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배우자 외도를 의심하더라도 이를 법정에서 입증하는 것은 별개 문제다. 문자메시지나 사진처럼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면, 배우자와 상간남 또는 상간녀가 언제, 어디에서 만나는지조차 확인하기 어렵다. 이러한 연유로 상간소송을 준비하면서 탐정이나 민간조사업체에 배우자 동선 확인과 증거수집을 의뢰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상간소송에서 증거가 중요하다고 해서 증거를 확보하는 모든 방법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고양시 일산에 거주하는 A씨는 남편의 불륜을 의심했지만 별다른 증거를 찾지 못했다. 결국 탐정에게 조사를 의뢰했으며, 남편이 파주시에서 한 여성과 만나 식사를 하고 신체를 밀착한 채 이동한 뒤 김포시의 숙박업소에 함께 들어가는 모습이 촬영됐다.
A씨는 이 자료를 상간소송의 증거로 사용하려고 했다. 그런데 만약 탐정이 단순히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을 촬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차량에 녹음기나 위치추적 장치를 설치하거나, 두 사람만의 대화를 몰래 녹음했다면 어떨까.
첫째 탐정이 확보한 자료라고 해서 당연히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반대로 모두 사용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민사소송에서 증거를 어떤 방법으로 확보했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공개된 장소에서 두 사람이 함께 이동하거나 숙박업소에 출입하는 모습을 촬영한 경우에도 촬영 장소와 방법, 지속성, 사생활 침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따라서 상간소송에서는 사진이나 영상에 무엇이 찍혀 있는지 만큼, 그 자료가 어떤 과정에서 확보됐는지도 중요하다.
둘째 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것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제 3자가 녹음하거나 청취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대법원도 지난 4월 배우자 차량에 몰래 녹음기를 설치해 배우자와 외도 상대방 대화를 녹음한 사건에서 해당 녹음파일과 녹취록은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자신이 대화 당사자로 참여하면서 상대방과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통신비밀보호법이 금지하는 '타인 간의 대화' 녹음과는 다르게 판단된다.
셋째 위법하게 수집됐다고 해서 모든 자료가 민사재판에서 자동으로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같은 판결에서 개별 법률에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규정이 없다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는 이유만으로 민사소송에서 항상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실제 위 사건에서 배우자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던 문자메시지와 사진·동영상을 촬영한 자료에 대해서는 증거를 확보한 경위, 당시 부부가 동거하고 있었던 점, 사생활 침해 정도와 증거 확보의 필요성 등을 종합해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이런 사건을 접하는 변호사가 증거 내용과 함께 확보 방법을 살펴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간소송에서 결정적인 장면을 확보했더라도, 그 과정에서 타인 대화를 몰래 녹음하거나 주거 등에 무단으로 들어가고 전자기기나 계정에 함부로 접근했다면 별도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간소송은 결국 부정행위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소송이다. 이는 증거를 잡기 위해 또 다른 법을 위반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증거는 많이 모으는 것보다 제대로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어렵게 잡은 결정적 증거가 수집 방법 때문에 법정에서 쓰이지 못한다면, 증거를 잡으려다 오히려 발목을 잡히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