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전에 제 아내가 서울 인사동에서 수채화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아내나 저나 교회식구들에 대해서는 조용히 몇몇 사람에게만 알리고자 했었습니다만 어디 일이 그렇습니까?
당초 뜻은 그게 아니었는 데.. 결국은 이렇게 두루 알려지게 됐습니다.
담임목사님, 목회실에 계신 목사님과 여러 전도사님, 장로님, 각 성가대 식구들, 우리 10남전도회 등 한우리교회에서
뜻밖에 여러 분들이 찿아 오셔서 축하 화분과 더불어 많은 기도와 격려, 칭찬해 주시고 기쁨을 함께 나눠 주셔서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특히 여러 분들께서 그림을 감상하시고 방명록에 따뜻한 격려와 축하의 글을 남겨 주셨습니다.
그 중 방명록에 있는 몇몇 글들을 함께 나누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 여기에 옮겨 봅니다.
아래획에 힘을 싣어 거침없이 길게 내려쓰시는 백목사님의 축하 글과 오밀조밀 따뜻한 글씨체의 한 웅목사님,
그리고 고등부 교육목사님으로 수고하시는 유재덕목사님의 부드럽고 둥글게 이어쓰시는 글씨체도 볼 수 있습니다.
우리 10남전도회에서 송태섭장로님과 김순애집사님께서 달필의 깨끗하고 단아한 글씨체로 격려해 주셨고,
한원일집사님께서도 진실된 마음이 느껴지는 차분한 글씨로 축하해 주셨습니다.
1부성가대장이신 서범석집사님과 이한기집사님, 그리고 이철해장로님은 이름을 한자로 시원하게 남겨주셨습니다.
3부성가대의 손주선대장님과 임원분들, 그리고 항상 조용한 가운데 열심히 봉사하는 피아노 반주자인 이현경집사님도
따뜻한 격려의 글을 남겨 주셨습니다.
인천에 사시는 여든이 넘으신 장모님께서 몸이 불편하신데도 막내딸의 전시회에 직접 오셔서 기도를 해주시고 또한
방명록에 손수 한자와 한글로 축하의 글을 남겨주셨습니다. 늘 큰 힘이 되어 주셔서 그저 감사드릴 뿐입니다.
이번 전시회의 사부이신 이상덕선생님(우리나라 수채화단의 고문)께서 일흔의 나이가 무색하게 장난끼있는 글씨체로
방명록에 격려의 글을 남기셨고 이외에 이정희 추천작가와 동료 화우들도 따뜻한 마음의 글을 많이 남겨 주셨습니다.
본래 저희 식구는 여러 많은 분들을 초대하고 나누고 하는 일들에 대해 그리 매끄럽지가 못합니다.
공연히 번거롭게 해 드리는 것이 아닌 가 하는 마음이 먼저 앞서기 때문에 조심스럽습니다.
그저 가까운 주변 친지 식구들, 그림그리는 화우들 몇몇 정도만을 초대키로 하였던 것입니다.
특별한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이번 전시회가 제가 알기로는 크고 작은 전시회를 합쳐 5번째인 것으로 기억합니다.
서울로 이사오기 전부터 수채화를 시작하였으니 이제 근 10여년이 되가는 것 같습니다.
전시회라고 해서 남편인 제가 특별히 도와준 것이 거의 없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집안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웬만한 일들은 아내가 혼자서 다 처리합니다.
수험생인 고3 막내아들 못지 않게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그리는 모습을 보아왔습니다.
본인이 좋아서 그리 하는 것인데도 그림 그리는 것이 그런 것이 아닌 가 봅니다.
학생이 시험을 통해서 배움이 향상되듯이 아내도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그림에 더욱 매달리는 것 같습니다.
재작년에도 전시회했던 그 장소, 인사 아트프라자입니다.
아내가 그린 수채화는 대부분 정물화와 풍경화 들입니다.
집 주변의 양재천 또는 시민의 숲 풍경이 소재가 되기도 하고 별도의 스케치 여행을 통해서 또는 성가대 야외예배때 받은 좋은 풍경이 그림으로 옮겨지기도 합니다.
모처럼 경주에서 올라온 저는 그림을 둘러보고 난 뒤 인사동 주변을 거닐었습니다.
그 중 예쁜 교회를 보았습니다.
승동교횝니다.
민족의 애환을 함께 나눈 역사적인 교회이지요. 1893년에 세워진 교회로서 우리가 잘 아는 불량배출신의 부흥강사인
김익두목사님이 시무하셨고, 첫 백정출신의 박성춘장로님을 배출한 곳이기도 하지요.
몽양 여운형선생께서 전도사로 계시기도 하셨고, 이동녕,노백린등 역사책에 나오는 민족지도자들께서 다닌 곳입니다.
교회마당에는 아직도 정겨운 종탑이 남아있고요, 이 교회터에서 3.1운동을 위해 모임을 가진 곳이랍니다.
인사동 초입에 사람들이 모여서 무엇을 열심히 보고 있어 따라가 봤습니다.
다리에 장애가 있어 목발을 짚는 50대 중반의 아저씨가 붓글씨로 가훈을 써 주고 있습니다.
간단한 신상을 물어보면서 즐거운 덕담과 함께 정성껏 그것도 무료로 쓰고 계셨습니다.
옷차림이나 행색이 그리 넉넉해 보이지 않는 데, 표정은 행복해 보였습니다.
글짜들이 보이지요?
충심-네 마음을 지켜라, 생명의 근원이다 (잠 4:23)
창대-네 시작은 미약했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
글씨를 공짜로 받은 사람은 행복한 표정이며 끌씨를 써 주신 선생님도 즐거운 모습입니다.
여기를 거쳐 종묘앞 세운전자상가로 길을 건넜습니다.
과거에 많은 전자/전기 상가들이 모여있어서 항상 복잡했던 기억이 났는 데 지금은 종로3가쪽 상가를
헐고 공원을 만들었더군요.
사람들의 숨가뿐 삶의 터가 이제는 공원으로 변했고 이 곳에서 때 이르게 핀 코스모스를 보았습니다.
하늘색 꽃잎도 예쁘고 분홍빛도 곱습니다. 물론 하얀색 코스모스도 보기 좋구요.
하늘을 향해 자신을 숨김없이 화알짝 드러낸 모습입니다.
약한 듯 강하고요, 혼자 피었을 때도, 여럿이 함께 모여 바람에 가볍게 흔들리는 모습도 다 좋습니다.
그런 코스모스꽃이 여러분들께 손을 들며 인사하는 것 같습니다.
샬롬~
"늘 평안하십시요" 라고....
첫댓글 함께 하지못해 정말정말 죄송합니다...
네..사실은 그렇습니다. 저희는 주변분들께서 혹시나 그런 마음을 가지실까 봐 조용히 치를려고 했었습니다. 아무 부담갖지 마십시요. 오히려 따뜻한 마음에 제가 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