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볼러' 레다메스 리즈(28, LG)는 입단 당시부터 화제를 불러 모은 투수다. 역대 용병투수는 물론 국내 투수를 통틀어 가장 빠른 160km의 '광속구'를 뿌리는 투수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리즈가 국내무대에 선을 보인지도 6개월이 넘게 지났다.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두 가지로 나눠진다. 트레이드마크인 빠른 볼과 아직 20대의 젊은 나이는 큰 강점이다. 한국야구에 익숙해지면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내다보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 초속과 중속의 차가 커 공끝이 밋밋하다. 제구력이 떨어진다. 한국야구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고 본다.
리즈는 메이저리그에서 110이닝을 던져 탈삼진 82개, 사사구 76개, 평균자책점 7.52를 기록했다. 탈삼진 수와 사사구 수가 엇비슷하다. 미국에서도 제구력에 문제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한국에선 9월 5일 현재 9승 12패를 기록하고 있다.
양상문 전 롯데 감독의 족집게 분석으로 리즈의 투구폼을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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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앞발의 발가락에 체중을 남겨놓고 있는 모습은 파워피칭을 하기 위한 준비동작이다. 피칭을 위한 시작단계, 다시 말해 발동작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들이 많지만 절대 소홀히 지나쳐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양발의 위치와 무게 중심, 그리고 목표지점을 향한 시선과 어깨에 힘을 빼는 자세까지 완벽하게 이뤄져야 강한 공을 던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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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리프팅(Lifting: 앞발을 드는 동작)할 때 중심축이 그대로 유지되고, 몸의 부드러움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좋은 연결동작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시선이 목표지점을 향하지 않고 땅을 보고 있는데 아무래도 제구력이 흐트러질 수 있다. 될 수 있으면 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타깃을 향해 있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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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강하게 리프팅을 하고 있는데도 상, 하체의 균형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특히 발끝이 땅을 향해 있는 것은 다리 전체에 힘을 주지 않고 있다는 증거로 이와 같은 좋은 밸런스를 만드는 요인이 된다. 또한 높이 발을 들어 올린 역동적인 자세에서 축이 되는 오른쪽 무릎을 약간 굽힘으로써 훨씬 안정감이 있어 보인다. 앞서 목표지점을 놓쳤던 시야가 다시 포수쪽으로 원위치한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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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번까지 강한 공을 던질 수 있는 완벽한 준비자세를 만들었는데 '더 강한 것'을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두 손이 가슴 부위에서 분리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팔의 가속이 붙기 시작하는 지점까지 좀 더 여유를 갖고 두 팔을 모으고 있으면 어떨까 싶다. 팔 동작에 힘이 들어가면서 엉덩이 위치도 뒤로 빠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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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공을 쥐고 있는 오른손은 회전을 크게 만들기 위해 아래로 떨어져 있으나 글러브를 낀 왼손은 처음 위치에서 뻗기만 했다. 투수의 좌우 팔은 대칭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리즈의 경우 잘 만들어진 밸런스로 공을 던지기보다 강한 오른팔에 의존한 피칭으로 보인다. 앞 다리도 용병투수들이 거의 사용하지 않는 동작(다리를 쭉 펴는 동양적인 투구폼)을 갖고 있는데 이렇게 앞 다리를 편 상태로 스트라이드를 하면 힘이 분산될 수 밖에 없다. 다행히 아직도 상체는 땅과 수직이 되어 있으며, 머리의 흔들림도 거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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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앞에서 걱정했듯 글러브를 낀 팔이 거의 하늘을 향해 있고, 공을 쥔 팔은 아직도 올라오지 않고 가장 낮은 곳에 있다. 12시에서 6시 방향에 있는 팔 동작은 강한 공을 던지기에는 적합하지만(창던지기 선수의 자세) 제구력을 만들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 글러브를 끼고 있는 팔의 목적은 타깃을 향해 던질 수 있도록 조준점을 만드는 것이 첫 번째인데 이런 자세론 제구력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원심력을 크게 해서 던지는 투구폼은 컨디션이 좋고 나쁨이 그대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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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흐트러졌던 자세가 지금 형태로 만들어지는 걸 보면 신체의 유연성은 굉장히 뛰어난 선수인 듯하다. 앞 팔이 타깃을 향해 잘 뻗어 있고, 앞쪽 어깨도 잘 닫혀 있다. 약간 열려 있는 허리도 앞 무릎이 닫혀 있어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축족인 오른발의 뒤꿈치가 조금 일찍 들리는 모습이다. 큰 문제는 아니지만 가능하면 땅에 붙어 있는 것이 안정감을 줄 수 있다. 공을 쥐고 있는 팔의 팔꿈치가 보이는데 팔스윙이 너무 커서 생기는 현상으로 이런 자세는 앞쪽 어깨의 리드에 의해서 투구 밸런스가 흐트러질 가능성이 있다. 즉 제구에 문제가 생기는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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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뒤쪽 팔이 앞으로 넘어오기 전에 앞쪽 어깨가 열린다. 앞쪽 어깨는 공을 던질 준비가 끝난 상태에서 열려야 하는데 공을 쥐고 있는 손이 아직 뒤에 남아 있다. 다행히 하체의 움직임과 위치가 매우 좋아 팔동작과 상체의 이동에 문제가 있어도 좋은 구질의 공을 던지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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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6번과 같은 팔의 위치로 12시에서 6시 방향이다. 추천하고 싶은 동작은 아니지만 리즈의 오래된 습관인 것 같다. 여기서도 공을 놓는 위치가 머리와 많이 떨어져 있다. 상체에 힘을 쏟다 보니 머리가 옆으로 기울 수 밖에 없고, 다시 언급하지만 제구력이 흔들리게 된다. 팔의 스윙과 상체가 상하로 움직이지 않고 머리가 축이 되어 회전력을 만드는 투구폼이 된다면 지금보다 좋은 제구력과 강한 공을 던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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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피니시 동작은 나쁘지 않다. 마지막 자세가 약간 무너진 것은 시작단계부터 강한 힘을 내기 위해 만들어진 무리한 동작이 이어져온 결과다. 시즌 초반 아주 강한 공을 뿌리면서 주목을 받았던 리즈가 안정을 찾아 LG의 상승세를 이끌기를 기대해 본다.
양상문(50, 前 롯데 자이언츠 감독) /
1961년 3월 24일 생으로 부산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뒤 1985년 고향팀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다. 고교시절부터 명석한 두뇌와 위력적인 구위로 최고의 좌완 투수라는 칭송을 들었다. 특히 부산고 3학년 대인 1978년엔 결승전 3경기를 모두 완봉승으로 장식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롯데와 청보, 태평양에서 선수생활을 하면서 1993년 은퇴할 때까지 9년 통산 63승 79패, 평균자책점 3.59의 기록을 남겼다. 국내 최초의 석사 출신(고려대 교육대학원) 프로야구 선수란 타이틀답게 지도자로서 더욱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2004년 친정팀 롯데 사령탑에 올라 이듬해인 2005년 만년 하위팀을 5위로 끌어 올리는 수완을 발휘했다. 롯제의 에이스 장원준과 한국을 대표하는 포수로 성장한 강민호를 발굴해낸 주인공이다. 투수코치로 나선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선 대한민국 투수진을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려놓기도 했다. MBC sports+에서 해설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