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박삼일 동안 인연 있는 몇몇 사람들과 바람 쐬러 경남 서남해안지역에 다녀왔다.
잘 먹고 잘 놀기만 했다면야 특별히 따로 얘기할 필요도 없겠지만 즐거우면서도 너무
유익했던 바 있어 소감을 적으니 여행정보가 곁들여지는 가벼운 여행담으로 읽어주기
바란다.^^
해질녘쯤 도착한 삼천포 바닷가. 최근 개통한 삼천포대교에 먼저 들렸는데 펼쳐지는 풍경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육중하게 높이 치솟은 교각에 곡선미 넘치는 다리상판을 지탱하는
아치형 철구조물들. 올림픽대교와 한강대교를 연이어 붙여놓은 듯하다. 삼천포와 남해사이에 떠있는 세 개의 섬을 징검다리 삼아 네 개의 다리를 늘인 갈짓자 모양으로 연결시킨
연륙교로,수려한 주위풍광과 어우러져 가히 환상적이다. 인공구조물과 자연환경이 빚어내는 절묘한 조화가 한층 세련된 멋스러움을 고조시킨다. 현대토목공학의 쾌거가 아닐 수 없다.
다리에 설치한 조명시설에서 발하는 색색의 불빛이 색다른 분위기로 나그네의 눈을 사로잡는다. 야경을 감상하면서 음미하는 쫄깃하고 꼬소한 회 한접시에 무릉도원의 신선이 된
기분이다. 삼천포항구근처에 숙소를 정하고 곧바로 방파제로 나가 밤늦도록 담소를 나누면서 곡차를 마시는데 취흥이 끝날 줄을 모른다. 아침에 일어나 노산공원으로 산책을 했다.
둘째날은 거제포로수용소유적지를 탐방하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 마침 6·25전쟁 발발 55주년이기도 한 날이라 그런지 더욱 의미가 있었다. 근 이십 만명에 가까운 북한군전쟁포로들이 머물렀던 비극의 역사현장에서 오늘의 남북관계를 돌아보매 감개무량하다. 6·15남북공동선언으로 냉전상태를 종식하고 한반도에 화해협력의 새 지평을 열어서, 경제와 문화교류를
점차 확대발전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가슴벅차고 옹골지다. 포로들간에도 친공세력과 반공세력으로 나뉘어졌는데 결국은 폭동을 일으켜 수십 명을 살상하는 참극이 있었다는
것도 이번에야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 인간심리의 원초적 갈등과 분파주의적 사고의 원형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했다. 수용소가 있던 실제 장소는 현재 거제신도시가 들어서서
흔적이 거의 남아있지 않고 지금 시설은 다 새로 재현해서 사진자료나 당시에 포로들이
사용하던 생활소품들을 모형관에서 전시하고 있다. 뜻만 새기면 될 일이다.
바로 이어지는 해금강과 외도해상농원관광. 휴일이라 배편이 많이 밀려 두시간 정도 기다렸다가 유람선에 몸을 실었다. 몇시간 전까지만해도 일기가 고르지 못해 관광에 애로점이 있었다면서 변사조의 구수한 입담을 선사하는 선장님께서 접대멘트로 분위기를 한껏 띄운다.
해금강의 십자동굴에 배가 직접 들어가는 행운을 맛보며 드러나는 절경에 감탄을 연발한다.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라서 처음 같은 흥취는 아니었지 싶다. 뱃머리를 돌려 외도를 향하는데 해상에서 바라보이는 풍경은 여느 섬과 별반 다르지 않는 모습이다. 부두에 내려 표를 사서 입장하는 순간부터 외도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가정에서 가꾸는 정원수보다 훨씬 모양을 냈으면서도 섬이라는 독특한 해양생태환경과 어우러져, 이미 농원이 아닌 파라다이스 그자체였다. 명불허전이라 했던가. 정해진 관람코스대로 섬을 구석구석 돌면서 느끼는 주인의 정성어린 손길. 화초 수목 조각품등을 적절히 배치하고 구간구간마다 테마에 맞추어 맵시를 부렸는데 여간한 솜씨가 아니다. 미적인 안목도 탁월해 인공적인 정제미의 극치를 보는 것
같다. 가평의 삼육대교수가 운영하는 아침고요수목원은 여기에 비하면 아마추어작품이다.
섬남쪽에 위치한 전망대에서 보는 주변경관도 좋지만 섬동쪽 한적한 곳에 있는 바다를 바라보고 서있는 초미니 예배당과 노천극장식의 아담한 야외기도석이 퍽 인상적이었다. 한쪽끝
통나무등걸의자에 앉아 쪽빛 바다를 바라보며 잠깐 기도를 올린다. 참 평화로운 순간이다.
그렇게 외도구경을 마치고 관광지를 좀 벗어난 곳에 있는 펜션형 민박집에 여장을 풀고서 숯불염소구이로 식도락을 만끽했다. 현지에 아는 지인이 있어 우리 대접한다고 직접 기른 염소를 잡아온 것이다. 미안스럽게 노래방밴드기기까지 설치해줘서 짬지게 두어 시간 여흥을 즐겼다. 호젓한 곳에서 맛보는 과분한 호사에 고마움이 진하게 베어난다.
마지막날 돌아오는 길에 고성 상족암 공룡발자국화석유적지에 들러 문화탐방의 진수를 즐겼다. 바닷가 해안선을 따라 펼쳐지는 다양한 암반과 그위에 남아있는 일억년전 백악기에 살았던 세 종류의 공룡발자국화석 그리고 시루떡같이 켜켜이 겹쳐진 암석층으로 이루어진
암벽. 지질학을 현장에서 실물교수로 체험하는 자연학습장이다. 변산의 채석강이나 제주의
용머리해안과 주상절리대만큼 웅장하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멋이 일품이다. 나무다리가 쭉
설치돼있고 사진과 함께 자세하게 설명된 표지판이 군데군데 비치돼있어 구경하기에 조금의 불편함도 없다. 주변경치도 아주 볼만하다. 2006년도 세계공룡엑스포를 개최하기위해 공룡박물관과 부수시설까지 거의 완비된 상태로 지금은 주차장확장공사가 진행중이다. 초중생들에게는 공룡과 지질학관련 최적의 관광지로 강력추천하고 싶은 곳으로 놀이와 공부를 동시에 함께 할 수 있다.
사천 와룡산에 있는 관광사찰 백천사에 들려 대형 와불상(오른쪽으로 모로 누운 부처님)을 참배했는데 불상안에 또 법당이 있어 들어가니 그안에 보통 크기의 불상이 있고 열명정도가 동시에 참배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리고 TV에도 소개가 됐다는 신비의 산신할미돌이 있어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대웅전앞마당에 삼면에 음각기법으로 새긴 불상이 있는데 보는 각도에 따라 부처님의 시선이 이동하여 모습이 입체적으로 변하는 것이 참 특이하다.
첫댓글 땡도사 넘 길다 !!!읽을려면 하루종일 걸리겠다 가방끈이 짧아서....유익,즐거웠다니 나도 기쁘다 다음은 같이가자...
공부는 아? ㅋㅋㅋㅋ 여행이 곧 공부이니라~!!!!!!!!!!!!!!!
관광가이드로 전업하시죠^^넘 좋아요... 푸른바다,굽이굽이 고개마루를 넘는듯 하더이다^^.다시금 가고픈곳들이 있네그려~~~~~^^.
+ 무순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