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소년의 간절한 기도
초등학교시절 하나뿐인 안방 벽 위에는 가족사진과 학교에서 받은 상장들이 액자 속에 들어 있었다. 그 옆에 하얀 드레스를 입은 어린소녀가 빛이 들어오는 곳을 향해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ꡐ소녀의 기도ꡑ라고 내가 이름 지어준 액자가 붙어 있었다. 어느 날인가 아버지가 여러 날 집에 들어오지 않으셨고 어머니는 아버지가 여행을 갔다고 하셨지만 장남인 나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눈치 채고 있었다. 어머니는 걱정으로 밤을 지세고 계셨다. 집에 홀로 있을 때면, 나는 사진속의 소녀처럼 두 손을 꼭 잡고 무릎 꿇고서 간절히 기도를 했다.
ꡒ도와주세요. 하느님, 제가 이담에 커서 좋은 일 많이 할께요. 약속할께요. 부모님 대신 빚을 갚아 드릴께요? 정말이에요.ꡓ
방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진심으로 기도를 했다.
중학교 시절에 동네 영화관에서 부처님의 이야기를 다룬 사람들의 죄와 벌에 대한영화를 가슴조이며 보고 왔다. 나는 그날 밤 꿈에 하늘나라의 재판관이 되어있었다.
사람들의 영혼이 저울에 올라서면 천당과 지옥으로 보내는 것을 결정하는 심판관이었다. 안타깝게도 사는 동안 좋은 일을 한 사람 보다는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았다. 대다수의 부모들의 죄는 내 자식을 잘 먹이고 남들보다 더 훌륭하게 키우기 위한 욕심에 이웃에 빚을 많이 지게 되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한참을 심판하고 있는 데 내 부모님이 심판대에 올라오는 게 아닌가. 지금까지 원칙대로 판결을 하던 나는 망설이고 있었다. 하늘의 저울은 공정해야만 했다. 주변의 모든 영혼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누구에게도 어떠한 예외나 인정을 베풀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나는 진땀을 흘리며 망설이고 있었다. 하늘의 시간은 무정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이윽고 마지막 결정의 시간이 되자 눈을 꼭 감고, 안타까운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며 판결의 단추를 누르면서며 안돼! 안돼! 라고 외치다 꿈에서 깼다. 깨어보니 땀에 흥건히 젖어있었고, 눈을 떳는 대도 눈물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천지창조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그날 영화를 보고 난 그날 이후로는 우주와 세상을 창조 하신 창조주께 기도를 하게 됐다. 겨울방학에 단테의 신곡을 읽게 되었다. 너무도 가슴에 와 닿는 책에 흠뻑 빠져들었고, 그 방학 동안에 여러번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다. 엎드려 책을 읽다 잠이 들었던 어느 겨울밤 꿈속에서 책에서 읽은 지옥을 구경하게 되었다. 그 기억은 평생 잊혀지지 않을 끔찍한 광경이었다. 거짓말을 많이 한 영혼은 혀에서 가시가 돋아 괴로워했고, 남을 때린 나쁜 영혼은 손과 가슴에서 가시가 돋은 채로 무시무시한 지옥 나찰에게 매를 맞고 있었다. 펄펄 끓는 용암 속에서 울부짓는 수많은 영혼들을 바라보는 나는 꿈속이지만 너무도 무서웠다. 그런데 그 속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게 아니가. 누군가하고 돌아봤더니 ꡐ니가 왜 이곳에 왔니?ꡑ하며 사슬에 묶여 고통 받던 할머니가 나를 알고 있다는 듯이 애처롭게 바라보신다. 그 할머니의 사슬 풀어 주다가 지옥순찰에게 들켜서 도망을 가다 넘어져서 잡히기 직전에 허우적거리다 잠에서 깼다. 누구나 영혼이 되어 하늘의 저울에 올라서서 심판을 받을 날이 오면, 좋은 쪽으로 저울이 기울 수 있는 사람보다는 아닌 쪽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다녀간 지구의 모든 조상 중에도 그편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늘의 잣대는 상대평가가 아니라 절대 평가이기 때문이리라. 그날 이후부터는 기도 할 때마다 지옥에서 고통 받고 있는 모든 영혼들을 위해 기도했다. 내가 하는 일이 그 모든 분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여 주는 일이 되게 해달라고 창조주께 기도드리곤 했다.
ꡒ붙게만 해 주신다면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사는, 인술을 베푸는 치과의사가 되겠습니다. 세상을 밝고 선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좋은 일을 하겠습니다.ꡓ
치과 대학시험 볼 때 맹세의 기도를 드렸고, 합격한 후에는 약속의 기도를 드렸다.
그래서 치과의사가 된지 15년이 지난 40세 중반서부터 ꡐ입안에 행복을 심는 사람들ꡑ이라는 수필집을 쓰기 시작했고 세권(Ⅰ,Ⅱ,Ⅲ)의 책이 끝나면 행복을 심는 사람들의 결정판인 ꡐ원, 투, 쓰리 생활습관 실천서ꡑ를 환갑 기념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또한 치아모라는 ꡐ내 가족과 내 직업 그리고 이웃과 치아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었다. 많은 책들을 읽어보면 하늘은 사람들이 모여서 단체로 드리는 기도를 잘 들어주신다고 한다.
ꡒ이 세상의 모든 영혼, 천사는 물론이고 악마까지도 용서해 주시고 기회를 줄 수 있게 사랑을 베풀어주세요. 이 세상을 사랑과 믿음, 희망과 평화가 가득 차게 해 주세요.ꡓ
크리스마스 이브 날 꿈에 자신의 과거와 미래를 엿본 후 색다른 인생을 살다간 구두쇠 스크루지 영감님 이야기를 읽을 어린시절에는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동화 속 이야기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금 나 자신의 이야기란 것을 알 수 있다. ꡐ당신은 스크루지입니까? 처음에 나는 힘차게 가로 저었다. 당신의 뜨거운 가슴 한 조각이라도 누구에게 떼어준 적 있나요? 비로소 등불 밝히고 내 양심의 휴지통을 샅샅이 뒤져 보았다. 어느새 내 마음이 어깨 뒤로 다가와 나를 포근히 감싸 안으며 묻는다. 당신은 아닌가요? 마음하늘 역 어딘가에 총총 떠있을 과거와 미래를 찾으러 오늘 밤 내 꿈은 스크루지행 열차를 탄다.ꡑ 여러분 별이 총총 빛나는 이 밤에 나와 함께 손잡고 스크루지행 꿈의 환승 열차를 타러 가면 어떨까요?
첫댓글 생각만으로 끝내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행동으로 마무리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안타까운 시대에 박원장같은 분이 있어 고맙고 감사하다.
생각을 일으키는 그 순간부터 역사는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생각을 일으켜 복을 심는 생활을 하려는 초심에 감사한 오늘, 이번 행사에도 참석 못함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