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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업도(掘業島)12경 시조
제1경 굴업도 옛 숲길
제2경 선단여 삼형제바위
제3경 큰말 해변
제4경 목기미 사빈(沙濱)과 사구(砂丘)
제5경 덕물산 좀팽나무와 암봉
제6경 공룡 연평산
제7경 붉은 모래 해변
제8경 작은말 사구습지
제9경 코끼리바위
제10경 개머리 풀길, 꽃길
제11경 낭개머리
제12경 토끼섬 해식바위
* 개요; 굴업도(掘業島)는 경기만 남부 덕적도 남서쪽 13㎞ 해상에 있으며, 동경 126°0′, 북위 37°11′에 위치한다. 면적 1,710㎢, 해안선 길이는 13.9㎞이다. 섬의 전체적인 모양은 북동에서 남서방향으로 길게 뻗어 있어 마치 말을 탄 듯하고, 일면 사람이 엎드린 모습이다. 옛날에는 굴압도라 불렀다. 『대동지지』 덕적도진조의 기록을 보면, 구부릴 굴(屈)자와, 오리 압(鴨)자를 쓰, 지형이 물위에 구부리고 떠있는 오리의 모양과 비슷하다 하여 붙여졌다. 1994년 핵폐기물 투기장 건설이 거론되면서, 비로소 일반에게 알려졌고, 지층불안정을 이유로 계획이 무산되었다. 섬을 통째로 사들인 CJ그룹이 관광단지 개발계획을 갖고 있다. ‘한국의 갈라파고스’라 할 만큼 신비로 가득 차있지만, 한편 추문으로 얼룩진 자연사박물관이기도 하다. 2009년 산림청이 정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이다. 2015년 9월 기준 7가구 14명이 살고 있다. 2011년 5월12일 발족한 ‘굴업도를 사랑하는 회원모임’에서, 빼어난 경관 열두 곳을 선정했다. 필자는 회원인데, 우리나라 최초로 시문(詩文化) 했다.
1. 굴업도 옛 숲길
큰 마을 넘는 길은 일그러진 자화상(自畵像)
으름덩굴 보라 터널 눈 뿌린 분꽃나무
도둑게 어슬렁대다 길손 가방 날치기
* 언덕위에서 선착장까지 100여m 남짓한 길인데, 계단이 일그러졌다.
* 분꽃나무; 한국·일본 등에 분포하는 낙엽관목으로 높이는 2m에 이른다. 잎은 둥근 달걀 모양이고, 뒷면에 털이 많다. 잎 가장자리에는 고르지 않은 톱니가 있다. 꽃은 4-5월 무렵 지난 해 나온 가지 끝이나, 한 쌍의 잎이 달려 있는 짧은 가지에 취산꽃차례로 모여 달린다. 옅은 황백색이나 자홍색을 띠는 통꽃으로 향기가 있다. 열매는 약간 긴 원형이며, 9월에 붉은색에서 검은색으로 익는다.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적합하다.(위키 백과)
* 도둑게; 부엌게가 표준어다. 강화도 이남의 서해안과 포항 이남의 동해안, 그리고 남해안에 널리 분포한다. '도둑게'라는 이름은 이 게가 서식하는 곳 주변의 민가에 들어와 음식을 훔쳐 먹는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멸종위기종인 붉은발말똥게와 닮았다.(위키 백과)
2. 선단여 삼형제바위
아스란 남쪽 바다 세 손가락 펼친 바위
백아도(白牙島) 지척이고 새떼들 지상낙원
뱃사공 지남석(指南石) 찾아 전설 가득 실으리
* 일명 삼형제봉이라고 부른다. 서섬의 끝 낭개머리에서 보는 선단여는 하나로 보이지만, 다른 곳에서는 두개로 보여, 마귀할멈이라고도 한다. 바다새들의 서식지다.
* 선단여에는 슬픈 전설이 전해져 온다. 옛날 백아도에 나이든 부모와, 아직 나이어린 두 남매 살아가고 있었는데, 세월이 지나 부모가 죽게 되자. 외딴섬에서 혼자 외롭게 살고 있던 마귀할멈이 여동생을 납치해 가버렸다. 세월이 흘러 장성한 오빠는 어엿한 어부가 되어 배를 타고 낚시를 하던 중, 풍랑을 만나 이름 모를 섬으로 밀려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아름다운 아가씨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이 여인은 바로 오래전에 잃어버렸던 자신의 동생이었다. 이들의 사랑을 안타깝게 여긴 하늘은 선녀를 내려 보내 둘의 관계를 설명하나, 남매는 이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고 사랑의 결실을 맺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낮다고 고집을 부린다. 이에 진노한 하늘은 두 남매와 마귀할멈에게 벼락을 내려 죽게 하였다. 그 후 이곳에서 세 개의 바위가 절벽처럼 솟아나게 되었는데, 이를 애통해 하던 선녀가 피눈물 [붉은 눈물]을 흘리며 승천하였다 하여 '선단여'라고 한다. 이 세 개의 돌기둥은 오빠, 동생, 마귀할멈이라고 부른다.
3. 큰말 해변
토박이 삶의 터전 뒷산은 명당이라
바람도 잠재우는 아늑한 소나무 숲
석양이 내려앉을 때 갯메꽃은 더 붉어
* 사람이 사는 유일한 곳으로, 선착장에서 목기미 해변 가는 길은 소나무 숲이 좋다.
* 뒷산은 좌청룡 우백호의 명당이다.
4. 목기미 사빈(沙濱)과 사구(砂丘)
사리 땐 물이 잠겨 섬 허리 잘리지만
민어가 우는 소리 파시(波市)는 시끌벅적
새들의 보금자리니 조심해서 걸으오
* 좌측의 연평산(延坪山 128.4m)과 우측 덕물산(德物山 138.5m, 굴업도 주봉)으로 가는 길목은 파도에 실려 온 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좁은 사빈이다. 양옆으로 바닷물이 닫을 듯 출렁이고 있다. 사빈 가운데로 뼈대만 남은 전신주들이 줄지어 있다. ‘목기미’는 물이 끼인 혹은, ‘목까지 찬다’는 데서 유래한다. 옛날 민어 성수기에는 고기 울음소리가 요란해 밤잠을 설쳤고, 파시가 열렸다. 평시는 섬이 연결돼있지만, 일 년에 몇 차례는 물에 잠겨 갈라진다.
5. 덕물산(德物山) 좀팽나무 언덕과 암봉
굴업도 제일봉은 연인들 보금자리
산중턱 좀팽나무 먹구렁이 지켜주고
설화(說話)를 보쌈한 암봉 꽃사슴이 뛰노네
* 좀팽나무; 팽나무의 일종으로 왜소형이다. 이 언덕에 두 그루 자라며, 먹구렁이들을 잘 보살피고 있다.
* 팽나무는 양지, 음지를 가리지 않으며, 비옥한 사질양토에서 잘 자란다. 성장이 빠른 편으로, 평탄하고 깊은 땅을 좋아하며, 상당히 습한 곳에서도 견딘다. 뿌리가 잘 발달되어 있어 강풍과 해풍에도 강하다. 내염성이 있어 해안 일대에서 좋은 생육을 보이고 있다. 방풍수, 공원이나 정원의 녹음수로 쓰인다. 조풍(潮風)에도 견디는 힘이 있어, 바닷가의 녹지조성용으로 적합하다. 이용도(利用度)를 살펴보면, 수형이 아름다워 분재로 많이 쓰이고, 열매는 조류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 재목(材木)은 건축재나 가구재 또는, 숯의 원료가 된다. 어린잎을 나물로 먹기도 하는데, 재를 푼 물로 데쳐서 잘 우려낸 뒤에 무친다.
* 섬에는 200여 마리의 대륙사슴과, 다수의 야생 흑염소가 살고 있다.
* 먹구렁이 실화; 십여 년 전 어느 주민이 먹구렁이 한 마리를 잡아먹었는데, 그 짝이 되는 녀석이 밤에 몰래 들어와, 잠자는 그를 교살(絞殺-목 졸라 죽임)해 보복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섬뜩하다. 예부터 전해오는 전설이, 꼭 거짓말만 아닌 것임을 증명해준 셈이다(최중기 전 인하대 해양생물학과 교수 구술).
* 2017. 1. 19 시조 종장전구가 제2경 종장후구(전설)와 어휘중복이 발견되어 수정함.
6. 공룡 연평산(延坪山)
용쓰며 오른 바위 연평산 얼굴인가
모험이 도사렸지 등 비늘 올라탄 뒤
검푸른 공룡 부리면 온 천하가 내 것 돼
* 연평산은 동섬 서북 끝 덕물산과 좌우대칭으로 활처럼 굽어있고, 한가운데에 제7경인 ‘붉은 모래 해변’을 품고 있다. 등 비늘이 날카로운 한 마리의 거대한 공룡으로, 수많은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몇 안 되는 키 작은 소나나무 군락지가 있다.
7. 붉은 모래 해변
청산이 흘러내려 구릉과 해벽 됐지
바람은 동굴 씻고 소금안개 장난질로
동섬의 행주치마엔 붉은 진주 깔렸어
* 침식의 강도에 따라 반월형 해안의 절벽에는 파도가 때려 동굴이 파이고, 한편 무너져 내린 적색 바위가 붉은 모래로 바뀌어 해변을 만들었다. 목기미 해변과 큰말 해변의 모래와 달리, 조금 더 거칠고 붉은 입자(粒子)다. 해풍과 소금기를 머금은 짙은 안개의 조화이다. 한국에서 가장 붉은 모래밭으로, 학습장의 보고로 꼽힌다.
8. 작은말 사구습지(砂丘濕地)
사라진 작은말은 꿈인 듯 북망산(北邙山)이
사구(砂丘)는 고사리 밭 백로가 노는 습지
별 어린 이상향에는 생명수가 넘쳐나
* 코끼리 바위로 가는 길에 있는 작은 습지다. 이 못 안에 다양한 생명체가 살아가며, 사슴과 염소가 물을 마시려고 오는 곳이다. 이곳을 경계로 한쪽은 사구와 초지로, 다른 한쪽은 붉은 모래 해변이 있는 바닷가이다. 주민은 바위솔이 많은 동백나무골을 북망산이라 부른다. 가히 유토피아라 할만하다.
* 2017. 1. 19 시조 초장후구 어휘가 제11경 중장초구(아련한)와 겹쳐 수정함.
9. 코끼리바위
해국향 짙은 바위 갯강구 숨바꼭질
다리 새 무지개 핀 코끼리 늠름하니
물개들 무동을 태워 해변에서 놀아라
* 굴업도는 백악기 시대에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섬이다. 오랜 기간 동안 파도와 침식작용에 의해 생긴 기암절벽은 아름다운 조각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 바위도 대자연이 빚은 예술작품 중 하나다. 코끼리 다리 사이로 무지개가 펴오르며, 많은 물개 떼를 거느리고 있다.
10. 개머리 풀길, 꽃길
백조의 깃털이랴 머리 센 억새무리
반디지치 눈웃음에 넋 나간 표범나비
꼬리친 개머리능선 바람마저 달콤해
* 굴업도 최고의 비경은 바로 느다시뿌리 언덕(개머리 초지)이 아닐까 한다. 좁은 산길을 따라 한발 한발 내디딜 때마다 탄성이 절로 터진다. 서해의 보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머리 언덕을 지나, 서쪽 끝 낭개머리까지는 넓게 트인 초지가 펼쳐진다. 너풀거리는 억새와 수크령이 장관을 이루고, 금방망이꽃이 황금빛 향연을 펼친다.
* 반디지치; 양지바른 풀밭이나 모래땅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 높이는 15-25cm이고, 전체에 거친 털이 있다. 꽃이 진 다음에 옆으로 뻗는 가지가 자라서 뿌리를 내리며, 다음해에 새싹과 꽃줄기가 올라온다. 잎은 어긋나며, 긴 타원형 또는 도란형(倒卵形)으로, 길이 2-6cm, 폭 0.5-2cm, 밑 부분은 좁아져 잎자루처럼 된다.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꽃은 4-5월에 피며, 줄기 끝의 잎겨드랑이에서 1개씩 달린다. 꽃받침은 5갈래로 깊게 갈라지고, 끝은 날카롭다. 화관은 녹자색이고, 깔때기 모양이다. 열매는 소견과이다. 꽃은 4-5월에 핀다. 우리나라 중부 이남에 자생한다. 일본, 중국, 대만에도 분포한다.(국립생물자원관)
* 왕은점표범나비; 여기는 이름도 독특한 ‘왕은점표범나비’가 산다. 날개를 편 길이는 60~70㎜, 앞날개는 길이 32~44㎜ 정도이다. 표범나비류 가운데 중간 크기의 종이다. 날개 아래쪽에는 은색 무늬의 변이가 다양하다. 수컷은 앞날개 윗면에 검은색 줄무늬의 성표(性標)가 있다. 암컷은 수컷에 비하여 약간 크며 날개폭도 약간 넓다. 암컷이 수컷보다 날개 바탕색이 진하며, 날개 아랫면의 은색 무늬도 크고 선명하다. 은점표범나비와 비슷하지만, 왕은점표범나비는 뒷날개 뒷면 바깥 가장자리의 은빛 무늬가 2개의 산모양인 것과, 수컷 앞날개의 검은색 비늘 줄이 1개인 것으로 구별할 수 있다.(디지털 공주문화대전)
* 개머리능선은 섬의 목뼈에 해당한다.
11. 낭개머리
천만 길 절애(絶崖) 끝은 토끼 거북 내기 경주
아련한 새우 섬에 상괭이 숨비소리
칠선대(七仙臺) 해넘이 보면 노숙자도 신선 돼
* 낭개머리는 서섬의 끝 부분이다. 명물인 ‘토끼와 거북바위, 매바위가 있다. 멀리 ’검은 점 새우섬‘이 아스라하고, 그곳은 토종 돌고래 상괭이 놀이터로, 숨비소리가 들릴 듯 말듯하다. 바다직박구리가 살며, 칠선대 일몰을 보면 모두가 신선이 된다. 부기; 제2번 초장전구와 중복표현으로 2017.1.13 중장전구 수정.
12. 토끼섬 해식지형(海蝕地形)
뗏뿌루 맞은편은 산토끼 영주산(瀛州山)이
맘 조려 밟은 기적 신(神)이 빚은 바닷길에
송골매 옥구슬 굴려 이 우주에 없는 섬
* 서섬 뗏뿌루(굴 서식지) 끝 건너편 무인도인 토끼섬은 일 년 중 잠깐 바다가 갈라져 뭍이 드러나, 작은 ‘모세의 기적’을 체험할 수 있다. 바위들의 경연장으로 해식굴, 해식와(海蝕窪), 입 벌린 사자 등 형형색색의 천연조각상을 연출한다. 이팝나무와 동백이 자생한다. 송골매의 청아한 소리가 온 섬을 진동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신비스러운 섬이다. 일명 ‘목섬’이라 부르고, 문화재청에서 2010. 4. 1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했다.
* 영주산; 봉래산(蓬萊山), 방장산(方丈山)과 함께 중국 전설상에 나오는 삼신산(三神山)의 하나. 이 산에는 신선이 살며 불사의 영약이 있고, 사는 짐승은 모두 빛깔이 희며, 금은으로 지은 궁전이 있다고 한다.
* 2012. 2. 12 이승기 한국녹색회 정책실장이 52세의 나이로 세상과 이별했다. 굴업도 탐사에 나섰다가 11일 실족사한 것이다. 토끼섬 산호초를 촬영타가 변을 당했다. 일 년에 몇 번밖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진귀한 산호초의 존재를 다른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사진에 담으려 했던 것이다. 녹색회가 창립되던 해부터 30년간 환경운동을 해온, 이 씨의 돌연사는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노컷 뉴스 CBS 문화부 김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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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업도는 건강이 나빠 가지 못하고, 유일하게 탁상에서 어렵사리 지은 시조다. 2014. 5. 4 수문출판사(대표 이수용)가 발행한 ‘굴업도의 바람’ 지도를 바탕으로, 인터넷 사진을 참고했다. 지도는 ‘고산자의 후예들’(대표 김홍국)이 제작했다. 두 곳은 한국산서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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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山書》 제 27호 ‘명승보 2수’ 제151~158쪽. 2017. 1. 16 발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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