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끝날 때쯤이면 각종 매체들은 예년에 그랬던 것처럼 업계의 몇몇 사람을 통해 올해의 Best와 Worst 음반을 뽑을 것이다. 그리고 MC 스나이퍼의 데뷔앨범 [So Sniper…]는 분명 Best에 당당히 낄 것이다. 이것은 결코 필요이상의 상찬이 아니라 그의 음악적 성취에 대한 정당한 평가이다. 2002년의 절반 이상이 지난 이 시점까지 그의 음반과 어깨를 겨룰 만한 음반은 거의 없다. 힙합이 생겨날 때의 저항 정신은 거의 잃은 채, 그저 섹슈얼 판타지와 농담 따먹기, 자화자찬, 현란한 기교에만 매몰하고 있는 2002년 MC 스나이퍼의 등장은 한국의 힙합이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할 지에 대해 보여준다. 이것은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솟아오른 혁명에 다름아니다. 그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미국 흑인들의 그것과 비슷하게 보일 수 있는지에 관해서만 고민하던 한국 힙합계에 그가 던진 파장은 아주 크고, 아주 깊게, 그리고 아주 멀리 갈 것이다.
'언어의 검객' MC 스나이퍼는 가부장제하에서 공공연히 자행되는 남성의 폭력과 원조교제, 천박한 자본주의에 대해 진지하고 정당한 비판의 칼을 날린다. 심지어 동료 힙합 뮤지션들의 의식없는 짓거리에 관해서도 그의 칼은 날카롭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자신이 경험했던 세상의 모든 부조리와 모순과 폭력에 관해서 그는 자비를 베풀려 하지 않는다. 이 청년의 정체가 궁금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굳이 이런 '장사 안 되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지, 어떤 환경에서 성장했기에 요즘의 청년들이 하지 않는 이런 '골치 아픈' 주제를 물고늘어지는지 궁금했다.
월드컵의 열기가 아직 채 피지 않은 지난 6월 2일, MC 스나이퍼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던 신촌의 힙합 하우스 [정글] 앞에서 그를 만났다. 약속보다 20분 정도 늦은 6시 20분쯤 숨을 몰아쉬며 우리 앞에 선 스나이퍼는 머리 윗부분의 덮개가 없는 챙모자를 쓰고, 힙합 바지를 입고, 커다란 가방을 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우리는 약간쯤 실망을 했다. 그냥 그 동네에서 너무나도 흔하게 마주치는 청년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우리는 그를 만나기 전 그의 음악으로 미루어 보통의 힙합 청년과는 다른 무언가를 그에게 기대했었던 것 같다.
근처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인터뷰에 들어갔다. 인터뷰는 별로 해 본 적이 없어서 긴장된다던 그는 막상 이야기가 진행되자 자신의 생각을 조금의 막힘 없이 당당하고 논리적으로 풀어놓았고, 그 모습은 분명 평범한 또래들과는 달랐다.
Hottracks: MC 스나이퍼는 어떤 사람인가?
SNIPER'Z: 본명은 김정유고, 79년생이니까 우리 나이로 스물 네 살이다. 정유가 법명이냐고? 아니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나의 부모님들이 불신자셨고, 나도 불신자지만 이름은 그냥 이름이다. 제천에서 태어났고, 20살에 서울로 올라올 때까지 거기에서 자랐다. 현재 인덕전문대 산업디자인과 휴학중이다.
Hottracks: MC 스나이퍼(sniper)에서 MC와 스나이퍼에 대해 각각 설명해달라.
SNIPER'Z: MC는 Mike Check의 줄임말이고, 애초에는 대중을 감동시키는 사람을 뜻했다고 하는데, 요즘은 랩퍼를 일컫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스나이퍼는 말 그대로 당신의 심장을 '저격'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이름이다. 98년에 [소울 트레인] 무대에 서면서 나와 뜻을 같이하는 음악 친구들이 모여 '스나이퍼 군단'을 만들었었다. 지금은 해체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그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Hottracks: 성장하면서 남다른 점이 있었는가?
SNIPER'Z: 그다지 특별한 건 없었다. 다만 고등학교 때 학생회장을 했었다. 학내분규가 있었는데, 난 그 때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했었다. 그리고 리더쉽이 강했다고 생각한다.
Hottracks: 연꽃 문양을 심볼처럼 사용하고 있다. 연꽃 문양은 불교를 상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육도윤회'에서는 불교의 종교적 색채를 강하게 느낄 수 있다. 불신자라고 했는데, 불교의 어떤 점이 좋은가? 그리고 스나이퍼에게 있어서 그 연꽃은 무엇을 상징하는가?
SNIPER'Z: 일단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다른 종교들과는 달리 아무 것도 내게 강요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교에는 화두가 있다. 이 화두는 내게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끔 만든다. 그렇게 해서 생겨난 나의 생각들과 신념들을 힙합으로 풀어낸다. 연꽃은 알다시피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꽃이다. 가장 더러운 곳에서 세상 가장 깨끗한 꽃을 피운다. 나는 내 꽃을 피울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나를 찾아가려는 의지다. 세상의 많은 음악들 중에서 내 음악을 찾아가는 의지다.
Hottracks: 언제부터 힙합을 좋아했는가?
SNIPER'Z:알겠지만 제천이라는 도시는 음악적 환경이 상당히 열악하다. 별달리 힙합을 들을 기회가 없었는데, 고등학교 때 재일교포 친구를 알게 되었다. 그 친구를 통해 일본의 언더그라운드 힙합 그룹인 [Budda Band]의 음악을 듣게 되었다. 지금이야 여러 선배들 덕분에 많이 좋아졌지만 당시만해도 우리 힙합이 일본보다 10년 이상 뒤 처져 있었다. 전혀 새로웠고, 그 때부터 좋아하게 된 것 같다.
Hottracks: 스나이퍼가 생각하는 힙합이란 어떤 음악인가?
SNIPER'Z: 힙합에서 중요한 건 얼마나 나를 표현하느냐인 것 같다. 이를테면 공식이 부서지는 장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나를 표현하는 것, 즉 내가 생각하는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 그것이 힙합이다.
Hottracks: 그렇다면 현재의 한국 힙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SNIPER'Z: 한국 힙합이 지금 어떻다기보다는 내가 생각했을 때 확실한 건 미국 따라 하다가는 망한다. 나는 지금 잘 나가는 힙합 뮤지션들처럼 미국 교포도 아니고, 외국에 나갔다 온 경험도 없다. 거기다가 제천이라는 시골 출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들과 다를 수 있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타일만이 존재하는 게 힙합이다. 그리고 그 자신만의 스타일은 그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를 뜻한다. 결코 창법이 아니다. 메시지다. 따라서 듣는 사람들도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
Hottracks: 앨범에는 새, 날개 등 상징적인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우리나라 힙합 뮤지션들 중에 이 정도로 언어구사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스나이퍼밖에 없을 것 같다. 주로 어떤 종류의 책을 즐겨보는가?
SNIPER'Z: 말씀하신 것처럼 나는 단어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문장 전체가 아니라 하나의 단어가 내재하고 있는 여러가지 이미지들, 그런 것들을 가지고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시집을 좋아하는 것 같다. 천상병 시인의 시를 가장 좋아한다. 날개와 새는 짐작했겠지만 희망을 상징한다.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철새는 가둬놓더라도 봄이 오면 가야 할 곳을 바라본다."
Hottracks: 앨범의 거의 모든 곡이 방송금지 판정을 받았다. 기분 좋지는 않을텐데.
SNIPER'Z: 얼마만큼은 예상했었다. 솔직히 난 그 사람들에게 관심 없다. 방송에 나오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앨범은 시간이 지나도 남아있다는 점이다. 난 10년이 지난 후에도 대중들이 찾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
Hottracks: 방송에 나오지 않는다면 그 대중들이 스나이퍼의 음악을 알 수가 없지 않는가?
SNIPER'Z: 인연이 없는 건 어쩔 수 없다. 방송에 못 나온다면 그만큼 라이브 공연장에서 열심히 하면 된다.
Hottracks: 스스로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이라고 생각한다는 뜻인가?
SNIPER'Z: 언더가 되고 싶어하는 뮤지션이다. 결코 연예인은 되고 싶지 않다. 언더와 오버는 마인드의 차이다. 사실 힙합 하우스가 거의 없는 우리나라 현실상 언더는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다. 다만 얼마나 의식을 잃지 않고,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음악을 하려고 하는 마인드가 중요하다. 대중들이 알고 있는 언더 뮤지션이라는 놈들 중에는 의식없는 놈들, 돈만 밝히는 놈들 엄청 많다. 걔네들은 단지 오버로 올라가지 못 한 것 뿐이다.
Hottracks: 앨범을 들어보면 스나이퍼는 스스로 한국인임을 무척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 같다. 민족주의자라고 생각하는가?
SNIPER'Z: 나도 한국이 싫을 때가 더 많다. 하지만 한국에서 태어났고, 앞으로도 이 곳에서 살아가야 한다. 애정을 갖고 바라보려고 한다. 자랑스런 한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고 당당하게 살아가려고 할 뿐이다. 내가 민족주의자라고 스스로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단지 내가 생각하는 진실을 이야기할 뿐이다.
Hottracks:현재 소속은 어쨌든 포니캐년코리아로 되어있다. 일본 직배사인데, 거부감은 없었나?
SNIPER'Z: 대부분의 언더 뮤지션들이 그러는 것처럼 데모를 만들어서 많이 돌렸다. 다 퇴짜를 맞았는데, 포니캐년만 좋다고 하더라.(웃음) 선택의 여지가 없기도 했지만, 그들이 일본계 회사라해서 내 음악 활동에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 일본인들이 지난 세기에 우리 민족에게 저지른 정말 끔찍한 만행들에 관하여 노래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판단하지는 않는다. 판단은 일본인, 한국인의 몫이다. 난 단지 듣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노래를 만들 뿐이다.
Hottracks: 음악에서도 충분히 느꼈던 것이지만, 실제로 만나보니 스나이퍼는 자신감이 강하다. 스스로에게 얼마나 떳떳한가?
SNIPER'Z: 힙합 뮤지션 스나이퍼는 의식이 있고 진실한 음악을 사람이라고 자신한다. 하지만 자연인 김정유는 그저 이기적인 한 인간일 뿐이다.
Hottracks: 진보운동에 관심이 있는가?
SNIPER'Z: 그 어떤 것에도 속박당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고민할 뿐이다. 난 음악인이다. 단지 음악으로 이야기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목소리를 지키지 못 한다. 난 지킬 것이다. 음악과 현실 참여라는 측면에서 난 밥 말리(Bob Marley)를 꿈꾼다.
Hottracks:음악이 전체적으로 요즘 힙합들에 비해 그루브가 좀 약하다는 느낌이 든다.
SNIPER'Z: 메시지를 살리기 위해 의도적인 라임(각운) 사용은 많이 자제했다. 내 음악에서 중요한 것은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솔직히 내가 솔로이기 때문에 흥이라던가 하는 부분에서는 한계가 있다.
Hottracks: 많은 곡이 화제가 될 만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가 주는 충격은 지금까지 한국 힙합이 주었던 모든 충격을 합한 것보다도 강한 것이었다. 왜 이 곡을 만들 생각을 했고, 샘플링은 어떻게 허락받았나?
SNIPER'Z: 내 또래들을 포함해 힙합을 듣는 아이들은 우리 아버지 세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른다. 7~80년대를 어땠는지 알 수가 없다. 그 고통스러웠던 시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시대를 통해 현재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정도는 약할지 모르지만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여전히 넘칠 만큼 많다. 샘플링은 데모를 들고 직접 안치환씨를 찾아가서 허락을 받았다. 처음에는 걱정도 많이 했는데, 뜻밖에도 곡이 아주 마음에 든다며 선선히 허락하시더라. 그리고 당신의 콘서트 무대에 게스트로도 불러주셨다. 굉장히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Hottracks: `so Sniper…`는 가사 내용이 너무 끔찍하다.
SNIPER'Z:부산에 사는 여고생의 실화다. 그 여고생과 같은 동네에 사는 슈퍼마켓 주인이 한 번에 5만원씩 주고 그 아이를 유린했다. 가사에서처럼 등교길에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았고, 책가방에 아이를 담아서 학교에 갔다. 결국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고, 세상은 그 빌어먹을 슈퍼 주인을 처벌하는 대신 여학생을 퇴학시키는 걸로 마무리하려 했다. 그 여학생은 자살했다. 무슨 세상이 이 따윈가. 난 너무 원통했다. `so Sniper…`는 여학생이 느꼈을 원통함을 내 시각으로 표현한 것이다. 잔잔한 후주(가사가 끝난 뒤 흐르는 반주)는 그 여학생에 대한 나의 애도다.
Hottracks: `기생일기`에는 `이 땅에 신이 있다면 날 절대 외면마라`는 가사가 나온다. 개선되기엔 인간의 의지가 너무 약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무엇을 이야기하려 했는가?
SNIPER'Z: 뒤로는 온갖 짓을 다하면서 자신의 여자에겐 순결을 강요하는 가부장제 사회에 대한 비판으로 받아들여달라. 알다시피 내 음악 중에는 강간의 이미지가 많이 등장한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택시를 타고 가는데 명동 쯤에서 여자분 한 명이 합승을 했다. 날 보더니 힙합 좋아하느냐고 묻더라. 내가 좋아한다고 대답하니까 그 여자분이 우리나라 힙합에 대해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했다. 장난끼라고 해야 될 것 같은데, 난 시치미를 떼고 스나이퍼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았다. 딱 잘라서 싫다고 하더라. 왜 싫으냐 물었더니 여자를 전부 창녀로 묘사해서 그렇단다.(웃음) 순간 참 많이 놀랐다. 내 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언뜻 들으면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 때 가방 안에 내 CD가 몇 장 있었는데, 한 장 꺼내서 사인을 하고 드렸다. 웃으면서 '제가 스나이퍼입니다.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한 번 잘 들어주세요.' 했다. 얼굴이 빨개지더니 미안하다고 하더라.
Hottracks: `육도윤회`는 불가의 윤회사상을 담은 곡인 듯 한데, 일부에서는 자살을 찬미한다며 공격한다. 그들에게 따로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은데.
SNIPER'Z:모든 음악은 듣는 방법이 따로 없다. 그냥 들리는 대로 듣게 내버려 둘 것이다. 진실은 들으려고 하는 자에게만 들린다.
Hottracks:앨범 나오니까 어떤 점이 달라지던가?
SNIPER'Z:작년 3월부터 준비했으니까 1년이 넘게 걸렸다. 무엇이 달라질 거라고 기대했던 것도 같은데, 어쨌든 현재로서는 전혀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난 전철과 버스를 타고 다니고 있고 그게 편하다. 라이브 클럽에서도 여전히 열심히 공연하고 그런다.
Hottracks:
앨범 나오기 전에도 '무관의 제왕'이라고 불릴 만큼 팬들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 다음카페에 회원수도 4,000명(6월 2일 당시, 7월 29일 현재 8,200명)이 넘던데 언더 뮤지션치고는 굉장히 많다.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가?
SNIPER'Z:노래하는 것처럼 내 생각을 남긴다. 그리고 나에 대한 오해와 진실들에 관한 글을 적고,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내게 어떤 이야기들을 털어놓으면 나는 내가 생각하는 답변을 한다. 항상 의식이 있는 글을 쓰고자 노력한다.
Hottracks:MP3에 대한 견해를 밝혀달라.
SNIPER'Z:카페에도 여기에 관해서 글을 남긴 적이 있는데, CD를 사는 사람들을 바보라 할 것인가. 돈이 없어 신촌에서 제기동 집까지 걸어간 적도 있지만 난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Hottracks:혹시 가슴 속에 담아두고 있는 좌우명이 있는가?
SNIPER'Z:
고호가 한 말이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사자는 원숭이짓을 하지 않는다.'이다.
Hottracks:긴 시간 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앞으로도 좋은 음악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길 바란다.
SNIPER'Z:감사한다. 나도 앞으로 핫트랙스를 자주 들러보도록 하겠다.
Hottracks:스나이퍼가 자신의 의식과 그것을 풀어내는 논리는 80년대 지식인들의 독서와 토론으로 단련된 그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그는 생각이 많은, 생각을 많이 하는 흔치 않은, 사려 깊은 청년이었다. 2시간여의 긴 인터뷰를 끝낸 스나이퍼는 10시부터 공연이 있다며 곧 인파 속에 묻혀 [정글]쪽으로 발길을 향했다. 어느새 그는 방금 전까지 내가 보았던 큰 뮤지션의 것이라기보다는 처음 그를 보았을 때처럼 근처를 지나는 대학생으로 돌아가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자연인 김정유는 평범한 청년이지만, 뮤지션 스나이퍼가 무대에서 보여줄, 앨범으로 들려줄 음악이 얼마나 크고 위대한 것인가를. 그리고 그가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고집을 꺾지 않고, 그에게 약간의 운만 따라준다면 스나이퍼는 그의 바람처럼 10년 후에도 여전히 진정한 뮤지션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고, 우리는 그가 그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