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生前) 장례식
이번 주도 내내 폭염이 계속되었습니다. 하루하루 견디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얼마나 힘든지 시내 거리가 한산합니다. 돌아다니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막바지 휴가철이기도 하겠습니다만, 눈에 띄는 인터넷 기사가 있어서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서울에 사시는 85세 된 김병국 어르신 이야기입니다. 이 분은 1 년 전쯤 전립선암 말기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 중이었는데 병세가 심해서 언제 숨질지 모르는 상태까지 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삶을 정리하게 되었는데, 그 중의 하나로 생전 장례식을 열었다고 합니다. 살아있을 때 사랑하는 사람들과 작별 인사를 하겠다는 생각을 하신 것이지요. 평소에 친하게 지내왔던 40여 명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부고장을 보냈답니다. “죽은 다음 장례는 아무 의미 없습니다. 임종 전에 여러분들과 함께 이별 인사를 나누고 싶습니다. 검은 옷 대신 밝고 예쁜 옷을 입고 함께 춤추고 노래를 부릅시다” 이 어르신의 부고를 받고 많은 분들이 모여서 장례식을 치렀다고 합니다. 마지막 순서로 이 어르신이 노래 두 곡을 부르셨다는데, 양희은의 ‘아침이슬’과 여성 듀엣 산이슬이 부른 ‘이사가던 날’이었다고 합니다. 조문 와준 분들에 대한 보답의 노래였겠지요. 그런 장례식을 생각하고 실행한다는 것도 참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그 연세에 ‘아침이슬’과 ‘이사가던 날’이라는 노래를 부르신다는 것도 저에게는 꽤나 신선한 감동이었습니다.
‘이사가던 날’이라는 노래 아시는 분 별로 없으실테지요만, 제가 첫 번째 쓴 안골편지(2011년 4월 3일)의 제목이 ‘이사가던 날’이었습니다. 문득 그 편지가 생각나서 주보를 꺼내서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우리 공동체로 이사오면서 다른 것보다도 애지중지 키웠던 화분 몇 개에 대한 사연과 함께 이사하기 전 날 몸살 날까봐서 화분부터 미리 옯겼다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그 때 처음으로 안골편지를 쓰면서 ‘이사가던 날’이라는 제목으로 써도 괜찮을까 꽤나 신경을 썼던 기억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생전 장례식’이 참 좋다는 생각을 합니다만, 누가 권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당사자 스스로 해야하는 것이기에 그리 쉬울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꼭 그런 장례식이 아니더라도 연세들이 드시면 미루지 말고 하고싶은 일 하면서 살아야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김광석이 부른 노래 중에 ‘서른 즈음에’가 있습니다. “또 하루 멀어져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라는 가사가 생각납니다. 매일 이별하며 사는 것이 우리들 삶이 아닌가 해서요. 너무 미루지 말고, 너무 생각하지 말고, 너무 눈치보지 말고 사는 것이 아름답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하늘나라로 이사가는 날이 오기 전에......
첫댓글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윤동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