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09] 목포 꽃게살비빔밥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섬발전지원연구센터장
입력 2022.08.31
곡식의 알곡이 실해 고개를 숙이는 가을에 수꽃게도 종족 번식을 위해 분주하다. 이때가 꽃게무침과 꽃게살비빔밥을 준비하기 좋은 계절이다. 수컷 꽃게는 알 대신 살이 많은 탓이다. 봄철에는 암꽃게가 좋지만, 가을은 수꽃게가 맛있다. 여름에 산란을 하는 암컷은 봄에 살찌고, 수컷은 그 사이 탈피를 하며 몸을 만들어 다음 종족 보전을 준비한다. 그래서 암컷보다 먼저 영양분을 섭취해 정소를 만들기 때문이란다.
접시에 담긴 목포 꽃게살비빔밥 김준 제공</figcaption>
이 시기에 한반도 서남단과 서해 최북단의 연안으로 꽃게들이 찾아온다. 꽃게는 갯지렁이, 새우, 조개 등 갯벌에서 자라는 것들을 좋아한다. 모래와 갯벌이 몸을 숨기고 지나는 물고기를 잡아먹기도 한다. 갯벌이 발달한 서해의 최남단과 최북단이 꽃게 어장의 중심이다. 우리 바다까지 들어와 조업을 하는 중국의 불법 꽃게잡이 어선 때문에 피해를 입기도 한다.
수컷 꽃게에서 살을 발라내 양념을 더한 꽃게살 /김준 제공</figcaption>
꽃게는 겨울철에 깊은 바다에서 월동을 하다 수온이 따뜻해지면 갯벌이 발달한 연안으로 올라온다. 서남해의 진도와 신안의 깊은 바다에서는 주로 통발로 잡고, 연평도 바다에서는 자망 그물로 잡는다. 꽃게살비빔밥은 통발로 잡은 꽃게가 좋다. 통발 꽃게잡이는 청어, 고등어, 멸치 등 비린내가 많은 생선을 미끼로 쓴다. 조도군도와 흑산군도 일대에서 잡은 꽃게는 진도 서망항으로 모인다. 특히 추석 명절을 앞두고 서망항에서는 꽃게 파시가 이루어진다. 연평도 꽃게잡이는 접경 지역이라 해가 있을 때만 가능하고 물때도 맞아야 하지만, 진도 꽃게잡이는 파도가 방해하지 않으면 시간이나 장소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꽃게장의 게딱지비빔밥 /김준 제공</figcaption>
선원들이 먹어야 할 식량과 꽃게잡이에 필요한 것들은 잡아 놓은 꽃게를 운반하는 배가 가져온다. 꽃게잡이가 바다에서 짓는 일 년 농사라 어민들은 가을과 봄이면 바다에서 생활한다. 꽃게의 배를 눌러 단단해야 살이 꽉 찬 좋은 것이다. 꽃게 살을 발라내려면 하루는 냉동실에 보관해야 좋다. 살아 있는 꽃게는 살을 빼기 어렵다. 여기에 마늘, 파, 고춧가루를 넣어 꽃게살을 준비한다. 부드러운 게살은 쌀밥과 잘 어울린다. 고소하고 담백하지만 약간의 비린내를 감당해야 한다. 가을로 가는 길목에 밥맛이 떨어질 때 입맛을 돋우는 꽃게살비빔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