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의 사자성어(58)>
적수공권(赤手空拳)
붉을 적(赤), 손 수(手), 적수 라함은 ‘빈손 또는 맨손’을 뜻하고, 빌 공(空), 주먹 권(拳), 공권 이라함은 ‘빈 주먹 또는 맨주먹’을 의미한다.
따라서 ‘적수공권’ 이라함은 “맨손과 맨주먹”이라는 뜻으로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공권(空拳)은 ‘빈주먹’으로 금방 의미가 와 닿는데, 적수(赤手)는 ‘붉은 손’으로 해석되는데 왜 ‘맨손’ 인지가 이해되기 어렵다. 그러나 적(赤)자에는 뜻이 여러 가지가 있다 “붉다, 발가숭이, 비다, 멸하다, 가뭄”등의 뜻이 그것이다. 이렇게 하나의 글자에도 뜻이 여러가지이기 때문에 ‘적수공권’할 때의 ‘적수’는 ‘맨손’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물론 적(赤)은 “붉다”라는 의미로 쓰임이 대부분이다. 부끄러워 귀가 빨갛게 되었을 때 이를 적이(赤耳)라고 한다. 옛날 일본의 바둑명인이 도전자와 대국할 때 이를 관전하던 의사가 누구의 귀가 빨게 졌는 지를 보고 승패를 예측했다는 일화(逸話)가 있다.
어쨌든 ‘적수공권’은 믿을 것은 자기 자신일 뿐,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처지를 말한다. 속된 표현으로 ‘맨 땅에 헤딩하기’에 해당하는 말이다.
흔히 인생은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라고 한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인데 너무 탐내지 말라는 말이다. 공수래 공수거를 필자는 나름대로 혼자 생각해 보았다.
누구나 이 세상을 떠나갈 때는 빈손으로 간다. 수의(繡衣)에 주머니가 없듯이 빈손으로 간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빈손으로 가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 올 때는 다르다. 부모를 잘 만나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는 사람이 있는 가 하면, 가난한 집에서 ‘흙수저’로 태어나는 사람도 있다. 아주 빈한(貧寒)한 집에서 금수저건 흙수저건 숟가락 구경조차 못하고 세상에 태어났다고 자조(自嘲)하는 사람도 있다.
서울 강남의 부잣집 4살짜리 어린아이가 아파트 2채를 보유하고 있는가 하면, 초등학생이 수십억원 홋가하는 아파트를 매입했다고 해서 국세청에서 탈세여부 조사에 나섰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이처럼 태어날 때부터 두 손에 재산을 가득 안고 태어나는 것이 금수저라면, 맨손 빈주먹인 적수공권으로 태어나는 것이 흙수저이다.
그러면 금수저가 좋은 것인가 흙수저가 좋은 것인가?
이는 세월이 지나가 보아야 알 수 있다.
금수저인 경우, 물려준 재산을 흥청망청 써버린다면 그것은 재산이 독(毒)이 된다. 반면에 물려준 재산을 기반으로 해서 보다 융성발전할 수 있다면 그것은 약(藥)이 된다.
적수공권인 흙수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이다. 가난을 딛고 자수성가(自手成家)한다면 가난이 오히려 성공의 밑거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가난을 빈곤의 대물림이라고 탓하며 뒷골목만을 배회한다면 가난은 독(毒)이 될 수 있다.
인간만사가 그렇듯이 결국은 자기가 할 탓이다.
필자는 흙수저 출신이다. 그래서 그런지 흙수저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차거운 겨울이 있어야 따뜻한 봄기운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기나긴 장마가 걷힌 후에 태양은 더욱 찬란하고 눈부신 법이다. 인간도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 비로서 인생의 참 맛을 알게 된다. 그래서 눈물과 함께 빵을 먹어보지 않은 자와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고 괴테가 말하지 않았던가?
거치른 땅 위에서 굳어진 발굽을 가진 짐승은 어떠한 길도 걸을 수 있다.
일병식재(一病息災)라는 말이 있다. “한 가지 병으로 만 병을 예방한다” 라는 뜻으로, 지병이 하나 정도 있는 사람이 병이 전혀 없는 사람보다 건강에 더 주의를 기울이고 절제된 생활을 해서 오래 살 수 있다는 말이다.
적수공권이던 한국이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1953년 국민소득 66달러에서 2022년 3만5천달러의 경제강국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한국전쟁이 끝난 후 한국은 최빈국(最貧國)의 상태였다. 초근목피(草根木皮)의 가난한 시절에 끼니도 제대로 때우기가 힘들었다. 1950년대에 중학시절, 필자는 미국의 원조물자인 옥수수가루를 쪄서 만든 빵을 가지고 가서 점심을 때우고 수돗물로 배를 채우곤 했다. 이렇게 적수공권으로 배고프게 자란 필자는 이후 아무 음식이나 가리지 않고 맛있기만 하다. 굳이 좋은 음식 찾아다닐 필요 없이 순대국도 맛있고 된장국도 맛있기만 하다.
우리 속담 중에 “젊어 고생은 금을 주고도 못 산다”는 말이 있다. 고생을 해야 인생의 참 맛을 알 수 있다. 편히 사는 것은 사는 것이 아니다(To live at ease, is not to live.).
미국의 16대 링컨 대통령도 오두막집에서 가난한 상태에서 위대한 인물이 되었다. 맹자도 가난한 베짜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맀고, 한석봉 명필가 역시 떡을 써는 홀어머니 밑에서 대성했다. 이로보면 역사적으로 적수공권의 상황에서 큰 인물이 많이 나왔음을 알 수 있다. (2023.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