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아의 반복적이고 강박적인 행동은 많은 부모님들에게 큰 근심을 준다. 자폐아는 현저하게 제한된 범위의 관심을 보이는데, 흔히 좁은 한 가지 관심(예: 기상 또는 야구통계에 매료되어 있다)에 몰두한다. 똑같은 방법으로 되풀이하여 일정한 수의 장난감을 정렬하거나 TV 배우의 행동을 반복적으로 모방하기도 한다. 그들은 항상 같은 것만을 고집하고 사소한 변화에 저항하거나 괴로워한다(예: 어린 소아가 새로운 커튼이나 식탁의 위치변화와 같은 사소한 환경변화에 심하게 놀라는 모습을 보인다). 흔히 비효율적으로 틀에 박힌 일이나 의식에 관심을 갖거나, 비합리적으로 항상 같은 일을 고집한다(예: 매일 학교에 갈 때 어김없이 같은 길을 간다). 비정상적이고 특이한 자세(예: 발끝으로 걷거나, 기이한 손동작과 기이한 몸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자폐아는 대상의 전체보다는 부분(예: 옷의 단추, 신체의 부분)에 지속적으로 집착한다. 또한 물체의 움직임(예: 장난감 바퀴 돌리기, 문 열고 닫기, 선풍기, 또는 빨리 회전하는 사물)에 매료되어 있다. 때로는 생명이 없는 대상(예: 한 조각의 끈이나 실, 고무밴드)에 강하게 애착을 보인다. 이상과 같이, 자폐아가 제한된 범위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나타내면서 반복적으로 집착을 보이는 행위를 상동증(perseveration)이라고 한다.
자폐아의 상동증은 자폐아가 안전하고 친근하게 느끼는 대상을 반복적으로 추구하는 행위로서 예상치 못하는 감각적인 충격이나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미지의 요구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강력한 방어기제이고, 자폐아가 자신의 삶이라고 느끼는 경험들은 항상 변치 않고 자신에게 예측가능한 것이어야 불안감이나 혼란감이 없이 받아들여지므로 상동증은 자폐아가 혼란스럽고 불투명한 외부의 세상에 대하여 스스로 제어(control)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서 일상의 삶의 경험을 한층 강화된 형태로 나타낸 것이다.
좁은 한 가지 관심에 반복적으로 집착하는 행위인 상동증을 치료하기 위하여 몇 가지 각도에서 해결을 시도해 볼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 상동증을 해결하는 과정은 천천히 그리고 점진적으로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문제가 되는 상동증적인 행동을 갑작스럽게 제한하거나 없애려고 한다면, 자폐아는 심한 불안과 심리적 압박감으로 인하여 행동이 거칠어지거나 공격적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상동증을 교정하기 위하여 그 시도는 부모의 지속적인 협조하에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치료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자폐아나 그 부모에게 상동증적인 행동으로 인한 불안이나 괴로움을 덜어주고자 하는 것이다. 몇 가지 치료방법에 대하여 논해 보자.
* 첫 번째 방법
자폐아의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행동을 교정하기 위하여 점진적으로 일종의 행동수정요법을 시도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 때, 중재방법은 행동자체의 감소에 초점을 두지 않고 문제행동을 일으키고 유지시키는 원인과 기능에 대하여 이해하고, 긍정적인 절차를 사용하여 바람직한 대체행동을 가르침으로써, 장기적으로 문제행동이 감소하도록 하는 것이다.
1. 명확하고 일관성있는 규칙을 확립하라: 언제, 어디서 그 행위가 허용되는가, 누구와 함께라면 그 행위가 가능한가, 일단 그 행위가 허용되면, 얼마동안 지속될 수 있는가 등이 우선적으로 정해져야 할 규칙들이다. 즉, 자폐아는 상동증적인 행위가 언제 가능하고, 언제 하면 안되는 지를 알아야 한다.
2. 문제행동의 교정은 한 번에 한 단계씩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하라: 상동증적인 행동을 교정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자폐아의 심리적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 처음에는 가능한 한 작은 목표를 세우는 것이 장기적으로 성공의 가능성을 높인다.
3. 상동증적인 행동의 가능한 원인을 찾아 보라: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행동은 불확실성과 불안이 있다는 신호이다. 이러한 문제는 하루의 일과표가 항상 예측가능하며 적절하게 자극을 제공하고 잘 짜여져서 구조화되어있다는 점을 아이에게 확신시킴으로써,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
4. 가능하다면 환경적인 요인의 교정을 우선적으로 시도해보라: 자폐아가 부과되는 불필요한 요구들을 감소시키고, 부모나 주위의 어른들이 보다 유연한 자세로 아이를 대하기를 적극 권하면서, 매일의 일과에서 문제의 부분을 약간씩 수정하는 것이 자폐아의 강박적인 집착행동에 따른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일반학교에 다니는 자폐아는 학교에서 여러 가지 면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가 같은 학급의 아이들과 함께 게임을 할 때나 단체로 경기를 하여야 하는 경우, 어떻게 자신이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적응해야 하는 가의 문제는 자폐아에게 심한 심리적 압박감을 주어 상동증적인 행동을 보이도록 만들지 모른다.
5. 자폐아가 주변의 변화에 적응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잘 짜여져 있고 안정된 매일의 프로그램이 자폐아의 상동증적인 문제행동을 해결하기 위하여 필수적이지만, 일상적인 과정이나 일에 대한 약간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중요한 점은 자폐아에게 일어나는 변화가 예측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항상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를 예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주지시키는 것이다. 말로 표현하는 설명보다는 시각적 효과를 이용한 방법들(글로 쓰여진 표, 그림달력)이 자폐아에게 향후 일어나는 일을 설명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6.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행동을 이용하라: 때로는 상동증적인 행위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 자폐아를 위하여 필요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상동증적인 행위에 대한 어느 정도의 조절이 가능하게 되면, 강박적이고 집착하는 상동증적인 행동은 그 자체로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도 있다. 그 상동증적인 행위를 제외하고는 다른 것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자폐아에게 상동증은 편안함과 자기몰입의 주요한 원천이다. 이와 관련한 연구결과는 강박적인 상동증적인 관심이 적절하게 조절되어 발달된다면, 훗날의 사회적인 관계나 학습적인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디즈니 만화에 나오는 미키마우스에 강박적으로 집착하여 미키마우스 옷만을 입고, 미키마우스가 나오는 video tapes만을 고집하여 하루종일 그 video만을 보기도 하며, 미키와 관련한 주제를 제외하고는 전혀 얘기를 하지 않는 만 3살인 남자 자폐아의 경우를 살펴보자. 아이는 미키마우스와 연관된 것을 즐기는 것이 엄마에 의하여 제지당하면, 소리를 지르면서 행동이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의 분노발작과 더불어 때리고 미는 등의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다. 자폐증이 있는 아들의 이런 행동에 심각한 문제점을 느낀 부모는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하고 도움을 청한다. 미키마우스와 관련한 아이의 강박적인 집착행동을 교정하기 위한 단계들을 적어 보자. 위에서 여러 번 언급한 바와 같이 서서히 점진적으로 시도해야 한다.
a. 부모는 자폐아인 아들이 하루 중 어느 시간에 미키마우스 video를 볼 수 있고 미키마우스 관련된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지를 정한 시간표나 그림달력을 만든다.
b. 조기교실에 가기 전에는 미키 video를 볼 수 없다. 대신에, 아침식사를 하면서 엄마가 미키 그림책을 읽어 준다.
c. 미키마우스 video는 학교에서 돌아온 후, 오후에 하나만 허용된다. 그러나, 주말에는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다.
d. 미키마우스가 그려진 옷에 대한 제한을 둔다. 즉, 조기교실과의 협의 후에, 미키마우스가 그려진 옷은 학교에서는 못 입는다. 그러나, 집에서는 입을 수 있다.
e. 대체놀이(미키 책 읽어 주기 등)를 통하여 video에 대한 접근을 서서히 줄인다.
f. 새로운 장난감이 자폐아에게 주어진다. 장난감의 면이 단단하고 차가운 느낌이 드는 종류라면, 자폐아가 쉽게 친근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미키마우스 책이나 조각 맞추기(puzzle game) 등같이 일부의 미키 물품은 아이에게 계속하여 주어진다.
g. 미키마우스 video는 할머니 집으로 옮겨지고, 그 집에서 주말에만 볼 수 있다.
* 두 번째 방법
Dr. Stanley Greenspan의 이론에 의한 interactive play therapy가 상동증적인 행동을 치료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자폐증으로 인하여 제대로 발달이 안된 자기감(sense of self)을 형성하여 증진시키는 것이 치료의 목적인 이 방법은 자폐아를 위한 종합적인 특수교육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시도되어야 한다. 자폐아의 관계형성능력을 발달시키는 것이 중요한 치료의 원칙이며 자폐아의 발달수준에 적합한 정신치료적인 접근을 해야한다. Dr. Greenspan을 따르는 치료방법에 따라서 한 자폐아가 문을 열고 닫는 행동을 강박적으로 반복한다고 가정하자. 여기서 치료의 중요한 관점은 상동증적인 행동을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자와 함께 행하는 상호소통의 한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이가 문을 닫으려고 할 때, 치료자가 문을 막으면서 끼여든다. 자신이 반복적으로 하는 일을 방해받게 된 자폐아는 화를 내면서 치료자를 문으로부터 떨어지게 하려고 노력한다. 이때에, 자폐아는 치료자를 문으로부터 밀쳐내려는 강한 동기를 가지고 행동하는데, 자폐아가 성가시고 화난 표정을 지어도 치료자에게는 어떠한 형태의 감정표현이든 환영이다. 왜냐하면, 자폐아는 치료자와 강한 감정표현과 함께 이미 상호 소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치료자의 방해로 상동증적인 행동을 못하게된 자폐아의 고양된 감정상태는 달래지고 위로되어야 한다.
* 세 번째 방법
위의 두 가지 방법은 정신치료나 행동수정요법이 변화된 상태로 적용된 경우들로서 효과를 보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실제적인 상황에서 좁은 한 가지의 관심에 반복적으로 집착하는 자폐아의 행동은 학교나 가정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야기하고 부모는 이를 빨리 해결하고자 한다. 자폐아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강박적인 집착행동으로 인한 불안감을 보이는 양상은 점차 증가하며, 특히, 자폐아들 중에 기능이 좋은 'high functioning autism'의 경우는 이러한 문제점이 주요 문제행동을 이룬다. 자폐아의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문제 행동이 심할 때, 소아정신과 의사에 의한 증상의 정확한 평가 후에 몇 가지 약물들이 고려될 수 있다. 이들의 이름(약품명)은 Clomipramine, Fluoxetine, Sertraline, Paroxetine, 그리고 Fluvoxamine(현재 한국에서는 시판이 안되고 있다) 등이다. 자폐증 치료의 가장 성공적인 예로서 많이 언급되며 현재 미국의 한 주립대학에서 동물학 교수로서 성공적인 사회활동을 하는 Temple Grandin의 경우도 강박적인 행동과 연관된 불안감으로 인하여 Paxil이라는 상품명으로 시판된 Paroxetine을 장기 복용하였다. 이러한 약물들은 비교적 부작용이 적으며 장기 복용에 따른 문제점이 크게 나타나지 않은 안전한 약물로서 자폐증의 약물치료에 경험에 많은 소아정신과 의사에 의하여 선택적으로 사용되면, 증상에 대한 극적인 반응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