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신학은 우리가 어떤 내용의 신앙을 가져야 하는가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이 일을 위해서 조직신학은 성경에 나타난 구원의 복음을 조직적으로, 체계적으로, 종합적으로, 주제별로 그 의미를 밝혀주는 작업을 한다. 우리가 무엇을 믿을 것인가, 무엇이 바른 신앙이고 무엇이 잘못된 신앙인가, 그리고 21세기를 살아가는 시점에서 우리의 신앙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조직신학은 이런 질문들에 적절한 답을 제시한다. 이처럼 신앙의 진위를 가름하는 역할을 하기에, 조직신학은 교회의 바른 신앙을 지켜나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학문이다. 조직신학은 가치관의 혼란과 이단사설을 분별하고 방어하는 데 그 어떤 신학분야보다도 실제적인 학문이다.
그런데 오늘날 조직신학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 교계에 온갖 이단들이 맹위를 떨칠 수 있는 것은 어디에 원인이 있는가? 그것은 한국 교회가 건전한 신앙과 그렇지 못한 신앙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왜 신앙의 분별력이 결여되어있는가? 그것은 건전한 성경적 지식과 교리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건전한 교리에 대한 교육은 일차적으로 조직신학의 과제요 사명이다. 어떤 점에서 한국 교회에 이단이 출현하고 그 이단에 성도들이 빠져드는 것은 조직신학이 제 기능을 충실히 감당하지 못한 데 하나의 까닭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조직신학적 관점에서 신앙교육이 절실히 요청된다. 다만 여기서 교육은 성도들에게 이유식을 시키는 것과 같은 것이 되어야 한다. 단순히 교리를 주입식으로 학습하고 성경의 지식을 늘려주는 형태의 교육이 되어서는 안 된다. 스스로 거친 음식을 소화해낼 수 있어야 건강한 성인이듯이, 분별력을 갖춘 성숙한 신앙인이 되게 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회중주체적 조직신학], 4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