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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년째 안거[게송 124번 이야기]
-부처님에게 화살을 겨눈 사냥꾼 꾹꾸따밋따의 아내-
라자가하에 어떤 부자의 딸이 살고 있었다. 혼인할 나이가 되자 어머니와 아버지는 그녀를 칠층 꼭대기에 살게 하고, 하녀로 하여금 시중들게 하였다. 어느 날 그녀가 창가에 서서 거리를 내려 보고 있을 때 꾹꾸밋따가 성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꾹꾸따밋따는 사슴을 사냥해서 생계를 꾸려가는 사냥꾼이었다. 그는 오백 개의 덫과 오백 개의 창으로 사슴을 겨냥하여 살코기를 수레에 싣고 시장에 팔기 위해 수레를 몰고 성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부자의 딸이 그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다. 그녀는 하녀에게 선물을 주고 밖으로 내보내며 말했다.
"저기 저 사냥꾼에게 가서 언제 돌아가는 지 알아보고 오너라."
하녀는 사냥꾼에게 가서 선물을 주어 환심을 사고 나서 언제 돌아가는 지 물어보았다.
"오늘 고기를 팔고 내일 아침 일찍 어느 성문을 지나 집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하녀는 사냥꾼의 말을 듣고 돌아와 주인아씨에게 말해주었다.부잣집 딸은 옷과 보석을 죽 늘어놓고 가져갈 만한 것을 챙겼다. 다음날 아침이 밝아오자 그녀는 하녀들이 입는 허름한 옷을 입고 여러 하녀들에 둘러싸여 물동이를 이고 강으로 물 길러 가는 것처럼 위장하고 집을 빠져나갔다. 그녀는 사냥꾼이 말한 성문에 가서 그가 오기를 기다렸다. 아침이 오자 사냥꾼은 수레를 몰고 출발하였다. 부잣집 딸은 사냥꾼이 몰고 가는 수레를 뒤따라가기 시작했다. 사냥꾼은 어여쁜 소녀가 따라오는 것을 보고 말했다.
"뉘 집 딸인지 모르겠지만 나를 따라오지 마시오. 아가씨."
"당신이 나를 불러서 온 것이 아니고 내가 스스로 가는 길이예요, 신경 쓰지 마시고 수레나 모세요."
사냥꾼은 그녀에게 계속 돌아가라고 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마침내 그녀가 말했다.
"행운이 넝쿨째 굴러들어왔을 때 내쫓지 말고 붙잡으세요."
사냥꾼은 그녀가 자기를 따라온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자 그녀를 마차에 태우고 집으로 돌아갔다. 부모는 딸을 찾기 위해 사방으로 수소문해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들은 딸이 죽었다고 단정하고 장례를 치르고 명복을 빌었다. 그녀는 사냥꾼과 함께 살면서 일곱 아들을 낳았다. 그리고 아들들이 성년이 되자 모두 혼인시켰다.
어느 날 새벽 부처님께서 세상을 살피시다가 꾹꾸따밋따와 아들들과 며느리들이 당신의 지혜의 그물에 들어오는 것을 보셨다. 부처님께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예측해보시고 열다섯 명 모두가 까달음을 성취할 인연이 무르익었다는 것을 아셨다. 부처님께서는 가사와 발우를 들고 꾹꾸따밋따가 그물은 쳐놓은 곳으로 가셨다. 그날은 우연히 그물에 짐승이 한 마리도 걸리지 않았다. 부처님께서는 그물에 발자국을 남겨놓고 숲으로 들어가셔서 나무 아래에 앉아계셨다. 이른 아침 꾹꾸따밋따는 활을 들고 그물을 쳐놓은 곳으로 갔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물을 조사해 보았지만 짐승이 한 마리도 걸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부처님의 발자국을 보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고의로 내가 잡은 짐승을 풀어주었구나.'
그는 머리꼭대기까지 솟아오르는 화를 삭이며 발자국을 쫓아갔다. 그는 어느 나무 아래에 부처님이 앉아계시는 것을 보았다.
'이 사람이 내가 잡은 짐승을 풀어준 사람이구나. 그를 죽여 버리겠다.'
그는 활시위를 꺼내어 시위를 메기고 활줄을 당겼다. 부처님께서는 그때까지 내버려두었지만 그가 활을 쏘려고 하자 신통으로 몸을 마비시켜 활을 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래서 사냥꾼은 활을 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팽팽하게 당기고 있는 활에서 손을 뗄 수도 없어 점점 지쳐갔다. 그는 정말 힘들어서 침을 질질 흘리고 갈비뼈가 통째로 뜯겨져 나가는 고통을 겪었다.
아들들이 집에 돌아와 말했다.
"아버지께서 이렇게 오랫동안 돌아오시지 않는 걸 보니 무슨 일이 생간 모양이다."
어머니가 아들들에게 말했다.
"애들아, 숲으로 가서 아버지 좀 찾아보아라."
그들은 활을 메고 찾아 나섰다가 아버지가 활을 쏘고 있는 자세로 서있는 것을 보았다.
'저 사람은 틀림없이 아버지의 원수일 거야.'
일곱 형제들은 즉시 활을 꺼내 들고 시위를 매기고 활줄을 당겼다. 부처님께서는 그들도 신통으로 그 자리에 뿌리박은 것처럼 움직이지 못하게 하였다. 모두가 돌아오지 않자 어머니에게 근심이 어렸다.
"아들들이 왜 이렇게 늦을까?"
그녀는 일곱 명의 며느리들을 데리고 남편과 아들들이 간 곳으로 갔다. 그녀는 남편과 아들들이 활로 누군가를 겨냥하고 서있는 것을 보았다.
"누구를 겨냥하고 있는 거지?"
그녀는 그곳에 부처님이 앉아계신 것을 보았다. 그녀는 양팔을 내뻗어 그들을 가로 막으며 소리를 질렀다.
"아버지를 죽이지 마세요! 아버지를 죽이지 마세요!"
꾹꾸따밋따는 아내가 외치는 소리를 듣고 크게 놀랐다.
'오, 이런 세상에!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가! 내가 장인어른을 죽이려 들다니!'
아들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분이 우리 외할아버지란 말이지. 오, 이런 세상에! 우리가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가?'
꾹꾸따밋따는 이분이 장인이라는 생각에 친밀한 마음이 일어났다. 아들들도 이분은 외할아버지라는 생각에 친밀한 마음이 일어났다. 꾹꾸따밋따의 아내가 외쳤다.
"어서 활을 내려놓고 아버지에게 용서를 빌어요!"
부처님께서는 그들의 마음이 부드러워지는 것을 알고 몸을 풀어주어 활을 내려놓게 하였다. 모두가 활을 내려놓고 부처님 앞에 무릎을 꿇고 절하고 용서를 빌었다.
"부처님이시여, 용서해주십시오."
그들은 그렇게 말하며 한쪽에 공손하게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차제설법을 하셨다. 법문이 끝나자 꾹꾸따밋따와 일곱 아들들과 일곱 며느리들은 수다원과를 성취했다.
부처님께서 탁발하시고 공양을 마친 후에 사원으로 돌아오셨다. 부처님께서 돌아오시자 아난다 장로가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어디를 다녀오셨습니까?"
"아난다여, 꾹꾸따밋따에게 갔다 왔다."
"그들에게 다시는 살생하지 못하게 하셨습니까?"
"그렇다, 아난다여. 꾹꾸따밋따와 일곱 아들들과 일곱 며느리들은 이제 흔들리지 않는 신심을 갖추게 되었고 삼보에 대한 믿음을 굳건히 하고 더 이상 살생하지 않게 되었다."
비구들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의 아내는 왜 포함되지 않습니까?"
"비구들이여, 그녀는 혼인하기 전 부모와 함께 살 때 이미 수다원과를 성취했었다."
비구들이 이 문제를 가지고 토론하기 시작했다.
"꾹꾸따밋따의 아내는 처녀 적에 이미 수다원과를 성취했었습니다. 그녀는 사냥꾼과 혼인해서 일곱 아들을 낳았습니다. 게다가 그녀는 남편이 사냥을 나가면서
'활과 화살을 가져오시오. 사냥칼을 가져오시오. 그물을 가져오시오.'라고 말할 때마다 그녀는 남편에게 복종하여 요구하는 것을 모두 가져다주었습니다. 남편은 그녀가 준비해 준 살생도구를 들고 나가 살생을 했습니다. 수다원과를 성취한 성인이 살생을 도우는 것이 도대체 가능한 일입니까?"
이때 부처님이 들어오셨다.
"비구들이여, 여기 앉아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비구들이 대답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물론 수다원과를 성취한 사람은 살생하지 않는다. 수다원과를 성취한 사람은 결코 오계를 범하지 않는다. 꾹꾸따밋따의 아내는 남편의 명령에 복종하려고 그렇게 행동했을 뿐이다. 그녀는 남편이 자기가 준비해 준 도구로 사냥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마치 손에 상처가 없다면 독약를 만져도 해가 없듯이. 삿된 견해를 가지지 않고 악행을 하지 않는 사람은 활이나 다른 사냥도구를 가져와서 다른 사람에게 준다 해도 악업이 되지 않는다." 부처님께서는 이 말씀에 이어서 게송을 읊으셨다.
상처 없는 손으로
독약을 만지더라도
독이 스며들 지 않듯이
악행을 하려는 의도가 없다면
악업이 되지 않는다. (124)
다음 날 비구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꾹꾸따밋따와 아들들과 며느리드은 무슨 인연을 지었기에 수다원를 얻었습니까?
그는 왜 사냥꾼으로 태어났습니까?"
그 순간 부처님께서 들어오셔서 물으셨다.
"비구들이여, 여기 앉아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가?"
비구들이 대답하자 부처님께서 이야기를 해 주셨다.
-꾹꾸따밋따와 아내와 아들들과 며느리들의 과거생 이야기-
먼 옛날 깟사빠 부처님께서 빠리닙바나에 드시자 사람들은 부처님의 유체를 화장하고 사리를 봉안할 사리탑을 어떻게 세울 것인 지 토론하고 있었다.
"노란 웅항(광물)과 붉은 비소를 가루 내어 거기에 참기름을 섞어 반죽해야 해."
사람들은 사리탑을 설계하고 설계에 따라 견적을 내고 있었다. 노란 웅황과 붉은 비소 가루를 섞고 참기름을 넣어 반죽한 다음 벽돌을 만들 계획을 세웠다. 이 웅황벽돌과 황금벽돌을 사리탑 내부에 교대로 쌓고 외부에는 금판을 붙이도록 설계하였다. 설계대로 총 공사비를 계산해보니 황금 십억 냥의 견적이 나왔다. 사람ㅁ들은 누구를 대시주大施主로 내세울 것인지 논의했다.
"사리탑을 세우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다. 누구를 대시주로 할 것인가?"
마을 부자가 말했다.
"내가 대시주가 되겠소."
그는 사리탑을 세우는 데 황금 천만 냥을 시주했다. 시민들이 그가 천 만냥을 내는 것으 보고 말했다.
"도시 부자는 돈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있다. 그는 사리탑을 세우는 데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시주가 되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천만 냥을 시주한 마을 부자가 대시주가 될 것이다."
도시 부자가 이 말을 듣고 말했다.
"내가 이천만 냥을 내고 대시주가 되겠다."
도시 부자가 이천만 냥을 시주하자 마을 부자가 말했다.
"내가 대시주가 되겠다."
마을 부자가 삼천만 냥을 시주하자 둘은 서로 경쟁하여 결국 도시 부자가 팔천만 냥을 시주하기에 이르렀다.
마을 부자는 총 재산이 구천만 냥이었고, 도시 부자는 사억 냥이었다.
그래서 마을 부자는 생각에 잠겼다.
'내가 구천만 냥을 시주하면 도시 부자는 일억 냥을 시주하겠다고 나설 것이고, 나는 대시주도 되지 못하고 거지가 될 것이다.'
그래서 마을 부자가 말했다.
"나는 내 재산을 전부 시주하고 나의 아내와 아들까지 모두 이 탑의 종이 되겠다."
그는 일곱 아들과 일곱 며느리와 아내와 함께 모든 재산을 사리탑에 바쳤다.
사람들은 이 문제를 가지고 토론했다.
"돈은 얼마든지 시주할 수 있지만 아들과 아내와 자신의 삶을 바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를 대시주로 합시다.
그는 결국 대시주가 되었다.
이렇게 해서 이들 열여섯 명은 탑의 종이 되었다. 그러나 도시 주민들은 그들을 자유인으로 풀어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탑을 돌보고 살았고, 오직 탑만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들이 정해진 수명이 끝나자 죽어 천상에 태어났다. 그들은 두 부처님이 지나갈 때까지 천상에서 복락을 누렸다. 현재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시자 아내는 라자가하의 부잣집 딸로 태어나 시집가기 전 처녀였을 때 수다원과를 성취했다. 그러나 깨달음을 얻지 못한 사람에게 윤회가 괴로움이 듯 그녀의 남편이 그랬다. 그는 천상에서 죽어 사냥꾼으로 태어난 것이다. 그래서 부잣집 딸이 전 남편을 보자마자 예전의 애정이 되살아난 것이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다.
과거 생에 인연이든 금생의 매혹에 이끌린 것이든 사랑은 물 속의 수련처럼 솟아오른다.
부잣집 딸이 사냥꾼하고 혼인한 것은 순전히 과거생의 사랑 때문이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아들들도 천상에서 죽어 한 번 더 그녀의 아들로 태어났고, 며느리들도 다른 가정에 태어나 혼인할 나이가 되자 서로 전 남편들과 혼인했다. 이들이 모두 과거 생에 사리탑을 돌보았고, 그 공덕의 힘으로 수다원과를 성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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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두 사두 사두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