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스페셜 “목숨 걸고 편식하다”편
황성수 박사의 현미밥 채식법
현미는 벼와 마찬가지로 살아 있는 씨앗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현미와 백미는 같은 쌀이지만 담고 있는 영양소의 내용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단백질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성분으로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문제가 발생하는데, 현미의 단백질 함유랑이 백미의 함유량 보다 약 11% 정도 더 많다. 위험하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동물성 식품을 애써 먹는 이유는 단백질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섭취하기 위함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현미를 먹는다면 굳이 동물성 식품으로 단백질을 보충할 필요가 없어질 수 있다.
지방은 백미에 비해 현미에 6배 이상 많이 포함되어 있다. 지방이 많이 들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며 몸에 해를 끼치는 포화지방산은 적을수록 좋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불포화지방산은 많은 것이 좋은데, 쌀에 포함되어 있는 지방은 60% 가량이 불포화지방이다.
현미에 들어 있는 불포화지방산은 뇌세포를 이루는 중요한 성분으로 뇌 발달 및 뇌기능을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을 물론, 혈액의 응고를 줄여줌으로써 혈관에 혈전이 쌓이는 것을 막아 뇌 경색, 심근경색 등의 질병을 억제하는데 도움을 준다. 뿐만 아니라 불포화지방산은 염증 반응을 억제하여 류마티스 관절염, 기타 알러지 질환의 완화를 돕는다.
섬유질 현미와 백미의 섬유질 함량 차이는 3배 이상으로 현미에 섬유질이 더 많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섬유질은 변을 무르게 하여 변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으며, 적게 먹어도 배가 부르고 쉽게 공복감을 느끼지 않게 해줘 비만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고혈압 예방에도 좋다.
미네랄 무기질 혹은 광물질이라고도 부르는 미네랄에는 여러 가지 성분들이 포함 되는데, 그 중에서도 근래에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칼슘과 철이 대표적이다. 칼슘은 뼈의 주요 성분으로, 부족하면 골다공증이 생긴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나이가 들수록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가게 되므로 더욱 많은 칼슘을 필요로 하게 된다. 현미의 칼슘 함유량은 백미에 비해 약 70% 가량이 더 많아 상대적으로 효과적이다. 철은 혈액(헤모글로빈)을 만드는 중요한 성분으로 부족하면 철결핍성 빈혈을 일으킨다. 함유량을 비교해 보면 백미에 비해 5배 가까운 차이를 보인다. 현미밥을 꾸준히 먹는다면 별도의 철분제는 필요가 없으리라.
피틴산 의 함유량은 현미가 백미에 비해 무려 60배나 많다. 미네랄의 흡수와 관련한 역할 및 항산화 작용을 하고, 식품 저장에 필요한 성분이라는 연구 결과들이 밝혀지고 있다.
탄수화물은 혈당, 즉 포도당을 만들어 내는 원료가 되는 성분이다.
예로부터 무수한 비만 치료법들이 나오고 있지만, 비만치료의 성공률은 5% 미만에 머물 만큼 실망스러운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식습관을 바꿔 현미밥 채식만 꾸준히 한다면 살 빼기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섬유질이 많이 든 식품은 적게 먹어도 배가 부르고 소화가 천천히 되기 때문에 배고픔을 억지로 참아야 하는 다른 다이어트에 비해 고통은 덜하고 다이어트 효과는 좋다.
혈액 중의 콜레스테롤을 줄이기 위해서는 섬유질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현미 100그램에는 1.3그램의 섬유질이 들어 있어 하루 세끼 현미밥과 채소반찬, 과일을 섭취한다고 가정하면 18.6그램의 섬유질을 섭취할 수 있는데, 이 정도 양이면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또한 현미밥을 배불리 먹으면 동물성 식품을 비롯한 다른 음식을 더 먹고 싶다는 생각이 줄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콜레스테롤을 낮출 수 있게 된다.
당뇨병은 혈당이 높은 상태를 말한다. 현미에 다량 포함되어 있는 섬유질은 탄수화물(녹말)을 서서히 소화시켜 혈당이 갑자기 상승하는 것을 억제해 줌으로써 혈당 조절을 용이하게 해준다. 또한 현미에는 동맥경화증을 일으키는 성분인 콜레스테롤이 전혀 없다.
대장암 발생을 촉진하는 주요 원인으로 섬유질을 부족하게 섭취하고 동물성 지방을 과다하게 섭취하는 식생활을 들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섬유질을 많이 섭취하고 동물성 지방을 적게 먹으면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섬유질의 섭취량은 늘리되 동물성 지방의 섭취를 낮추는 방법으로 현미식을 들 수 있다. 현미에 들어있는 섬유질은 수분을 흡수시켜 발암 성분을 희석시켜 주고 변을 무르게 하여 몸 밖으로 쉽게 배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뿐만 아니라 배변의 부피를 키워 배설 반사를 유발함으로써 변이 대장에 오래 머물지 않게 해 준다. 변이 대장에 오래 머물지 않으니 유해한 성분이 대장에 작용할 시간도 줄게 된다. 이 같은 작용을 통해 현미가 대장암 발생을 억제해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미밥을 알갱이 상태로 먹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이가 없거나, 씹는 힘이 약하거나, 소화 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껍질에 싸인 현미밥을 먹기 힘든 노인이나 환잔, 어린이의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백미 밥은 알갱이가 딱딱하지 않아 조금만 씹고 삼켜도 별 문제없이 소화가 가능하지만, 이에 비해 딱딱한 현미밥은 그러기가 어렵다.
이때는 현미를 적당하게 분쇄하여 죽을 끓이거나 가루를 만들어 미음을 끓여 먹는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다. 섬유질에 손상이 오기 때문에 밥으로 먹는 것에 비해 손해인 것은 사실이지만, 포기하고 대체 음식을 찾는 것보다는 이득이다.
현미를 분쇄하거나 가루로 만들어버리면 껍질이 허물어지고 공기 접촉면이 커져 일갱이로 보관할 때보다 빨리 상하게 된다. 분쇄한 알갱이나 가루는 실온에 두기보다 냉동 보관하는 것이 좋고, 냉동실에 보관한다 하더라도 너무 오래 두지 않는 것이 좋다.
현미밥 채식은 고혈압, 심-뇌혈관질환, 당뇨, 대장암, 비만, 변비와 같은 여러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찮아 보일 수도 있고, 귀찮게 여길 수도 있지만 현미밥채식은 때때로 기적 같은 일을 해낸다는 점을 명심하고 식습관에 변화를 추구해 보자.
<삼성화재 웹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