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내 내는 일이 이리도 힘든 줄이야
수천 번의 삽질로 몸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버렸다.
시작을 했으니 끝을 봐야 하는 성미가 스스로를 더욱 힘들게 했다.
그나마 위안으로 삼는 것은 누군가 완성된 연못을 바라보며 힐링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설령 그렇지 못한다 해도 조용히 사색할 장소를 새롭게 마련한다는 것에 자족한다.
현재 연못은 물만 채워 넣고 있다. 마지막 마감재가 보온용 부직포라서 독소를 빼내기 위함이다. 여기에다 마사를 적당히 채워 넣으면 끝인데 문제는 마사를 사 와야 한다는 점이다. 마사를 넣지 않으면 수생식물들이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 수생식물은 따로 심지 않아도 세월 지나면 자동적으로 생긴다. 이는 앞서 완성한 마당의 연지를 봐서 안다. 그 정도까지 되려면 상당기간 세월이 흘러야 한다. 그래서 마사를 깔고서 기존 연못에 자라고 있는 수생식물을 옮겨 심고 별도로 연꽃화분을 몇 개 마련할 생각인데 그것까진 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제 연못을 거짐 완성했으니 적당한 이름을 지어줄 차례다.
이곳은 다른 곳에 비해 움푹 들어간 지형이라 안온한 느낌을 받는다.
물론 담장 너머는 마을 차도라서 가끔씩 지나가는 차소리가 들린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 감수해야 한다.
그것 외엔 누가 소리를 질러 내 이름을 부르기 전엔 안팎의 동정을 알 수 없는 장소다.
여기라면 혼자 사색하기에 딱 맞는 장소가 되겠다. 처음부터 난 그걸 염두에 두었던 것이므로 만족한다.
이 연못을 만들기 위해 근 보름간 일과 후 야간작업을 했다.
그야말로 미친 사람처럼 땅을 파고 기존 담장을 헐고 새 담장을 쌓았다.
내친김에 주변에 진입도로 손봤고 후문 내외담까지 쌓았다. 내외담이라 해봤자 헌기와를 가져와 즉석에서 쌓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다 해도 모든 일을 나 혼자 해야 하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보름만에 몸무게가 약 3kg 빠졌다.
아직 일독이 풀리지 않아 몸이 영 말이 아니다. 이젠 내 나이를 실감한다. 이전 같으면 며칠 지나면 곧 회복이 되었는데...
그래도 행복하다. 계획하고 노력해서 만든 성과를 바라보는 것으로...
첫댓글 대학때 답사가서 하신 말씀이 기억나네요. 낭중에 본인이 원하는 한옥을 짓겠노라고 하시면서 지금의 한옥은 모양만 한옥인경우가 많아 아쉽다고 한옥다운 한옥 정말 궁금합니다. 그리고 이십년전에 소원하던 일을 이루어 가고 있는 모습이 정말 아저씨다우셔서 멋지십니다. 꼭 가서 누군가의 이상이 현실이 되어있는 모습 보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