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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둥에 휩싸인 것처럼 열에너지 증발 | |||||||||||||||||||||||||
[기획] 코엑스·한전·은마아파트 특수카메라로 찍어보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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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뉴스 이상복 기자] "생각보다는 단열이 잘돼 있네요. 틈새 단열은 훌륭한 편입니다. 하지만 전면이 유리다 보니 에너지 유출이 많을 수밖에 없네요. 효율면에선 분명 비효율 건물입니다." 최재원 플리어시스템코리아 주임이 기자에게 코엑스 정문을 향해 설치된 적외선 열화상카메라의 뷰파인더를 넘기며 말했다. 지난 13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앞 영동대로. 이틀째 이어진 한파로 이날 실외온도는 영하 15.5℃, 체감온도는 영하 22℃까지 곤두박칠쳤다. 귓불과 손발이 떨어져나갈 듯 아려왔고, 대형 빌딩들이 손대면 부서질 얼음조각처럼 한겨울 햇살에 빛났다. 그러나 특수카메라로 촬영된 건물들은 공공, 상업건물, 아파트 할 것 없이 시뻘건 불기둥에 휩싸인 것처럼 엄청난 열에너지를 대기로 빼앗기고 있었다.
<이투뉴스>가 특수 열화상카메라를 이용해 눈으로 확인이 안되는 삼성동의 이면을 촬영했다. 매년 국내 에너지사용량 상위 5곳에 포함되는 코엑스는 물론 맞은편 공공건물인 한국전력 본사 사옥과 올해로 준공 30년째를 맞은 '금싸라기 부동산' 은마아파트도 담았다. 건물형태와 연한에 따라 달랐지만 빈틈으로 새나가는 에너지를 완벽히 차단한 건물은 드물었다. 플리어시스템코리아가 제공한 영상분석 자료에 따르면 우선 대표적 에너지다소비건물인 코엑스는 정문 원형돔 상부에서 가장 많은 열유츌이 일어났다. 외부 유리 구조물 이음새 쪽은 영하 1.7℃까지 온도가 상승했다. 유리 표면온도가 영하 15℃까지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새나가는 에너지가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실내로 들어서 같은 지점을 다시 촬영해보니 유리구조물의 단열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실내에서 측정한 유리 표면온도는 2.7℃, 같은 장소 콘크리트 벽체가 17℃인 것에 비하면 크게 낮다. 최 주임은 "최근 신축건물이 외형을 유리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단열재를 넣지 않고 건물을 짓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코엑스 맞은편 한전사옥은 공공건물답게 21층 전체가 격자형 창문을 달고 있고 크기도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열유출이 적은 편에 속했다. 다만 창호 네 귀퉁이가 영하 3℃로 다소 높아 단열에 취약했고, 계단이나 공조실로 추정되는 건물 네 귀퉁이에서 최대 14℃의 따뜻한 공기가 외부로 유출되는 게 확인됐다. 특히 건물 모서리에서 관찰되는 불기둥이 상부로 갈수록 두께가 굵어지는 현상을 보여 궁금증을 자아냈다. 가장 심각한 열유출이 확인된 곳은 아무래도 지은 지 오래된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였다. 이 건물은 영하의 날씨에 현관 출입문(5.9℃)부터 벽체, 창문틈(8.8℃)까지 열꽃을 피웠다. 또 같은 형태의 출입문인데도 표면온도가 6℃나 차이 났다. 같은 건물이라도 따뜻한 집은 따로 있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닌 셈이다.
최 주임은 "주로 창틀, 도어, 실리콘이 낡아 훼손된 창틀 등으로 온기가 새어 나가므로 이런 부위의 단열대책이 필요하다"며 "일부 건물은 건축 당시 단열재를 넣지 않은 부실공사 부위가 발견돼 문제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체 에너지사용량의 3분의 1 이상은 가정·상업용 건물이 쓰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도 올해부터 신축 공동주택에 한해 시행되던 건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제를 신축 업무용 건물에도 확대 시행하고 공공건물은 에너지효율 1등급 취득을 의무화하고 있다. 노건기 지식경제부 에너지절약협력과장은 "국가 에너지사용량의 22.3%를 차지하는 건물 부문의 에너지절약을 위해 기존 건물을 포함하는 모든 용도의 건축물에 대한 세부 인증기준을 마련하고 설계단계부터 에너지절약을 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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