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고교 3학년 담임을 맡다보니 외국대학으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더러 있었다. 학교에서 그 진학내용을 외부에 잘 알리지 않았을 뿐이지 내가 담임한 반만해도 몇몇이나 되었다. UCSD(UC San Diego)에 진학한 이원중, 미시간대의 최준혁, 캘리포오니아주립대 프레즈노캠퍼스의 진성협, 호주 퀸스랜드대의 최명환, 코넬대의 최환식, 스탠포드대의 허진혁 등 그 외에도 시카고, 스위스의 대학, 영국의 대학에 유학간 학생들이 더러 있었다. 이번 여행은 미국의 대학에 다니는 제자들이 나를 초청함으로써 이루어졌는데 이 여행에 한국에 있는 그들의 친구들도 가세했다. 학창시절 늘 들려주었던 영화 이야기, 메이져리그 이야기, 요세미티의 암벽 클라이밍 이야기 등으로 나에게서 문화적 영향을 다소 받았던 그들은, 언제부터인가 나와 함께 아메리카 여행을 꿈꾸어 왔고, 결국 줄기차게 나를 보고싶다고 노래불렀던 UCSD의 이원중이를 중심으로 캘리포오니아 주립대 프레즈노캠퍼스의 진성협과 서병기(한양대), 한석동(고려대)등이 내가 도착하는 7.18일 아침 10시에 모두 L.A 공항에서 모이는 것으로 이번 여행은 시작되었다.
<미국날짜 7.18>
* 인천-동경-L.A
7.18일 아침 10시에 태풍이 휘몰아치는 인천을 간신히 출발하여 역시 7.18일 아침 10시에 L.A에 도착했다. 날짜변경선을 넘어왔기 때문에 하루가 지나도 날짜는 여전히 18일이었다. 우리들의 여행 계획은 한치의 오차도 없었다. 비행기는 태평양을 넘어 부지런히 시간을 거꾸러 따라갔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밤을 넘어 제끼고 거대한 L.A 창공을 날고 있었다. 비행기 티켓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환승표를 구했는데, 인천에서 동경 나리따 공항으로 날아가 혼자서 4시간을 기다려, 다시 L.A행 비행기를 타고 11시간의 비행 끝에 아침에 L.A에 도착한 것이다. 그 다음부터는 모든 것이 우리들의 계획대로였다.
* L.A-San Diego, 샌디에고 해변, UC샌디에고
L.A 공향에는 샌디에고에서 온 이원중과 뉴욕에서 날라온 서병기, 한석동이 기다리고 있었고 원중이 승용차로 바로 샌디에고로 달려갔다. 20시간을 자지 못했기에 몹시 피곤하지만 자면 안된다. 이곳 시간대로 일정을 맞추어 견뎌내야만 시차를 극복할 수 있다. 그 악명높은 시차, 나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밤 2시가 되어야 잠들고 새벽에 깨어서 직장에 나가는 나에게 무슨 시차가 있을까? 시차란 편안하게 사는 자들의 사치품일 뿐이다. 졸림을 참고 바로 일정대로 샌디에고 관광에 나선다.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날씨를 가져서 퇴직자들의 천국, 그리고 설핑의 도시라는 San Diego의 아름다운 해변과 해변 주위의 적벽들을 즐기면서 감자와 조개, 그리고 메밀면으로 만든 고급 이탈리안 런치로 배를 채우고는 원중이가 다니는 UC샌디에고 대학을 방문한다. 캘리포오니아 연합대학을 말하는 UC 중에는 하바드와 어깨를 겨루는 UC버클리가 있고 그리고 명문 UCLA, UC샌프란시스코, UC샌디에고 등이 유명한데 특히 UC샌디에고는 생명공학 분야가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는 대학이었다.
우리가 본거지로 잡은 샌디에고를 가볍게 구경하고 이제 내일부터는 본격적으로 남가주 여행에 들어간다. 이제 밤 11시 시간에 맞추어 자니 시차는 해결된 셈이다. 보통 사람들은 낮에 16시간 정도 깨어있다가 잠을 8시간 정도 자는데 나는 거의 30시간 가까이 깨어있다가 자는 셈이다. 예전 선배들이 이곳에 건너 와 <깊고 푸른 밤>의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었던 이 땅.........아무런 편견도 없이 나의 시각으로 이 땅을 한번 살펴볼 생각이다.
<7.19>
* San Diego-L.A
우리는 오늘부터 이틀동안 L.A를 돌아볼 계획이다. 그러나 L.A에는 연고가 없어 San Diego에서 차로 왔다갔다 하려고한다. 그래서 모두 7시에 부리나케 기상하여, 8시에 San Diego를 출발한다. L.A까지는 약 2시간이 걸리지만 우리는 가는 중에 여러 곳을 돌아볼 예정이다.
가는 중간에 유명한 캘리포오니아의 해변도로인 퍼시픽하이웨이로 꺾어 들어가 아름다운 캘리포오니아의 해변들인 라구나비치와 뉴포트, 그리고 롱비치를 지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도로라고나 할까? 퍼시픽하이웨이 주변에는 멋진 하이츠(고급주택)들이 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고, 환상적인 천혜의 해변이 같이 아름다운 한편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유명한 라구나비치, 헌팅턴비치, 뉴포트비치, 그리고 롱비치까지 해변을 즐기다가 롱비치를 구경하고 방향을 우측으로 틀어 애너하임과 오렌지카운티를 지나 L.A로 들어간다. 그 중간에 너츠베리팜과 디즈니랜드가 있지만 그곳은, 볼 것이 많은 우리들의 방문지가 아니다. 복잡한 도로를 이리저리 헤매다가 L.A의 중심가를 지나 올림픽가와 윌셔가 주변에 늘어선 코리아타운을 찾아 한식으로 배를 채우고는 꿈에도 그리던 헐리우드로 들어간다. 어릴 때부터 할리우드키드였던 나를 배려한 원중이의 계획이었다.
* 유니버설 스튜디오
첫 방문지는 유니버설스튜디오...........유니버설 스튜디오는 한마디로 대단한 문화유락단지이다. 어마어마한 대지 위, 거대한 시설들에 모두들 입이 딱 벌어지고, 뒤이어 관람을 시작한 프로그램들, 14가지 중에 하루종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분주하게 보아도 9가지를 보고 아쉬워하며 나왔지만 9가지 모두 대단한 퍼포먼스였다. <반헬싱> <터미네이터> <백드래프트> <슈렉> <특수효과와 분장에 대한 퍼포먼스> <미이라> <브루스 브라더스> <워터 월드> <스튜디오 투어>............등에서 우리는 놀라고 만다. <반헬싱>의 동굴에서는 갖가지 괴물들이 우리들을 괴롭혔고, <터미네이터>관에서는 터미네이터가 직접 나타나고 오토바이 타고 총을 쏘아대고는 화면으로 들어가서 미래의 영화 터미네이터4가 시작이 되고 우리는 입체영화의 효과에 놀라 온 몸을 괴물의 흉기에 찔리고 괴물이 몸이 터져 파괴되면서 거기서 터져나온 괴물의 체액이 우리들 얼굴에 튀고..........<슈렉>의 성에서는 거미가 떨어져 우리들 발 밑을 건들고 벌레들이 분비물을 뿜으면 우리 얼굴에 튀고 마차가 달리면 우리들의 의자도 같이 튀고, 그야말로 기상천외한 해프닝이 연이어 벌어졌다. 아마 앞으로의 영화나 비쥬얼 엔터테인먼트들은 이런 식으로 갈 것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이것은 실제와 영상속의 내용이 뒤섞이는 퍼포먼스로 앞으로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할 것이다. 그리고 압권은 <워터월드>...이건 완전히 전쟁이다. 영화에서 보았던 바다 위에 세워진 성에서 우리가 보는 가운데에 배가 뒤집히고 사람이 물속으로 떨어지고 실불 크기의 비행기가 물로 추락하고 대폭발과 총알이 튀고, 이건 실제 전쟁을 방불케한다.
그리고 허를 찌르는 <미이라>의 퍼포먼스는 초스피드의 청룡열차로 우리들을 미이라의 동굴로 안내하여 반 죽여놓고, <백드래프트>는 공연장에서 실제 화재가 일어나 사람들을 불길에 휩싸이게 한다. 그리고는 급기야 우리 머리 위의 건물이 무너져 내리고 비명소리가 들리고.......하하하.....유니버설 스튜디오! 그들의 기획력은 정말로 대단하다. 이런 것 중 하나만 벤치마킹하여 경주월드에 설치한다면 아시아의 명물이 될건데..........버스를 타고 관광한 <스튜디오 투어>에서는 우리는 할리우드의 영화들이 촬영되는 광경들과 세트장들을 모두 돌아보게 된다. 스필버그의 <우주전쟁>에서 나왔던 폐허터, <대지진>의 지진으로 파괴된 현장, 조스가 나타나 우리들을 삼키려고 막 달려들고, 서부극의 마을을 지나 그린치의 집을 돌아 킹콩을 만나 도망을 가고 미이라의 동굴에서 모두 공포에 떨고.......그 뒤에도 수많은 세트장을 돌아본다.
* 할리우드, 선셋대로, 스타로드
저녁이 어두워져서 우리들은 헐리우드로 들어간다. 나는 어릴 때부터 할리우드키드가 아니었던가? 그 유명한 스타로드, 시드 그로만이 세운 차이니즈 시어터, 매년 아카데미영화제가 열리는 레드 카펫이 깔린 코닥극장, 그리고 내 사랑하던 명우들의 흔적이 담긴 차이니즈시어터의 정문에 선다. 헨리폰다. 제임스스튜어트, 그레고리펙, 험프리보가드, 에리자베스테일러, 게리쿠퍼.......등 이루 말할 수 없이 수많은 스타들의 명멸의 흔적을 본다. 그리고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과 빌리와일더의 작품에서 보았던 매혹적인 <선셋대로>는 전설적인 여배우 그로리아 스완슨의 어둡고 신비스러운 과거가 담긴 고혹적인 거리였다. 우리는 그 선셋대로로 갔다가 밤 늦게 차를 달려 San Diego로 돌아온다.
<7.20>
* L.A, 로데오거리
오늘은 L.A관광 이틀째이다. 어제와 같이 샌디에고에서 차로 달려 L.A로 가지만 교통체증으로 시간이 많이 지체된다. 점심 때가 다 되어 할리우드 근처 비버리힐즈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급 상가가 늘어선 로데오거리.......한국에도 조금 번화가라면 로데오거리라는 이름을 붙였지? 아마.....거리의 명품 상점들의 호화스러움, 예술성과 상업성이 뒤섞인 쇼윈도우들의 분위기가 눈을 호사스럽게 한다. 세계의 모든 명품 상점들이 늘어섰는데 이 비싼 제품들이 이 지역에서 장사가 되기도 하겠다. 근방 비버리힐즈에 세계적인 스타들과 재계의 거물들이 살고 있어 그들이 소모할 물품들이니 호사스러운 것은 당연하겠지. 거리의 분위기는 유럽풍으로 조성해 매우 낭만적인 분위기를 띄운다. 병기는 뉴욕5번가와 견주기도 했는데 내 경험으로는 일본 동경의 긴자거리보다는 훨씬 더 고급스러운 상가지역이었다. 샤론 스톤을 위시한 최고의 스타들, 최고의 갑부들, 그들이 그런 물건들을 사겠지만 여기의 우리들은 눈요기만한다. 사실 우리들은 이런 호사스러운 삶을 잘 몰랐다. 어릴적 프랭크시나트라의 <상류사회> 정도의 문화 혜택으로는 우리의 눈은 뜨지 못했다. 호사스러운 부르조아의 매혹적인 생활의 매력을 짐작이라도 했더라면 어쩌면 나도 되든 안되든 머니 메이커로의 길을 갔겠지. 우린 너무 촌놈이었다. 지금도 된장국만을 찾고 있으니 말이야.
* 비버리힐즈
그리고 억덕배기에 늘어선 비버리힐즈 주택가로 올라간다. 입이 딱 벌어진다. 세계 최고의 호화 주택들이 온 hill에 늘어져 있다. 어느 집이 유명한 누구의 집이다는 지금 필요없다. 우린 그저 그 호사스러운 주택를 보고 즐길 뿐이다. 세계의 富를 다 빨아들인 미국, 그 사회에서도 부로 성공한 자들만이 모여서 사는 부촌, 비버리힐즈!........많은 하고 싶은 얘기들은 생략하기로 한다.
* UCLA
비버리힐즈와 붙어 세계적인 명문대학 UCLA가 위치하고 있어 바로 들어간다. 학문하는 분위기가 캠퍼스에 가득하고 전체적으로 조용하며 품위가 있다. 그 격동기 때 미국의 진보적인 사상을 대변한 곳이라는 분위기는 찾아볼 수가 없다. 대학은 이 정도는 되어야지. 한국의 대학들은 모두 문을 닫아라. 그게 대학이냐? 우물안 개구리들, 바보들! 대학의 분위기와 규모에 놀란다. 캘리포오니아에는 세계적인 명문대학들이 많다. 명문대학이라면 동부의 아이비리그를 말하는데 이젠 그렇지 않다. 뉴아이비리그라는 새로운 이름이 등장하여 그 중 많은 대학들이 서부의 대학들이다. 버클리, 스탠포드, 캘리포오니아공대, UCLA 등 명문들이 그 대학들이다.
* 코리아타운
L.A다운타운으로 돌아오면서 코리아타운에서 명동교자에 들러 명동칼국수를 먹는다. 나 원래 옛날부터 명동교자 단골손님 아니냐? 서울 명동에만 가면 명동교자에 들러서 먹곤 했는데 그때마다 아내가 바가지를 긁었는데, 미국까지 와서 명동교자를 찾았으니 아내가 알면 폭소하겠지. 마늘이 많이 들어간 김치도 그 맛, 칼국수도 명동의 그 맛이다.
* 애너하임
디즈니랜드에 들럴 예정이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대신 아쉬움을 달려려 그 근방 애너하임에 있는 L.A에인절스 야구팀 홈구장에 간다. 디즈니사가 구단주인 이 팀은 그 옛날 캘리포오니아에인절스, 최근에 애너하임에인절스인 바로 그 팀이다. 3년전인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지, 아마?.....그 때에 트로이 글라우스가 맹타를 터뜨린 기억도 난다. 구장은 대단하다. 구장 입구의 세운 대형 야구배트와 빨간 야구모자.........그리고 마스코트인 래리 몽키가 바람에 춤을 추고 있다.....낄낄!! 몇일 뒤에는 샌프란시스코자이언츠 구장에서 배리본즈의 홈런을 보게 될 것이다. 미리 예매를 해놓은 경기이다.
오늘로 L.A관광은 마친다. 북가주 등 가야할 곳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내일은 모든 짐을 싸들고 북가주로 올라간다. 가는 도중에 프레즈노에 들러 캘리포오니아주립대학 프레즈노캠퍼스에 다니는 사랑하는 제자 진성협을 만나 그의 안내로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들어갈 것이다. 진성협은 우리들을 위해서 벌써 요세미티 관광계획을 다 세우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남가주여! 바이..............!
* 샌디에고
샌디에고로 돌아와 저녁에는 멕시칸 식당에 가서 멕시코의 대표적인 음식인 브리토와 타코스를 먹었다. 타코는 생각보다는 맛이 좀 이상했다. 아이들 말로는 향내가 나는 풀(실란초)이 들어갔다는데 쉰내가 나서 비위가 좀 상했다. 술을 마시면 나아지겠지. 원중이는 우리들을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술집으로 안내했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아 들어가기가 곤란했다. 선남선녀들이 왁자지껄 모여서 모두가 서거니 앉거니 하여 마셔대는데 내가 그 가운데에 끼어 앉아 마시기에는 분위기가 좀 그랬다. 그래서 다른 곳을 찾다보니 모든 술집들이 거의 11시에 마치기때문에 적당한 곳을 찾지 못하다가 궁리 끝에 한국식당으로 갔다. 역시 한국 술집은 늦게까지 하고 있었다. 그들의 말대로 한국인들은 moneyholics가 아닌가? 밤 1시가 지나도록 마시고 숙소로 돌아온다. 벌써 정이 든 Costa Berde여! 그리고 입에 익은 Adios Ami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