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강좌 65강
이번주 디카시 강좌에는 전현주 시인의<상형문자>와 김명자 시인의 <푸른 함성> 두 편을 소개한다.
1. 창조적 상상력을 통해 초록의 꿈을 키워 희망의 그림일기를 그리다.
인류는 언어의 기원으로 볼 때, 보편적이고 쓰기 쉬운 언어 체계로 소통하며 교류했다. 상형문자가 그런 언어 체계다. 상형문자는 말 그대로 사물이나 물건의 모양을 본떠서 만든 문자로 그림문자다. 육서(六書) 중, 상형문자는 300여 개 정도로 대다수의 상형문자가 부수로 사용된다.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는 사람이나 동물 등의 물체를 그림으로 표현한 문자로, 3,500년 동안 사용되었다.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활용된 문자는 인류의 문명을 변화시켰다. 더 나아가 초록의 꿈과 희망도 담보하고 있다. 이를 시적 문장으로 진술하고 있는 전현주 시인의 작품, <상형문자>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디카시
상형문자 / 전현주
땅을 믿고 바람의 힘을 빌려
쉼 없이 그려보는
초록색 꿈
시간이 해석해 줄
희망의 그림일기
'땅을 믿고 바람의 힘을 빌려 / 쉼 없이 그려보는 / 초록색 꿈 // 시간이 해석해 줄 /
희망의 그림일기'의 시적 문장을 통해 무한한 창조적 상상력의 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디카시는 영상기호와 문자기호가 화학적으로 결합되어 결국 디지털 문학이 완성된다. 특히, 땅 위 그려진 기호와 함께 푸른 하늘을 대비시킴으로써 구도를 잘 잡은 디지털영상으로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상형문자'를 '그림일기'로 비유하고 있는 시적 문장이 절묘하게 연동되어, 이를 '희망의 땅'으로 클로즈업시키고 있다.
만물을 소생시키는 공간적 의미의 땅을 디카시 영상기호의 소재로 삼아, 희망의 상형문자로 재생산한 디지털 역량이 탁월하다.
2. 사진작가의 탁월한 안목과 스토리텔러가 발굴한 항일운동의 결정체, 푸른 함성
을미의병이란,1895년 명성황후 시해와 단발령에 대한 반발 등을 계기로 유생들이 주도하여 봉기한 한말 최초의 항일의병전쟁을 말한다.
구한말 의병의 본산지였던 충북 제천에 항일의병전쟁을 위해 유생들이 몰려들었다. 김명자 시인은 제천시 청풍면 학현리를 소재로 한 디카시 재조명을 통해 '목숨 걸고 지켜낸 우리 강토'를 역설하고, 이를 '우리 민족의 혼'으로 육화시켰다.
#디카시
'흰 구름 내리는 곳 / 바람이 스치는 곳 / 님의 혼 머무는 곳 / 목숨 걸고 지켜낸 우리 강토 우리의 민족 혼 / 학현리 계곡에 이끼꼿으로 피었네' 의 시적 언술을 통해, 충북 제천시 청풍면 학현리 일대 항일의병전쟁에 참전한 유생들의 푸른 함성이 울려퍼지고 있다.
을미의병 창의 129주년을 맞이하면서, 시인은 순국선열의 호국의지가 발현된 성스러운 장소 학현리의 함성을 클로즈업시키고 있다.
'학현리 계곡에 이끼꽃으로 피었네'라는 시적 진술은 푸른 함성이 빚어낸 항일운동의 결정체이다. 아울러 푸른 함성은 대한민국의 거룩한 탄생의 계보를 잇는 항일운동 디카시의 전형임을 알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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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디카시에는 심섭연 시인의 <책 읽는 고양이>를 선정했다.
#금주의 디카시
'ㄱ보더니 기역이라 읽는다 / 아기보다 말을 빨리 배운다는 / 가나다라마바사''의 시적 문장은 하이브리드 시대의 철학적 단상이 배어나온다.
초현대식 건물의 유리창에 비친 불빛을 한글의 자음 중 '기역'의 글자로 바라보면서, 아울러 어두운 밤 하늘을 고양이로 인식하는 파격적이고 창조적인 상상력을 감지할 수 있다. 또한 선 굵은 시적 안목 또한 발견할 수 있다. 어찌 보면 고양이가 전혀 안보이는데 '책 읽는 고양이'로 명명할 수 있을까. 눈으로 읽지 말고, 눈으로 보란 말이 있다. 눈으로 바라보게 되면, 밤을 고양이로 상상할 수 있는 이유가 충분하다.
가수 송창식의 1980년 노래 중, <가나다라>는 가요에 국악을 접목시킨 경우라 해서 의미를 둘 수 있다. 한글의 기본 중의 기본인 가나다라 순서는 아이들이 글자를 배울 때 그리고 한글을 깨우칠 때 배우게 된다. '가나다라마바사'를 고양이의 언어 인식 체계로 승화시킨 것이다.
디카시는 SNS의 날개를 타고 디지털 세상을 밝히는 디지털 별이다. 국경, 성별, 나이의 경계를 허물고 빠른 속도로 넘나드는 멀티언어다.
"스마트폰이 켜져 있을 때 디카시 심장소리 즉, 디카, 디카, 디카 소리가 들리면 디카시를 자신의 심장처럼 여기는 우리 시대 진정한 디카시 성자이다."
정유지(부산디카시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