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
윤회라고 하는 것이 부처님 시대 석가모니 부처님이 하신 말씀은 아닙니다. 그 이전부터 인도에 내려오는 사상으로, 기원전 3,000~2,000년에 있었던 인더스 계곡 문명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인더스 계곡 문명은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버금가는 문명으로, 모헨조다로 문명이라고도 합니다.
인도철학의 대가인 독일 학자 짐머에 따르면 (Philosophies India (Princeton :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69. 참조), 인더스 계곡 문명이 힌두교 전통에 공헌한 것이 두 가지인데, 첫째는 우주를 음양으로 보았을 때 음에 해당하는 여성성 혹은 창조성(힌디어로 샥티)을 강조한 것과, 둘째로는 만물이 한 번 죽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계속 돌고 돈다고 보는 윤회 사상을 남겨준 것이라고 한다.
(오강남 지음, 『 세계 종교 둘러보기 』 , 현암사, p. 36.)
윤회사상은 부처님 시대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힌두교의 기원을 이루는 오래된 사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인도에 내려왔듯이 우리나라에도 옛날부터 내려오는 이야기 속에 윤회사상은 스며있다고 하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 유전자 속에 생명 탄생과 진화가 코드화되어 있듯이, 윤회는 우리 몸속에 내재하는 자연의 원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플라톤이 쓴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란 책을 보면, 소크라테스는 영혼의 존재와 윤회에 대해 말하면서, 죽으면서도 편안한 이유가 사후세계에 대한 확신 때문이라 말하고 있습니다(『소크라테스의 변명』파이돈). 공자나 석가 보다는 매우 솔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우리 의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데, 그것을 느끼려 하지 않고, 생각으로 접근하려니까 더욱 복잡해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일출을 보면서 희망을 꿈꾸고 일몰을 보면서 지난날을 회상합니다. 해는 무심히 뜨고 지는데, 인간은 거기에다 수많은 이야기와 이론을 쌓아 왔습니다. 그것도 오랜 세월 동안. 이야기는 그렇다 치고, 해가 뜨고 지는 원리는 과학이 해결하였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윤회도 이론으로 풀기보다는 과학으로 풀어야 명확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우주의 원리를 알기 위해 망원경을 사용하였듯이 윤회를 알기위해서는 최면술 등 심리학을 동원하거나 임사체험 등 죽음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윤회란 신비스러운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데이터나 통계를 통해 접근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이 조금이나마 진실에 가깝게 접근할 수 있다고 봅니다.
부처님은 구체적으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에 대해 침묵하셨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중아함경』「전유경箭喩經」에 보이는 우주와 인간에 대한 질문입니다. 일반적으로 14무기로 표현되는 14가지의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세계는 ①상주(常住)인가 ②무상(無常)인가 ③ 상주이며 또 무상인가 ④상주도 아니고 무상도 아닌가.
2) 세계는 ⑤한계가 있는가 ⑥한계가 없는가 ⑦한계가 있거나 또는 한계가 없는가 ⑧한계가 있지도 않고 한계가 없는 것도 아닌가.
3) 영혼은 신체와 ⑨같은가 ⑩다른가.
4) 여래는 사후(死後)에 ⑪존재하는가, ⑫존재하지 않는가 ⑬ 존재하며 또 존재하지 않는가, ⑭존재하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닌가.
이 14가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것을 14무기라 하며, ③④와 ⑦⑧의 질문을 제외한 경우를 10 난무기難無記라고 합니다.
14 무기로 표현되는 질문은 우주와 인간에 대한 궁극적인 의문을 보여준다. 먼저 (1)은 이 자연 세계가 영원히 존재하는지 아닌지의 문제로써 시간적인 영속성의 여부를 묻고 있다. 그리고 (2)는 이 세계가 한계가 있는지 없는지를 묻는 것으로, 공간적인 끝이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3)은 영혼과 신체가 같은지 다른지의 문제로서, 인간의 정신적 본질과 신체의 구체적 관계를 묻고 있다. (4)는 부처님의 사후 문제로서, 이것은 인간이 죽은 뒤 윤회(輪廻)를 하는가를 묻는 것이다. 이 질문들은 모두 미묘하고 심오한 문제를 담고 있는 것으로 긍정과 부정의 단정적인 답변으로 그 의문을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들이다. (이태승, 위덕대 불교문화학부 교수, 불교신문 2116호)
14무기 속에 윤회에 대한 질문도 들어 있습니다. 원래 부처님 가르침의 특징은 ‘와서 보라!’는 것입니다. 즉 눈으로 직접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보여 줄 수 없기 때문에 부처님은 대답을 하지 않으셨던 것입니다. 부처님이나 공자님이나 죽음에 대해 답을 못하셨던 것 같습니다. (구모이 쇼겐,『붓다와의 대화』124~125,『숫타니파타』 제1137 1139 게송 참조)
『무문관』「32칙 외도문불外道問佛」에는 외도가 부처님께 질문을 했을 때, 침묵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세존께 외도(外道)가 와서 "말 있음으로도 묻지 않고 말이 없음으로도 묻지 않겠습니다."라고 하니 세존께서 말없이 앉아 계셨다.
이에 외도가 "세존께서 대자대비로써 미혹의 구름을 열어 나를 깨닫게 하셨습니다."라고 찬탄하며 절을 하고 물러갔다.
아난이 세존께 “저 외도가 무엇을 증득했기에 찬탄하고 갑니까?”라고 물으니 세존께서 “세상의 어진 말은 채찍 그림자만 봐도 달리는 것과 같다.”라고 하셨다.
世尊 因 外道問 不問有言 不問無言 世尊據座 外道贊歎云 世尊 大慈大悲 開我迷雲 令我得入 乃具禮而去 阿難尋問佛 外道有何所證 贊歎而去 世尊云 如世良馬 見鞭影而行
부처님은 이와 같이 대답할 수 없는 질문에 침묵하셨듯, 윤회에 대해서도 침묵하셨던 것으로 보입니다. 어떠한 이론이나 어떤 논리적인 설명으로도 윤회에 대해 확실히 보여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 사후 등장하는 수많은 대승론자들이 윤회를 말했지만, 그들이 말한 천의무봉天衣無縫의 논리로도 윤회는 여전히 논란거리일 뿐, 명확한 결론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도 여전히 그 논의 선상에 있다고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현대에 들어와 『 윤회의 비밀 』 이나 『 임사체험 』 등 과학서나 연구서가 보다 더 윤회의 진실에 접근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겠습니다. 과학적인 접근이 아니면 지금까지 그래왔듯 탁상공론에 머물 공산이 큽니다.
여하튼 논의나 연구는 현재도 진행형이지만,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로는 윤회하는 쪽에 좀 더 가깝게 접근하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성철 스님도 심리학자인 지나 서미나라의 『윤회의 비밀(장경신서 1)』『윤회의 비밀: 속편(장경신서 4)』이라는 책을 1988년 백련선서간행회에서 출간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내용을 인용해 ‘인과응보 윤회설’이라는 글도 쓰셨습니다. 윤회에 대한 사례 연구가 보다 더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부처님께서 못하신 답변을 과학을 통해 시도하신 것입니다.
현대에 들어서 그러한 연구들을 바탕으로 한 몇 가지 윤회 사례들이 대중매체에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 한 예가 2008년 방영된 SBS 스페셜 <환생 불을 찾아서>입니다. 티베트는 700년 동안 린포체(존귀하신 분)라는 스승의 환생을 찾는 전통을 지켜왔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이 전통을 소개하고 또 환생 불을 여럿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09년 EBS는 환생을 찾는 다큐멘터리 <환생을 찾아서 Unmistaken Child>를 방영하였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환생 불을 찾아가는 여정을 오랜 시간 추적해 보여줍니다.
<환생을 찾아서>에 등장하는 ‘게셰 라마 콘촉’은, 26년간 홀로 은둔처에서 수행한, 이 시대 티베트에서 가장 존경받는 스승 중에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제자 ‘텐진 조파’는 7세 때부터 21년간 ‘콘촉 라마’를 스승으로 모셔왔는데, 2001년 콘촉 라마가 84세의 나이로 선종하자, 스승의 환생을 찾아 길을 떠납니다. 그리고 4년 만에 스승의 환생을 찾아냅니다. 이스라엘 출신 감독 ‘나티 바라츠’는, 제자 텐진 조파가 티베트의 곳곳을 누비는 4년의 여정을, 그리고 그 여정 끝에 스승의 환생을 만나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제6회 EBS국제다큐영화제(EIDF)’ (EIDF2009)의 경쟁 부문인 ‘페스티벌 초이스’에서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습니다. 윤회에 대해 매체를 통해 듣거나 연구 자료를 접하는 것보다, 이 다큐멘터리를 한 번 보는 것이 더 나을지 모르겠습니다. 윤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윤회를 목도하는 좋은 사례입니다.
앞선 글에서도 말했습니다만, 별을 구성하는 물질이 대부분 수소와 헬륨이고, 지구에는 수소, 헬륨과 함께 철과 같은 무거운 원소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우주 전체로 보면 아주 미미한 양입니다. 우주에 있는 모든 수소와 헬륨 등 물질들을 합쳐도 우주전체로 보면 4%에 불과합니다.
다시 말해 이 우주는 우리 눈에 보이는 물질, 해, 달, 별, 등등이 우주 구성에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하고,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 즉 암흑물질 22%, 그리고 에너지 상태인 암흑에너지가 7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암흑에너지 때문에 우주는 계속 팽창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우주가 빅뱅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그런 우주가 빅뱅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믿는 과학자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10년 전 만해도 우주가 빅뱅에서 생겼다는 것을 의심하는 과학자가 거의 없었는데, 놀라운 변화입니다. 무슨 소리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팽창하고 있는 우주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하나의 점, 즉 ‘빅뱅’, 다시 말해 시간이 0인 지점에 도달한다는 것이 빅뱅이론입니다.
그런데 10-34 (10에 -34승: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분의 1초) 까지는 갈 수 있는데, 더 이상은 접근할 수 없었습니다. 더 이상은 계산할 수 없는, 더 이상은 물리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영역이 있어, 왜 그럴까라는 의문이 남아 있었습니다. 시간이 0인 지점까지 갈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시간이 0이 되면 공간도 0이 됩니다. 그러나 시간과 공간이 존재하는, 시간이 10-34이 되는 지점에 이르면, 시간과 공간이 존재하면서, 빅뱅이전의 우주와 연결됩니다. 빅뱅이전의 우주와 빅뱅이후의 우주가 만나는 것입니다. 거기서부터 수축하는 반대편 우주를 만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물리 법칙이 유지가 됩니다. 즉, 수축하는 우주가 소위 빅뱅지점부터 다시 반대로 팽창하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지금 우리 우주는 빅뱅어름을 지나 140억년 동안 팽창하고 있는 중입니다.
결론적으로 이 우주는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고 있는데, 지금 우리는 팽창하는 우주에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팽창하는 에너지가 잦아들면 언젠가는 지금의 우주는 수축할 것이고, 수축의 끝에는 소위 또 하나의 빅뱅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확한 빅뱅은 아니지만 10-34 지점에서 다시 팽창한다는 것입니다. 유한 인간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들지만 그럴듯합니다.
이 이론은 『우주심과 정신물리학』을 쓴 이차크 벤토프도 주장하였는데(산방한담 山房閑談 - 생명의 탄생과 의식의 진화), 지금에 와서 그의 가설을 과학계가 뒷받침하게 되었습니다. 영적으로 얻어진 영감을 과학이 따라가고 있는 모양새인데, 물론 물리학은 물리학의 언어인 수학을 통해서 접근하므로 지금까지 인간의 의식이나 나아가 영적으로 시도해 왔던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빅뱅은 또 하나의 창조론이다.” 김용옥 교수가 한 강연에서 한 말입니다. 직선적인 서양식 사고에서 나온 결과라는 것입니다. 실로 날카로운 지적입니다. 그런데 그러던 서양이 ‘과학의 길’을 따라가다 보니 “순환” 하는 동양식 사고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우리 우주는 윤회한다는 것이고, 현대 과학은 이를 증명하려 하고 있습니다.
윤회를 말하는데 웬 우주론이냐고 하겠지만 순환구조가 우주의 본래면목이라는 것입니다.
(이 글은 관음정사에서 열렸던 2012-03-17 영하산방 3월 수련회에서 했던 내용인데( 선도회 금수산영하산방 2012년 3월 서울관음정사 참선수련회Ⅰ 참조) 다음 윤회에 대한 내용에 우선하는 내용이라 참고로 올립니다.)
간화선 산책 - II. 인도 불교사 - 8. 윤회輪廻
간화선 산책 - II. 인도 불교사 - 9. 윤회輪廻 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