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불산(1209m)과 취서산(1081m)
(울산광역시울주군, 경남 양산시)
신불산과 취서산은 낙동정맥(낙동강 남쪽 산줄기)의 산이다. 간월산, 능동산, 재약산, 가지산, 운문산과 함께 해발 1000m 가 넘는 준봉이 웅장한 산세를 뽐내며 겨울이면 눈 덮인 고봉들의 모습이 마치 유럽의 알프스의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영남 알프스로 불린다. 특히 신불산은 영남 알프스 7개 산중에서 가지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산이기도 하다. 신불산에서 취서산으로 가는 낙동정맥 2.9Km능선은 전국 최대의 억새 평원이고 등억온천 위 홍류폭포의 왼쪽 능선서 시작되는 신불 공룡릉은 아기자기한 등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명품 등산로다. 가을 단풍의 화려함과 억새 풍광이 일품인 신불산은 산림청 선정 100 명산 중 26위에 기록될 만큼 경관이 빼어나다. 취서산은 우리나라 3대 사찰의 하나인 통도사 뒷산이다. 육중한 산줄기가 감싸 안은 곳에 병풍처럼 둘러친 기암괴석의 우직함이 있고 고사목과 노송이 우거져 웅장한 산세를 나타낸다.
시멘트 도로를 따라 신불산을 오르기 시작한다.(9:40) 금방 시멘트 길이 끝나고 산길로 접어든다. 산길에는 돌이 많아 좋은 등산로는 아니었다. 오른쪽 계곡에서 들려오는 물소리를 벗 삼아 나아가다가 다리가 있고 두 계곡이 만나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조금 올라가니 홍류폭포가 나타난다.(10:00) 바위를 파고 내린 물줄기는 가늘지만 30m쯤 되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고 있다. 홍류폭포부터는 경사가 무척 심한 가파른 길이 계속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산을 오르고 있고 숨이 턱에 닿아 헐떡이며 쉬는 사람이 많았다. 한 번도 쉬지 않고 하나 둘씩 산객들을 앞서 나아간다. 빠르게 올라가 시야가 훤히 트이는 바위에서 단풍에 물든 아름다운 산을 잠시 바라본다.
이어서 경사가 급한 길을 올라간 능선에서 잠시 30m쯤 평평하게 나아가다가 다시 끊임없이 오르막이 계속된다. 줄곧 위로 위로 발길을 잇는다. 올라가기 어렵고 좁은 바위 에서는 사람이 많아 줄을 서 기다리다가 엉금엉금 기어 올라간다. 얼마 후 신불산 공룡능선에 닿는다.(11:05) 신불산 고스락까지 1㎞쯤 뻗은 공룡릉은 대장관이다. 양쪽이 깎아지른 절벽에 뾰족뾰족 하게 솟은 바위와 아름다운 여인의 머릿결처럼 모자이크 되어 있는 단풍이 물들은 산의 풍경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오는 절경을 감상하며 칼날을 걷는 것 같은 아찔한 길을 조심해서 진행한다. 어떤 바위를 기어오르는 것은 위험하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경사가 급하지 않고 주변 산세가 워낙 좋아 기분 좋게 갈 수 있었다. 얼마 후 산죽나무가 나타나며 암릉이 끝난다. 곧이어 완만한 능선 길로 신불산 고스락에 올라선다.(11:35)
고스락까지 오면서 산을 오르는 모든 사람들을 앞섰다. 아마 100명 이상 앞지르기 한 것 같다. 고스락에는 삼각점이 있고 언양24. 1989재설이라고 쓰여 있다. 수많은 사람으로 붐비는 고스락에서의 전망은 사방에 거칠 것이 없는 일망무제의 조망이다. 북으로 가까이 가지산 운문산이 한 줄로 그은 것처럼 서있고 서쪽은 천황산과 재약산의 사자평이 한눈에 들어와 장관을 이룬다. 남으로는 취서산과 그 연봉이 길게 뻗어 있다. 특히 주발을 엎어 놓은 것 같은 모양으로 유난히도 족하게 높이 솟아 있는 봉우리가 눈길을 끄는데 시살등이 아니고 죽바우등(1055㎚)이라고 토박이 주민이 알려 준다. 영남 알프스라고 불리는 영남 7봉 전부를 조망한다. 정말 웅장하고 대단한 산세다. 지리산을 방불케 하는 광활한 대자연 앞에 나의 가슴은 한껏 부풀기만 하고 나 자신은 자꾸만 작아진다. 그런데 천황산과 재약산은 두 개의 산이 아닌 하나의 산이고 고스락은 재약산 천황봉, 지도에 재약산이라고 표시 되어 있는 봉은 재약산 수미봉이라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또한 신불산과 취서산도 하나의 산이 되어 취서산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산은 신불산 영취봉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취서산 을 향해 나아간다.(11:45) 길은 완만하고 넓었지만 돌길이어서 짜증이 난다. 금방 넓고 넓은 억새 평원이 나타난다. 광활한 고원지대에 억새밭의 천국을 이루고 있어 진한 가을분위기를 연출한다. 필름을 다 소비해 이 아름다운 풍광을 카메라에 담을 수 없어 아쉬웠다. 주능선 왼쪽은 깎아지른 바위절벽을 이뤄 산세가 험하다. 여기 저기 기묘한 검은 바위가 나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취서산으로 뻗어 나간 산줄기에는 크고 작은 기이한 바위 봉우리가 뛰어난 경관을 이루고 있다. 취서산 오른쪽 아래의 초원은 하나의 너른 부드러운 분지를 이루고 있고 검은 돌로 쌓은 탑이 이채롭게 보인다. 바로 취서산에 닿는다.(12:30) 삼각점에는 언양52. 1998이라고 쓰여 있다. 사방으로 전망을 하니 눈 가까이 신불산까지 굽이굽이 넓게 펼쳐진 대초원의 장관과 남쪽으로 뻗어 나간 기암괴봉이 줄지어 솟아 있다. 간월산을 뻔 영남 7봉의 위연한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발 아래로 울산시가지가 내려다보인다. 점심식사 후 고스락에서 파는 싼 필름으로 아름다운 산세를 카메라에 담는다. 신불산부터 취서산까지 능선은 낙동정맥 산줄기라 정맥의 기를 받는 명품 산길 이었다.
취서산을 뒤로하고(13:30) 완만한 능선을 타고 다음 목표지점을 향해 나아간다. 1059봉부터는 오르고 내리는 길이 조금 급해진다. 이따금씩 전망대 역할을 하는 암릉이 나타나 지루해할 새가 없을 만큼 눈요기 감을 주고 있다. 산악회가 나누어준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길로 정확히 나아가다가 맨 나중에 나온 날카로운 바위 봉우리 함박등에서 다시 한번 영남 7봉을 바라본다. 함박등에서 내려온 함박재에는 체이등이 떡 버티고 육중하게 솟아 있다. 함지박처럼 생겼다고 하여 함박등이라 부르고 흡사 체를 엎어 놓은 모양이라 하여 체이등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함박재에서 통도사를 향해 하산에 들어간다. 길은 가파르지는 않았다.
금방 나타난 백운암에서 약수 두 잔으로 목을 축이고 계속되는 내리막길로 나아간다. 얼마 후 널찍한 길이 나타나고 산책하기 좋은 길을 따라 내려가니 시멘트 도로가 나온다. 얼마쯤 걸어가 극락암에 닿는다. 극락암은 취서산 기암 괴봉 산줄기를 바로 뒤에 두고 한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어 명당을 독차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말이 암자이지 웬만한 절보다도 큰 여러 채 의 기와집으로 이루어졌다. 극락암은 살아 있는 부처로 숭앙을 받던 경봉대선사가 계셨던 절로도 유명하다. 극락암부터는 말끔히 포장된 도로를 떠라 한동안 나아간다. 어떤 곳에서는 돌산이 병풍처럼 이어져 성곽처럼 에워싸고 있는 취서산의 웅장하고 다부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산경표에서 취서산을 일명 대석(大石)산이라고 불러지는 이유를 알 것 같다.
한참 후에야 통도사에 닿았다.(15:25) 통도사는 우리나라 삼보사찰의 하나인 불보사찰로 신라 선덕여왕 15년(646년) 자장율사가 개창한 신라불교 계율근본 도량이다. 보물 144호로 지정된 대웅전은 금강계단에 석가여래의 진신 사리를 모시고 있어 불상을 봉안하지 않는다. 석가모니 진신 사리를 모신 국내의 다섯 곳을 오대보궁이라 하는데 모두 불상을 봉안하지 않았으며 이 가운데 통도사가 근본도량이 되므로 불가종가 국지대찰이라 한다. 통도사를 둘러본 다음(15:45) 관광버스가 주차된 곳에 선두로 도착해 산행을 마감한다.(16:00) 맑고 찬 개울에서 세수를 하고 머리도 감는다. 늦게 오는 대원들 때문에 차가 출발한 시각은 오후 7시였다. 집을 나선 시각은 5시30분이었는데 귀가한 시각은 23시 30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