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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 칭 | 음력일 | 물의 변화 | 주요 어로 활동 |
한 물(한무샛날) 두 물(두무샛날) 서 물(서무샛날) 너 물(너무샛날) 다섯물(다섯무샛날) 여섯물(여섯무샛날) 일곱물(일곱무샛날) 여달물(여덜무샛날) 아홉물(아홉무샛날) 열물(열무샛날) 한객기(열한무샛날) 마지막객기(열두무샛날) 한조금(대갱끼) 마지막조금(아침조금) 무수(한조금) | 10, 25 11, 26 12, 27 13, 28 14, 29 15, 30 16, 1 17, 2 18, 3 19, 4 20, 5 21, 6 22, 7 23, 8 24, 9 |
물의 이동 시작
물이 가장 많이 들고 쓴다
물살이 약해진다
| ∥유자망 ∥주낙 ∥ ∥물질 ∥ ∥ ∥ ∥안강망 ∥낭장 ∥덤장 ∥개맥이 ∥주목망 ∥ ∥ ∥ ∥유자망 ∥주낙 ∥물질 |
바닷물의 변화는 한 달에 두 번 15일 주기로 이루어지며, 보름과 그믐이 들어가는 주기를 구별해 각각 ‘보름시’와 ‘그믐시’로 구분한다. 또한 물의 이동과 변화의 정도를 세분화해서 ‘산짐’(다섯물 전후), ‘사리’(여덟물 전후), ‘걱기’(열한물 전후), ‘조금’(아침조금 전후)으로 나누기도 한다. 이 중에서 특히 사리와 조금은 각각 ‘물의 이동이 많고 물살이 센 기간’, ‘물의 이동이 적고 물살이 약한 기간’으로 대별해서 설명되며, 물때를 가르는 중요한 표지로 해석된다.
<참고 : 서해안에서 사용되던 어선과 그물>
중선망 안강망
주목망 정선망(닻배)
2. 물때는 어민들의 생태적 시간 - 고기잡이 달력
물때는 어민들의 생태적 시간에 해당한다. 물때는 어로의 적절성을 가늠하게 하는 어업력(漁業曆)의 기능을 갖고 있다. 어민들은 어로의 생태에 적응된 적절한 어로 기술과 도구를 개발하여 전승해왔으며, 거기에 맞춰 어로의 적절성을 부여하였다. 이런 점에서 물때라는 생태적 시간 개념은 어민들의 일상에서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지식체계라고 할 수 있다.
물때에 따라 적용되는 어로 활동의 성격과 그와 관련된 어로력․의례력의 상관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때와 어로 형태의 관계를 보면, 서남해에서 전승되고 있는 어로 형태를 물때 구간에 따라 대별해 보면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사리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어로는, 덤장․개막이․안강망․낭장망․주목망․어패류 채취 등이 있고, 둘째 조금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어로는 주낙․유자망․해녀물질[잠수] 등이 있다. 조류의 흐름과 간만의 차를 이용한 어법은 전자에 속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후자에 해당된다.
3. 지역에 따라 다른 모습 - 먼바다 갯바위지역과 연근해 갯벌지역
물때 주기와 어로 방식의 관계는, 먼 바다 갯바위지역과 연근해 갯벌지역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먼 바다에 위치한 흑산도․가거도․홍도 등지에서는 전통적으로 주낙 어로를 많이 해왔다. 최근 들어 유자망이나 낭장망이 퍼졌을 뿐 전통적인 망(網) 어업으로는 멸치를 잡는 ‘들망’이 있으며, 주력 어로 활동은 주낙이라고 할 수 있다. 흑산 일대에서는 주어종이라고 할 수 있는 등태․홍어․조기․상어 등을 대부분 주낙으로 잡았다. 또한 해녀들이 물질을 해서 전복․해삼․멍게 등을 채취하는 어로가 성했으며, 간조 시에 자연산 미역을 채취하는 일도 주요 어로 활동에 속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어로 작업이 해조류 채취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조금 때 이루어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주낙, 들망, 물질 등은 모두 조금 때가 적기로 간주된다. 작업 시기의 적절성과 관련해 “사리 때는 물이 세니까, (물이) 뜹뜹해서 안 뵈니까 (고기가) 깔 앉는다.”, “조금에 물이 맑아야 고기가 뜬다.”와 같은 표현들을 쓰는데, 사리보다 조금 기간이 어로 작업의 적기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또한 조금 기간을 세분화해서 ‘진조금’과 ‘씬조금’으로 구분하는데, 조금에 주낙, 물질과 같은 주력 어로 활동이 이뤄지는 것과 관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까닭에 연근해지역과 달리 조금에 대한 구체적인 인지가 발달한 것으로 보인다.
갯바위지역에서 조금이 강조되는 현상과 달리, 연근해지역에서는 사리 기간에 어로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먼 바다 흑산군도 일대에는 갯벌이 없고 조간대가 넓지 않다. 대신 수심이 깊고 물이 맑기 때문에 물질이나 주낙 어로를 주로 해왔고, 이에 따라 그 일을 하는 데 적합한 조금 무렵에 어로 활동을 집중해왔다. 그러나 연안의 갯벌지역에서는 조수간만의 차나 조류의 흐름을 이용해 덤장이나 독살, 중선망, 낭장, 어패류 채취, 해조류 양식 등을 주로 해왔다. 그러므로 조금보다는 사리 무렵에 활발한 어로 활동이 이루어졌다.
갯벌지역에서는 갯벌의 생태에 적응된 갯벌 어로가 발달했다. 갯벌 어로란, 갯벌과 갯벌 지형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어패류 채취와 정치(定置) 어로 활동(덤장․개막이․독살․죽방렴․주목망․해조류 양식 등)을 말한다. 이것은 모두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한 어로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연근해 갯벌지역의 어로 활동은 조류 변화가 가장 심한 사리 기간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조금 무렵에 하는 유자망이나 주낙 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보아 사리 때의 어로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4. 물때에 따른 고사
연근해지역에서는 다른 날보다 서물[서무샛날]을 특별한 날로 간주한다. 그것은 이날부터 물의 이동이 뚜렷하여 어로 활동이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조금 무렵의 작업이 있음에도 서물을 전후하여 고기잡이가 본격화된다고 여길 만큼 대부분의 어로 작업이 이 무렵에 시작된다. 또한 서물은 각종 뱃고사와, 덤장고사, 낭장고사 등을 지내는 신성일(神聖日)이기도 하다. 어민들은 물이 ‘살아나기’ 시작하는 서물을 어로의 시점으로 보고 이날 각종 고사를 지낸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서물은 어로력의 기점이자 각종 고사를 지내는 신성일인 셈이다. 물의 이동이 시작되어 고기잡이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풍어를 비는 의례도 베풀어지는 것이다. 물때라는 생태적 시간에 맞춰 어로와 의례가 긴밀한 상관관계를 맺고 있음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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