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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정보 스크랩 설레임으로 오르는 용아장성
최광현 추천 0 조회 60 12.04.22 13:37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여행지
설악산 용아장성의?장쾌한 암릉속으로~
여행기간
2008년 6월 6일(금), 흐림
나의 평가
아주 좋아요!아주 좋아요!아주 좋아요!아주 좋아요!아주 좋아요!
산은 언제, 어느 곳에 올라도 좋다. 그리고 울창한 수림과 수려한 계곡과?맑은 물과, 산의 기품을 만들어 주는 기암과 암봉이 있다면 더욱 좋다. 설악은 이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는 산으로 산 중에서도 그 으뜸이 아닌가 싶다. 설악에서도 기암과 암봉과 암릉을 꼽으라면, 나는 서슴없이 "용아장성"이라 말 할수 있을 것이다. 용의 이빨처럼 날카로운 암봉들이 성곽처럼 늘어서 있다하여 용아장성이라 부른다 하니. 그 장쾌함에 탄성하면서도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기품과 위엄을 갖추고 있어,?미답인 나에게는 "언젠가는 한번 올라 보리라" 하는 그리움과 설레임을 가져다 주는 산이었다.
 
 
화채능선과 공룡능선, 서북능선과 함께 남설악을 가득 채운 만물상의 침봉들이 수려하다 하나, 용아장성을 능가하지는 못 할 것 같다. 용아장성은 기암과 암봉의 수려함도 좋지만 끊임없이 이어져 나가며, 철옹성 같이, 쉽게 범하지 못할 웅장함과 장쾌함이 있다. 그렇다. 이땅에 이만큼이나 수려하고 아름다운 암릉도 찾아보기 힘들 터인데 과연 몇사람이나 이 아름다움을 접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아쉬움이 크다.
 

지난 여름, 으슥한 밤을타고 용아장성을 찾아 왔으나, 쏟아지는 빗줄기 때문에 포기하고, 십이선녀탕으로 대신한 적이 있다. 그 아쉬움이 쉽사리 가시지 않으니, 일년만에 용아장성을 다시 찾아왔다. 퇴근을 하자마자, 부지런히 산행채비를 하고는 설악을 찾아 간다. 백담사 입구 설악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를 못미쳐 주차창에 주차를 하니, 조금은 시간이 이른 듯하여 간단히 소세지와 햄을 안주로?한잔하며 분위기를 돋군다.

 

새벽 한시에 용대리를 출발하여 백담사를 향한다. 우렁찬 계곡의 물소리를 행진곡삼아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타고?기세좋게 오른다. 백담사부터는?정비된 등산로를 타고?수렴산장까지 한시간반정도 걸어야 한다. 칠흙같은 어둠속에서도 렌턴불빛으로 보는 계곡은 충분히 수려함을 느낄 수가 있다. 수렴산장에 도착하니 새벽4시, 용대리로부터 3시간이 소요되었다. 연휴 때문인지, 벌써 많은 산객들이 이곳을 찾아 왔다. 하나둘 목조다리의 난간을 조용조용 넘어서 옥녀봉으로 향한다.

 
옥녀봉으로 오르는 길은 험하지 않지만 가파라서 처음부터 다리를 무겁게 하고,?숨을 헐떡이게 한다. 잠시 숨을 몰아쉬며 능선의 안부로 올라 섰다가 다시 한 번 15분정도 깔딱고개를 올려채면 옥녀봉에 오르게 된다. 산상으로부터?여명이 밝아오고, 운무에 휘감긴 산맥이?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앞으로는 장쾌한 용아장성 들머리가 눈앞에 우뚝하다. 왼쪽으로?산상을 덮은 운무아래로 오세암이 내려다 보이고, 암자 아래로 오세폭포가 흘러 내린다. 살아있는 모든것은 생존을 위하여 스스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 간다 하지만, 저곳에 기거하시는 분들은 생필품을 어떻게 조달할까??잠시 부질없는 걱정을?하여본다.
 
 
용아릉은 처음부터 암릉산행을 하여야 한다. 암릉을 걷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용아장성의 3대 난코스라는 뜀바위에 다다른다. 뜀바위는 넓이 1m가 조금 넘는 그리 넓지 않은 구간이지만 아래가 20m가 넘는 절벽으로 되어 있어 충분히 공포심을 안겨다 줄 수 있다고 한다. 뜀바위 암릉에서 두분이 지키고 서서 모두 우회를 하라고 한다. 안내산악팀의 리더인 듯한데 팀원들의 안전을 위하여 아예 접근을 못하게 하는 것 같다.
 
 
원인도 모른체 뜀바위는 구경도 못하고 산악팀들에게 밀려 우회를 한다. 그러나 우회로를 내려서는 길도 그리 만만치는 않다. 앞서가던 아주머니 한분이 우회로를 내려서다가 굴러 떨어졌다. 다행히 2m쯤 남겨놓고 구르는 바람에 얼굴에 창상만을 입고 다른곳은 다치지 않은 것 같은데, 상처의 깊이를 보아 흉터를 남기지 않을까 걱정이다. 응급조치 후 걱정하는 동료들의 도움을 받으며 산행을 계속하기는 하나, 많이 놀랐을 것 같다.
 

첫번째 봉우리에 오르니 아침은 완연히 밝아져 사방으로 조망을 틔운다. 북으로 암봉들을 치켜세운 공룡능선이 장쾌하게 치켜 올라가고 남으로 서북능선이 서쪽으로 뻗어 나가며 암봉을 일구어 놓았다.

암봉사이로 흘러 내리는 수렴동계곡은 폭포를 만들며 아래로 향하고 있다. 역시 설악은 그 웅장함과 수려함에서 비교할만한 산이 없을 듯하다.

 
 
두번째 봉우리를 오르다 턱바위를 만나게 된다. 3m쯤 되는 턱바위를 올라서면, 아슬아슬한 하단바위를 딛고 반바퀴 몸을 돌려 암봉을 돌아 내려야 한다. 역시 위험구간으로 많은 사람들은 왼쪽으로 우회를 한다. 턱바위 상단에는 추모비가 있다. 아마도 이곳에서 실족사를 한 것 같다. 추모비 앞에는 누가 가져다 놓았는지 아직도 시들지 않은 국화꽃 한다발과 종이컵에 술을 부어 놓았다.
 
 
턱바위를 내려서서 다시 암릉을 오르면 개구멍바위가 나온다. 암릉위에 커다란 암봉을 올려 놓은 듯한 개구멍바위는 사람의 키만큼한 직벽을 올라서서 암봉의 틈을 빠져서 돌아 나와야 한다. 아래는 낭떠러지로 공포감을 지우기는 힘들 것 같다. 다행히 안내산악회의 리더인듯한 분이 자일에 안전핀을 걸고 매달려서 노련하게 산객들을 이끌어 준다. 암봉의 동쪽으로 추모비가 박혀있다. 산을 좋아하던 산객이 이곳에서 유명을 달리 하였나 보다.
 
 
두번째 능선으로 올라서니, 앞으로 칼바위 암릉이 보인다. 서쪽으로 우리가 타고 올라온 암릉이 오르락 내리락 수렴동을 향하여 뻗어 나가고 동으로 빈대떡처럼 얇고 우뚝한?암봉이 떡하니 앞을 가로 막고 서있다.?아름답고도 장쾌한?용아릉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 같다. 머리위로 헬기 한대가 굉음을 지르며 날아 다닌다. 봉정암과 오세암에 물자를 실어 나르는 것 같다.
 
 
벌써 아침 8시가 넘었다. 용대리를 떠나 쉼없이 올라오다보니 이곳까지 7시간이 걸렸다.?한숨도 못자고 어제저녁도 굶고 출발전에 마신 몇잔의 소주와 안주가 다다보니, 허기가 밀려온다. 이곳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따끈한 밥을 짖고?고추장아찌와 김치, 그리고 고추장이 다인 소찬이지만 우리에게는 진수성찬이나 다름없다. 밥한톨 없이 박박 긁어 먹고나니, 몰려오는 졸음을 이길 방법이 없다.
 
 

능선의 바람은 제법이나 쌀쌀하다. 동료들은 바람을 피해 판쵸의와 침낭을 덮고 칼바위 능선아래 자리를 잡고, 나는 칼바위 암릉위에 판쵸의를 입고 배낭을 베고 누웠다. 왼쪽으로는 1m만 구르면 천길 낭떠리다. 눕자마자 한옆에서 코를 고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돌아가신지 얼마 되지 않는 부모님 생각으로 잠시 상념에 쌓여있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능선으로 몰아치는 바람때문에?판쵸의 밖으로 드러난 하반신에 한기를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한 30분 정도는 잠이 들었던 것 같다.

곤히 자고 있는 동료들의 모습을 보니, 깨우기가 미안하지만, 부지런히 걸어야 할 것 같다. 우리가 밥을 먹고 잠시 가수면을 취한 사이에 같이 출발한 산악팀은 앞의 칼바위능선을 기어 올라가고 있다. "기상! 출발~" 나의 독려에 부시시 자리를 털고 일어서는 동료들의 모습에는 아쉬움이 가득하다. 다시 암릉을 내려서서 칼능선을 타고 오른다.

오늘 산행은 모두 여섯명이다. 애초 아홉명의 신청자중에서 3명이 빠지고 나와 연, 최, 정 세과장과 막내 장군, 그리고 장군의 친구인 k군이 합류하였다. 나와 k군은 칼바위 암릉을 타고 오르고 나머지는 우회를 한다. 그러나 직등을 하는 것보다 우회하는 것이 시간은 더 걸리고 우회로도 험하기가 그리 만만치는 않은 것 같다. 암릉을 넘어서 한참을 기다리니 우회팀이 도착하여 무지무지 힘들었다며, 장황하게 고생스러움을 말한다. 젠장, 우리는 생사를 걸고 올라왔구먼......ㅠㅠ

 

암릉을 타고 내려오면 또다시 암릉이 앞을 가로 막는다. 이곳도 직등을 해볼까 하였으나, 모두 우회를 주장한다.

?

이곳은 등반흔적도 별로 없지만 장비가 없이 오르기에는 너무 무리한 듯하다.

3봉을 직등하다 질려버린 k군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

?

3봉암릉의 마지막 직벽을 오르느라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내가 먼저 발을 디딜만한 공간에 올라서서 직벽에 매달리나 잡을 곳이 만만치가 않다.

암벽에 바짝 몸을 붙히고 오른손 왼손을 번갈아가며 최대한으로 뻗어 잡을 곳을 찾아본다.

다행히 암봉의 상단으로 간신이 손이 닿는 곳에 손가락을 걸칠만한 바위틈이 만져진다.

바위틈에 손가락을 걸고 몇번 힘을 주어 보고는 단숨에 몸에 탄력을 주면서 튕겨 오른다. 다음은 뒤따르던 k군이 직벽에 매달린다.

그러나 암벽에서 한쪽손을 떼기가 힘든가 보다. 아차하면 까마득한 저 아래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아저씨! 아니 원장님! 다시 내려가면 안될까요?" 장군과 k군은 내 아들놈과 비슷한 또래다. 컴퓨터를 벗삼을 나이인데도 산행을 할 적마다 동참하는 것이 기특하다. "뒤를 돌아다봐!" "내려가기가 더 힘들고 위험할 것 같지 않아?" 그렇다. 살아 가면서 앞을 보며 오르는 것보다 내려서기가 더 힘들고 어려울때가 많은 것 같다. 나는 암봉위에서 k군에게 내가 잡고 올라온 바위틈에 손가락을 끼우도록 유도하고 힘을 주어 올라서도록 한다. 끙~하는 소리와 함께 몸을 튕겨 오르는 순간 나는 k군의 배낭끈을 낚아채서 끌어 올린다. 아휴! k군의 입에서 안도인지, 놀라움인지 몇번의 한숨이 터져 나온다.
 
 
5봉부터 3개의 암봉을 한꺼번에 우회를 한다. 장비와 숙련된 크라이머들이 아니라면 오르기가 힘든 구간이다. 동으로 멀리 용아릉이 소청을 향하여 뻗어 나간다. 소청과 대청은 운무로 가리워져 보이지 않고 용아능선의 끝으로 소청산장이 올려다 보인다. 이미 앞서간 팀들은 시야에서 멀어져 버렸다. 밥을?지어먹고 가수면을 취했기 때문이다. 길고 긴 암봉의 끝쪽에 봉정암이 있으니, 아직도 갈길은 까마득히 멀기만 하다.
 
 

용아장성은 40여년전까지만해도 사람의 발길을 거부하던 곳을 1971년 요델한국산악회와 어센트산악회, 그리고 KCC등 3개산악회가 합동으로 일주일에 걸쳐 개척등반을 한 후 전문산악인들의 산악코스였는데 산행인구가 늘고 안내산악회가 활성화 되면서 우회로가 발달되어 이제는 일반인들이 즐겨찾는 암릉산행지가 되어 버렸다. 우회로가 발달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리 녹녹치 않아서 능선만을 걷는데도 7~9시간쯤 걸린다. 그것도?암릉을 직등하느냐, 우회를?하느냐에 따라서 소요시간의 차이가 많이 나고, 여전히 위험하여 출입금지구간으로 지정되어 있다.?특별한 경우 관리사무소의 허락을 득하면 된다고 하지만?그러한 절차를 밟지는 않는 것 같다. 위험하면?위험방지시설을 하는 것이 맞을 듯 싶은데, 출입금지라니? 중국의 황산이나 장가계의 관광객중에 한국인이 절반이라는데, 설악이 그리 뒤지지 않으면서도 항상 썰렁하게 비워두고 외국의 산을 찾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8봉으로 올라서면 불에 탄 나무덩클이 유난히 많이 보이고 고사목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예전에 화재가 발생한 듯하다. 이곳에서 내려다보이는 용아능선은 장쾌하고도 웅장하며 수려하다. 용아장성의 암릉에는 유난히도 키작은 라일락이 자주 보이고, 산상의 라일락은 느지감치 만개를 하여, 짙은 향기를 내뿜고 있다. 이제까지는 라일락이 서양품종이거나 개량종이 아닌가 생각하였는데, 이 고산 암릉에 다량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아닌것 같다,
 
 
 

8봉을 내려서서 암벽에 매달린 밧줄을 잡고 바위틈으로 달라붙어서 조금 오르다보면?침니구간이 나온다. 암봉사이로 나있는 침니구간은 약30m쯤 되는 직벽구간으로 밧줄이 매달려 있다.

밧줄을 타고 능선안부에 오르면 오금이 저릴만큼의 칼등에 오르게 된다. 두어명정도가 올라설만한 칼등에는 반대쪽으로 또다시 밧줄이 3가닥 매달려 있다. 이곳도 약25m쯤 되는 직벽으로 발을 디딜수 있는 공간이 많아서 그리 힘들지는 않지만 용아장성에서는 3번째로 위험한 구간이다. 초심자들은 오르기도 힘들지만 내리기는 더욱 어렵다. 첫째도 둘째도 두려움을 덜어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용아장성은 릿지경험이 있거나 암벽등반에 노련한 사람들과 동행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잘못하면 고생과 함께 큰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막내인 장군이 고소공포증이 있는지, 평소에는 잘 걷다가도 암벽구간에 서면 버벅댄다. 나와 k군이 먼저 하강을 하고 배낭을 묶어 내린다. 힘이 좋은 정과장과 최과장이 위에서 붙들고 장군의 허리에 밧줄을 묶고는 끌어 내린다. 용아릉의 끝이 다가오는것 같은데 모두들 피로가 쌓인 듯하다. 지리산은 생각하기 위하여 오르고, 설악산은 잊기위해 오른다 하는데, 잊고 자시고 아무런 생각도 없으니 저절로 잊혀지는 것 같다.
 

직벽을 내려서서 우회를 하여 다시 암봉사이로 안부를 넘어야 한다. 이거야 말로 오락가락이다. 이곳에서 서너개의 암봉이 나란이 도열을 하고 있는 암봉의 하단부를 돌아서 20분쯤?걸으면 봉정암이 나온다.?

봉정암을 끝으로 용아장성 산행은 마무리 하게된다.

봉정암은 암자라기보다는 사찰만큼이나 그 규모가 크고 인파로 북적인다. 등산객도 많치만 하산을 하다보니, 저녁인데도 봉정암을 찾는 불자들이 유난히 많다. 잠시 법당에 들러 부모님의 극락왕생을 기도하고는 소청산장으로 향한다.

산행을 시작한지 12시간, 이미 체력은 소진되고 소청으로 오르는 길은 고행의 길이다.

한발한발 힘겹게 오르는 소청길에는 군데군데 분홍색 철쭉이 만개하였다. 산장이나 중청대피소에서 일박을 하려 하였으나, 자리가 없다. 한달전부터 예약을 하여야지 생각은 했으나, 어머님의 중환과 별세로 정신없다보니 깜박하였던?것이다.?비가온다고 하는데 야영장비도 없다.?달리 뾰족한 방법이?없으니 하산을 결정한다.

 
설악은 밀려오는 바람과 운무로 뿌옇게 휩쌓이고,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듯 음산하다. 일단 허기를 메꾸어야 하니, 소청산장에서 반주와 함께 밥을지어 먹고 하산을 서두른다. 그러나 하산길이 만만치 않다. 이곳에서 용대리까지는 20km 정도이니, 약 50리길을 야간행군을 하여야 한다. 수렴동계곡의 상단부는 폭우로 많이 훼손되었다. 식사후의 식곤증이 피로와 합하여 졸음을 몰고온다. 판쵸의를 둘둘말고 배낭을 베게삼아 등산로 주위로 쓰러져 눕는다. 대략 40~50분쯤 잤을까??"지쳐서 쓰러졌나봐"하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걱정스런 목소리에 눈을 뜬다. 그 짧은 수면이 얼마나 달콤하였던지, 피로감이 많이 덜어진 것 같다.
 
 
그러나 용대리로 향하는 길은 고행의 길이다. 이미 다리도 아프고 발바닥은 화로불을 밟은 듯 화끈거린다. 오로지 헤드렌턴에 의지하고, 앞으로 앞으로 전진을 하나, 몰려오는 졸음은 어쩔수가 없다. 군대시절 천리행군을 하면서 몰려오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10분간휴식" 소리만 들려오면 배낭을 베고 아무곳에나 누워 졸음을 삭히던 것이 생각난다. 수렴산장에 도착하여 라면을 끓여먹고 잠시 쉰다. 벌써 용아장성을 찾아온 산객들이 비박을 준비하고 있다. 수렴산장에서 용대리까지는 아직도 12km 이상을 걸어야 한다. 피로는 절정에 다다르고 5분간 휴식으로 피로를 달래던 것이 어느새 10분간 취침으로 바뀌어 걸음을 멈추자 마자 쓰러져 눕는다.
 
용대리에 도착을 하니 새벽 2시가 넘어섰다. 참으로 긴 여정이니. 어제밤 산행을 시작한지 꼭 25시간만에 원점회귀를 하며 산행을 마친다. 그동안 잠을 잔것은 고작 2시간이 채 못된다. 모두들 초죽음 상태인데, 주무인 최과장이 차키를 잃어버렸단다....ㅠㅠ, 연휴를 맞이하여 1주일전에 모두 예약을 끝났다는 이곳에 여관이나 민박이 남아 있을리도 없다. 콜센터에 연락을 하고 올때를 기다리며, 새벽의 차가운 바람을 조금이라도 덜 맞겠다고 차량사이에 판쵸의를 둘둘말고 눕는다.?깊은 산골에 즉각 서비스가 이루어질리 없으니, 새벽의 여명이 희미하게 사물을 깨울 쯤에야 용대리를 떠나온다. 무박의? 길고도 고단한 산행이었다. 오를때는?다시는 오지 않는다 하고, 떠나오면 그리워지는 산이 설악이라 하더니만, 용아는?암릉산행의 으뜸으로,?그리움이 묻어나는 산으로,?언젠가는 다시?찾아 갈 것을 기약한다. 산행에 동참하신분들 고생 많이 하였고, 그 노고와 인내에?박수와 함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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