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쉬는 짬에 먹는 음식이 참이다. 농번기엔 하루 3끼 식사 외에 새참을 먹었고, 농한기엔 밤참을 먹었다. 특히 새참과 함께 먹는 농주는 고된 노동의 고통을 잠재우는 진통제였다.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란 이들은 새참 광주리를 머리에 인 어머니 치맛자락에 매달려 막걸리나 물주전자를 들고 논두렁길을 뒤따랐던 기억을 더듬을 수도 있겠다.
○…농번기보다 농한기인 겨울밤을 보내는 게 더 어려웠다. 변변한 간식과 소일거리가 없던 시절이어서 겨울밤은 허기를 참기 어려울 만큼 길었다. 그래서 땅에 묻어둔 저장 무를 파서 깎아 먹거나 이웃마을로 닭서리에 나섰다. 이마저도 어렵거나 심심하면 자기 집 닭을 서리하기도 했다.
○…독일월드컵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새벽까지 잠들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에 덩달아 밤참을 먹는 사람이 늘고 야식업계도 호황을 맞았다고 한다.
특히 24시간 영업을 하는 편의점은 라면, 삼각김밥, 김치 등 ‘야식 메뉴 3인방’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월드컵 야식 특수’다. 야식업계도 월드컵 기간 중 주문 폭증에 대비, 배달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고 특별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식품업체와 편의점 등이 월드컵을 겨냥해 개발한 야식 메뉴는 기존 제품보다 붉은 색과 매운맛을 강조한 제품들로 이른바 ‘파이팅 푸드’다. 새벽녘에 중계되는 축구경기를 끝까지 보게 하는 데는 잠을 쫓는 매운 음식이 좋다는 것이다. ‘파이팅 푸드’는 축구 팬들로부터도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맵고 짜고 자극성이 강한 밤참은 건강에는 분명 적신호인 음식들이다.
○…월드컵은 이래저래 많은 화제를 부르며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러나 월드컵 열풍을 조장하는 마케팅이나 방송의 호들갑에 언짢은 눈길을 보내는 이들이 적잖다. 6월이 지나면 월드컵 열풍은 곧 잊힌다. 반면 우리의 일상은 6월이 지나도 계속된다. 한미 FTA와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 등 월드컵에 가려진 현안들도 다시 부각될 것이다. 아마 월드컵이 끝나면 다이어트 열풍이 제일 먼저 불지 않을까. ‘비만의 친구’며 ‘다이어트의 천적’인 밤참으로 불어난 허리 사이즈부터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밤참은 꿈이고 다이어트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