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수), 용인에서 펼쳐졌던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 대 KB스타즈 경기를 되돌아봤습니다.
올시즌 20.47 득점, 11.2 리바운드를 기록해주고 있던 다미리스 단타스 선수가 무릎 부상으로 빠져있는 KB스타즈의 경기력을 조금 확인해보고 싶었던 마음이 컸습니다. 1위 우리은행에 2.5 게임차로 뒤쳐져있는 KB의 올시즌 우승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었던 경기!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홈팀 삼성생명은 공고한 베스트 5를 들고나왔고, KB스타즈는 단타스를 대신한 커리에 강아정 선수가 오랜만에 보였습니다.
■ 오늘 경기 흐름 살펴보기
올시즌 경기당 평균득점 1위(72.8점)의 KB와 2위(70.9점)의 삼성생명이 만난 경기. 확실이 두 팀의 승부는 초반부터 숨가쁘게 전개되었습니다. 양쪽 코트를 바쁘게 오가는데, 중요한 것은 열심히 뛰어다닌데 비해 성과는 별로 없었다는 것. 양팀 도합 30개의 턴오버 기록에서 볼 수 있듯이 양팀 선수들은 공도 많이 흘리고 스틸(삼성생명 13, KB 11개)도 참 많이 나왔습니다.
1쿼터는 삼성생명 가드 강계리 선수(사진 왼쪽)가 빛났습니다. 1Q에만 3점슛 2방에 8득점을 기록하며 팀 공격을 이끌었습니다. 원래부터 왕성한 활동력과 투지가 강점인 강계리 선수였지만, 오늘은 특히나 득점에서 강렬한 인상이었습니다(17득점).
2쿼터에는 박하나 선수(오른쪽)가 눈에 띄었습니다. 2쿼터 중반, 오늘 경기 본인의 첫 득점으로 터뜨린 3점포에 연속 7득점이 2쿼터 종료 34 대 29. 삼성생명의 리드를 가져오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오늘 경기 11득점).
외국인선수 2명이 동시에 뛸 수 있는 3쿼터에서 그동한 강점을 보여왔던 KB스타즈. 하지만 단타스 선수가 빠진 상황에서 그 전세는 확실히 역전되었습니다. 삼성생명에서는 토마스(12 Pts 17 Reb. 7 Ast)에 할리비 선수까지 동시에 코트를 밟았고, KB 박지수 선수에게 가중된 부담은 더 커지는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할리비 선수는 제가 지켜봐온 가운데 오늘이 가장 좋은 움직임이었습니다. 딱 10분 뛰는 동안 8득점에 4리바운드로 나름 제몫을 다해줬습니다. 여전히 저는 그 선수를 그다지 대단한 선수론 안봅니다만...
반대로 KB스타즈에서는 공격에서 이렇다 할 임팩트 있는 장면이 안보였습니다. 심성영(5점)-김보미(3점) 선수의 3점슛은 내내 침묵했고, 바로 직전 경기에서 부상 복귀했다는 강아정 선수도 전혀 이름값을 못해줬습니다(40분 출전, 6득점).
간간이 공격리바운드 후 바로 풋백 득점하는 박지수 선수와 개인기를 바탕으로 한 커리 선수의 득점이 겨우 KB를 지탱해 주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끈끈하게 계속 따라붙어 3쿼터까지 50 대 47. 근소한 차로 따라붙은 KB입니다.
오늘 경기 느낌(흐름)은 한결 같았습니다. 양팀 선수들이 치열하게 뛰어다니는 가운데 공격에서는 특히 삼성생명 선수들이 몇몇 눈에 띄었습니다. 그래도 KB의 지역방어에 이렇다 할 깔끔한 공격이나 연속 득점은 나오질 않았고, KB가 알게 모르게 계속 득점을 더하며 예상외의(?) 접전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결국 4쿼터 초반 역전에 성공한 KB스타즈입니다.
삼성 골밑으로 접근한 박지수 선수가 외곽의 커리 선수에게 킥 아웃 패스를 건냈고, 커리 선수의 깨끗한 3점포로 48 대 47까지 접근. 여기에 다시 한 번 똑같은 패턴 플레이로 52 대 50, 그리고 결국엔 커리 스스로의 개인기로 보너스 원샷까지 얻어내 성공시키며 52 대 53으로 역전을 일궈냈습니다. 경기 최종 스코어는 67 대 63. KB스타즈의 신승입니다.
■ Today's Best Player : KB스타즈 모니크 커리
팀의 주력 단타스 선수의 부상으로 커리 선수에게 부담이 가중된 최근 몇 경기였습니다. 그래도 참 잘해줬습니다. 단타스 선수가 있을 때만 해도 경기당 12점대에 불과했던 평균득점이, 단타스 선수 결장 이후에는 22점대! 오늘은 27득점(16리바운드)까지 득점력을 끌어올렸습니다.
1983년생으로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공격에서 게임 조립에서부터 해결사 역할까지 모범적으로 펼쳐주고 있는 모니크 커리 선수가 저의 Best Player Pick 입니다.
경기 후 많은 보도에서는 데뷔 후 첫 두자릿수 득점에 성공한 김민정 선수에 대해 주목하더군요.
저도 조금 눈여겨 봤습니다.
원래 KB스타즈엔 다소 거칠고 투박하더라도 빠르고 열심히 뛰는 선수들이 참 많습니다. 김민정 선수를 포함해서 김진영-김보미-심성영-김가은 선수까지도요. 오늘 29분이나 뛰면서 10득점을 올린 김민정 선수의 알토란 같은 활약은 분명 소속팀 KB의 승리에 중요한 포인트였습니다. 몸을 사리지 않는 다이빙과 5개의 리바운드도 주요했고요.
오늘 경기는 확실히 승부처마다 나타난 커리 선수가 많이 눈에 띔으로 Best Player로는 선정되지 못했지만, Unsung Heroine! 김민정 선수! 앞으로 더더욱 눈여겨 지켜보겠습니다.
■ Today's Worst Player : None
솔직히 오늘 경기 패한 팀 삼성생명 선수들보다 KB스타즈의 세 명, 김보미-심성영-강아정 선수의 경기력이 너무 아쉬웠었습니다. 물론 KB스타즈의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준 결과가 승리로 이어진 것이겠지만, 기록지에 나타난 수치는 분명 기대에 못미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볼 것은, 1~2년 전까지만 해도 KB는 오늘처럼 주무기인 3점포가 터지지 않으면 속절없이 무너지는 경기를 했던 그런 팀이었다는 겁니다. 경기 초반 1~2개의 3점포가 계획대로 터지면 폭풍과 같은 득점력을 보이면서도, 슛이 한 번 빗나가기 시작하면 그냥 그대로 경기 끝이었던 그런 시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니, KB의 올시즌이 그렇지 않죠. 오늘만 해도 3점이 내내 터지지 않음에도(18 시도/4 성공) 왕성한 활동량과 수비 집중력으로 버티다, 골밑에서 박지수 선수의 안정적이고 순도 높은 득점에 커리 선수의 해결사 본능이 더해지며 결국 역전해내는 KB였습니다. 확실히 박지수 선수 영입 이후 팀컬러가 바뀌고, 한층 안정적인 경기력의 스타즈란 생각입니다.
김보미와 심성영 선수는 금방 다시 제 모습을 찾을 겁니다. 사실 올시즌 내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경기력, 꾸준한 실력을 보여준 두 선수이니까요. 강아정 선수의 빠른 제 기량 회복이 중요하겠네요. 다음 경기를 유심히 지켜보겠습니다.
■ 그 외 주요 Point!
먼저 삼성생명 선수들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하면, 강계리 선수는 오늘 경기 매치업 상대였던 심성영 선수와 견주어봐도 손색없을 정도의 투지와 스피드였습니다. 오늘만큼은 아니더라도 매경기 10점 정도씩 득점만 해줘도 대박이겠네요.
몸싸움 능력을 키우기 위해 웨이트는 좀 더 기를 필요가 있어 보이고, 4쿼터 이른 시점의 5반칙 퇴장은 두고 두고 아쉬웠겠습니다.
지난 여름, 미국에 진출했던 고아라 선수도 처음에는 '뜬금없다(=미국에 진출할만한 깜냥이 되는지?)'는 생각이 있었는데, 올시즌 경기를 보고 있으면 '꽤 괜찮은 선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경기는 6 Pts 9 Reb 4 Ast를 기록했고, 올시즌 평균 8.06 Pts 4.3 Reb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KB스타즈는 올시즌 확실히 팀 최초의 정규시즌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시기가 왔다고 봅니다.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인 우리은행에 대항해서 말이죠. 양팀의 100% 전력이 맞붙는다는 가정 하에 KB는 확실히 이전 시즌들에 비해서 안정적이고 확률 높은 경기를 할 수 있습니다. 박지수-단타스 트윈타워가 있기 때문이고, 여기에 김보미-심성영 등 국내선수들의 전반적인 기량도 확실히 성장한 올시즌입니다. 승부사 기질이 확실한 커리 선수의 존재감도 크고요.
아마도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을 상대로 보이는 우리은행에서는 박혜진-임영희 듀오에 어천와 선수까지는 확실한 상수(常數)로 봅니다. 여기에 개인적으로 조금 아쉽지만 노련한 김정은 선수도 있죠.
문제는 우리은행 선수들의 체력적인 문제(두 노장의 체력과 혹사 수준의 박혜진 선수까지)가 중요하겠고요. KB스타즈가 우리은행을 2위(PO 경기)로 밀어내고 챔피언결정전에 선착해있을 수 있다면 한 번 제대로 해볼만한 시즌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KB스타즈의 우승을 기대해 봅니다.
■ Today's Photo
두 팀의 경기 스타트~
오늘 경기, 열일해준 김민정 선수가 김보미 선수의 환영을 받고 있어요. 커리 선수(오른쪽) 경기력은 여전했고요.
홈팀 삼성생명에서는 강계리 선수(왼쪽)의 폭발적인(!) 득점력이 단연 돋보였습니다. + 박하나 선수 사진도 한 컷 추가!
강아정 선수는 언제 본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단타스 선수의 복귀도 간절합니다.