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4.
구례 돌탑
한이 없이는 절대로 이런 일을 하지 않는다. 멀찍이 주차하고 자박자박 걸어 와보니 출입구에는 문짝 하나도 없다. 첨단 기술과 최신 장비가 동원된 듯한 반듯하고 다양한 모습의 돌탑이 여러 개 있다. 유럽의 성을 방불케 하는 미니어처 돌탑 공원이다. 무려 21년 동안 혼자 쌓은 크고 작은 돌탑이 18개나 된다. 놀랍고 또 존경스럽다.
사연이 기구하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 정신없이 살았지만, 몸은 병들고 가족들과도 헤어지고 맨몸으로 구례에 왔다고 한다. 50세의 병든 몸으로 고향의 어머니에게 삶을 기대고 인근 오산을 하루 두 번씩 오르내렸다고 한다. 돌탑 하나를 위해 수백 번을 오르내렸고 지금도 새로운 돌탑을 계획하고 있다. 돌탑 쌓기 2년 만에 건강이 정상으로 회복된 운이 좋은 사내다.
나이가 76세라고 한다. 구례에서 26년이 지나는 동안 어머니를 대신해서 토끼, 닭, 공작새 등 동물과 소통하며 자두와 감 농사도 짓는다. 군데군데 고추, 가지, 토마토를 심어 가꾸고 있으며 잠시도 쉼 없이 쓸고 청소하고 정리하기를 반복한다. 다행히 궁금한 게 많은 방문객을 만나서 잠시 허리 펴고 지나간 세월을 회상한다. 시작한 과거사는 끝이 없다. 긴 세월을 자르고 줄이고 압축해서 하는 이야기라 구구절절하다.
자연인을 소재로 한 TV 프로그램이 있다. 코미디언 이승윤과 윤택이 자연에 혼자인 사람들을 찾아 삶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육체적 아픔이 있거나 정신적 배신을 경험했거나 사회나 조직의 부적응을 핑계로 삼는 나약함이 보여서 그저 멀리한다. 프로그램에 심취하다 보면 동질감을 느끼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래, 나라도 그랬겠다” 잠시 만에 나 역시 대책 없이 산으로 들어갈 듯한 감성에 휩싸인다. 그래서 싫다.
세상을 내 뜻대로만 살 수는 없다. 때로는 적절히 배려하고 양보하기도 하지만 숱하게 주저앉고 무시당하며 좌절하고 꺾이는 삶이 더 많으며 훨씬 잦다. 흙수저들이 이런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남들이 우러러보는 성과를 이루었을 때 우리는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낸다. 그만큼 어려운 일을 해냈기에 찬사를 받는 것 아닌가. 자존감이 높고 의지가 굳어 열정적으로 산다는 것은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모두가 그러하기를 소망한다.
살아보니 힘들 때는 무너지고 싶더라. 넘어져 보니 다시 일어나고 싶지 않을 때도 있더라. 그래도 가족을 위해, 나 자신을 위해 다시 일어나는 게 다반사다. 모나고 울퉁불퉁한 돌들을 쌓아 경이로운 탑을 만들 듯 인생의 고난과 역경의 순간들이 아름다운 추억을 만든다. 추억이 모여 가치 있는 인생이 되는 게 아닌가. “다음에 또 뵙시다. 힘내세요”
첫댓글 TV에서 본거같은데 ᆢ봣다
글치, 친구가 텔레비젼에서 보고 이야기 해 줬음. 그래서 답사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