읽는 우렁찬 목소리, 예배시간을 알리는 모스크에서 들려오는 아잔 소리들, 찻집에서 풍기는 아랍 커피와 박하 차의 향기, 대장간과 그릇가게에서 들려오는 망치질 소리…. 이 풍경은 바로 중세 이슬람 최고의 문명도시였던 페스의 옛 모습 그대로이리라.
이러한 살아 있는 중세 모습은 유네스코의 관심을 끌었고,1981년 일찌감치 페스의 구시가 전체가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이를 계기로 페스는 단지 모로코뿐만이 아니라 국경을 초월한 인류 보편의 유산임을 인정받았다. 지금 모로코와 유네스코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페스를 중세의 도시원형 그대로 복원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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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의 배경에는 이베리아 반도를 점령했던 북아프리카 이슬람 문명의 높은 수준에 서구 교회가 받은 충격이 깔려 있다. 그 중심에는 페스가 있었고, 그 페스의 중심에는 사진 속 고대 왕궁이 있었다. | |
페스 알 발리에서 가장 중요한 곳, 중앙에 위치한 이드리스 2세의 사당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드리스 2세는 모로코 최초의 이슬람 왕국 이드리스왕조(789∼926)를 건설한 이드리스 1세의 후계자이다. 페스를 왕국의 수도로 정한 뒤 도시의 원형을 완성한 사람이다. 그래서 모로코 사람들은 그를 페스의 ‘수호성인’으로 기리며 ‘자위야’라는 사당과 모스크를 지어 바쳤다.
그 다음 발길이 닿은 곳은 온통 푸른 기와로 뒤덮여 있는 카라윈 모스크. 북아프리카 이슬람의 중심지로 흔히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슬람‘대학’으로써 더 의미 깊고 유명한 곳이다. 튀니지의 자이툰 대학, 이집트의 알아즈하르 대학과 함께 10세기에 건설된 세계 최초의 대학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14세기 카라윈대학의 도서관은 3만권의 장서와 1만 필의 필사본 두루마리를 소장하고 있었을 정도라 하니 가히 최고(最古)에 걸맞은 규모이자, 학문의 중심지다운 규모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역사가 ‘이븐 칼둔’이 이곳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철학자 ‘이븐 루쉬드’도 여기서 사색에 잠겼다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다.
미로처럼 얽힌 골목을 따라 온갖 상점과 건물을 구경하며 중세에 빠져들 무렵, 갑자기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이 생각났다. 어릴 적 읽었던 그 책에서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왜 도적 두목이 알리바바 집 대문에 표시해서 알리바바가 눈치 채게 했냐는 것이다. 머릿속에 기억해 뒀다가 밤에 몰래 습격하면 그만인데. 그런데 이 페스의 골목을 한번이라도 둘러본다면 이 의문은 금세 우스운 것이 되고 만다. 좁디 좁은데다 얽히고 설킨 골목은 모두가 비슷한 형태고, 골목을 끼고 있는 그 수많은 집들은 대부분 비슷비슷한 크기와 모양인데다, 대문마저도 생김새가 거의 똑같다. 아무리 눈썰미 좋은 도적 두목이라 해도 밤에 몰래 찾으려면 대문에다 표시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직접 보고 겪고 느끼지 않는 한 다른 세계와 문화에 대한 이해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페스의 좁은 골목길에서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골목마다 퍼져 나오는 가죽 냄새를 따라 가니 과연 온갖 가죽제품을 진열해둔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한 가게로 들어가니 한쪽에는 가죽제품이 진열되어 있고 다른 쪽에서는 가죽 손질이 한창이었다. 좁은 통로를 따라 테라스에 오르니 수백 개의 통에 여러 색으로 천연 염색하는 흥미로운 광경이 펼쳐진다. 염색과정은 중세에 해왔던 방식 그대로, 모두 일일이 사람의 손에 의해 이뤄지고 있었다. 양이나 염소 가죽들이 숙련공들의 능숙한 손길을 따라 형형색색의 가죽들로 바뀌고 염색된 가죽들은 건물의 벽과 지붕과 바닥에 빼곡히 널려 건조되고 있었다. 이 일련의 과정으로 풍기는 냄새는 페스의 구시가 전체로 퍼져 나간다. 그래서 ‘페스의 냄새’라 불린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 냄새를 피하려 건너편 테라스에서 옹기종기 모여서 박하 잎을 코에다 대고 있다. 그러면서도 염색하는 광경에 대한 호기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목을 길게 빼고는 이쪽을 건너다 본다. 눈은 경이로움을 좇고 코는 냄새를 피하려는 이런 모습은 어쩌면 이렇게 우리 인간의 이중성과 닮았던가.
안내하던 모로코 대학생은 이런 말을 건넸다.“페스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눈물을 흘립니다. 한 부류는 너무 아름다운 페스의 모습과 중세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페스 사람들의 진지한 삶에 감동해서 눈물을 흘립니다. 다른 부류의 사람들은 페스를 가득 채운 가죽염색의 역겨운 냄새와 양고기 굽는 자욱한 연기 때문에 눈물을 흘립니다. 이들은 페스가 너무 지저분한 도시라고 비난하면서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얘기하죠.”
우리는 과연 어느 쪽인가. 세계는 한 가족이라는 세계화 시대, 우리는 과연 이들을 얼마나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는가.
남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살아간다는 게 어떤 것일까. 페스를 방문하고 떠나던 내내 머릿속이 복잡했다.
이종화 명지대 교수 / 이슬람연구소 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