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까지 계속해서 내리던 가랑비가 새벽에야 그쳤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비는 솟아질 듯 하늘은 궂었다.
5시30분에 출발 계획을 잡아놓고 5시에 잠이 깼는데 우연치 않게 깜빡 잠이 든게 5시 25분이다. 부랴부랴 양발도 못챙기고 집을 뛰쳐 나갔다.
지난주에 사이클 합동라이딩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이번주에는 훈련을 한번도 하지 못한 상태라서 풀코스 페이스로 한번 뛰어볼 심정으로 갔다.
아이언맨 대회 이후 골반쪽에 약간 무리가 생긴건 사실인 것 같다.
그래서 쉴때 푹쉬자 생각하며 일주일 동안 운동은 파리 뭐대가리 만치도 안해 부렸다.
그래도 챙길건 챙겨서 남원으로 행했다. 산청 휴게소에서 비빔밥을 한그릇 해치우고 항상 가는 화장실을 거쳐 나오니 진주철인회원들이 보인다.
회장님 이하 몇몇 악수를 하고 인사를 하고 남원가서 만나기를 약속 남원으로 행했다.
날씨는 갠 상태지만 아직도 흐리다. 사천휴게소에서 남원까지는 금방온 것 같다. 남원톨게이트를 지나니 바로 행사장이다.
비가 온 뒤라서 그런지 매우 쌀쌀했다. 그리고 비도 간간히 내리면서 추위를 한결 더 보탰다.
진주철인의 천막구경을 하고 이리저리 돌아보고 다시 차에서 휴식을 취하며 때를 기다렸다. 진주철인클럽 천막이 참 좋아 보였다.
어떤 경기복을 입을까 하다가 춥다고 옷을 많이 입을 수는 없고 항상 입고 달리는대로 입기로 결정을 하고 아주 춥고 야한 복장을 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그위에 비닐복을 걸쳐입고 출발시간에 맞춰 출발지점으로 향했다.
벌써 인파들이 엄청 몰려있다.진주철인들과 간단히 엄업으로 운동장을 한바퀴 돌고 많은 인파속을 삐집고 들어갔다. 앞줄에 설 요랑으로 삐집고 삐집고 들어갔지만 한계에 달한다. 한 10번째줄쯤 서 있었나? 우연히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철용이가 서있다. 그놈 참...오늘은 한번 땡기볼끼라꼬 바짝 붙었는가 싶다.
추위에 떨며 20여분을 기다렸다. 시간은 벌써 흘러 출발시간이다. “빵“하는 신호와 함께 수많은 주자들이 뛰어나간다. 그에 놀란 나도 놀란 장닭처럼 앞으로 헤쳐 달려나갔다. 빨리가지도 않는 주자들이 앞줄에서서 갈 지자로 헤쳐나가기가 너무 힘들었다. 술취한놈 달리기 하듯이....
하프코스도 기록순으로 정리를 좀 했으면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도 춥고 일주일동안 푹쉬어서 그런지 몸은 가벼웠다. 애시당초 천천히 뛸 생각이었는데 출발신호에 놀라 빠른 페이스가 나와 그대로 밀어부쳐버리기로 했다. 역시 선두주자들은 초반 페이스가 상당히 빠르다.
한 10번째정도 달리고 있었는데 벌써 1위를 에스코트하는 패추롤카는 시야에서 멀어질 듯 멀리가고 있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2.5km를 달렸다. 푯말이 있었다. 2.5km마다 표시를 해 놓은 모양이다. 그래서 2.5km마다 랩타임을 체크하기로 했다.
의외로 첫 구간의 기록이 좋으듯 싶다. 9분을 넘기지 않은 기록이다. 8분 28초.이대로 밀고 나가면 의외의 기록이 나올 것 같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연습부족의 현상은 바로 나타났다. 2구간 중반정도에서 오버페이스라는 느낌이 바로 왔다.
속도를 줄이자. 이대로 나가면 중간에 개쪽팔면서 퍼지는 수가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짝 추격하는 주자들에게 자리를 한번 두 번 내주면서 속도를 낮췄다.
현재의 내 몸상태를 내가 잘 알기 때문에 무리한 욕심은 부릴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1주일 동안 연습을 한번도 하지 못했는데 이건 욕심이었다. 아직도 갈길이 멀다. 아직도 초반이기 때문에 좀더 몸상태를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왠만해서는 하프를 뛰면서 물을 마시지 않는데 이번은 틀렸다. 날씨가 쌀쌀하고 손이 반쯤이나 얼어있는 상태인데도 10km지점에서 물을 마셨다. 그냥 지나쳤다가는 무슨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모금했다.
계속되는 오르막 12.5km에 반환점을 해놓았다. 반환점을 돌고는 계속되는 내리막이다. 우째서 오르막보다 내리막이 달리기가 더 힘든지. 함께 달리던 주자2명에게 자리를 양보를 했다. 도저히 내리막에서 어쩔 수 가 없었다.
종아리가 경직되어오고 허벅지가 얼얼해져오며 반환점에서 주는 고무밴드를 잡기가 힘들어 3번이나 받다가 놓쳤다. 그때문에 같이 달리던 주자를 놓쳐 버렸다. 정말 추웠다. 대충 순위가 전체 17위 정도 되는 것 같다. 하기야 순위보다는 기록이 중요하다. 현재 내 기록으론 순위에 들 수는 없다. 그리고 오늘은 기록을 당긴다는 것도 생각도 안했지만 그럴수도 없다는 걸 안다. 다만 이상태에서 어느정도 기록이 나오는가가 궁금했다. 전달의 고성기록에 근접해서 들어올 수 있는가가 내심 걱정이 되었고 또한 바램이었다.
힘들게... 어느 대회가 다그렇지만 이번도 힘들게 레이스를 펼쳤다. 20km라는 팻말을 본순간 시계를 봤다. 아....1시간 16분 13초다. 오늘도 sub-80 이 가능할 것 같다. 잘하면....
1km구간별 기록이 3분 40초 정돈데 마지막 졸나게 내빼기 하면 가능할 것 도 같았다. 그래서 앞서 달리는 주자를 추월하기로 하고 있는힘 다해서 막달렸다. 그결과 운동장이 보이는 지점에서 자리를 내주었던 2명을 다시 추월해서 먼저 운동장으로 향했다. 운동장 입구에서 시계를 한번더 보고 냅다 달렸다.
잘해야 1시간 19분 59초일 것 같고 아니면 1시간 20분을 넘길 것 같았다. 몇초차이가 뭘 말해주는지 대충은 짐작은 가겠지만 10분대와 20분대를 오가는 오묘한 시점이다.들어오면서 시계의 stop버든을 꾹눌렀다. 아뿔사. 1시간 20분 02초다. 스피드칩의 계산으로 보면 약 2~3초는 단축이 되는 것을 봤다. 공식기록이 뒤늦게 나왔지만 대충 잘하면 1초차로 19분에 진입이고 아니면 20분대다. 1초가 이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사실 이날 스피드 칩을 두개 달고 뛰었다. 하나는 불참하는 서 모씨의 것을 하나는 내것을 양발에 하나씩 달고 뛰었다. 그런데 기록은 하나는 1시간 19분 59초가 나오고 하나는 1시간 20분 04초가 나왔다.
그렇게 달리기는 끝이 나고 같이 갔던 클럽회원들도 다들 기록이 많이 단축되고 진주클럽에서 준비한 막걸리와 파전으로 얼큰하게 취하고 남원에서 2차, 진주에서 3차, 거제에서 4차! 완전히 망가져서 집으로 왔다.
2주후에는 그렇게 바라던 동아의 서브-3를 하러 가는 날이다. 몸단장을 잘하고 최선을 다해서 한번 해 봐야겠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번에는 스피드 훈련은 성공을 했는데 장거리 훈련이 너무 되질 않았다. 그래서 내심 걱정이다. 2주동안 주말장거리훈련으로 마지막 정리를 해봐야겠다.
이제는 기록에 대한 자신감이 조금씩 생기고 하프코스에서 입상을 한번 노리고 싶은 생각도 든다. 워낙 날고 기는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기 때문에 1위는 꿈도 못 꾸지만 에이지부에서는 입상만큼은 한번 할 것으로 자신한다. 못할 게 없다. 앞서 달릴 때의 재미를 이제야 좀 알 것 같다. 조금만 더 스피드 훈련을 하면 하프기록 1시간 15분대에는 충분히 진입할 것으로 생각되는 하루였다. 5km구간을 18분00초로 달리면 1시간 15분 59초 안에는 들어 올 수 있다. 이 기록이 올해 목표지만 합천대회에서 한번 도전하고 싶다. 합천에서 시상범위가 아주 넓기 때문이다..ㅋ ㅋ ㅋ 30대 7위까지 시상이 있단다. 상금타서 한잔 쏘고 싶다. 기다려라 합천이여...기다려라 회원들이여...상금타서 한잔 묵어보자 우리도...
첫댓글 우짜든지,....윤철인 등수들어 삼겹살 얻어묵는기 내는 소원이라네,.......ㅋ.ㅋ..ㅋ 합천에서는 열나 응원하께.//
홧팅홧팅 한잔 무입시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