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제사장 앞의 그리스도와 예수를 부인하는 베드로 - 두치오 디 부오닌세냐 -
99 x 53,5 cm / 템페라, 나무판 / 1308-11년
시에나, 오페라 델 두오모 박물관
이탈리아 시에나화파의 거장으로 불리는 두치오.
그의 대표작은.. “마에스타(영광의 그리스도)”
시에나 대성당의 제단화인 이 작품의 59개의 장면 중 하나가 이 그림이다.
‘마에스타’는..
힘과 위엄을 추구하는 비잔틴 미술에다가 ‘시에나화파‘의 근본인 부드러움과 신비주의를 조화시킨 작품이다.
고딕식 건축물로 그려진 대제사장의 집..
유대력으로 니산월 14일.. 유월절 식사를 마친 후,
겟세마네동산에서 기도하던 예수는 이곳으로 손을 묶여 끌려오고..(그림 윗쪽)
예수의 죄목을 찾기 위한 조사가 진행된다.
(마태복음 26:57-68, 마가복음 14:53-65, 누가복음22:54, 63-71)
“이 사람의 말이 내가 하나님의 성전을 헐고 사흘 동안에 지을 수 있다 했습니다.”
예수의 곁에 선 증인이 말하자,
“이 사람들이 너를 치는 증거가 어떠하냐?” 대제사장이 묻고..
예수는.. 침묵한다.
스승의 안부가 염려되어 멀찍이 따라온 베드로는
바깥 뜰에 앉아.. 불 가까이로 발을 뻗어 쬐며, 슬그머니 무리 가운데 끼어들었다.(그림 아래쪽)
행여나 자기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앉아 있었을 베드로.
그런데, 이때 지나가던 여종 하나가.. 손가락질하며
“너도 예수와 함께 있었다.”하는 것이 아닌가.
가슴이 ‘쿵’ 내려앉은 베드로.. 황급히 손을 내저으며,
“아니, 무슨 말이냐? 나는 네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오른손을 들어 부인한다.
예수를 모른다는 베드로의 세 번의 부인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마태복음 26:69-75, 마가복음 14:66-72, 누가복음 22:56-62)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 보노라면, 각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만큼..
두치오는.. 이 그림 속에서, 일어난 사실만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가 잡히던 밤의 숨막히는 긴장 속에서, 한사람 한사람의 생각이 어떠했는지
그들의 내면까지 그려내고 있다.
땀방울이 핏방울 같이 되도록 기도하신 예수님.
스승의 당부가 있었음에도 깨어 기도하지 못했던 베드로.
시험 앞에서.. 승리와 패배는 그 때 이미 결정되었다.
"깨어 기도하라."
오늘도, 주님의 음성이..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는 너희의 지극히 거룩한 믿음 위에 자신을 세우며 성령으로 기도하며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자신을 지키며 영생에 이르도록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긍휼을 기다리라 (유다서 1:20)
너희는 장차 올 이 모든 일을 능히 피하고 인자 앞에 서도록 항상 기도하며 깨어 있으라 하시니라 (누가복음 2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