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 꿈의 집짓기
친구네 헛간을 개조해 살았던 우리 집은 마당이 거의 없었다.
부모님과 누나들이 살던 안채, 형들과 내가 살던 아래채, 부엌까지
세 칸을 나누면 거의 딱 떨어지는 크기였다.
빈 땅 한 평이라도 아쉬웠던 아버지는
틈새 공간에 손바닥한만 장독대를 만드셨다.
화장실은 대문 밖 골목길에 있었다
아침이면 집안은 말 그대로 전쟁통이었다.
새벽같이 일어나 장사를 나가시는 부모님은 그렇다 치고,
일곱 명이나 되는 형제들이 세수하고 볼 일을 보려면 순서를 정해야만 했다.
사람 댓 명이 서면 꽉 찰 것 같은 좁은 마당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지각하겠다며 재촉하던
형들과 누나들이 이제는 황혼이 돼서 그 시절 이야기를 한다.
나에게는 가족이 사는 좁은 마당 외에 아지트가 있었다.
우리 집 앞에는 꽤 큰 개울이 흘렀다.
한 여름,
동네 아낙들에게 빨래터이자, 개구쟁이들에게 물장구치며 헤엄치는 놀이터였다.
하지만 가을부터는 사정이 좀 달랐다.
지난 밤 누가 버렸는지 모를 연탄재가 개울가에 수북했다.
그렇게 쌓이고 쌓인 연탄재가 겨울이 되면 그럴싸한 땅으로 변했다.
3평 남짓한 공터는 내게 금싸라기 땅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내 나이 11살.
매일 아침 신문 23부를 배달해서 받은 돈이 한 달에 2200원 정도.
1년을 모으자 제법 큰 돈이 됐다.
생전 처음 만원 단위가 넘어가는 돈의 주인의 된 것이다.
“이 돈을 불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어린 나이에도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는 친구들을 불러 모았다.
“내 새끼오리랑 염소랑 사가 키울라카는데, 집이 없다 아이가?
오늘부터 오리집하고 염소집 하고 맹글라카니까,
내 좀 도와도. 내 오리랑 염소랑 키워서 장에 내다 팔끼다.”
순간, 녀석들의 눈빛은 나를 존경하는 것 같았다.
그 순간을 놓칠 내가 아니었다.
“내 공짜로 해달라는 것 아이다. 돈 벌믄 느그들 짜장면 사줄게.”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녀석들은 흩어져서 돌멩이를 주워오고,
논에서 진흙을 퍼왔다.
연탄재로 만들어진 땅에 돌을 쌓아 축대를 만들고,
쌓은 돌에 진흙을 단단하게 붙였다.
그리고 나무와 철사를 주워와 가축우리를 지어나갔다.
손으로 철사를 일일이 꼬아서 철장을 만들고,
사이사이에 나무를 박아 넣었다.
손이 찢겨서 피가 나고, 갈라져도 아픈 줄을 몰랐다.
머릿속은 이미 오리와 염소를 키워서
목돈을 만들어 엄마아빠를 기쁘게 해드리는 상상으로 가득 차있었다.
꼬박 닷새를 공들인 끝에 그럴싸한 가축우리가 완성됐다.
나의 첫 번째 토목공사였다.
토목공사, 이제 시작이다
지금까지는 집을 짓기 위한 정보수집과 허가로 조금 지루했는가?
그 지루함을 잘 견뎠다면
이제는 최소한의 돈으로 최고로 멋진 나만의 성을 만들 차례다.
자! 이제부터는 실전이다.
사람들은 허가를 마치면 먼저 집부터 짓기 시작한다.
전체적인 토목,조경에 대한 구상없이 주택을 지어서
곧바로 꿈꾸던 전원생활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라도 말리고 싶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절대 서둘러서는 안 된다.
먼저, 내 노트를 적극 활용하자!
그동안 카페 활동으로 모아두었던 주택과 조경 사진들,
현장에 다니며 눈으로 배웠던 인테리어 사진들,
그리고 카페를 통해 알게 된 전문가들에게 배운 지식을 총동원할 때다.
포클레인 기사와 공사 담당자를 불러다
전체적인 밑그림을 어떻게 그릴지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 구상을 그들이 훤히 알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마스터플랜’이다.
노트는 아무래도 현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노끈으로 줄을 쳐가며 위치와 동선 등을 만들며
전체적인 조화를 생각하는 것이 좋다.
이 과정을 부부와 자녀가 함께 한다면 정말 재밌고 유익한 놀이가 될 것이다.

토목허가서대로 공사를 하지 마라
토목공사가 처음인 경우,
허가를 어기면 위법인 줄 알고 정확하게 시공을 하려 한다.
대개 660㎡(200평)의 땅에 허가를 받으면
정확히 그곳만 사용하려고 토지 둘레에 측량 깃대를 꽂아서 공사한다.
이론상으로는 맞다.
그러나 공사를 하다보면 현실적으로 일이 더 어려워지고 기간도 늘어난다.
공사를 하다보면 땅 밑에 큰 돌이 나와 허가부지에서 벗어나야 할 때도 있고,
허가가 난 곳 보다 더 좋은 자리라고 생각되는 땅이 있을수 있다.
또 측량 깃대를 꽂아서 공사를 하면
허가가 난 터의 형태에 얽매여 전원주택의 터를 아름답게 만들기도 어렵다.
법을 어기라는 것이 아니다.
허가서와 실제 공사를 한 곳의 위치가 달라지거나
660㎡를 허가를 받아 공사를 하다가 면적이 줄거나 늘어난 경우도
토목변경이 가능하다.
모든 공사를 마친 후 토목설계사에게 변경을 요구하면 처리해준다.
물론, 설계사무사에서는 귀찮아할 것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면서 사정을 얘기하면 깔끔하게 처리해줄 것이다.
그들도 프로니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 그림대로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땅 밑 공사를 잊지 말자
전원주택을 지을 땅에는 보이지 않는 돈이 들어갈 곳이 의외로 많다.
집이 들어설 자리에 기초공사 전에 지하수·정화조,오폐수 관로를 묻어야 하고,
조경공사 현장에는 지하수·오폐수 외에
가로등, 외부용 전기선, 정원관리용 수도 등도 미리 묻어야 한다.
주택의 기초공사와 정원에 잔디를 다 깐 다음에
‘아차, 실수였구나’ 해도 소용없다.
잊어버리기 전에 내 노트에「땅 밑 공사」를 반드시 적어놓자.
특급 포클레인기사를 모셔라.
토목공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집터의 조경석 쌓기다.
내가 그린 토목과 조경이 그대로 재현되기를 바라는가?
그렇다면 특급 포클레인 기사를 모셔라.
포클레인 기사의 실력에 따라 전체 조경 연출과 비용이 좌우될 수 있다.
무너지거나 흉해서 다시 해야 하는 재공사를 방지하고,
조경전문가가 하는 일인 돌을 척척 쌓는 것도 가능하다.
일반 기사가 3일에 할 일을
전문 포클레인 기사는 하루에 마칠 수 있을 만큼 실력 차이가 크다.
그래서 포클레인 기사는 공사 전부터 지역에서 소문난 특급을 찾는 게 좋다.
참고로 포클레인은 02, 06, 08, 10의 장비가 있으며
순서대로 크기가 다르다.
가령, 02(공투)는 아주 작은 일에 쓰이고,
10(공텐)은 억세거나 큰 돌이 많은 척박한 땅에서 주로 사용된다.
보통 집터를 만들 때는 06 정도의 포글레인을 사용한다.
흙으로 된 평지에서는 타이어 장비를 사용하면 이동속도가 좋고
돌이 많거나 경사진 곳에서는 궤도로 된 장비를 사용하는게 일반적이다

터를 분리할 때 곡선(마운딩기법)의 아름다움을 살려라.
집터와 정원, 텃밭, 유실수터, 연못, 쉼터....
멋지게 꾸미고 싶은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아름다운 조경은 곡선에서 연출된다.
이 때 찾아오는 손님이나 소비자의 동선도 미리 고려하는 게 좋다.
테마펜션을 하든, 가족이 사는 전원주택을 만들든,사람들이 찾아올 것이다.
조경을 이용해 손님을 위한 독립 공간을 확보하는 방법도 생각해봄 하다.
우리나라의 전원주택을 방문해 보면,
95%가 허가 받은 부지(약 660㎡)를 평평하게 작업했다.
이유를 물어보면,
‘땅을 넓게 사용하기 위해서’와 ‘조경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실제 어떤 방식의 조경을 하든지 땅 크기가 달라지지 않는다.
주변 산과의 조화, 바다와의 어울림을 생각하고 곡선을 기억하자.
평평한 조경기법은 자연과 부조화이고 밋밋하다.
나머지 5%의 전원주택지에 보고 느낀 점을 생각하면,
곡선과 직선의 차이를 극명하게 알 것이다.
조경에 한가지 팁을 더 주자면,
보광토 블럭이나 막쌓기를 하면 직선으로 올라가서
땅은 넓게 사용할 수 있지만 아름다움이 없다
그래서 대개 조경석 쌓기를 한다.
하지만 조경석 쌓기는 땅을 많이 잡아먹는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 돌과 돌 사이의 좁은 틈에 야생화를 심으면 멋진 야생화단지가 된다.
지금 나의 노트에 「곡선의 아름다움」이라고 적어놓자.
자연의 소리에서 포클레인의 진수를 맛보다.
<자연의 소리> 첫 번째 작품인 흙집을 지을 때다.
돌 쌓는 일에 포클레인 기사, 전문 조경인(석공), 조수 등 3명이 투입됐다.
일반적인으로 조경하는데 필요한 인력이라며 추천을 받았다.
하루 인건비가 석공 25만원, 조수 8만원이었다.
포클레인은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정확한 금액이라 할 수 없지만,
평균 장비 10(공텐)을 쓸 경우 일당 80~90만원선이다.
당시 포클레인 기사의 실력이 서툴러서 작업의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하루하루 돈을 들어가고...
한 달 반이나 계속되는 공사로 초기 비용이 예상을 훨씬 초과했다.
문제는 그 뒤였다.
이듬해 일찍 찾아온 장마로 폭우가 쏟아져 모두 무너져버렸다.
간신히 무너지지 않은 돌 조경은
조경공부를 할수록 보기가 싫어서 그대로 둘 수가 없었다.
돌의 크기가 천차만별이고, 정교함도 없었다.
한마디로 조경 점수 빵점이었다.
아예 포클레인 한 대를 사서 공사를 하면,
돈이 절약된다는 소리를 듣고 작은 포클레인(02)를 중고로 산 적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6개월 만에 반값 받고 팔아버렸다.
포클레인(02)이 6개월간 한 일은 고작 흙 몇 번 나르기가 전부였다.
포클레인이 좋다고 일이 잘 되는 건 아니었다.
포클레인 운전대를 누가 잡느냐?
기술자의 손에 따라 조경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 후 2011년부터는 포클레인 기사와 조수를 1명씩 고용했다.
포클레인 기사의 실력이 뛰어나서 석공을 따로 둘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 태풍에 무너지거나 보기 흉한 조경이 없다.
이 모든 게 특급 기사의 실력 덕분이다.
"연못의 돌은 누가 쌓았습니까? 정말 멋지게 돌을 쌓았네요."
사람들의 찬사가 나를 흥분시킨다.
2014년 봄 부터 둘레길을 만들 때의 절토면 보완공사를 할 것이다.
절토면의 낮은 부분은 작은 돌을 주워와 막담을 쌓을 것이며
높은 부분엔 조경석 쌓기를 할 것이다
재해예방의 차원이 될 것이며 세월이 지나 돌 위에 핀 온갖 꽃 들이 우릴 반갑게 맞이해줄 것이다.
자연의 소리에는 완성도 높은 조경이 된 곳이 없다.
애들과 학습을 할 수 있는 아기자기한 이야기 길을 만들 것이다
길 주변에는 토끼 닭, 풍력발전 체험장, 태양광에너지의 체험장이 될 수 있게 만들고자 한다
내가 구상한 바를 일주일에 한 번씩은 포클레인 기사와 협의한다.
노트에 그린 그림을 현장에서 맞추어본다.
물과 돌과 나무의 조화!!
내가 꿈꾸는 <자연의 소리> 토목공사다.
- 상기 내용은 저자 정성규의 " 전원생활부자들" 이란 책으로 발간되었습니다
지난 5년 간 시행착오를 겪어면서 만들어가고 있는 " 자연의소리" 의 경험담 입니다
실전임야개발 및 돈 버는 전원생활에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