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내선 투어(2)
동구릉~몽촌토성~별내
밤이 길어지고 기온이 내려간 다음부터 아침 산책을 못하고 있다.
그래도 남편은 꼭두새벽에 공원으로 자주 나가는 편인데, 오늘은 동구릉을 함께 다녀오는 것으로 산책을 대신하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구리에 살게 되면서 동구릉은 가끔 찾는 곳이다. 주로 마을버스 2번을 이용했는데 별내선 동구릉역이 생겼으니 지하철을 이용해서 가보기로 했다. ‘길 찾기’를 해보니 동구릉 역에서 도보로 596m, 가장 빠른 걸음으로 932 걸음, 10분, 횡단보도 2회, 지하도 1회라고 나와 있다. 그러나 실제로 해보니 내 걸음으로는 15분 걸렸고, 대로 외에 옆길로 통하는 소로도 있어, 횡단보도도 더 많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리근육이 풀리지 않아 무거운 다리로 겨우 동구릉 입구까지 갔다. 좌측에 있는 음식점의 입간판의 메뉴를 훑어보며 이따 무엇을 먹을까 미리 생각하였는데, 동구릉 입장권 매표소 문이 잠겨 있다. 매주 월요일이 쉬는 날이었던 것이다.
봄가을로 두 달 씩만 허락되는 숲길 개방 시기여서, 시선한 공기를 마시며 한 번 걸어보고 싶기도 했고, 건원릉의 억새가 얼마큼 자랐는지도 궁금했었는데, 아쉽지만 발걸음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역사에 들어 오니 벽에 동구릉의 아홉 능을 사진으로 전시하고 있었고, 전광판도 돌아가고 있었다.
동구릉의 숲길을 탐방하고 싶은 우리 동네 사람들에게는 지하철 보다는 6-1이나 2번 마을버스를 이용해서 가기를 권한다.
월요일 미사까지도 궐하고 모처럼 나선 길인데 이대로 집으로 들어가기는 아쉬워서, 우리 집에서는 다섯 정거이고, 동구릉에서는 일곱 정거인 몽천토성 역으로 갔다. 1번 출구로 나가니 시야가 넓게 탁 트인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이 나왔다. 광장만 한 바퀴 돌고 사진 몇 장 찍고 다시 지하철을 탔다. 한성 백제 박물관이 어디 있다던데 오늘은 공원 순례가 목적이 아닌 지하철 타보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통과 했다.
8호선 연장 구간인 별내선 역사 다섯 곳, 암사역사문화공원역, 장자호수공원역, 구리역, 동구릉역, 다산역, 별내역은 모두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테로만 오르내리게 되어 있는데 그 전에 지어진 역사에는 층계가 더러 있다.
동구릉역과 몽천토성역을 가봤음에도 시간은 이제 겨우 11시가 조금 넘었다. 두 곳 모두 장자호수공원역에서 가깝기도 해서였지만, 별내선 배차시간이 상당히 짧은 덕도 있었다. 내가 보기에 별내선은 2호선만큼이나 자주 오는 것 같았다. 평일 대낮인데도 전광판 상에 차가 줄이어 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역으로 아홉 정거를 가서 별내역에 도착하였다. 2호선 환승역인 잠실역 다음이어서 그랬는지 몽촌토성역에서는 승객이 많았다. 하지만 1정 거 다음인 천호역에서 사람이 많이 빠졌다.
별내역 이마트 2층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지난번에는 ‘남대문 칼국수 정식’을 먹었는데 이번에는 8,000 원 짜리 ‘함박스테이크 덮밥’을 먹었다. 지난 번 먹은 칼국수가 양이 많아 놀랐는데 이것도 만만치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지하로 내려가 사과대추 한 팩을 사갖고 나오는데 양념게장·간장게장을 세일하고 있었다. 즉석에서 만들어 파는 것이라 신선하고 맛도 좋다며, 하도 권하는 바람에 계획에 없던 게장을 두 팩 샀다. 집에 와서 양념 게장은 바로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간장게장은 김치 냉장고에 두었다가 하루 이틀 간이 밴 후에 먹으라고 해서 아직 맛을 못 보았다. 열흘 이내에 다 먹으라하니 며칠 반찬 걱정은 덜게 생겼다.
구리로 이사 와서 서울 갈 때마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환승하던 불편에 대한 한풀이를 하느라, 그리고 그토록 기다렸던 별내선에 대한 환영의 뜻으로 시작한 별내선 투어는 이 가을이 가기 전에 계속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