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비토도, 별학도, 월등도를 가다
토끼와 거북의 전설이 서려있는 아름다운 섬
남해 앞바다의 무인도인 세존도와 갈도 가는 길에 사천 비토도, 별학도, 월등도 등을 다녀왔다. 또, 인근 선진리성 및 조명군총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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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리성은 경남 사천시 용현면 선진리에 있는 유적으로, 임진왜란 때 왜군이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쌓은 일본식 성곽이다. 사천읍에서 남쪽으로 600m 되는 거리로 선진리 북쪽의 얕은 언덕에 위치하고 있다. 현재 성벽의 일부가 허물어지긴 했으나 잘 남아있는 편이다. 왜군성곽이긴 하지만 역사의 흔적으로 보존관리돼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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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봄에는 벚꽃이 장관을 이루는 명소이기도 하다. 매년 4월초에는 벚꽃축제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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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에는 조명군총(朝明軍塚)이라는 무덤이 있다. 임진왜란이 끝나갈 무렵인 1598년(선조31) 진주와 곤양 등지에서 잇단 패배를 당한 조선과 명나라의 연합군은 10월 초하루에 일본군이 차지하고 있던 이곳 선진리성을 포위하고 격전을 벌였다. 싸움이 한창 진행될 즈음 아군 진영에서 탄약상자가 폭발하여 전열이 흐트러졌다. 마침 성안의 일본군으로부터 기습을 받은 조선과 명나라 연합군은 결국 많은 전사자 만 남기고 후퇴하였다. 전투가 끝난 뒤 일본군은 전과를 본국에 알리기 위해 전사한 시체의 귀와 코를 베어 일본으로 보낸 뒤, 시체의 목을 베어 한데 모아 무덤을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조명군총이다. 무덤은 처음 선지리성 앞에 있었으나 심한 악취 때문에 현재의 장소로 옮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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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군총 옆에는 귀무덤인 ‘이총(耳塚)’ 비도 있다. 이본군은 전리품으로 조선인들의 귀와 코를 베어낸 후 소금에 절여 일본으로 보내었는데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이를 승전의 표시로 교토 토요쿠니 신사 앞에 묻고 이총(耳塚)이라 칭하였다. 1992년 4월 사천문화원과 삼중스님이 합심하여 이역만리에서 떠도는 원혼들을 달래고자 이총의 흙 일부를 항아리에 담아와서 제(祭를 지내고 조명군총 앞에 안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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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시 용현면 선진리에 위치한 해원장 횟집(055-854-4433)에서 백합찜과 백합죽 등으로 맛있게 점심식사를 한 후 오후에는 ‘토끼와 거북’ 전설로 유명한 비토도, 별학도 및 월등도를 돌아봤다. 해원장은 백합죽으로 ‘경남의 사계절 맛여행’(경남관광협회 발행) 책에 소개된 집이기도 한데 2대 사천향토전통맛집이라 한다. 백합은 조선시대에는 임금님께 진상품으로 올렸던 음식으로, 철분이 많아 빈혈에 좋으며 노화방지, 원기회복, 숙취 등에 효과가 좋다고 한다. 백합죽 이전에 나오는 백합찜 역시 맛이 쫄깃쫄깃하고 담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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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시 서포면 비토리에 위치한 이들 비토섬들은 ‘비토해양낚시공원’으로 불리워지고 있는데, 유인도 5개섬과 무인도 4개섬으로 구성되어 있다. 남쪽의 한려수도로 경관이 수려하고 섬 전체가 동물 형상을 하고 있는 곳이 많아 별학섬, 토끼섬, 거북섬 등이 있고 제일 큰 섬은 토끼가 비상하는 형상이라 하여 비토섬이라 부른다. 해양 순환도로를 따라 거북교 다리를 건너면 비토섬, 비토섬에서 다시 연도교를 건너면 별학도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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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학도는 벼랑(절벽끝)이라는 말이 한자로 바뀜에 따라 원래의 뜻과는 다르게 되었다는 설이 있지만 어쨌든 예로부터 학이 날아가는 형상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특히 해양낚시공원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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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학도에 들어서면 좌측으로 316m에 이르는 보행데크, 228m의 보행교, 135m의 낚시잔교 2개소를 돌아볼 수 있으며, 바다 위에서 숙박을 하면서 낚시 등을 즐길 수 있는 4동의 해상펜션도 만날 수 있다. 별학도 단순 입장료는 2천원, 낚시의 경우 하루 2만원, 해상펜션은 5인 기준 20만원 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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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학도 바다 건너에는 남해본섬, 그리고 창선∙삼천포대교도 시야에 들어온다. 창선·삼천포대교는 사천시의 대방과 남해군의 창선을 연결하는 연륙교로서, 사천시와 남해군 사이 3개의 섬(늑도, 초양도, 모개섬)을 잇는 창선대교, 초양대교, 삼천포대교, 단항교, 늑도대교 등 5개의 다리를 말한다. 1995년 2월 착공하여 2003년 4월에 완공하여 개통하였으며, 야경이 특히 절경이다. 별학도에서 남쪽으로 2㎞ 지점에 ‘향기도(香氣島)’라는 무인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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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크길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섬 주인인 오갑수(78세) 할아버지를 만났다. 할아버지는 일본에서 태어나 3살 때 귀국, 이곳에 살면서 섬을 사들였다고 한다. 현재는 할머니와 두 분이 섬에서 살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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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집에 가서 커피 한잔 마시고 가라고 친절하게 필자 일행을 안내하신다. 다리 바로 아래 아담한 집이 할아버지 댁이다. 할머니는 다리 끝에서 야채 등을 팔고 계시면서 반갑게 우리 일행을 맞아주신다. 두 분 부부가 별학도의 유일한 주민인 셈이다. 두분은 별학도에서 '갈매기 둥지'라는 민박집(010-4006-7832)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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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댁 바로 건너에도 섬이 있는 데 섬이름이 진도라고 한다. 별학도에서 서쪽으로 불과 0.4km 떨어진 곳이다. 네이버 블로그의 '달뫼'(닉네임)라는 섬여행전문가의 여행기에 의하면, "면적 0.151㎢, 해안선 길이 5.5㎞의 진도에는 현재 여자 한 명만 살고 있다고 한다. 이곳 사람들은 이 섬이 아름답다 하여 지명인 진도 대신 ‘미섬’이라 부르기도 한다. 사천시와는 6㎞ 떨어져 있는 진도는 1897년 곤양군 서부면에 예속되어 있다가 1914년 군 통폐합 시 서부면과 양포면을 병합할 때 서포면 비토리에 속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해안에서 보이는 왼쪽의 섬이 소진도라는 섬으로 하루에 두 차례 연결이 된다. 이곳에서 되돌아와서는 해안으로 간다. 이 해안에 있는 집들이 이 섬의 전부다"라고 한다. 전남의 큰 섬 진도와 이름이 같다. 우리나라에는 같은 이름의 섬들이 꽤 많다. 우도, 죽도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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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학도를 건너오면 곧 ‘아라’라고 하는 카페를 만난다. 밖에서 보면 평범한 카페인데 막상 안으로 들어가 보니 내부가 꽤 고급스럽다. 에디오피아, 코스타리카, 케냐, 콜롬비아, 과테말라 등 각국 고유의 커피를 맛볼 수 있고, 원두커피제조기들이 즐비하게 전시되어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별학도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등 조망이 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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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세미리조트라는 간판도 함께 붙어 있는 데 그래서인지 2층에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테라스형 수영장도 있다.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함께 한 통영인뉴스의 김상현 기자가 우리일행을 이 카페로 안내한 이유를 알 만 하다. 바쁜 일정에서도 잠시 망중한을 즐긴다. 2층 테라스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별학도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겨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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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일정은 월등도. 월등도는 만조시에는 섬이 되고 간조 때는 섬이 열려 육지와 이어진다. 이곳도 ‘모세의 기적’이 이루어지는 섬이다. 섬 입구에는 ‘토끼와 거북’상이 세워져 있고 별주부전 전설을 소개하는 안내판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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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토섬의 별주부전은 우리가 흔히 들어왔던 이야기와 그 결말이 약간 다르다.
서포면 비토, 선전리 선창과 자혜리 돌 끝을 생활터전으로 꾀 많은 토끼부부가 행복하게 살아가던 중 남편토끼가 용궁에서 온 별주부(거북)의 감언이설에 속아 용궁으로 가게 된다. 용궁에 도착하니 용왕은 병들어 있고 오직 토끼의 생간이 신효하다는 의원의 처방에 따라 자신이 잡혀왔음을 알게 된 토끼는 꾀를 내어 “한달 중 달이 커지는 선보름이 되면 간을 꺼내어 말리는데, 지금이 음력 15일이라 월등도 산중턱 계수나무에 걸어두고 왔다”고 거짓말을 한다. 이에 용왕은 토끼의 말을 믿고 다시 육지로 데려다 주라고 별주부에 명한다. 월등도 앞바다에 당도한 토끼는 달빛에 반사된 육지를 보고 성급히 뛰어내리다 바닷물에 떨어져 죽고 말았으며, 그 자리에 토끼모양의 섬이 생겨났다(현재의 토끼섬). 토끼를 놓친 별주부는 용왕으로부터 벌 받을 것을 걱정하여 용궁으로 돌아가지못하고 그 자리에서 거북모양의 섬이 되었다(현재의 거북섬). 한편 부인토끼는 남편이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다 바위 끝에서 떨어져 죽어 돌 끝 앞에 있는 섬(현재의 목섬)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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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등도 입구의 별주부전 안내판을 읽은 후 물 빠진 갯벌을 따라 월등도로 들어간다. 월등도 옆쪽으로는 거북섬이, 뒤편에는 토끼섬과 목섬이 보인다. 토끼섬은 토끼가 엎드려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 오른쪽의 머리에서 잘록한 허리를 지나 몸통부분으로 이어진다. 바로 옆 거북이 형상을 하고 있는 거대한 거북섬이 보인다. 현재 4가구가 살고 있는 월등도는 ‘돌당섬’이라고도 부른다. 토끼가 용궁에 잡혀간 후 돌아와 처음 당도한 곳이라는 뜻에서 ‘돌아오다’ 또는 ‘당도하다’의 첫머리 글자를 따서 돌당섬이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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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안내판에서 400m 정도 들어가면 월등도다. 이곳 도로명은 ‘용궁길’. 우리 일행은 이제 용궁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월등도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아름답다. ‘S’자 모양의 구부러진 길 좌우는 대나무숲이 병풍을 이루고 있다. 대나무숲 뒤에는 다시 소나무숲이 둘러싸고 있어 자연스럽게 해풍을 막아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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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등도 주변의 해안을 따라 걸을 수 있도록 나무데크길도 만들어져 있다. 물 빠진 해안에는 작은 낚싯배 한 척이 누워 있고 굴 포자 붙이는 인공조개껍질 등 어구들이 널려 있다. 전형적인 섬마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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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등도 마을 앞 갯벌이 아늑하다. 좌우로 토끼섬과 거북섬이 항아리목처럼 막아주고 있다. 바다 건너 거대한 산 능선이 실루엣을 이룬다. 좌측은 사천 와룡산, 우측은 각산이다.
와룡산은 해발 801.4m로 높고 낮은 봉우리가 아흔 아홉개로 형성되어 있어 구구연화봉이라고도 불리며, 하늘에서 보면 거대한 용 한 마리가 누워 있는 모습과 흡사하다 하여 와룡산이라 불린다. 와룡산은 매년 4월 말에서 5월 초 철쭉이 만개하는 시기가 되면 온 산이 진홍색으로 물드는 장관이 연출된다. 와룡산 철쭉은 창선∙삼천포대교, 실안낙조, 남일대 코키리바위, 선진리성 벚꽃, 봉명산 다솔사, 사천읍성 명월, 비토섬 갯벌 등과 함께 사천8경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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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 우리나라에는 유인도 482개, 무인도 2,876개, 총 3,358개의 섬이 있다고 한다. 돌아다닐 때 마다 아기자기하고 신비스러운 섬들이 연이어 나타난다. 다음엔 또 어떤 섬이 문을 열고 나를 기다릴까? 이래서 나는 늪처럼 섬 속으로 빠져간다. 나도 점점 하나의 섬이 되어 간다.(글,사진/임윤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