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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원문보기 글쓴이: Lim정진
http://storypocket.com/xe2/index.php?mid=column&document_srl=14710
스토리텔링, 이론에서 현장으로
-모이자. 이야기 나누자-
글- 임정진(동화작가, 스토리텔러, 서울디지털대 문창학과 객원교수)/
서울출생. 국어국문학을 공부하고 1988년 계몽아동문학상 동극부문으로 등단.
잡지사 기자, 사보편집자 , TV방송국어린이 구성작가로 일한 경험이 있으며 현재는 SDU 문창과 객원교수. 1989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있잖아요 비밀이에요.> 청소년소설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시작. 2013년 <바우덕이>로 한국아동문학상 수상. 대표작- 나보다 작은 형, 땅끝마을 구름이 버스. 상어를 사랑한 인어공주. 내 친구 까까머리, 맛있는 구름콩 등이 있다.
storyteller88@hanmail.net
1. 스토리텔링의 숨겨진 가능성
1) 독서로 가는 첫 단추
"재미난 이야기 해줄까?" 이 말을 들은 어린이들은 모두 눈을 반짝이며 모여든다. 어린이 관심흡인력 10점 만점이다. "재미난 책 읽어줄까?"는 흡인력 6점 정도 된다. "책 좀 읽어."는 마이너스 2점 정도 된다. "우울한 강아지에게 네가 책 좀 읽어줄래?"가 되면 7점 정도가 될 것이다.
독서교육을 위해서 많은 사회기관과 학교에서 애를 쓰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린이들은 책보다 더 흥미로운 것들을 찾아가고 있다. 자극적이며 속도가 빠르며 시각적인 요소가 풍부한 매체들이 어린이와 책이 함께 보낼 달콤한 시간을 다 빼앗아가버리고 있다. 그런 매체들의 장점이자 단점은 어린이들의 머리 속으로 너무 쉽게 파고 들어가는 힘이다. 단시간에 많은 정보를 얻지만 어린이들이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아 어린이들은 수동적인 역할에 길들여지게 된다.
그 틈새를 파고 들어갈 수 있는 장르가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책을 읽고 싶어하지 않는 어린이들을 설득해서 책을 읽게 하는 것은 몹시 어렵다. 어른들의 권유로 억지로 책을 손에 들고 있어도 어린이가 그 책을 실제로 책을 읽고 이해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책 속에 든 지혜들을 이야기로 들려주면 그걸 듣지 않겠다고 귀를 막는 어린이는 없다. 아주 자연스럽게 세상의 많은 지혜를 어린이들에게 전해주는 방법으로 스토리텔링은 매우 효과적이다.
스토리텔링은 매우 원시적인 방법의 교육방법이기도 하다. 어느 민족이나 고대에는 문자보다는 스토리텔링으로 역사와 문화를 전승해왔다. 누구에게나 유용하며, 어디서나 가능하며, 비용이 들지 않는 스토리텔링은 교육수단으로도 많은 장점을 확보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느라 스토리텔링의 가치를 잊고 살아왔다. 공자님 예수님 석가모니도 다 스토리텔링으로 가르침을 주셨고 그 후에 말씀이 책으로 기록되었음을 기억해보자.
어린이들에게 책을 강요하기 전에 먼저 스토리텔링으로 여러가지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하고 더 자세한 정보가 책에 있음을 알려주는 방법은 어떠할까. 책으로 가는 전 단계로서 스토리텔링을 활용해보길 추천한다. 책의 내용은 요약해서 앞부분만 들려주는 방법도 있을테고 책을 먼저 읽은 어린이가 스토리텔링으로 그 책의 내용을 전해주면서 책의 매력을 알리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2) 상상력의 창고
시각이미지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상상을 스스로 할 필요가 거의 없다. 이미 누군가 상상해준 이미지를 보기만 하기도 바쁠 지경이다.
하지만 스토리텔링은 귀로 듣는 부분이 대부분이고 시각정보는 일부분이라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은 걸 스스로 상상하게 된다. 상상으로 그 이야기는 더욱 확장되고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기억을 하게 된다. 이야기를 듣는 행위는 수동적으로 보이지만 실은 동시에 보이지않게 두뇌에서 많은 의문과 결정, 추측과 추리의 과정을 연달아 하는 창의적 활동을 유발한다. 단순한 수용이 아니라 생각하며 판단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요구되는 활동이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또한 스토리텔링은 수용자가 다시 구연자로 변신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자기 언어로 재조립하여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청중들에게 알맞은 어휘와 길이의 이야기로 조절하게 된다. 책을 낭독하는 행위보다 더 높은 수준의 창조적인 행위가 된다.
<아이가 영특해지기를 바란다면 이야기를 해줘라. 아이가 정말 영특해지기를 바란다면 이야기를 많이 들려줘라. 아이가 아주 특별히 영특해지기를 바란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줘라.> 이 말은 아인슈타인이 했다고 한다.
"If you want your children to be smart, tell them stories. If you want them to be really smart, tell them more stories. If you want them to be brilliant, tell them even more stories" -
Albert Einstein.
3)세대간의 교량
대부분의 한국의 어린이책은 추천하는 연령이 쓰여져 있다. 하지만 스토리텔링을 할 때는 관객의 연령을 크게 따지지 않는다. 누구나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하게 된다. 그리고 스토리텔러도 연령 제한이 없다. 학력 제한도 없다. 다리나 손이 아픈 장애가 있어도 상관이 없다.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오락이 여러가지 있겠지만 장비도 필요없고 장소도 구애받지 않고 경제적 문제도 걱정없는 오락을 찾기란 쉽지 않다.
요즘 어린이들이 즐겨하는 오락거리는 대부분 기계조작이 필요한 것들이라 조부모가 어린이들의 오락을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어린이도 조부모에게 자신의 전자제품을 활용한 오락을 설명하기 어렵고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한 방에 있어도 조부모와 어린이가 눈을 맞추고 이야기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 되었다. 티비를 함께 본다면 시선이 가는 곳은 서로의 눈동자가 아니라 티비 속에 연예인과 눈을 맞추는 상황이다. 하지만 스토리텔링을 할 때면 서로의 얼굴을 자연스럽게 바라보게 되므로 감정의 교류를 갖게 된다.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이야기의 원천이 어릴 적 할머니의 옛이야기였다고 고백하고 있다. 작가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었고 예전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과 악의 기준, 왜 협동하고 살아야하는가, 고난을 극복하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당당한 어른으로 인정받으려면 어떻게 이웃을 사랑하며 살아야하는가를 이야기를 통해 배웠다. 그러한 가치관은 우리 일생을 관통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나를 사랑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이야기를 해주는 할머니 밑에서 자란 사람들은 풍부한 사랑을 받고 컸으니 어른이 되어서도 여러 고난이 닥쳐도 잘 헤쳐나갔으리라 믿는다. 녹음된 음성이 들려주는 이야기와는 질이 다르다.
조부모와 손자들이 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예전에 비해서 현저히 줄어들었지만 짧은 시간에 많은 영향을 주고 받기에 스토리텔링만한 것이 또 있을까. 세상의 이치를 알려주고 삶의 지혜를 전해주고 서로 웃고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조손간의 관계 뿐 아니라 모든 모임에서 스토리텔링이 자연스런 필수 프로그램으로 정착되기를 바란다.
2. 스토리텔링과 동화구연, 두 용어의 감정적 차이
1) 역사가 있는 직업 - 스토리텔러
한국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스토리텔링의 전통문화를 갖고 있고 역사 속에 기록된 직업적인 스토리텔러들도 있었다.
-전기수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8세기 들어서였다. 병자호란이 끝나고 사회가 안정되면서 중인들을 중심으로 하는 여항문화閭巷文化가 본격적으로 꽃을 피운다. 시와 그림같이 양반들의 전유물로 생각되던 문화들이 중인들을 거쳐서 서민들에게까지 전파된 것이다. 그러면서 서민들을 위한 이야기꾼인 전기수가 등장하게 된다. 조선 영조 때의 시인인 조수삼(趙秀三, 1762~1849)이 쓴『추재기이秋齋紀異』에는 매일 한양의 번화가를 옮겨 다니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전기수의 얘기가 등장한다. 전기수들은 주로『삼국지』나『수호지』같은 중국의 고전들과『임경업전林慶業傳』같은 영웅소설부터『운영전』같은 애정소설까지 다양한 소설의 내용을 들려줬는데, 단순히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실린 채로 일종의 연기를 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길을 가던 사람들의 발걸음이 멈췄는데, 어찌나 호소력이 짙었는지 심지어는『임경업전』을 듣던 구경꾼이 전기수가 간신 김자점의 모함으로 임경업이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는 장면을 들려주자 흥분한 나머지 담배 써는 칼로 난자해서 죽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듣는 사람이 현실과 이야기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전기수들의 솜씨가 뛰어났다는 반증일 것이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가 뛰어난 전기수들은 많은 인기를 누렸는데, 그러면서 많은 얘깃거리들을 남겼다. 이업복이라는 유명한 전기수는그의 얘기를 듣고 감동한 어느 부자의 양아들로 들어갔다. 10년 동안 이야기를 들려주고 모은 돈으로 집을 산 김호주라는 전기수도 있었다. 개중에는 여장을 하고 사대부 집안의 안채에 드나들면서 부인들에게 얘기를 들려주던 전기수도 있었다고 한다. 남녀의 구분이 엄격하던 시대, 특히 외간 남자는 드나들 수 없었던 사대부 집안의 안채까지 들어갈 정도로 전기수의 인기는 대단했다. /글- 정명섭/출처- 문화재청 홈페이지)
근대에 와서는 한국 동화의 아버지로 여겨지는 방정환 선생님(1899-1931)도 뛰어난 스토리텔러였다. 그의 이야기를 듣던 아이가 화장실을 갈 시간이 아까워 고무신에다 오줌을 누며 이야기를 들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이다. 그렇지만 한국전쟁 후 전통적인 스토리텔링의 문화는 사라지고 라디오가 급격히 보급되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다같이 모여 라디오를 듣는 문화가 생겨났다. 라디오 성우들이 연속극을 할 때 목소리 연기를 하는 것을 본받아 한 사람이 목소리를 여러 가지로 변조하며 동화나 옛이야기를 구연하는 게 유행이 되었다. 현재까지도 한국에서의 동화구연은 애니메이션 더빙하는 성우들의 목소리 같은 과장된 목소리로 구연하는 문화가 널리 퍼져있다. 1964년도 KBS라디오에서 <하모니카 할아버지>라는 별칭을 가진 이해창 씨가 하모니카로 음악연주를 하면서 구수한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프로그램이 매주 한번 있었고 내가 어릴 적에는 이 분이 티비 프로그램에도 나왔던 걸로 기억이 난다. 15년전쯤 내가 MBC 어린이 프로그램 뽀뽀뽀에서 구성작가로 일할 적에는 <이야기주머니 할머니>로 탤런트 사미자 님이 출연하여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코너가 있었다. 그 분들은 자연스럽게 부분적으로만 목소리를 때에 따라 약간 분위기를 바꾸어서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방식이어서 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후에는 어린이 티비 프로그램에서 책을 읽어주는 코너는 종종 생겼지만 이야기를 들려주는 코너는 보기 어려웠다.
구연동화가는 애니메이션 성우 같은 목소리로 1인 다역을 하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분이라는 인식이 굳어지면서 나는 한국 구연동화 문화에 관심을 갖지 않고 오랫동안 지내왔다. 이야기의 흥미도와 진실성을 따지기 전에 이미 목소리만으로도 듣기가 거북했다. 유아기가 지나면 어린이들도 그런 식의 어색한 목소리 동화구연를 다들 심드렁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2) 자연스런 이야기 구연의 세계를 알게 되다.
그러다가 2013년 6월 발리에서 열린 IBBY 아시아 오세아니아 지역총회에 참석하여 스토리텔링의 세계를 새롭게 알게되었다. 그곳에서 만난 여러 나라의 스토리텔러들은 자연스런 목소리와 개성있는 동작으로 멋지게 스토리텔링을 해주었다. 덴마크에서 온 남성 스토리텔러Hans Laurens가 명함에 구비문학가(oral wrtier)라고 쓴 것을 보고 놀라기도 하였다. 각 나라 스토리텔러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은 결국 각국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때 KBBY 9명의 회원이 참가했는데 아무도 스토리텔링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없었다. 우리 중에는 영어를 잘 하시는 분도 있었지만 회의에 참가하여 영어를 구사하는 것과 무대에 서서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분야여서 준비없이 공연을 할 수는 없었다.
나는 우리도 이런 공연을 할 인재를 키워야겠구나 생각하였다. 국제무대에서의 공연을 하는 스토리텔러들은 일단 영어를 정확하고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이 할 이야기를 충분히 숙지하여서 청중의 반응을 보면서 강도나 길이를 조절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얼굴표정이나 몸짓, 율동, 노래, 악기 연주 등을 보조적으로 활용하면서 이야기를 생동감있게 표현하는 게 효과적이다. 각 스토리텔러등은 각자 개성있는 방법으로 스토리텔링을 했고 누구도 과장된 목소리 성우흉내 를 내지 않고 연극배우 느낌에 더 가깝게 공연을 했다. 우리나라의 동화구연만 생각하던 나로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일본과 인도, 싱가포르, 덴마크, 인도네시아 등 여러나라 스토리텔러들을 보았는데 그 중 싱가포르에서 온 Rosemarie Somaiah (로즈마리 소마이어 ) 스토리텔러의 열굴 표정연기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나는 다짜고짜 소마이어 여사에게 다가가 내 명함을 주고 더듬거리는 영어로 서울에 오면 개인 여행안내를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지금도 소마이어 여사는 그때의 내 경직되고 무뚝뚝하며 무모했던 모습을 흉내내어 이야기하며 웃곤한다.
그리고는 서울에 오자마자 나는 국제스토리텔러로 키울 사람을 찾다가 동화교실에 온 방동주 씨를 발탁하였다. 놀랍게도 얼마 후 싱가포르에서 소마이어 여사가 10월 한국 파주북소리 축제에 초대되었다고 서울 구경을 함께 할 수 있냐고 이메일을 보내왔다.
10월에 나는 알리시아 방동주씨와 함께 파주 북소리 아시아 스토리텔링 축제 공연을 보러갔다. 로즈마리의 소개로 말레이시아 태국서 온 스토리텔러들과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태국서 온 와쥬파 교수님은 알리시아의 영어실력을 보고 다음해 태국 국제 스토리텔링 페스티발에 초대하겠다고 하셨다. 로즈마리 여사는 파주북소리 일정이 끝난 후 서울로 와서 <그림책읽는 아이> 행사에 봉사하러 와주었다.
2014년 1월 알리시아 동주씨는 태국으로 가서 국제스토리텔링 페스티발에 처음으로 참가하게 되었고 공연을 하고 와서 그녀의 스토리텔링 방법은 더욱 발전하게 되었다.
그 후 나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와쥬파 교수님의 초청으로 태국국제 스토리텔링페스티발에 2015,2016년도 방동주씨와 함께 참가하였고 2015싱가포르 어린이 콘텐츠 페스티발에서도 내 책을 로즈마리 소마이어 여사과 함께 스토리텔링하게 되었다. 2016년에는 베트남에서도 태국과 연결한 스토리텔링 페스티발이 열려 호치민과 후에 , 두 도시의 행사에 참가하였다.
방동주씨는 2016년 9월10일에 말레이시아와 루마니아의 국제 스토리텔링 페스티발에 참가하느라 몹시 바빴다.
그런 행사에 가면 경험많은 스토리텔러들의 위크숍을 참가하면서 다양한 방법들을 배울 기회가 있어서 나도 점점 발전해나갈 수 있었다. 각국의 스토리텔러들을 만나 함께 공연을 하면서 우리는 친구가 되었고 이러한 경험은 내 인생에 기대하지 않았던 행복이었다. 각국의 스토리텔러들은 공통점은 낙천적이며 친구를 즐겁게 해주는 이야기를 하느라 잠시도 입을 다물지 않았다. 그 친구들의 페이스북을 보면 각 나라마다 얼마나 자주 스토리텔링 행사가 있는지 알 수 있다. 한국에서도 국제 스토리텔링 페스티발이 열게 되는 날이 오기를 기도한다.
짧은 시간에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는 스토리텔링의 효과를 알게 된 나는 그 후 작가로서 독자들을 만나는 행사에 기회 있으면 스토리텔링을 한다. 특히 다른 나라 스토리텔러들이 해준 이야기를 기억해서 한국어로 이야기를 할 때마다 이렇게 이야기는 멀리 퍼지는 힘이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한국 이야기를 갖고 해외 스토리텔링 페스티발에 나가서 공연을 하는 분 중에 김승아씨가 있는데 이 분은 어른 대상의 러브스토리 춘향전을 주요 텍스트로 삼고 있고 한국서 공연할 때도 영어로 공연을 하고 국악연주자들과 협연하면서 문화프로그램으로 자리잡으려 애쓰고 있다. 방동주 씨는 매달 3째 토요일 아름다운가게 세종로점에서 <그림책 읽는 아이> 행사시 한국 그림책이나 옛 이야기 중 하나를 골라 영어로 스토리텔링한다.
두 국제 스토리텔러는 유창한 영어와 한국만의 콘텐츠를 갖고 한복을 입고 외국에 나가 한국의 문화를 전파하는 데 큰 공을 세우고 있다.
내 경우는 해외에서 국제 스토리텔링 페스티발에서는 영어로 한국 옛이야기를 스토리텔링 하고 한국에서는 한국어로 해외 이야기를 주로 스토리텔링한다. 일본의 조선족 학교에서도 옛이야기 스토리텔링을 했고 동화책을 기증하기 위해 라오스와 캄보디아를 방문했을 때도 초등학생들을 위해 스토리텔링을 하였다. 그때마다 학생들은 처음 보는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었고 내 이야기를 눈을 빛내며 들어주었다. 다른 어떤 명 연설도 그렇게 우리를 가깝게 만들지 못할 것이다.
지난달 어른들을 위한 토크콘서트 공연이 있었는데 그 공연에서도 나는 스토리텔링을 하였다. 아프카니스탄의 <노래의 골짜기>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마지막 부분이 비극적이었는데도 반응이 아주 좋았다.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이제 매달 토크콘서트를 하게 되는데 나의 스토리텔링 코너를 꼭 넣기로 하였다. 스토리텔링이 어린이에게도 좋은 공연이지만 어른에게도 필요한 시간이 된다는 걸 나의 친구들도 알게 될 것이다.
3 ) 동화구연은 어린이용, 스토리텔링은 마케팅 용?
한국의 구연동화가들과 국제 스토리텔러들의 차이점
한국 구연동화가 |
국제 스토리텔러 (국제축제에서는 영어공연 자국에서는 모국어 공연이 기본) | |
공연 중점사항 |
목소리 연기 위주 |
자연스런 목소리에 개성에 따라 음악, 춤, 연기,율동 등을 곁들임 |
공연료 |
자원봉사자 개념 - |
전문가의 공연 개념 --공연료 지급 비율높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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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 |
공연 때마다 같은 |
관객 대상 따라 시간 조절, 의성어 등의 표현 조절 |
대상 관객 |
유아 우선시 |
전 연령 |
성별 |
대부분 여성 |
남성 대 여성 비율 30:70 정도 |
기타 사항 |
개인 실내 공연 위주 |
비영어권에서 공연시 현지어 통역 스토리텔러 역할 중요 |
국제스토리텔러들은 사회운동가, 교사, 사서, 연극배우 등의 배경을 가진 분들이 많으며 자국의 역사와 문화가 깃든 이야기를 준비해서 무대에 오른다. 미국의 Margaret Read MacDonald 마가렛 맥도날드 여사의 경우, 아시아의 민담을 채집해 책을 내고 여러 종류의 스토리텔링 기법에 대한 책들을 낸 저자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 발리에 살고 있는 마데 타로 Made Taro 할아버지의 경우, 아드님과 함께 전통악기를 연주하며 스토리텔링을 하여 강한 인상을 남긴다.
우리나라에는 동화구연가들을 배출하는 기관이 있다. 한국국학진흥원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1~7기 2,410명 활동, 파견기관 6,628개 기관)와 색동어머니회 동화구연가회,(사단)한국동화구연지도사협회 등에서 동화구연가를 배출하고 교육시키고 때로는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다. 동화구연지도사가 어린이책스토리텔러로 명칭변경이 되기도 하였다. 방과후 교사를 양성하는 교육 프로그램에도 동화구연과정이 있는데 예전의 만화영화 성우발성법을 이용하여 동화나 옛이야기를 축약하여 어린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을 가르치고 있다.
이렇게 교육을 받은 후에 실력을 검증받으려면 전국유치원 교사 동화구연대회, 재능교육 전국 재능동화구연대회,색동회 세계어린이 동화구연대회,색동회 전국 어르신 동화구연대회 등에 참가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요즘은 자연스러운 이야기 말하기 행사들이 열리고 있는데 대표적인 행사가 김유정문학촌에서 열리는 실레마을 이야기잔치이다. 여기서는 참가규정에 '본 대회는 동화구연대회가 아니며, 동화구연은 접수받지 않음. 본선에서는 원고를 보고 구연할 수 없음.'이라고 못을 박고 있다.
동화구연이라는 단어가 국제 스토리텔링축제에서 쓰는 의미와는 다른 너무 이미지가 고정되어 있어서 자연스럽게 말하는 걸 지향하는 대회에서는 아예 참가기준에 동화구연을 빼버리는 걸 보면 현재의 동화구연가 양성 방법이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동화구연이라는 낱말이 자주 쓰이지않고 그 기세가 사그러지는데 비하여 스토리텔링이라는 용어는 몇 년전부터 급격히 자주 쓰이고있다. 모든 분야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스토리텔링하여야 한다는 절대절명의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가 싶을 정도이다. 교육분야에서는 스토리텔링 수학, 스토리텔링 철학 등의 용어들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고 광고와 마케팅, 관광 분야에서도 스토리텔링이라는 접두어가 붙은 여러 작업들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실은 그곳에 쓰인 스토리텔링은 텔링(이야기하기)의 기능은 삭제된 상태이다.
스토리메이킹이라고 불러야 더 적합한 활동들이 벌어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사람과 사람이 눈을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구연현장이 사라지고 서류 안에서만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안타깝다.
3. 모이자. 이야기나누자.
국제 스토리텔링축제에 참가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문화의 차이와 문화의 전파력에 대해서도 새삼 깨닫게 된다.
태국에서 내가 이야기할 원고 안에 나뭇꾼이 있었다. 통역자가 그걸 보더니 나뭇꾼이라는직업이 진짜로 있냐고 물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예전에 그런 직업 가진 이가 많았다고 했더니 매우 놀라며 나무를 자르는 것은 불법인데 나무를 잘라서 팔 수 있냐고 되물었다. 태국은 날이 더워 난방용 나무채취를 할 필요가 없으니 나뭇꾼이라는 직업이 있을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는 걸 알게되었다.
쉬는 시간에도 스토리텔러들은 쉬지않고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공연 용으로 준비한 이야기 말고도 다른 이야기를 나도 좀 해야해서 혹부리 영감 이야기를 했다. 일본서 전해온 이야기이지만 한국서도 아주 인기가 있는 이야기라도 했더니 이탈리아에서 온 스토리텔러가 이탈리아에도 아주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면서 착한 사람 목 앞쪽에 붙어있던 혹은 떼어서 나무에 걸쳐두고 나쁜 사람이 욕심내면서 오면 그 혹을 꺼내 목 뒤에 붙여주어 나쁜 사람은 결국 목 앞뒤로 혹을 달고 살아야하는 이야기라 했다.
토끼의 간 이야기를 했더니 인도에서 온 스토리텔러가 좋아하며 인도에도 있는 이야기인데 토끼가 아니라 원숭이라고 했다. 불교의 전파로 인도에서 우리나라로 이야기가 이동해와서 원숭이를 모르는 이들에게 알맞게 토끼로 주인공을 바꿔치기 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호치민대학에서는 호치민 동상 앞에서 한복을 입고 우리나라 옛이야기 스토리텔링을 했다. 내가 어릴 적에 우리 동네 삼촌들은 베트콩을 무찌른다고 월남전에 갔었는데 그 호치민 동상 앞에서 두꺼비 등이 왜 울퉁불퉁한지 이야기를 하는 날이 올 줄 어찌 알았겠는가.
태국의 경우 몇 개의 도시의 대학들이 연합을 하여 국제 대회를 치루어서 스토리텔러들에게는 매우 힘든 여정이긴 하지만 태국에 기왕 온 외국 스토리텔러들을 알뜰하게 활용하는 시스템이기도 했다. 대학에서 기본 행사를 한 후에는 인근 초등, 중둥학교를 방문하여 스토리텔링을 하기도 하고 스님학교에 가서 스토리텔링을 하기도 하였다. 내 경우는 마하사라캄 대학에서 한국어과 학생들을 위해 따로 한국어로 민화특강, 한국그림책 특강을 하기도 하였다. 한국어과 학생이 300명이 넘는 걸 보고 놀랍기도 하였다. 스토리텔러가 되어 베트남 초등학교 교실에 가서 설날 그림책을 보여주며 한복을 설명하고 싱가포르 꼬마와 함께 DMZ늑대이야기를 하게 되어 신기하기만 하다. 스토리텔링이 아니면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었다.
정겹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듣고 말하고, 그 이야기로 인해 책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면 더 좋겠지만 이야기만 만끽하여도 충분히 좋은 점이 많다. 이야기를 듣고 말하는 시간은 마음을 편안하게 다스리는 효과도 높다.
오늘의 한국의 스토리텔링이라는 용어는 스토리라이팅, 스토리메이킹, 스토리마케팅으로 불려야 옳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의 스토리텔링은 구연현장을 잃었다. 구연자와 청자가 한 자리에서 호흡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현장이 복원되어야 한다. 사랑방에서 두런두런 재미난 이야기를 나누며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안방에서 할머니와 함께 굳은 인절미를 화로에 구워먹으며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살아가는 지혜를 배우던 아이는 커서 또 그 이야기들을 확대재생산 한 후 자기 아이에게 들려주었다. 그로써 사람 사이에 정이 돈독해지고 인류 문명은 발전해왔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스토리텔링을 접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책에 거부감을 갖는 어린이들도 스토리텔링으로 책과의 연결점을 찾을 수 있다. 세대간 대화의 물꼬도 스토리텔링으로 틀 수 있다. 스토리텔링은 나이, 성별, 문화, 학력의 경계를 허물 수 있는 좋은 매체이다.
도서관에서,학교에서,교도소에서,병원에서,박물관에서,공원에서,해변에서, 양로원에서, 숲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모이자. 이야기 나누자. 이야기는 말해져야한다.
우리 몸 에 이야기를 하고 싶고 듣고 싶은 유전자가 모두 잠자고 있다. - 끝 -
싱가포르 스토리텔러 로즈마리 소마이어
평화 주제의 스토리텔링 공연 후
태국 승려학교에서의 스토리텔링 공연 후 기념사진
알리시아 방동주 스토리텔러의 <훨훨 간다> 공연
호치민 대학에서의 스토리텔링 공연
후에대학에서의 워크숍
베트남 초등학교에서의 스토리텔러들의 단체 공연
인도 아샤의 쉬는 시간 즉석 스토리텔링
싱가포르 스토리텔러 쉴라의 공연을 태국 와주파 박사님이 통역
덴마크 스토리텔러 한스 로렌스의 공연을 태국의 스토맅텔러 Jumliet Phanida이 통역
2013년 10월 아름다운가게 이태원 책방에서의 로브마리 소마이어 여사의 스토리텔링공연 기념사진
루마니아에서 공연한 알리시아 방동주 스토리텔러
호치민대학 2016 국제스토리텔링축제 참가자 기념사진
음악을 활용하는 인도네시아 Made Taro
성인 대상 공연을 많이 하는 덴마크 한스 로렌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