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hpTAtsnErQM
춥다.
겨울 바람을 대동한 한파가 매서운 날...
한 해의 노동으로 지칠대로 지쳐가는 12월, 냉기 살벌한 복도를 종종걸음으로 달려 현관문을 열때 사정없이 강타하는 겨울바람은 단발마의 통증이었다.
전기장판에서 냉해진 몸을 지지다 저물어 가는 뒷산을 본다. 나신으로 옹골차게 바람을 견디고 있는 나무들과 노곤노곤 무력하게 풀어져가는 내 몸의 간극 사이... 문득 정체 모를 슬픔이 차오른다. 무언가가 상실되었다.
언제부턴가 겨울 바람은 불청객이 되었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부러 팔 벌리고 달려가 환대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나는 이 노래를 흥얼거리곤 했다. 대학시절 학내 노래패 "메아리"의 노래집에 이 노래가 실렸다. 동아리 방에서 선배의 기타 반주에 맞춰 이 노래를 배웠다. 한대수의 노래라는 건 당시에 알지 못했다. 처음부터 나는 이 노래가 좋았다. 노래와 함께 되살아 나는 기억과 감각. 그 한 자락을 잡고 이 곳이 아닌 먼 어딘가로 마음은 한 없이 불어가곤 했다. 내 청춘 시절이었다.
머리 속이 쨍해지도록 시린 바람이 서쪽에서 불어온다. 설악산에서 동해바다를 향해 불어내리는 바람이 높은 논두렁에 걸린다. 동생과 함께 낡은 스케이트를 둘러메고 얼음이 깡깡한 논을 찾아 가다 바람의 노래를 듣는다. 논두렁 위에 바람이 있다. 바람을 맞으러 논두렁을 향해 달려간다. 논두렁에 올라선 순간 숨이 턱 막히도록 쌩한 바람의 압력에 눈물이 찔끔 고인다. 있는 힘껏 바람을 마신다. 쨍~~~한 감각. 통증이 아니었다. 쾌감이었다. 몸 안 가득히 바람이 차오른다. 바람은 내 몸을 돌아 또 누구에게, 어디를 거쳐 어디까지 불어갈까? 그 바람의 꼬리를 잡고 논두렁 위의 내 몸이 둥실 떠오른다. 불어가거라 멀리 멀리... 나도 불어가고 싶어, 멀리 멀리... 내 어린 시절이었다.
쾌감과 통증... 그 사이.
동경과 안주... 그 사이.
역마의 삶의 살고 싶었는데, 견고한 성을 쌓아 올린 건 아니었나?
청춘과 노쇠 사이의 변화... 순리인가? 숙명인가?
무명, 무실, 무감한 님.
오래 잊고 있었다.
체기가 조금씩 잦아들면서 몸이 점차 따뜻해지고 있으니 언젠가는 다시 바람을 맞으러 언덕을 향해 달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