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회 목월백일장 당선작>
대학.일반부
<최우수상>
모내기
오 은주 (황성동)
태엽 감은 둣 안고 있던 잔뿌리
서너 포기씩 뚝 떼어 이사 보내는 날
떨어져 나간 옆구리에 흐르는 수액
단조 가락으로 뚝 뚝 떨어진다
잘려 나간 몸통 욱신거리는데
도담도담 꿈으로 차 있는 너는
연약한 가지마다 푸른 소리 머금고
눈 속엔 반짝이는 음계 가득 담고 있구나
씨앗하나
자궁속 양수를 헤엄쳐 다니던 그때를 만지작거리며
퇴비 잘 섞어 고른 넓은 들에
태양하나 깊숙이 심는다
아직은 뿌리 내리는 일 핏줄마다
버겁겠지만
내일은 너만의 향기로 꽃 피우고
열매 맺으리
고등부
<최우수상>
장마
김 지우 (군포 용호고등 3-7)
어! 또 비야
꿈길마저 젖을 만큼 며칠째 폭우에
할아버지는 긴 한숨을
허공에 풀어놓으셨다.
빗소리에 골목이며 도로까지 질척거리고
아직 캐지 못한 감자밭 고랑은
별빛을 담지 못하고있다
부실한 라디오의 빗나간 일기예보에
마을 사람들은 귓속마다 물살을 일으키고
아버지는 눈빛으로
침수의 깊이를 쟤고 계셨다
지난 해
후끈한 바람이 능선을 넘던 날
퉁퉁 불은 먹구름이 쏟아낸 장마는
산사태로 흙담을 무너뜨리고
애써 지어놓은 고추밭엔
돌덩이와 자갈밭으로 메워놓아
할아버지의 등을 더 굽어 놓았다
고장난 시계같은 기침소리내시며
할머니는 지붕위로 호박 넝쿨을 올리시고
눅눅한 땅을 흘리시는 동안
나는 봉숭아 꽃물을 찧었다
거뭇한 빗줄기가 잦아들자
꿈을 찾듯 들로 나가는 우리 가족
장마가 지나간 자리마다 노릇한 햇살이 피고
푸른 완두콩이 탱탱하게
부풀고 있다.
중등부
<최우수상>
보리
최 혁준 (경주 화랑중 1-6)
할매들
옹기 종기 모여있는
보리 밭
허리 밟으러 가자
앙상한 느티나무
떡 하니 버티고 선
어귀를 지나면
정든 고샅길 모퉁이의
작은 보리 밭
허리 밟으러 가자
할매의
아픈 허리
밟을 때 마다
아이쿠! 아이쿠!
"좀 더 세게 꼭꼭 밟아라" 하신다
그래도
할매 허리가 꺾어질까
겁이나
자근자근 밟는다.
초(고)
<최우수상>
가축
정설희(유림초등 6-6)
노오란 햇살이
마당 넓은
할아버지 집에
봄바람과 놀러온 날
시골장에 다녀오신
할아버지 품에
노오란 병아리가
안겨왔다.
넓은 마당에
할아버지 발자국 따라
쫑쫑쫑 발도장 찍고
삐약삐약
먹이 달라 보채고
허허허 할아버지
다섯 아이 엄마가 되고
가축이 새 가족 되었다.
초(저)
<최우수상>
감자
조 주현 (유림초등 2-6)
분명히 쪼그만 감자알 심었는데
커다란 감자가 주렁주렁 열려있다.
땅 속에서 무슨일이 일어났을까?
지렁이가 공기를 불어넣었나?
무당벌레가 감자꽃을 사랑했나?
우리 할머니가 땀 흘리며
삶아주신 감자
참 맛있다.
할머니 사랑과 땀이 같이 삶아져서
참 맛있다.
카페 게시글
경주문협 백일장
제43회 목월백일장 당선작
경주문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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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1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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