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과' 3회분을 쓰려고 하던 중이었는데 지친 나머지 잠시 웹 서핑을 하다가 김조광수 감독이 인기 검색어에 떠서 조금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이 영화를 알게 되었는데 사실은 한 번 보려고 벼루고 있던 영화였는데 못 본 영화여서 이번 기회에 보려고 후딱 토렌트를 써서 다운받고 보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우리나라 공인으로써 당당하게 남성과의 결혼식을 한 감독님이 계신데 누군지 대부분 아실 겁니다. 바로 김조광수 감독인데요. 동성애(특히 게이 부분에 있어서)의 자유화 운동에 활발하면서 거기다가 성차별 반대 운동도 열심히 하시는 분입니다. 저도 운동을 하다보면 자주 뵙는 분이라서 영화를 보면서 느낌이 남달랐습니다. 그 분이 연출과 각색을 맡은 영화로 배우들도 나름 인지도가 있는 배우들을 사용해서 개봉 당시에도 이야기가 많았던 영화로 기억합니다.
내용은 매우 상업적인 냄새가 납니다.(물론 좋은 향기입니다.) 병원 입사 동기인 두 남녀는 동성애자입니다. 즉, 게이와 레즈비언입니다. 남자는 부모님이 결혼해라 하는 이야기가 듣기 싫어서 외국에 나가고 싶어 하고 여자는 아이를 당당하게 법적으로 입양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둘은 1년간만 결혼하고 헤어진뒤 여자는 당당히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아이를 키우려고 하고, 남자는 사랑이 자유로운 예술의 나라 프랑스에 가서 조용히 사랑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영화인데 글을 쓰고 있는 지금마저도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오늘 하루동안 3편의 영화를 봤습니다. '스페이스 오디세이', '스타 트렉 : 더 비기닝(11번째 시리즈)', 그리고 '두.결.한.장' 인데 저는 왠지 관심분야다보니 이 영화가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주인공 남자는 전형적인 수비적인 '퀴어'입니다. 사랑을 자유롭게 하고 싶어하지만 세간의 눈을 매우 의식해서 둘 다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영화 마지막에 커밍 아웃을 하고 남자와 결혼하며 행복해집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원래 결혼했던 레즈비언인 여자와 함께 '또 하나의 지구' 라는 동성애자 의사만 있는 병원을 짓습니다. 저는 왠지 여기가 '유토피아'라는 느낌이 듭니다.
자유로움이 보장되는 곳. 물론 유토피아는 좀 더 현실적인 면이 반영되어서 행복한 곳이지만 조금은 공상스러운 곳이지만 저는 이곳이 유토피아처럼 느껴집니다. 당연히 사랑하고 당연히 살아갈 수 있는 곳.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하지만 실상 많은 성소수자들은 그렇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성 자유화 운동에 2년 정도 몸을 담고 있습니다. 말이 거창한 성 자유화 운동이지, 저는 사실 동성애자 부문에 좀 더 치우쳐져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많이 만납니다. 저의 특기를 살려서 어린 성소수자 아이들의 상담도 합니다. 하다보면 무슨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이 마구 튀어나옵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요? 마치 백인의 흑인 박해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물론 이건 매스컴의 영향력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게이, 레즈비언과 트랜스젠더를 구분하지 못하고, 에이즈가 동성 간 성행위로 퍼지는 줄로만 압니다. 퀴어영화의 영화평란을 봐보면 정말로 가관이 따로 없습니다.
저는 이 운동을 해온 사람이니까 이야기합니다. 이성애자는 더이상 벼슬이 아닙니다. 과거에도 동성애자는 있었습니다. 이건 선천적으로 눈을 뜨게 된다는 주장으로도 직결되는 문제인데 어찌됬든 과거 문헌을 보면 많은 동성애자들이 멸시당하고 박해당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의 수 많은 동물들, 곤충들이 동성 간에 사랑을 나눕니다. 아주 당연하게. 거기에는 번식의 의의가 있을수도 있겠지만 없는 경우 역시 있습니다. 거기다가 우린 인간입니다. 물론 중요하지만 우린 더이상 번식을 주로 하지 않습니다. 문화적으로도 애기 안 낳고 부인이랑 함께 같이 살자고 하는 'Double Income No Kids' 같은 현상도 있는데 왜 성소수자들을 그리 무시하는 걸까요?
이젠 다원화 시대입니다. 생각은 다양해지고 가면 갈수록 더욱 늘어날 겁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판도에 못 타는 게 사실입니다. 그것마저도 당연한 것입니다. 이런 빠른 판도에 올라탄다는 것 자체가 범인에겐 어려운 일일 겁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돌아볼 때입니다. 이미 많은 성소수자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지만 시선은 여전합니다. 공중파 TV에서도 소재로 떠오르고 생매장당한 홍석천 씨가 열심히 나와도 시선은 역시 여전합니다.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더라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들을 경멸하고 저주합니다. 이젠 그만 해줬으면 합니다. 그래서 전 이 영화의 메시지와 그 즐거운 가벼움에 박수를 보냅니다.
'두.결.한.장' 정말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한국 퀴어 영화 최다 관객 달성이라는 칭호도 있지만 그걸 떠나서 정말로 괜찮게 잘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여러분에게도 꼭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미리 말해두지만 15세라도 동성간 키스 정도 나옵니다. 그렇게 싫으시면 그냥 뛰어넘기 하시면 됩니다. 뭐, 말리지 않습니다. 중요한건 우리가 그들의 사랑행위를 보고 참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바꾸는 것입니다. 우리가 좀 더 성소수자들을,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사실은 그들마저도 '우리'라는 것을 깨닫는 날이 올 때까지 여러분도, 저도 열심히 일해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여러분께 성소수자의 개념을 알려드릴까 합니다. 저도 공부하면서 안 것이지만 성소수자들은 생각보다 매우 다양합니다.
- 동성애자: 같은 성(性)의 사람에게 연애감정, 성욕, 사랑을 느끼는 사람. '같은'이라는 뜻의 접두어 'homo-'에서 나온 말. 보다 일상적인 용어로는 gay라고 한다. 영어에서 gay는 남성과 여성 동성애자를 모두 지칭하는 단어이지만, 실제로 쓸 때는 남성 동성애자만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남성 동성애자를 gay man 이라고 쓰기도한다. 여성 동성애자는 lesbian으로 따로 지칭하는 것이 일반적.
- 양성애자: 동성과 이성 모두에게 연애감정, 성욕, 사랑을 느끼는 사람. '함께'라는 뜻의 접두어 'bi-'에서 나온 말. 물론 한꺼번에 두 사람에게 사랑을 느껴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그냥 어떨 때는 남자도 좋아하고 어떨 때는 여자도 좋아하고 그런다는 의미다.
- 무성애자: 동성과 이성 모두에게 성 욕구를 느끼지 않는 사람. 부정을 나타내는 접두어 'a-'에서 온 말. 다만 반드시 사랑이나 연애감정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어서, 아예 호감 이외에 사랑이나 연애감정부터 느끼지 않는 사람부터 사랑과 연애감정은 느끼지만 성욕이 생기지 않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 범성애자: 상대의 성적 정체성이나 지향성에 구애받지 않는 사람. 양성애자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엄밀히 구분하자면 양성애자는 상대를 남성이나 여성으로서 좋아하는 반면, 범성애자는 상대의 성에 대한 큰 의식이 없는 편이다.
- 트랜스젠더: 정신적 성과 육체적 성이 일치하지 않는 자를 이르는 말. 반드시 생물학적인 성전환을 동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 성전환자: 생물학적인 방법으로 성을 전환한 사람.
- 인터섹슈얼: 남성과 여성기를 모두 (혹은 그들의 일부를) 가지고 있는 사람. '사이'를 나타내는 접두어 'inter-'에서 온 말.
첫댓글 잘 보았고 스페이스 오디세이 감상문도 올려주길 바래
허리와 목이 짝을지어 거의 죽음처럼 아파서 병원치료(시술)를 받고있지. 아픔과 슬픔과 절망감 나아가 거의 공동화현상에 휩싸여 있었지.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하질 못햇지. 오랜 만에 카페를 열어보았더니 선재의 글이 눈에 띠었지. 읽어보았지. 아픈 허리와 목을 살살 꾹꾹 문지르고 누르며 이 글을 쓰고있지. 본문이랄 수 있는 글은 Re...로. 그럼...
저는 박희정님의 웹툰으로 보았죠..영화는 아직이요.. 웹툰이 가지는 상상력의 맛을 간직하고 싶달까.. 민수 였나? 암튼 남주를 짝사랑하던 친구가 사고로 죽는 부분이 너무 가슴 아팠던 기억이 나네요.. 전 개인적으로 마담이 넘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