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방학 중 장애학생 위한 프로그램 적어 "집 안에만"

[박찬동]

방학 중 장애 학생 위한 프로그램 적어 '집 안에만'

입력시간 : 2009. 07.29. 00:00

장애학생 계절학교(가로) 28일 오전 광주 광산구 우산동 광주장애애인부모연대 사무실에서 방학을 맞아 오갈데 없는 장애학생들이 비좁은 교실에서 선풍기로 더위를 식히며 '계절학교' 공부를 하고 있다.임정옥기자

방학은 철장없는 감옥

2곳의 전용 방학교실도 12세 제한때문에 이용 불편

학부모 "교육청 예산 편성해 계절학기 운영해 주길"

"장애학생들은 방학이 두렵습니다. 사설기관에 보내려면 돈이 많이 들어 꿈도 꿀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28일 오전 광주 광산구 우산동 광주장애애인부모연대 사무실.

이곳에서는 지난 20일부터 장애학생들을 대상으로 방학을 맞아 '계절학교'를 운영중이다.

이날 33㎡ 남짓한 비좁은 교실에서 장애학생 14명은 편지쓰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들이 편지를 쓰고 있는 이유는 다음날 있을 '우체국'견학을 하기 위해 하나의 체험학습을 위해서다.

이들에게 편지쓰기는 글자 '하나하나' 쓰기에도 힘겨워 보였지만 얼굴에는 웃음꽃이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을 지켜보는 학부모들의 표정에는 웬지 모를 씁쓸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장애학생들에게는 방학이 두렵기만하다. 적어도 장애학생과 그들의 부모에게는 그렇다.

이들은 방학 때면 특수교육이나 체험학습을 받을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들을 찾지 못해 집에서 철창 없는 감옥 생활을 해야 한다.

하루 종일 집에서 게임이나 독서, 취침을 할 수 있을 뿐 치료교육과는 무관하게 방학을 보내는 게 다반사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들을 돌봐야 하는 학부모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넉넉치 않은 형편에 맞벌이를 해야하는 부모들은 더욱 심하다.

별다른 교육활동 없이 방학을 보낸 결과는 전 학기의 학습효과 상실과 학기 초 학교부적응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도 하나의 이유지만 돈이 많은 드는 사설기관들을 보내기에는 벅찬 실정이다.

이곳에서 만난 김현숙(38·여)씨.

지적장애2급 딸(13)을 둔 김 씨는 방학때 마다 힘겨웠다고 한다.

사설기관과 복지관 등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최대 50만원의 비용이 들어 김 씨 처럼 저소득층 가정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김 씨는 "다행히 올해는 계절학교가 생겨나면서 운좋게 이곳에 딸이 다니고 있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다"며 "방학 중 각종 체험 캠프나 학원 등을 다니는 일반학생들과 달리 장애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적어 집안에만 있는 것이 현실"고 말했다.

현재 광주지역에는 특수교육대상자(장애학생)이 2천190명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방학 중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장애전담어린이집'이나 '장애인 복지관 2개소'에서 운영하는 프로램 등 사설기관에서 운영하는 곳이 전부다.

그나마 장애전담어린이집이 있지만 만12세까지로 나이제한이 있어 이마저도 이용할 수 있는 학생은 소수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중학생(지적장애2급) 자녀를 둔 김현숙(42·여)씨는 "광주에서 운영되는 복지관의 방학프로그램에 신청을 해도 워낙 신청자가 밀려 지난 해에 처음으로 받아봤다"며 "일반 학생들이 다니는 각종 체험캠프에 참여하고 싶지만 특수교사가 배치된 교육기관으로 한정해 신청도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광주장애인부모연대 박찬동 사무국장은 "장애학생들의 문제는 전국적으로 동일한 현상이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대전, 울산 등 타 지역에서는 이들을 위해 교육청에서 예산을 편성해 계절학교를 운영시키면서 학부모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이들이 보다 알찬 방학을 보내기 위해 치료와 교육에 보다 현실적인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지훈기자        박지훈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