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3
황지우
새벽은 밤을 꼬박 지샌 자에게만 온다.
낙타야,
모래 박힌 눈으로
동트는 地平線을 보아라.
바람에 떠밀려 새날이 온다.
일어나 또 가자.
사막은 뱃속에서 또 꾸르륵 거리는구나.
지금 나에게는 칼도 經도 없다.
經이 길을 가르쳐주진 않는다.
길은,
가면 뒤에 있다.
단 한걸음도 생략할 수 없는 걸음으로
그러나 너와 나는 九萬理 靑天으로 걸어가고 있다.
나는 너니까.
우리는 自己야.
우리 마음의 地圖 속의 별자리가 여기까지
오게 한 거야.
황지우 시인의 시집 나는 너다 중에서 503 이라는 시의 시제목 503은 특별한 의미가 없다고 하는데
혹자들은 어떤 의미를 부여한다.
시내버스 번호, 마음속의 별자리 좌표 심지어 수인번호 라고도
"길은 가면 뒤에 있다"는 구절이 널리 회자된다고 한다.
길이 없지만 개척하여 가면 뒤에 있다는 진취적인 해석과 앞으로 나갈 길이 없구나 하는 절망감을
느낄 수도 있는 구절이다.
시대적인 상황과 자신이 처한 현실에 따라 해석을 달리 할 수 있지만
시는 시답게 단방향이 아닌 여러갈래 의미의 길을 열어놓은 듯 하다.
어미는 쉽게 올라간 길이건만 새끼들에겐 엄청난 장애물인 나즈막한 물막이보
길은 있건만 능력에 따라 길이 아닐 수도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