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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4. 18 청파교회 세미나실
김기석.
자발적 소외를 선택하여 10여년 머물면서, 바깥에서 바라본 한국사회, 그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사회학자로 이미 분석을 했었지만, 한국 바깥에서 보니 제대로 보였을 거다.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생각의 나무, 2007)이라는 좋은 책도 읽었었다. 어떻게 보면 대작이었다. 유교학자들 가운데 시비를 거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말이다.
글쓰기 형태가 달라진다. 파리2부작.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문학동네, 2011)으로 상을 많이 받았다. 아흘루. 프로방스. 일기 쓰듯 썼던 그 길이 흥미롭고 아름답던 글이다. 그 후 나온 책이 『책인시공』(문학동네, 2013)이다. 책에 대한 책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먹고 자료조사를 하고, 애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확장되었더라.
『책인시공』에 미처 다 실어놓지 못한 부분이 다음 책에 나올 거다. 책에 대한 책.
지난 번에 정박사 만나서 얘기했었지만, 책에 대한 독자 권리 장전이 재미있다고 반응하는 사람이 많다더라. 글쎄 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나로써는 맨 뒤에 나온, ‘책이 사라진 도서관’ 이게 나를 흥분시켰다. 빨려들어가는 묘사의 힘 같은 걸 느꼈다.
『책인시공』, 한 호흡에 읽기 쉬운 평범할 수도 있는 책이다. 그러나 평생 책을 읽고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는 상당히 자극이 되는 책이다.
정수복 박사는 수도사적 삶을 사는 사람인데, 파리에서 그렇게 살았다. 아침에는 글쓰고 오후에는 산책하고 저녁에는 책보고. 이런 리듬으로 말이다. 집 근처에 발자크가 살던 집이 있다고 한다.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말이다.
흥미로운 게 뭐냐면, 박물관 같은 데가 무료다. 사회주의 정권이 가끔 들어와야 한다고 해서 말이다.(웃음) 발자크의 글쓰기가 수도사적인 글쓰기였다. 그런 리듬 속에서 살았던 것이다.
황석영 선생이 머물 때, 친분을 두터이 하다가, 책 보는 시간이라 못 만난다고 해서 핀잔을 듣기도 했었다고, 이렇게 엄정한 자기관리를 하면서 글쓰기와 책읽기, 이런 노력들을 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지식인이 파리를 보고 느낀 점을 써내려가야 한다는 의무감에 썼다.
최근에 사회학자로서 학자로서의 삶도 재개를 하여서 묵직한 글을 묶어내고 계시다. 착실하고 논고해간다.
아카데미에서 갖지 못하는 시각을 가지고 세상을 보는 멋진 사회학자로 살고 계시다.
파리를 떠나기 전에는 임상 사회학에 관심을 가졌었다. 종교적 책임감 같은 것과도 아닌가 싶은데, 이제 그의 얘기를 들어보자.
정수복.
책을 쓸 때 어떻게 처음에 시작하는지는 모른다. 어느 순간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책의 내용만 이용해서 책을 썼지, 책 자체에 대해 써본적은 없다.
이광주의 『아름다운 책 이야기』(한길아트, 2007) 같은 책을 읽고, 아름다운 책을 써봐야 겠다 싶었다. 정직하자고 하는 책은 많은데, 아름다움을 얘기하는 건 적다. 진선미. 여기서도 아름다움, 미는 세 번째로 나오지 않는가. 왜 아름다운지, 미학이라는 말을 써보았다. 삶도 아름답고 도시도 공간도 아름답고, 무가치하고 경박하지 않는, 책을 가볍게 예찬 해보고 싶다. 그런 생각에 시작을 했다.
쓰다보니까, 망라주의, 지식인의 사고방식, 부분을 깊이 파고 들어가는 게, 전문가들의 작업인데, 하지만 나는 지식인이라면 전체에서 부분을 보고 어떻게 연결되어가는지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감도처럼 말이다.
빠리를 한눈에 보기 위해서는 노틀담 사원, 에펠탑, 개선문이 좋다고 하는데, 나는 벨비 언덕에서 빠리를 오랫동안 내려다 본 적이 있다.
많은 소설들이 도시에 와서 겪는 이야기를 쓴다. 발자크가 벨비 언덕에서, 상류층을 진입하기 위한 결단하는 장면도 상기해본다.
전체를 보는 것, 전체에서 부분이 어디에 있는지, 부분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이음새에 관심이 많다. 그런 사고의 벽이 있어서 그랬는지, 책에 대해 어떻게 인류의 역사, 문자의 역사, 인쇄술, 문화의 변동사, 독자들의 사회학, 문학사, 사상사가 변해갔는지 구상하게 되었다.
독서법, 서평집 등 책에 대한 책이 많더라. 보통이 아니구나 싶어, 목차를 만들어 보니 3-4권 분량이 되더라. 출판사랑 협의해서, 산들바람처럼 가볍게 기분 좋게 읽을 책 하나 쓴 게 『책인시공』이다.
이것은 여러분 얘기기도 하고 내 얘기기도 하다. 책읽는 사람이 참 아름답다.
한 결혼업체 설문조사에서. 아름답게 느끼는 상대방의 모습으로, 의외로 책읽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인다고 하더라. 젊은이들만 아니라 말이다. 책읽는 모습이 그림에서도 많이 등장한다. 왜 그런가? 책 읽는 사람을 그리게 되면, 머릿속에 사고하는 모습, 내면의 모습까지 그리는 거다. 책읽는 장면이야말로 내면이 드러나는 모습이다.
프랑스의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영화감독 장뤼크 고다르는. 책읽는 사람 찍는 게 가장 흥분된다고 말하더라. 그는 서점 들려서 책 5권을 사서 기차에 오른단다. 제네바에서 빠리까지 특급열차에 말이다. 그리고 다 읽은 거 친구한테 주기도 하고, 책 읽은 대목이 영화 중 대사로 사용된다더라.
이런 식으로 독자 권리장전을 썼다. 언제 어디서도 읽을 수 있다. 제발 좀 읽어라 라는 의무 장전을 쓰고 싶은데, 그러면 누가 읽겠는가.
지금은 쓴 책은 책에 대해 던지는 7가지 질문에 대해 쓰고 있다. 첫 장이 ‘책을 읽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고, 2번째는 ‘그래도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3번째는 ‘어떻게 책읽는 습관을 키우나’, 4번째는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5번째는 ‘어떻게 읽을 것인가’, 6번째는 ‘얼마큼의 책을 읽어야 하는가’, 7번째는 ‘책은 사람과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이다. 거의 다 썼다
세상이 바꿔도 바뀌지 않는 것, 바뀌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다. ‘아방가르드.’ 레닌도 그 호칭을 썼다고 하는데, 유행 앞에서는 후위가 되어야 한다. 때론 우리는 전위가 되기도 하고 후위가 되기를 자처하기도 한다. 내 개인적이 취향을 말하자면, 비행기보다는 기차, 지하철보다는 걷는 것, 인터넷보다는 책, 티비보다는 라디오를 선호한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 적응하기 싫은 사람 억지로 강요하는 것보다는, 각자의 리듬을 살아야 한다. 자전거, 기차, 라디오 아직도 함께 다 공존하는 거다. 삶에도 여러 가지 방식이 있어야 하는데, 하나의 방식으로 몰아가는 것, 이게 문제가 아닐까. 나더러 ‘아날로그’라더라. 이게 이분법이다.
목사도 책 많이 읽는다. 시집, 인문학, 철학 등등. 그러실텐데, 나름대로 어떻게 어디서 읽는지 궁금하다. 오늘 이런 거 나누기 위해 모인 거다.
각자가 책과 맺는 관계가 있다. 태어나서는 먼저 소리를 듣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려서 할머니 이야기 소리를 듣고 자랐다고 한다. 박완서, 이어령 등등 말이다.
태어나서는 듣는다. 그후 글자를 배우고 소리를 내서 읽고, 점점 자라면서 묵독을 하게 된다.
국민 독서 실태 설문조사를 보니, 평균 청소년 시기는 15권, 성인은 1권 정도라고 한다. 우리 동네 고등학교 옆에 서점을 가보니, 다 참고서인데, 한쪽 부분에 책이 있는데, 『책인시공』은 없더라.(웃음)
인생의 시기에 따라 책 읽는 게 달라진다. 계기가 사람마다 다 다르다.
이후 나올 책에 이렇게 썼다. 책이라는 게 태생의 불평등을 완화시켜주거나 없애준다.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 책을 읽을텐데,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다른 시대 장소 삶을 접하면서 폭넓은 사고를 하게 되고, 대양을 떠다니는 고래가 될 수 있는 거다.
책과 시간과의 관계, 그런 것들, 아무 때나 읽어도 좋지만, 어떤 장소에서 어떻게 읽느냐가 적절한 게 있다. 그런 취향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독서가다.
읽는 리듬이 다를 것 같다. 유년기, 청소년기.. 인생 시기마다 어떤 책을 읽고 살아가는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서 집어놓았다.
장소는 집안에서 시작해 집밖으로 나가는데, 평민에게는 서재가 없었다. 책꽂이를 갖게 된 것도 얼마 안되어었다. 60년대에야 전집류 수입되었다. 70년대는 저자가 적었다. 일본어 중역본이 많았고, 80년대 비판적 사회 서적이 들어오고, 90년대 인터넷이 들어오면서 책을 잘 읽지 않게 되었다.
출판사는 많아지는데, 독자들은 줄어든다. 민주주의의 제도화, 생각하는 개인/시민의 출현이 약해진다. 상대방의 증거가 나의 증거보다 나을 때, 내 견해보다 타인의 견해가 나을 때, 교정하는 것, 이것이 민주주의다. 그렇지 않으니, 타인과 대화하는 능력이 없는 거다. 자기의 생각을 교정하는 과정이 없어진 거다. 동영상에 매몰되기 때문에, 자기가 사고하지 않게 만든다. 라디오는 그나마 낫다. 책은 훨씬 더 많이 할 수 있다.
매체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멀티미디어 시대에 들어가 영원히 시민이 형성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토론을 통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데, 다른 사람의 글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해야 하는데, 그걸 못한다. 이게 문제다.
거실을 서재로 만드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아이들 학습 능력을 위해서 말이다. 어디서도 책을 읽게 하려고 말이다. 그러나 정작 성인들이 읽는 책이 별로 없더라. 책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을 텐데, 다 비슷하게 살아가는 개성없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막무가내 교육열, 이 집 저 집 다니면서 알게 되었다.
서재를 갖추어야 한다고 본다. 골방이어야 한다. 동떨어진 데. 아파트 공간이 그걸 만들기 힘들다. 혼자 조용히 가 있을 공간이 마련이 안된다. 독서가 기도하는 장소이다. 함석헌 시를 인용한 게, 그대는 골방을 가졌는가.
책읽는 장소가 집안에 중요하다. 옷,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신이 정화되는 공간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서재에 대한 부분을 썼다.
거실에서 소파에서 많이 읽더라. 주부들 보면, 식탁에서도 보고, 누워서 보고, 침대도 되고, 화장실에서도, 마당에서도 보고, 지하철에서도 읽고 말이다. 한비야 같은 사람은 차를 안 산단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기 위해서 말이다. 출퇴근하면서 일주일에 2권은 읽는다고 한다.
공원에서도 읽는 사람도 있다. 빠리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참 많다. 우리나라에서 그런 모습을 찍어보려고 했는데, 별로 없더라.
배에서 비행기에서 읽기도 한다. 영화 타이타닉에서 디카프리오가 배 갑판에서 로맨틱한 모습을 연출하는 것보다, 배 구석에서 책읽는 모습이 더 멋있더라.
책도 책이지만, 공간들에 대한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다. urbanism, 도시개혁하는 사람들도 책에 대한 공간을 생각했으면 한다.
무엇보다 가장 강조하고 싶은 건, 책읽는 사람의 풍경을 그려보고 싶었다. 마지막 장에 실려있는, 고별 전시회처럼 말이다. 영상에 익숙한 젊은이들한테, 글로만 상상력을 불러일으켜보고 싶었다. 편집자와 김기석 목사만 그 부분을 언급하던데 말이다. 자세히 읽어보면 생각이 모락모락 안개처럼 올라올 수 있는 글이다.
도시가 공간이, 원래 있었던 거고, 매일 보던 장면이 새롭게 보이는 시기가 있다. 그때가 풍경이 되는 거다. 사람이 평소와 다르게 보일 때도 있는 거고. 정현종 시인이 그런 얘기를 한 적 있지 않은가.
시간과 공간 속에 책읽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다. 책과 우리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얘기를 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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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석.
사진들이 매우 흥미롭다. 전부 도촬이다.(웃음) 빠리에서 찍은 사진들이 좋아서, 전시회 하는 게 아니냐 하니, 정독도서관과 남산도서관에서 전시하고 있다고 한다. 도서관으로써는 좋은 기획이다.
정수복.
책읽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통해 자극시키고 싶었다.
학문적인 책이라기 보다는, 이런 책들이 가진 장점은, 나의 책읽는 습관을 돌아보고, 내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 미덕을 가진 거다. 자신들의 독서 경험을 나누었으면 한다.
김기석.
가장 어려서 읽은 책을 기억해보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같다. 수준이 있어서 읽은 게 아니고, 서울에서 공부하다가, 시골에 내려가 다락방에서 누나들이 보던 책을 훔쳐서 봤다. 풀밭에서 앉아서 숨죽여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시골에 있다가 중학교 입학을 위해서 4학년때 전학을 갔는데, 서울 흑석동 친척집에 살았는데, 그 집에서 문화충격은 티비를 본거고, 피아노를 본 거다. 또한 아동문학 전집도 있더라. 그 집에 놀러갈때면, 그 책을 보게 된거다. 그 집 주인들은 책이 많아 안보더라. 50권짜리 독파한 기억이 있다.
박정인.
초등학교 5학년때, 세계/일본문학전집 다 읽은 기억이 있다. 폼 잡고 읽었던 기억이 난다. 집과 학교에서 읽었던 것 같다. 중고등학교 때는 읽지 않다가 대학교 때 읽었던 거 같다.
정수복.
386세대가 많이 읽고, 아이들한테 많이 읽히려고 많이 팔렸다고 한다. 지금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지만.
김기석.
독서경험에서 흔히, 부모가 읽으면 아이들이 따라 읽는다는데, 새빨간 거짓말인게, 우리집이 그렇다. 2층이 서재였는데, 아빠가 안놀아주니까, “아빠, 나 크면 이 책 다 읽어야 해?” 압박감 느낄까 싶어 “안읽어도돼” 그러니 안 읽더라.
정수복.
부모가 읽어야 한다. 서점과 도서관 정기적으로 데려가야 한다고 이야기들 하는데, 놀면서 같이 읽어주어야 하겠더라.
우동혁.
요즘은 독서가 지식 전달의 수단이 되어버리지 않았는가. 학습만화를 많이들 보더라. 너무 호흡이 짧으니, 독서습관을 망가뜨리는 것 같더라. 지루한 문장에 빠져드는 걸 못하더라.
방정인.
적절한 시기에 다음 책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제공해야 할 것 같다. 논술준비한다고 요약본을 많이 읽던데, 좀 더 분량이 큰 걸 보게끔 자극시킨다. 좋아하는 분야/장르를 보게 하니까, 힘이 생기더라. 두꺼워져도 겁을 안내더라. 자연스럽게 읽더라.
김기석.
자상하고 좋은 아빠다.
정수복.
요즘 독서지도사가 있어서, 자세하게 권장도서가 있더라. 그대로 따라서 하면 되나 싶은데, 자유롭게 읽는 게 낫지 않나.
우동혁.
지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도시와 시골의 격차가 심하던 세대인데, 전라도 깡촌에서 책을 읽지를 않았다. 분위기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선생님이 의도적으로 공부잘하는 아이들한테 독후감 쓰게끔 하더라. 어려운 책을 받으니, 고통스럽더라. 이게 독서와 거리를 멀게 하기도 하더라.
김기석.
적절한 시기에 읽는 게 중요하다. 단테의 『신곡』을 대학입학생에게 읽게 하는 거 미친짓이다. 대학 선생들이 무책임한거다. 고전을 지금 읽어보니, 대학 입학한 아이들이 그런 고전을 어떻게 읽는게, 말이 안된다. 어려서부터 인문학 공부를 시킨 사람들에게는 다르지만. 책을 선정하는 문제부터 선행되어야 할 거다.
김영명.
많이 봐야 읽어봐야 선구안이 생기는 게 아닐까 싶다.
김기석.
책읽기와 글쓰기 강연도 종종 하고, 그것과 관련된 질문을 종종 받는데, 대학 시절 나는 잡독가였다. 남이 읽었는데, 내가 안 읽은 건 못견뎠다. 어마어마하게 읽었다. 신문에서 소개된 거, 다 봐야 했다. 문학하는 친구들이 모르는 것까지도 내가 얘기해서 그들이 놀랄 정도로 말이다.
흔히 얘기할 때, 책읽기의 완성은 글쓰기를 통해서이다. 많이 읽었지만, 내껀 하나도 없는 거다. 다 잊혀졌으니. 언제가 잡지 연재를 시작하니까, 망각되었다는 부분이 꿰어지는 경험이 생겼다. 잡독했던 게 꿰지는 경험이 되더라. 읽었던 게 대단하더라 싶었다.
학부 때, ‘칼 야스퍼스’에 빠졌었는데, 실존과 이성이라는 용어를 이해하기 위해서, 1년반을 야스퍼스를 가지고 씨름했다. 오랫동안 잊었다가, 변 박사님이 내 글을 읽고, 니 속에 야스퍼스가 있다고 그러더라.
읽었던 게 결국 남는다. 글을 많이 쓰다 보니, 희한한 경험이다. 글쓰다 보면 어느 순간 그게 떠오른다. 10년동안 안 본 건데, 생각난다. 그게 새롭더라. 체계를 갖춘 독서? 그것도 좋지만, 잡독을 해라. 흥미로운 걸 읽고. 그리고 나중에 내 경험이 되기 위해서는 글쓰기의 경험이 필요하다.
정수복.
책읽는 방법에 대해 원고자 300매 분량의 글을 썼는데, 다독이냐 정독이냐, 난독 납독 잡독 등등 얘기들 한다. 구슬이 세말이 꿰어라도 보배라지만, 우선 구슬이 많아야 한다.
혁명가는 난독을 많이 한다. 김해숙이라는 시인이 있다. 그는 페미니스트인데, 평론가로 데뷔를 했다고 한다. 닥치는 대로. 닥치는 대로라는 표현이 많이 나오더라. 책을 계속 읽다 보니까, 뭐 써야 하겠다 싶었더라. 그렇게 책을 읽더라.
한번은 어떤 교육학자한테 질문을 했는데, 강의실에 박사학위 있다고 들여보내는 게 맞냐고 물어보니, 교육을 많이 받아 수많은 선생을 거쳐 왔기에, 그 안에 강의 방법론이 들어가 있을 거라고 대답하더라.
책도 마찬가지로 어떤 형태를 갖추게 될 거다. 쓴다는 것이 그렇다. 여름방학 일기쓰기부터 시작된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는데, 위문편지가 있지 않나.
김영명.
감옥에서 책읽기. 감옥 다녀왔는데, 진주 교육사령부. 자습 시간에 책을 많이 읽었다. 시간 떼우는데 이것보다 좋은 게 없더라.
김기석.
자유가 구속된 상황에서 시간이 남았을 때, 그렇다.
군대에서 책 본 얘기를 하니, 장교 훈련을 받을 때, 훈련을 나갈 때면, 뒷주머니에 시집을 넣고 다녔다. 광주에서 훈련을 받을 때, 제일 좋게 읽은 게, 김소월 시였다. 오가면서 읽고 외웠다. 감상적으로 보이는데, 보편적인 느낌을 넘어 감성을 취한 거다. 그 후, 라이네 마리아 릴케. 인상적인 장면이 남는데, 야외 훈련을 나갔는데, 전두환 대통령이 내려와서, 아무 준비 없이 산에서 노숙하게 되었다. 판쵸우의를 넘어서 무등산 모기들이 물더라. 아침에 냇가에 가서 릴케를 읽는데, 감동이 아주 새록새록 있다. 책읽는 장소들이 묘하다.
우동혁.
목회시작하고 책을 많이 읽게 되었는데, 교인도 없는 교회에서 할 일이 없어서였다. 업무가 많지도 않고 설교가 많지도 않고. 주초 3일은 도서관에 다녔다. 당시 시립도서관에 읽을 만한 게 별로 없더라. 그 중에서도 관심 가는 거 읽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목회지의 유배지로 시간을 보냈다. 자기를 유배시키려는 각오, 생활방식을 그렇게 선택하고. 골방 같은 사무실 있으면, 의자 가져다 놓고, 책을 읽게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정수복.
유배라는 말 나오니까, 프랑스 작가 가운데, 등대지기 하면서 작가 된 사람이 있다. 우리나라도 있지만, 신문 가판대에 들어가 있다가 작가가 된 사람이 있다. 도시에서 유배된 이야기다. 김대중 대통령은 어마어마한 글을 읽었다.
김기석.
김대중 대통령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내가 81-2년 교회 전도사 시절, 김대중이 당시 감옥에 있었는데, 그가 아내에게 보내는 봉합엽서, 당시 신광여고 선생 하나가 그쪽이랑 가까워서 복사해서 매번 갖다 준 적이 있었다. 거기서 들여달라는 책제목을 보니, 신학/철학/인문학/과학 엄청나더라. 독서의 폭이 어마어마 하더라. 이 양반 너무 많이 아는 게 문제였다고 하던데.(웃음)
정수복.
얼마전, 김대중 평전을 읽었는데, 감옥에 10권씩밖에 차입이 안되다가 30권을 늘렸더니 (만 여권이 넘는 책이 있는) 동교동 서재에 있는 것처럼 좋았다고 하더라. 김대중 대통령, 하루 10시간 읽으면서 고독한 옥살이를 했다.
김기석.
외로운 장소에서 책을 읽은 사람들에 대한 글을 써달라. 안토니오 그람시 등등.
박정인.
병원에서 읽는 책도 좋더라. 하루에 한 권이상을 읽었더라.
김기석.
감신 윤성범 박사. 결핵을 돌아가셨는데, 결핵 요양소에서 죽기 전에 뭐할까 하다가, 독일어 공부를 하고, 유학을 갔다. 그런 이야기 모으면 재미있을 거다.
박정인.
고민 중 하나는, 작은 카페를 할까 생각 중이다. 한 켠에는 책을 꽂아놓고. 핸드드립으로 내려주는 동안 책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카페 말이다.
정수복.
책을 잘읽는 방법이, 독서클럽을 만들어야 잘 읽혀진다. 사회 전체적으로 책읽읍시다 하고 논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지고 있다.
김영명.
숙대 김응교 교수는 함께 같이 읽는 모임에 자주 참석하더라.
정수복.
상승 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박정인.
나는 책을 한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잘 안읽고, 여러 권을 뒤적거린다. 2/3 넘으면 잘 안 읽으려는 습성이 있다. 화장실에서는 주로 성경을 보는 것 같다.
김기석.
한꺼번에 4권 정도 읽는 것 같다. 책 읽다보면, 마음이 유지가 안된다. 다른 책을 보면 refresh되는 느낌이 된다. 1,200쪽 넘는 책 어떻게 들고 나가나. 가방에 넣을 책 무게를 재게 되더라.
『검은 사각형』이라는 소설도 쓴 성균관대 교수 이덕형. 이콘과 아방가르드. 러시아의 이콘에 대한 책을 쓰는데, 800-1200쪽인데, 글의 밀도가 대단하더라. 신학 내용도 요약을 잘했더라. 러시아 문학이 전공인데 철저히 공부했더라. 이 사람 책 읽으면서 정리가 될 정도로 놀랍더라. 공부의 대가들이 있더라.
정수복.
책 분량을 생각하게 되는데, 소수 학자 사람들에게 읽혀도 상관없을 때는 두껍게 쓰고, 요새는 300쪽도 많다고 하더라. 호흡이 짧아야 한다고 한다. 적당한 선택이 필요하게 되더라.
우동혁.
레미제라블 완역본을 읽고 있는데, 제일 어려운 것은 파리를 잘 모르니까, 이해가 잘 안되더라. 『책인시공』은 아주 잘 읽히더라.
박정인.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청미래, 2011)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수복.
같은 결이라고 본다.
김기석.
책 하고 관계없이, 단골들 있습니까? 지역과의 단골.
정수복.
기계적인 관계가 되어버리고, 동네 서점이 찾아보기 어렵다.
김영명.
서문에 강남순 교수가 추천사를 썼던데, 어떤 인연이 있으신지?
정수복.
시민운동을 좀 할 때, 여신학자모임에 발표하러 갔다가 알게 되었다. 「기독교세계」. 거기 연재했었는데, 그렇게 연이 닿게 되더라.
김기석.
정 박사님이랑 가깝게 지내고 얘기를 많이 하니까. 글을 보시면서 그런 느낌 받을 텐데, 박물관이 있는 위치, 주변 그림을 다 그리는데, 이게 중요하다. 전체와의 관련성. 사람의 품성과 태도를 엿볼 수 있는 그런 시각들. 소소하지만 배우면 좋겠다 싶더라.
정수복.
‘다문화시대의 탈영토화와 재영토화’라는 큰 주제로 곧 계명대에서 토론을 할 예정인데, “이방인의 도시걷기”를 발표할 예정이다. 외국 유학 경험 및 빠리 체류, 이방인 경험을 하면서, 도시를 많이 걸어보는데, 재영토화가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싶다. 전체를 다 다녀보고 어떻게 연결되는지, 자기 관념 속에 이어질 거다. 한국에 온 외국인들에게 많이 돌아다녀보라고 권한다. 한국이 더 가깝게 느껴질 것이다.
나는 남들이 프랑스 밖을 돌아다닐 때, 프랑스에서만 머물렀다. 프랑스 지방을 먼저 다 돌아본 후에야 다른 나라 여행을 다녀보았다. 내게는 서울이 제1의 도시, 빠리가 제2의 도시, 아글루가 제3의 도시다.
건물만 아니라 사람들의 모습 얼굴표정, 카페와 커피의 질 등등을 마주한다. 주마등처럼 되었다. 안 가본데 많아서 다 다녀보고 싶다. 너무 커서 걸어다기는 불편하지만, 삶에 통합할 수 있다. 겁을 내지 않을 수 있다. 어디에 떨어져도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신감, 그것이 재영토화할 수 있는 자양분이 아닐까 싶다.
빠리가 그리 작은가?
정수복.
빠리는 서울의 1/6이다. 한 정거장이 500미터 거리다. 너무 가까워서 아니겠지 싶었는데, 그게 그거더라. 대빠리를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던데.
김기석.
혹시 사진 찍다 야단 맞은 적 없는가?
정수복.
한 운하에서, 탁구대를 시멘트로 해놓았는데, 거기서 놀고 있는 한 흑인 부자를 찍었는데, 민감하게 반응하더라.
박정인.
묘사가 너무 아릅답더라. 서재를 만들어야 겠다 싶더라.
김기석.
글도 타고난 사람은 아니다. 책을 써가면서 굉장히 좋아지고 있다. 지금은 사회학자이기는 하지만, 본인 소개를 할 때 ‘작가’라고 한다. 문체가 더 아름다워지고, 간결할 때는 간결해지고.
정수복.
연습을 많이 한다. 먹다보면 입맛이 생긴다? 많이 쓰니 그렇더라. ‘퇴고’를 많이 한다.
김기석.
난 ‘퇴고’를 전혀 안한다. 책이나 기사로든 안 읽는다.
정수복.
작가라고 하는 까닭은, 매일 글3시간 쓰고, 비공식으로 3사람에게 추천받았기 때문이다. 황석영, 신경숙, 김영하. 문학동네 작가들의 작가라고 하더라.
오범석.
좋은 책 추천 부탁드린다.
김기석.
오정희. 얇은 베일 하나가 드리워진 것 같은 신비로움이 있다. 대단한 문체더라.
정수복.
프랑스어를 김화영 교수한테 배웠는데, 언젠가 그 분과 해외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우연히 한국에서 노벨상을 받는 얘기가 나왔을 때, 고은 황석영 등등 중 누가 받아야 하나 물어보니, 오정희가 제일 잘 쓴다고 하더라.
인터파크에서는 추천 도서 4권을 요청하길래 이렇게 답한 적이 있다. 트리나 폴러스, 『꽃들에게 희망을』(소담출판사, 1991), 이것은 짧은 동화같은 책이다. 두 번째는 최인훈의 『광장』, 사회학적 상상력, 사적인 사람과 역사와 어떻게 연결지어 생각하는지에 대해 잘 썼다. 세 번째는, 이규호의 『앎과 삶』(좋은날, 2001),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해석학적 지식론이랄까, 사람됨의 뜻, 말의 힘에 대해 간결하게 영향을 주었다. 네 번째는 에드워드 사이드의 『지식인의 표상』(마티, 2012)인데, 이것은 1994년에 하버드 서점에서 ‘지식인과 사회운동’이라는 박사과정 중일 때 접했는데, 감명을 많이 받았다. 더 얘기한다면, 박이문의 『둥지의 철학』(생각의 나무, 2010), 30년대생 분들이 책을 많이 썼는데, 1920년대 일본의 대교양의 시대라 그러지 않을까 싶다. 곧 박이문 평전도 나온다고 하더라. 추가로 천정환의 『근대의 책읽기』(푸른 역사, 2003)도 있다.
김기석.
이상의 소설을 읽다보면, 여종업원들이 교양있는 말을 한다.
정수복.
이상에 대해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파리를 생각한다』(문학과지성사, 2009)에서 이상 얘기를 한 번 썼다. 당시 그는 불어를 했다. ....
강상중의 『도쿄산책자』(사계절, 2013)라는 책이 곧 출간 예정이다. 중앙일보 ‘삶의 향기’ 란에서 서평을 써달라 부탁하더라. 언론의 불편한 생리...
빠리 증후군. 빠리 사람들은 직선적이다. 불친절하다. 언어를 못하면 바보취급하고. 참 힘들다.
이윤성.
책이지만 느낌이 더 많이 들어오는 책이었다. 너무 좋더라.
???.
한국은 번역서들이 좋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많이 좋아졌다고는 느끼는데. 읽기가 싫더라.
김기석.
차라리 영어로 보는 게 낫지. 영어만 잘한다고 번역 잘하는 게 아니다. 우리말을 잘해야 한다. 대학교수들이 우리말이 잘 안되는 사람이 많다.
김영명.
호남신대 구약학 강성열 교수가 잘 번역하더라.
김기석.
손성현도 전문 독일어 번역가다.
정수복.
읽혀지는 고전이 얼마나 있느냐. 번역판 여러개 있는데, 어떤 번역판이 나은지 그 까닭은 무엇인지 평가하고 있다. “번역이 다르면 감동이 다릅니다.”라는 모토로 말이다.
대충 번역해 놓은 것들. 문제는 판권 때문에 다른 번역본을 낼 수가 없다. 50년 지나야 할 수 있는 거다.
정수복.
신학자들이 신학생들뿐만 아니라 신자들을 위해서 썼으면 좋겠다. 일반인들도 염두에 둔 서적이 되어야 한다.
김기석.
IVP, 포이에마, 복있는사람.. 그 중 복있는사람 출판사가 좋다. 사장이 마음에 안들면 재번역시킨다. 사장이나 편집자에게 안 읽히면 말이다. 이게 책 출판인의 윤리이어야 하지 않을까.
필자개발. 번역본에서 끝나면 안된다.
한종호 목사가 좀 커야한다. 꽃자리 출판사 말이다.
정수복.
여러분들도 좋은 책을 쓰는 걸로 나가길 기대한다.
???
성경도 잘 번역되어야 할텐데.
김기석.
우리가 머리 아프게 하는 책읽은 게 아니고, 평생 책 읽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로써, 책 많이 읽고 쓴 사람의 이야기를 나눈 게 참 의미 있었다. 책 나올 게 많다. 나올 때마다 모셔서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
정수복.
10명 20명 모여서 얘기하는 공간이 많아져야 할 텐데.
김기석.
스페이스노아, 박원순 시장이 극찬하더라.
김민호.
플라뇌르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서 잠시 말씀을 해주신다면?
정수복.
플라뇌르는 목적없이 도시를 배회하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사회에 말려들어가거나 흡수되지 않고, 거기와 간격을 두면서, 거리에 스며들어 가는 것이다. 더 좋은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했다. 19세기 중반에는 벤야민 같은 사람들이 그런 작업을 한 거다. 도시를 많이 걸어보면서 생각을 한다. 그러면 많은 것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자기 거리에서 보고 들은 경험들이 말이다.
첫댓글 민호 전도사님 고생했어요.
수정할부분이 조금 있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잘 했어요.
계속되는 민호의 수고에 감사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