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해바라기가 활짝 노오란 넓은 꽃을 피우고 나팔꽃이 해바라기를 돌돌돌 감으며 연보랏빛 꽃을 피우는 초가을 아침입니다.
좋은 님들을 기다리며 마음이 설레입니다. ‘현미채식밥상두레밥’모임을 저희집에서 하기로 했거든요. 현미채식밥상두레밥은 현미채식밥상을 저마다의 집에서 더 나아가 이웃과 그 가치를 나누고자 하는 모임입니다. 산 들 바다에서 자연스럽게 나는 식물로 가능하면 자연그대로 통으로 제철밥상을 차립니다. ‘두레’는 농사일이 바쁠 때 서로 돕고 함께 일하려고 만든 모임으로 예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있어 왔지요.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서 먹을 수 있는 둥근 밥상을 ‘두레상’이라고도 합니다. 나와 이웃과 지구를 살리는 삶을 고민하면서 그 가장 기본적인 실천으로서 ‘내가 바로 먹는 것이 나를 살리고, 이웃을 살리고, 지구를 살리는 일’임을 자각하고 현미채식밥상을 차리기 시작했습니다. 현미채식두레밥은 울산의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는 주부들이 서로의 일들을 하면서 가끔씩 함께 합니다. 일반학교와 직장을 나와서 스스로 배우며 삶을 찾아가려는 젊은이들도 함께 합니다. ‘대안문화공간 페다고지’에서 열리는 여러 소모임을 대상으로 ‘주문밥상’을 차리고, 매월 둘째 넷째 목요일에는 ‘정기밥상’을 차리며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건강강좌를 같이 준비합니다. 공업도시 원전도시 울산에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을 우리는 현미채식밥상을 나누면서 조금이나마 가볍게 하려합니다.^^
벗들을 기다리며 벗들과 함께 할 소박한 밥상을 생각하며 텃밭으로 가는 길에 뜰에서 ‘괭이밥’을 만났습니다.
‘괭이’는 고양이를 일컫는 말입니다. 그러면 괭이밥은 고양이가 밥처럼 먹는 걸까요? 고양이는 주로 쥐나 참새처럼 작은 동물을 먹고 살지요. 동물은 다치거나 아프면 스스로 치료하는 자가 치료 능력이 있는데, 고양이는 소화가 잘 안 되거나 아플 때 괭이밥을 뜯어 먹고 몸이 낫는다고 해요.
텃밭이나 뜰의 갖가지 푸성귀들이랑 듬성듬성 섞어서 먹으면 괭이밥의 새콤한 맛이 입맛을 돌게 하기도 하지만, 먹고 나면 소화도 잘 되게 해 줘요. 괭이밥이 새콤한 것은 괭이밥에 ‘수산’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인데 봉숭아 꽃물 들일 때 식초나 백반 대신 괭이밥 잎을 봉숭아 꽃잎과 함께 찧어서 손톱에 올리면 주홍빛 꽃물이 곱게 듭니다.
괭이밥은 봄부터 가을까지 울타리 밑이나 뜰, 텃밭에서 잘 자라요. 괭이밥의 잎은 심장모양이 세 개 마주 붙어 있는 모양인데 참 신기합니다. 맑은 날에는 심장 모양이 마주보며 펼쳐져 있다가 밤이 되거나 흐린 날에는 잎을 살짝 서로 마주 접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심장을 마주하며 꼭 껴안는 것처럼요.
숲과 들을 접시에 담은 소박한 밥상에서 벗들과 행복을 나누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사랑과 보이는 사랑(심장모양의 괭이밥 잎)을 듬뿍 담아서...
헤어지는 길에 또 하나의 아주 작은 사랑(풍선꽃 씨앗)을 보여 주었지요. ‘풍선꽃’이라는 게 있어요. 풍선꽃은 줄을 타고 여리게 살랑살랑 바람에 흔들리면서 자라는데 작은 하얀 꽃을 피우고 초록색으로 갓난아이 주먹크기만한 열매를 맺어요. 풍선처럼 속이 비어 있는데 그 속을 열어보면 쥐눈이콩만한 까만 씨에 하얀색 심장모양이 있답니다. 예전에 읽었던 책이름처럼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
우리가 현미채식밥상을 차리는 건 이웃에게 보여줄 수 있는 아주 작은 사랑입니다.
첫댓글 사랑은 보여주는 게 아니라
볼 줄 아는 게 아닐까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