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릴레이]변방에서 중심, 그리고 세계로
부민병원 정흥태 이사장
부지 200평도 안되는 작은 정형외과의원에서 시작해 25년 만에 종합병원 3개의 분원을 낸 의사출신 경영인, 부산부민병원 정흥태 원장(59)이다.부산의대를 졸업하고 대한정형외과학회 부산·울산·경남지회 회장, 대한병원협회 부산시병원회 회장 등을 역임하는 등 부산에서는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부산부민병원은 1300평 부지의 433병상으로 부산 내 전문종합병원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그는 이제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전문종합병원인 부민병원을 열고 서울로 진출한다. 2008년 문을 연 구포부민병원에 이은 3번째 개원이다.
전문병원이 아닌 종합병원이 지방에서 시작해 서울에 분원을 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남다른 포부가 있을 것 같다.
정흥태 원장에게 4월 개원을 앞둔 서울부민병원의 서울 진출 계획을 들어봤다.
제3 병원을 서울에 건립 중이라 들었다
그렇다. 540평 부지에 292병상의 종합병원이다. 현재 공정은 거의 다 마친 상태로 4월 오픈 예정이다. 지역민을 위한 응급의료, 노인질환, 당뇨, 내분비, 신장, 소화기 질환 분야를 특화하고, 그 외에도 일반외과, 흉부외과, 비뇨기과, 부인과, 신경과, 정신과, 소아청소년과, 통증의학과, 치과 등을 갖췄다. 명실 공히 종합병원 체계를 지향하고 있다.
350명 정도의 인력이 필요하니 지역민의 인력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병원은 친환경적 요소를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병원 정문과 옥상정원 뿐 아니라 병원 곳곳을 조경시설로 꾸며 실내공기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 모든 병실의 베란다를 작은 텃밭처럼 환자들 가까이 수목원으로 꾸밀 예정이다.
서울에서도 강서구 등촌동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4월 개원을 준비 중인 서울부민병원
지역 분석을 통해 종합병원의 입지적인 환경을 고려했다. 지역민들에게 필요한 종합병원의 부재, 대학병원까지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 등이 이곳을 결정한 요인이었다.
대학병원까지 가지 않아도 되는 환자들의 불필요한 의료비와 시간의 낭비를 줄여주고, 응급의료 시스템을 활성화해서 거점병원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다.
지금 나는 부산부민병원에서 외국인 환자유치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미국의료관경협회 회원병원으로 선정되어 부산 내 외국인 방문객의 접점 병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지역으로는 환자 유치에 한계를 느껴 서울병원과의 연계점을 찾으려고 한다. 등촌동이 김포공항과 10분 거리에 있어 보다 탄탄한 인프라를 갖추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서울지역 병원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지방에서 시작해 서울에 분원을 낸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나 자신도 잘 모르겠다. 일단 시작한다. 긍정적 마인드와 열정, 성실만 있으면 어떤 것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영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의료진, 직원, 스텝들이 함께 하는 것이다. 서울부민병원의 주요 인력들은 이미 충원이 되었다. 의료의 본질은 의술이다. 국내 최초로 인공관절 전치환술을 성공시킨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김정만 교수를 원장으로 영입했고, 그 외에도 서울 주요 대학병원 출신의 의료진을 비롯해 내과, 외과, 신경과 등 타 진료과의 협진 체계가 부민병원서울의 강점이 될 것이다.
며칠 전 모두 함께 부산부민병원에서 워크숍을 갖고 병원의 역사와 문화, 비전을 공유했다. 모두 만족해하며 출발지점에 함께 섰다.
사람이 자산이다. 직원의 행동이 병원의 성공여부를 결정하는 잣대이며, 직원 하나하나가 병원의 브랜드다. 사람들로 병원의 조기정착을 기대한다.
‘유기적 다병원 체제’라는 말을 많이 쓰시는데
언뜻 말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말 그대로다. 서울과 부산의 3개 부민병원이유기적으로 상호 보완·연계하며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 전국이 일일 생활권이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환자들이 불필요한 진료 과정을 겪지 않고 진료이력, 처방, 진단 등을 받도록 할 것이다. 이름만 네트워크를 표방하는 게 아니라 환자에게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기적 병원 체제를 갖출 것이다.
[부민병원의 현황]
병원이 큰 굴곡 없이 성장한 것 같다.비결이 있나.
처음부터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니다. 처음엔 작은 동네 정형외과의원으로 시작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가치는 ‘환자 중심’의 진료다. 조금씩 환자들의 신뢰가 쌓이면서 병원을 넓혔고, 그러자 환자가 더 늘어나 땅을 사고 병원을 크게 지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이렇게 병원을 덩치만 키울 것이 아니라 보다 세심한 진료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을 위해서는 토탈케어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중소병원을 백화점식으로 경영해도 큰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의료기관의 대형화, 의료서비스의 고급화 등 의료가 과잉공급되면서 기존 백화점식 경영으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없게 됐다.
따라서 많은 의사들이 한 가지 진료분야를 특화하는 전문병원을 만들기 시작했다. 전문 진료분야와 다른 진료 과목이 양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부민병원은 전문성을 갖추면서 종합병원의 기능을 가진 독특한 구조다. 환자 한명 한명에 대한 세심한 관심으로 타과와의 협진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했다. 꾸준한 교육과 지속적인 투자로 특화진료와 타진료의 협진 체계를 갖췄다.
예컨대 무릎이 아프다고 정형외과에 찾아온 할머니 한 분이 계셨는데 세심하게 진료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평소 잘 걷지 못했던 것은 무릎 통증뿐 아니라 호흡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바로 순환기 내과로 모셔 진찰을 받게 해드렸다. 이렇게 갖춰진 협진 체계는 자연스럽게 유지되었고 이 부분에 있어서는 병원경영 전문가들도 놀랐다.
부민병원 정흥태 원장이 엄지 손가락을 들어올리며 웃고 있다
끝으로‘나만의 경영 노하우’는
특별한 것은 없다. 내가 부족하다보니 경영서적을 많이 본다. 5년 동안 7천 개의 기업을 연구해 성장기업들의 공통점을 분석한 ‘The Break Through Company’ 책이 흥미로웠다. 그 밖에도 홍보, 마케팅 관련 책들을 많이 읽었다. 최근에는 ’감성경영‘에 대한 책들을 주로 읽는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배운다고 내가 다 따라할 수는 없다. 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 일을 주저하지 않는다. 서울병원을 건립할 계획이 섰을 때 병원경영컨설팅 전문가에게 병원경영에 대한 컨설팅, 부지 선정과 시장 분석, 건축, 설계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병원의 문화와 지향점에 맞춰 같이 고민했다.
어떤 문제가 생기거나 큰일을 진행해야 할 때 전문가들의 컨설팅을 받으면서 같이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배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2011.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