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종로는 안심한가요”
지난 4일 오후 갑자기 카톡방에 ‘칼부림’이라는 제목으로 알림이 왔다.
“8월 5일 오후 3시부터 12시 사이에 혜화역에서 칼부림하겠습니다. 글 보신 분, 이 시간에 피하세요”
기뜩이나 그러지 않아도 그날 오후 6시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지하철 서현역 부근 AK플라자에서 최모(22) 씨가 백화점 1층과 2층을 돌아다니며 마구잡이로 흉기를 휘둘러 9명을 찌르는 ‘묻지마 칼부림 범행’이 발생하여 온 나라가 불안해하는 공포감이 조성되는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대한민국 1번지이자 서울의 심장부인 종로구 대학로에서 이러한 ‘묻지마 흉기 난동’이 예고되자 많은 주민이 우려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 것이다.
다행히 사건 예고 당일날인 5일 오전 10시 반쯤 30대 남성 A 씨가 협박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근 주민이 안심을 하기는 했지만, 체포된 남성 A 씨는 조선족 중국 동포로 알려져서 더욱 놀라움을 줬다. 중국 국적의 동포까지 나라를 불안스럽게 가담하고 있는 것은 또 뭔가?
A씨는 현재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쓴 글이 아니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는데, 경찰은 A씨 휴대전화를 압수하여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튼 이러한 ‘묻지마 흉기 난동’ 칼부림이 만약 종로에서까지 나타난다면 참으로 큰일이다. 지난달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상가에서 조선(33)씨가 지나가는 행인들을 무차별 공격하여 20대 남성 1명이 숨지고 세 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13일 만에 또다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모방범죄처럼 발생하여 많은 국민이 불안을 겪고 있는데, 어디 그뿐인가? 지금 인터넷에는 서울 강남역과 잠실역 그리고 부산 서면역, 강원도 원주 등 전국적인 살인 예고 장소로 15건 넘게 올라오는 공포 현상을 보이면서 6일 현재 약 40여 명을 경찰에서 검거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범행자들은 조현병이라는 정신분열 증세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지고는 있지만 마치 지난 2018년도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처럼 신림동에서 여성 20명을 살해하겠다는 글을 올린 20대가 구속되는 일이 벌어지듯이 무슨 모방범죄 유행도 아닌 ‘묻지마 흉기 난동’이 사회 혼란과 국민 불안을 조성하고 있으니 이에대한 근본적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 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다중이 몰려드는 곳은 모두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종로는 일일 유동 인구 100만 명을 웃도는 특별한 지역이다. 내국인만 왕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 시대 경복궁과 창덕궁 등 고궁을 비롯해서 청와대와 인근 북촌 한옥마을 그리고 인사동과 대학로 문화지구 등 온갖 관광 명소가 즐비하여 이곳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곳이다.
요즘은 코로나19에서 벗어난 관광 시즌인 것처럼 유난히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종로 거리마다 붐비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런 국제적 관광 명소에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다면 참으로 생각만 해도 끔찍하게 난망한 일이 된다.
윤석열 대통령도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을 ‘무고한 시민에 대한 테러’로 규정하고 경찰력 총동원령을 지시했으며, 한덕수 국무총리도 “묻지마 흉기 난동으로부터 국민의 안전한 일상이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했고, 윤희근 경찰청장도 “흉기 난동 범죄에 대해 총기와 테이저건 등 정당한 경찰물리력 사용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서울과 경기도 곳곳에 경찰특공대와 기동대를 전격 배치했다.
지금이 토마스 홉스(1588-1679)가 말하는 ‘리바이어던’ 이전의 ‘만인의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의 자연 상태도 아니고, 엄연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국가의 성립으로 국민의 생명 보존을 기본으로 하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야만적 ’묻지마 범죄‘로 인해 국민 불안을 야기시키는 것은 새삼 국가 시스템의 정비를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정신분열적 조현병 증세로 인한 ’묻지마 칼부림‘이 갑작스런 범죄행위여서 예방에 한계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처럼 정신질환자 범죄 우려에 대한 신고 시스템 도입이 마련되어야 하고, 일본처럼 흉기 수색 권한과 거리 순찰 강화 등을 마련하여 국민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또한 국회에서도 사법적 예방대책을 위한 입법활동을 적극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우선 당장은 인파가 밀집하는 장소에 대한 경찰력 동원의 순찰 강화 처방이 무엇보다 급선무다. 종로와 같이 유동 인구가 많고 외국인 관광객이 넘쳐나는 곳은 특별히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만에 하나 외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묻지마 칼부림’ 범죄가 나타난다면 이는 국제적으로 큰 망신이자 국가적 품위 손상은 물론 국민적 불안과 공포는 더욱 만연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나 경찰서 등 유관기관에서도 ‘묻지마 흉기 난동’이 발생할 때 시민들의 대처 요령을 구체적으로 알리도록 해야 하며, 관광객이 몰리는 곳에서의 치안 대비 중점의 경찰력 배치 등도 함께 다시금 강구되어야 한다.
이번 종로구 대학로 혜화역에서의 ‘칼부림 예고’가 다행히 조기에 범인 검거로 일단락됐지만 언제 또다시 유사한 일이 재발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지방자치 차원에서의 경각심과 대비책을 마련해야 마땅하리라 본다. 종로 사회 공동체의 일은 무릇 서울시 전체 더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의 일로 파급됨을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