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100회 완주기
"그 나이에 무슨 마라톤이냐"라는 말을 들으며 2003년 내 나이 65세로 마라톤을 시작한지 어느덧 10년이 흘러 지난 9월 29일(일) 잠실에서 개최된 황영조 News-1서울마라톤대회에서 동호회원(수지마라톤, 육사화랑마라톤)들과 함께 100회 완주기념 대회를 가졌다.
마라톤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이렇다. 1998년에 37년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골프, 여행, 등산, 바둑 등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며 지내던 중 한 동기생이 60세 넘어 마라톤을 완주하는 것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 평소 마라톤 코스를 달려보고 싶은 꿈은 있었지만 그 친구보다 5년이나 늦은 나이 65세에 마라톤을 뛴다는 것은 감히 생각을 못했었다. 허지만 동갑내기가 잘 해내는데 자신감을 얻어 나도 마라톤을 한번만 완주해 보기로 작정하고 매일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첫해에 작은 대회에 참가하여 10km, 하프마라톤, 그리고 연말에 풀코스(42.195kn)까지 완주했다, 말이 완주지 5시간 20분이 넘어 다 지쳐 들어왔다. 결승선에서 기다리던 아내를 부등켜 안고 한동안 말을 잊기도 했다.
그런데 한번만 뛰어 보겠다는 처음생각은 어디로 사라지고 자신감이 생겨나서 다음해부터 더 많은 대회에 참가하였다. 기록도 4시간 3분대로 단축하였다. 내친김에 보스톤(2008년) 을 위시하여 도쿄, 상해 마라톤 등 해외 마라톤에도 참가하였다. 그리고 동창(육사) 마라토너들을 찾아 화랑마라톤을 창설하고 초대 회장을 맡기도 했다.
마라톤 완주를 위한 훈련은 매일 새벽 6:00시 부터 1시간정도 매주 이틀(월,금)을 빼고 주 4~5일 동안 50~60km, 월 200km이상을 달리기를 했다. 다행히 집 주변에 달릴 수 있는 쾌적한 코스가 많아서 비가오나 눈이오나 혼자서 계속 뛰었다. 그리고 몇년후엔 자랑스런 수지마라톤 동호회에 가입하여 80여명의 젊은 회원들과 함께 달리며 더욱 열정적이고 강도 높은 훈련 성과를 이룩할 수 있었다.
100회완주기념대회에서 수지마라톤 동호회의 호위와 집사람의 환영을 받으며 (결승선 1분전)
주말 새벽이면 어김없이 전국 각지의 마라톤 대회를 찾아 다녔다. 처음에는 하프와 풀코스대회를 가리지 않고 참가했지만 4~5년 후 부터는 풀코스 위주로 월 1회정도 뛰었는데 최근 몇달 동안은 풀코스를 매주 연속 22회 완주하기도 했다. 처음엔 무리하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단련되어 더 편안하게 달릴 수 있었다.
그동안 10여년의 마라톤 생활을 한 결과 나의 건강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체중이 10여kg 줄고 배가 쑥 들어가 옷을 모두 바꾸어 입어야만 했다. 신발은 12켤레나 달아 없어졌고, 고혈압 등 모든 성인병이 될만 한 요소도 다 사라져 매년 실시하는 종합건강검진 결과도 모두 정상으로 나타났다.
특별히 금년 어느 한 마라톤 대회에서 완주하고 들어온 선수들을 즉시 현장에 있는 병원 X-ray차에 태워 모든 관절(발목, 무릎, 허리, 고관절, 척추 등)부위를 검사를 받게 하는 행사가 있었는데, 나도 함께 검사 받은 결과는 마라톤을 안뛰는 사람들보다 더 건강한 것으로 판단됐다.
나는 마라톤을 뛰면서 수없이 부상을 겪었지만 다행히도 대부분 가벼운 부상으로 다 회복되었다. 특히 마라톤 완주 후 생기는 자신감과 성취감에서 오는 활력소는 무엇으로도 평가할 수 없는 가치라고 본다. 그래서 마라톤은 건강한 노년을 위해서는 권장순위 1위의 스포츠라고 확신하고 싶다.
마라토너들의 건강과 수명은 어떤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젊었을 때만 뛰고 평생 마라톤을 뛴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평가하기가 쉽지않다. 그런데 외국의 예를 들면 미국에서 보스톤 마라톤의 영웅으로 추앙 받는 존 켈리의 생애를 다룬 책(Johnny Kelley, Young at Heart)을 사서 읽어 봤는데, 그는 미국 올림픽대표를 3번이나 지냈고 보스톤 마라톤을 60번이나 참가하여 두번의 우승과 일곱번의 준우승을 하였다. 84세에 마지막으로 풀코스를 완주하고 나서 그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려고 늦게까지 기다리는 관중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위해 더 이상 대회참가를 중지하고 단거리만 뛰다가 2007년 10월 97세의 나이로 세상를 떠나 평생마라톤을 뛴 결과가 어떤지를 보여 주었다. "그 나이에 무슨 마라톤이냐" 라는 물음의 답변이 될 것이다.
앞으로의 목표와 희망은? 100번 완주 이후에는 완주 횟수보다 생애 마지막까지 건강하게 오래 달릴 수 있기를 목표로 할 것이다. 그보다 먼저 5년후 보스톤 마라톤을 10년 만에 또다시 한번 더 참가하고 싶은데 그때까지 과연 보스톤 참가기준(80세 이상 5시간 이내완주)을 유지할 수 있을까 가 문제다. 현재 고령자 마라토나들이 80세이상의 장벽을 못 넘기고 마라톤을 접는데 이를 극복하는 것도 과제다.
또 하나의 꿈은 급속도로 늘어나는 고령자 마라토너들을 위하여 전국적으로 시니어마라톤회(60세 이상)를 결성하여 안전하고 건강하게 지속적으로 달리고 노후 친목을 도모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차로 시니어 마라톤 클럽(Senior Marathon Club)카페를 다움 네트(daum.net)에 소개해 놓고 있다.
마라톤! 그것은 누구를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고 자기와의 싸움이고 고통과의 싸움이다. 나는 마라톤을 뛸때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만 바라보고 달린다. 어떠한 경우든 포기하지 않고 골인하는 것이다. 완주결과는 얼마나 훈련과 노력을 했는가 따라 나오기 때문에 가장 솔직한 운동이라고 본다.
출발점에서 부터 결승선(finish line)을 밟을 때 까지 뛰는 기나긴 거리는 한번만 뛰는 긴 인생마라톤의 한 시뮬레이션과 같아서 인간이 개발한 최고의 스포츠 인지도 모른다. 한발한발 다가가는 먼 종점이 어느새 금방 나타나듯이 하루하루 보내는 삶의 종점도 우리 모르게 곧 다가올 것이다. 마지막 결승선에서 기진맥진 처절한 모습이 아닌 힘찬 기쁨의 세리머니로 골인하듯이 인생도 고통 없는 종말이 되어야 할 것이다. 늘 완주후 막걸리 한잔 마시며 갖게 되는 생각이다.
정유희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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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선배님의 100회 마라톤의 완주는 정말 축복입니다. 항상 건강 잘 유지하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100회 완주를 축하드리며, 다음 200회 목표를 설정하여 꾸준히 달리시길 바랍니다.
제가 선배님 멋진 사진을 올립니다 이사진으로 바꿔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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