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차의 시운전을 위해 고속도로를 달리기로 했다.
마음 같아서는 지리산의 성제봉이든 삼정산이든
그 뒷쪽 어디 누룩봉도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날씨가 궂다.
결국 서해안 고속도로다.
빗방울이 떨어지고 바람은 쌀랑하다.
호남고속도로 태인에서 빠져 나와 서해안 고속도로의 부안으로
들어가 금강휴게소에서 쉰다.
금강대교 지나며 신경림의 금강을 떠올려 본다.
말로만 들은 군산의 월명공원이나 일본식 집이나
채만식의 '탁류'의 공간도 떠올려 보지만 오늘은 걷기가 별로다.
사랑한다는 것은 여러 번 같이 하는 것이다.
하늘이 맑고 꽃이 피고 봄바람이 나의 기분을 맞춰줄 때만 만나는 것이
아니다.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차가운 눈보라가 몰아쳐도 만나는 거
아침에도 보고, 저녁에도 보며, 뙤약볕에서도 보고
꽃이 필 때나 시들어 말라비틀어져도 보는 것이 사랑이다.
나는 사랑을 말할 자격이 없다.
오늘은 서천의 마량포구와 동백꽃을 보기로 한다.
춘장대IC를 지나쳐 대천까지 갔다.
작년 4월말쯤 밤내 술마시고 돌아다녔던 대천 바닷가는
온통 안개다.
하늘인지 바다인지 모래인지 분간이 쉽지 않다.
저 멀리 갈매기가 모여 있고 한 두마리는 정찰하듯 흐른다.
누렁이가 말 달리듯 고리를 세우고 신나게 달린다.
갈매기와 경주한다.
돌아와 나 쪽으로 온다. 물에 젖은 놈은 금방 간다.
추워 금방 차로 돌아온다.
죽도관광지는 조그맣다.
몇 개의 비닐 하우스를 지나 뒷쪽에서 바다를 보고 온다.
옆으로 누운 화강편마암을 찍어 본다.
비는 여전히 부슬거리고 안개는 사방을 덮었다.
춘장대를 찾아 내려가다 무창포에 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